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교회의 목회와 실제(14)
헌상이란 무엇인가?② : 헌상과 예배
1. 예배의 중요한 부분으로서의 헌상
헌상은 예배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지교회가 모여 하나님의 뜻을 기리고 찬송하며 하나님께 그 영혼의 무릎을 꿇어 절하는 공동체적 경배의 여러 요소 가운데는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과 기도,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배우며 결단하는 순서가 있는 동시에 그렇게 배운 하나님의 말씀에 반응하며 우리 자신을 공동체로 주께 드리는 행위가 있도록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 공동체가 예배 중에 드리는 헌상에는 첫째로, 우리의 한 주간 동안의 삶을 구속받아 주님의 뜻을 수행하기 위해 사는 사람들로서의 삶으로 인정하고 온전히 주께 드린다는 복음에 대한 온전한 신앙고백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둘째로, 헌상에는 우리가 그리스도께 의존해서 성령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서 살아가는 삶에 우리가 힘써 노력하여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부족함과 잘못 때문에 흠과 죄가 많음을 인정하는 죄 고백 행위다. 이 죄 고백은 그리스도의 온전한 구속의 공로에 기대는 것이며, 성령 하나님께서 효과적으로 우리에게 적용시키시는 그리스도의 공로만이 우리로 하나님께 감히 접근하게 하시는 ‘시은소’(mercy seat)이다. 따라서 우리는 헌상을 하면서 자만한 마음으로 할 수 없다. 헌상은 항상 우리 자신의 부족과 잘못과 연약함과 힘없음을 겸손히 인정하는 것이다. 셋째로, 이제 다시금 힘과 용기를 얻어서 우리 자신을 주께서 부탁하시는 일에 온전히 드리겠다는 헌신(commission)의 다짐으로 헌상하는 것이다. 주께로부터 오는 용서에 힘입어서 이전보다 더 온전히 주의 뜻을 깨달아서 주님의 뜻에 온전히 자신을 드려 나가겠다는 헌신의 재다짐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을 모든 교회의 지체와 함께 고백하는 것이므로 헌상은 예배 중에서 행해져야 한다. 이는 헌상이 복음 사건의 결과를 드러내는 것이란 의미이며,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이루신 구속이 산출해낸 공동체가 그 전체를 주께 드리는 것임을 말하기에 구속받은 공동체 전체의 경배 가운데서 나타나야만 한다.
이런 의미에서 헌상 예식은 그것의 참된 의미에 근거해 생각해 볼 때에 교회 공동체의 경배의 가장 상징적인 행위요, 경배 전체를 요약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경배는 구속받은 공동체가 창조하시고 구속하신 삼위일체 하나님께 절하며, 하나님께 자신을 온전히 드리는 일인데, 헌상에서는 이렇게 구속받은 우리들을 온전히 삼위일체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헌상 예식에는 온전히 구속된 자로서 자신들을 주께 드리고 주님의 처분을 받기를 원하는 예배의 의미가 가득 들어 있는 것이다.
2. 예배 때마다 헌상해야 하는가?
이렇게 예배와 헌상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면 과연 예배 때마다 헌상 예식이 있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제기 될 수 있다. 과거 스코틀랜드 장로교에서는 그런 점을 강조해서 공예배로 모일 때마다 헌상을 했었고, 그것이 예배 순서 중에 아주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공예배로 모일 때마다의 모습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예배가 아닌 시간에, 예를 들어서 기도회 시간이나 구역모임을 하는 시간에 헌금을 한다든지 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더구나 예배 중에 헌상하는 것이 한 주간 동안 주님 앞에서 우리의 삶의 전체를 다 담아하는 것이라는 이제까지의 설명을 생각한다면 공예배라고 해도 그 모든 예배 때마다 헌상 예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일주일에 한번 주일 아침 예배 시간에 헌상 예식을 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그 의미를 잘 드러내는 순서로 의미가 있으리라고 판단된다. 혹시 이것을 위한 성경적 근거를 굳이 말하자면, 고린도교회에 대해서 예루살렘교회를 위한 구제를 말하는 중에 바울이 말하고 있는 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구절에 대한 다양한 주해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것이 아주 명확한 성경적 근거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고린도전서 16:2절에 보면 “매주 첫날에 너희 각 사람이 수입에 따라 모아 두어서 내가 갈 때에 연보를 하지 않게 하라”고 했다. 여기서 이 말은 각 사람이 매주 첫날에 각 자의 집에 저축하여 두었다가 후에 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크리소스톰 때부터 있어 왔다.45) 그러나 바울이 굳이 ‘매주 첫날에’라고 하여 사도행전 20:7절이나 요한계시록 1:10절과 연관될 수 있는 매주 첫날의 예배를 상기시키는 표현을 하고 있다는 것과 그 날이 그리스도인들이 부활을 기념하며 모여 성찬 등을 나누던 날이었음을 비춰볼 때, 이는 매주일에 헌상하라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리스가 잘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바울은 여기서 예배를 언급하고 있지는 않으나 아마도 예배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기 때문이다.46) 더구나 2세기에는 분명히 교회가 매주일에 모여 예배하는 중에 헌상하였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47) 또한 우리가 주일 아침 예배 때에 위에서 말한 온전한 의미를 담아서 헌상하였다면 그 헌상 예식 속에서 우리의 삶 전체가 다 포괄되기 때문이다.
