6·2 동시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5명, 기초단체장 26명 등 모두 31명의 불자 단체장이 당선됐다. 특히 5명의 불자 광역단체장 중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당선은 단연 눈길을 끈다. 최초의 이장 출신 행자부 장관이라는 이력이 말해주듯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지연, 학연, 금권의 장벽을 오로지 치열한 노력으로 돌파했을 뿐 아니라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는 성실함으로 결국 2전 3기만에 1995년 지방선거 시작 이래 처음으로 영남지역에서 비 한나라당 후보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래서 그에게 붙은 별칭이 ‘리틀 노무현’이다.
김 당선자는 2007년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으로부터 ‘웅기’라는 법명을 받은 뒤 틈틈이 해인사를 찾고 있는 독실한 불자다. 그는 불교계와 마찬가지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또 불교의 전통문화사적인 가치를 발굴하고 브랜드화 해 21세기 한국의 경쟁력으로 키우겠다고 밝혔으며 행정 일선에서 종교편향적인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음은 김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경상남도는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이다. 때문에 무소속의 김두관 도지사가 당선된 것은 선거혁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경남도민이 역사적인 위대한 결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경남의 자존심을 보여주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확고히 보여주었고 도민이 큰 물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이제 경남은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그런 곳이 아니다. 경남을 위한 바른 정책과 노선, 올바른 가치를 가지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만이 도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선거기간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는가. 또 당선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시점도 궁금하다.
“무소속 후보라 사무실 구하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어렵사리 주위의 도움을 받아서 사무실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열심히 했다. 한시도 긴장을 늦춘 적이 없다. 당선을 확신한 시점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부터다. 상대후보를 따돌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환경파괴는 물론이고 4대강 사업의 명분인 일자리와 지역경제, 수질개선, 홍수방지 등에서 실패작이다. 일자리도 별로 없고, 지역경제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질개선은 이미 포기했고 남강댐 물을 부산에 공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국민의 혈세를 소중하게 써야한다. 불필요한 사업으로 국민들을 분노하게 할 이유가 없다.”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지방 정부의 힘은 정부와 비교할 수 없이 약하고 작다. 그러나 여론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 대다수는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경남도지사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했다. 인수위원회 안에 4대강환경특별위원회를 설치해서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법적 행정적 검토와 대안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
불교전통문화 발굴, 21세기 대표 브랜드로
공직자의 종교편향으로 인한 갈등 없을 것
▷광역단체장으로서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고 싶다. 고속 성장하는 산업이고 경남과 산업적 연결성도 높고 환경 친화적인 사업이다. 세계시장 점유율 1위로 육성해 조선 기계 항공 부품소재 산업 등과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고 싶다. 또 동남경제권의 결속을 높이고 이동편의를 위해 광역대중교통환승체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수도권은 시행되고 있지만 경남은 아직 추진되고 있지 못하다. 교통카드 하나로 도내 전역과 부산과 울산 등도 환승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2007년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고 불교에 귀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교와 인연을 맺은 계기는.
“평소 불교에 친숙했었다. 정치적 대안을 준비했지만 힘에 겨웠던 2007년 당시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을 친견하고 수계를 받게 되면서 불교와 인연을 맺게 됐다.”
▷최근 각 지역마다 불교문화를 주제로 한 다양한 사업들을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지역 문화발전 및 민생경제에도 도움을 얻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경상남도는 해인사, 통도사 등 전통사찰들이 많다. 이들 사찰들과 함께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경남에는 한국의 3대 사찰 중 2곳이 위치해 있을 정도로 불교문화유산의 보고라 할 수 있다. 21세기 한국의 경쟁력은 전통문화사적 가치를 발굴하고 브랜드화 하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딱 부러지게 말 할 순 없지만 그런 관점은 항상 견지하고 있다. 경남 불교계의 고견을 먼저 청취하도록 하겠다.”
▷전통사찰들은 대부분 공원지역에 위치해 있어 각종 규제로 조그만 화장실을 짓는데도 여러 가지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불교계는 규제해소를 요구하고 있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있지 않다. 전통사찰이 받고 있는 여러 가지 규제 해소에 나설 생각은 없는가.
“제도적 부분은 도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불교계가 안고 있는 실제적 불편과 현안에 대해 도민들과 정부의 합의를 도출하는 합리적인 시스템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개신교 단체장들의 “도시 전체를 기독교 도시로 만들겠다”는 성시화운동 참여와 종교편 향적 발언이 사회적 갈등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물론 개인적 신앙에 대한 부분은 지적할 수 없지만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 공무 수행에 반영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낳고 있다. 특히 불교계는 지난 2008년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하면서 공직자의 종교편향을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향후 도지사로서 공직자의 종교편향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침이 있다면.
“기독교의 성시화나 불교의 정토건설은 해당 종교인들의 순수한 발로에 다름 아니다. 다만 공직자의 종교적 편향으로 종교간 불이익과 불평등이 발생돼서는 안 된다. 행정 일선에서 (종교편향적인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가장 존경하는 스님이 있다면.
“사실 불교적 소양은 많이 부족한 편이다. 한 분을 딱히 말하려니 주마등처럼 지나치는 스님들께서 서운해 하실까 두렵다.” (웃음)
▷평소 마음에 담고 있는 경전의 경구가 있나.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의미를 항상 가슴에 담고 있다.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한다는 의미이다. 대중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 최상의 깨달음이라는 대승불교의 가르침을 항상 기억하고 있다.”
▷불교계는 고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이 많았다. 때문에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김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불교계에 대한 바람이나 불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소유적 삶은 몸소 실천한 법정스님이나 거룩한 죽음으로 몸소 사회적 실천을 보이신 문수스님처럼 사회적 귀감이 되는 불교, 깨어있는 불자가 되도록 하겠다. 만약 도정에 잘못이 있다면 준엄하게 비판하고 지적해주시길 당부 드린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김두관 당선자는
1995년 초대 민선 남해군수로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참여정부 당시 행정자치부장관, 대통령정무특별보좌관 등을 지냈다. 2007년 해인사에서 보살계를 수계하고,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으로부터 ‘웅기(雄氣)’라는 법명을 받은 뒤 불교에 귀의했다. 포스트서울포럼 대표, 지치분권전국연대 상임고문, 민부정책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6월 2일 제4회 동시지방선거에서 81만2336표(53.5%)를 획득, 경남도지사로 당선됐다.
법보신문 1052호 [2010년 06월 14일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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