3. 헌상과 관련된 순서의 진행 방안 제시
예배 중에 헌상 할 때 정확히 어떻게 하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성경에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헌상에 대한 성경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건강한 시대의 교회가 헌상 예식을 하는 것에 비추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헌상 예식 순서를 제안해 볼 수 있다. 헌상은 주일 아침 예배당에 들어오기 전부터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일 주간의 삶을 구속받은 사람으로서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아가는 일 자체가 헌상이다. 그러므로 주일 예배 전에 자신의 삶을 잘 살펴서 이제 하나님 앞에서 산 삶을 주님께 다른 성도들과 함께 교회로서 드리려는 준비를 하게 된다. 주일 전날인 토요일에 이렇게 준비하여 주일 하루 종일을 하나님을 경배하는 일과 하나님의 말씀을 연구하며 봉사하는 일에 드리도록 잘 준비하는 것이 헌상의 준비가 된다.48)
주일 아침 예배 처소에 모이면서 각자 준비한 헌금을 헌금함에 넣는 것으로 헌상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여러 방법 가운데 이것이 가장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헌상할 수 있는 방안이 된다고 판단된다. 이렇게 되면 성도들이 예배 시작 전에 모이면서 이미 각각을 주님께 자신을 드리고 함께 드리는 예배를 준비하게 된다. 온전히 자신을 드리는 각각이 모여서 하나로 주께 드릴 준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49)
경배를 드리면서 경배 순서 중에 정한 헌상 시간이 되었을 때 모든 성도들이 헌상송을 올려 드리는 것으로서 헌상 예식이 시작된다. 우리들은 부족하나 그리스도의 공로에 근거해 우리를 주께 드리오니 하나님의 영광과 나라를 위해서 사용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내용을 담은 헌상송을 온 교회가 하나로 주께 드리는 것이다.50) 헌상송이 끝날 때 집사들 가운데서 맡은 이들은 온 교회를 대표해서 헌상을 주께 드리는 봉헌을 하는 순서를 가지는 것이 좋다. 봉헌과 함께 예배 인도자가 온 교회를 대표해서 주께서 우리의 헌상을 받아 주셔서 주의 뜻을 위해 온 교회를 사용하여 주시기를 기원하는 헌상 기도를 드림으로(또는 헌상 기도 후에 헌상 송을 하나 더 부름으로) 헌상 예식이 마쳐지게 된다. 이렇게 헌상송이나 봉헌순서나 헌상기도 모두에서 하나님께 온 교회를 드리니 주께서 교회를 원하시는 대로 사용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만이 전체의 주조를 이루어야 한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진전이 우리의 헌상 예식을 주관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헌상기도 중에 헌상한 자들을 높이는 말이나 시사가 있거나, 헌상한 자들에게 복 내려 주시기를 위한 어구가 있을 때 우리들이 헌상의 본래적인 목적을 오해할 위험이 많으므로 그런 것을 제외하는 것이 좋다. 또한 헌상 시간 중에 헌상한 분들을 일일이 호명하는 것도 헌상의 본래적인 의미를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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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Cf. Robertson and Plummer, First Epistle of St. Paul to the Corinthians, ICC, 385; Barrett, A Commentary on the First Epistle to the Corinthians, 387.
46) Morris, I Corinyhians, 232.
47) Morris, I Corinthians, 233에서는 Justin, Apologia I,67.6를 인용하면서 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48) 주일예배 때 와서 급히 헌금을 준비하여 드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헌상의 진정한 의미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런 것은 지양해야할 것이다. 토요일 저녁에 한 주간의 삶을 돌아보면서 하나님께 감사하며, 주님의 은혜에 기초해서 자신을 온전히 드리겠다는 신앙고백 가운데 정성껏 준비해서 드려는 헌상이 중요하다.
49) 이렇게 될 때 예배가 달라질 것이다. 예배를 통해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가 각자의 심령에 풍성하게 임하며, 진정으로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예배가 될 것이다.
50) 이런 헌상송의 내용과 곡조의 대표적인 예로 김홍전, 『찬송』(서울: 성약, 1988)의 헌상송 부분을 참조하라.
51) 뿐만 아니라 누가 누가 이렇게 헌상했다고 주보에 알리는 행위나 게시판에 게시하는 것도 헌상의 목적을 해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이런 것은 지양해야 한다. 물론 물질을 올바로 관리하기 위해서 담당자가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강의자 : 손재호 교수
*본글은 2024년 8월 16-17일에 부천개혁성경신학교 2024년 봄학기 집중강의 겸 부천개혁교회 제직교육을 '개혁교회의 목회와 실제'란 주제로 실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