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 날이다.
벌써20 일이 지나다니.
오늘 레오나르도비행장에서
오후 8시 40분 비행기를 탄다.
이제 집으로 간다.
늦은 비행기 시간과
오전 10 의 체크아웃시간으로
우리의 캐리어가 문제였다.
처음 체크인 할 때,
떠나는 날 비행기 시간을 말하며
레이트체크아웃은 안되냐고 물어보니
"NO"
그러면서 백스프리(Bags-Free)를 소개한다.
생각해 보겠다고 하며 연락처를 주고 받는 딸들.
백스프리(Bags-Free)는 여행객들의 짐을 보관해주는 업체로
테르미니역에 자기 짐을 가져와 맡기기만 하는 것은 4유로.
숙소에서 받아가 테르미니 역에 보관해 주는 것은 6유로
숙소에서 받아가 공항까지 배달해 주는 것은 9유로
어젯밤 가족회의에서 짐을 백스프리(Bags-Free)에 맡기기로 결정한다,
딸들은 공항에서 받을 경우 시간에 잘 맞춰오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며
테르미니역에서 받는 게 어떠냐고 한다.
난,
기왕 맡기는 거 업체를 믿고 간편하게, 공항에서 받는 걸로 하자고 한다.
그럼 땅땅땅!
우린 공항에서 받기로 하고 4개의 캐리어를 맡겼으니 36유로.
덕분에 오늘 편히 돌아다니기로 한다.
딸들이, 어젯밤 잠자기 전에 부지런히 업체와 계약을 하고
오늘 9시에 짐을 가지러 오기로 했다고 하더니
어김없이 9시에 울리는 현관의 '띵동'소리.
계약서를 서로 확인하고 시간 장소를 확인한 후
우리의 캐리어를 싣고 가는 친절한 총각
야호!
오후 5시까지 무거운 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업체 이름도 '백스프리(Bags-Free)'
이런 걸 틈새시장이라고 하는 거 아닐까?
우린 로마의 마지막 여행지로 캄피돌리오 광장을 택한다.
내가 그리로 가자고 한다.
12년 전의 추억을 다시금 더듬어보고 싶기도 해서.
집을 나서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너.
오늘따라 더 늠름하고 예뻐보이는 콜로세움.
로마의 멋쟁이, 이제 안녕!
베네치아 광장 앞으로도 천천히 걸어가며 이 아름다운 기념관의 모습도 올려다본다.
꺼지지 않는 불을 지키고 서 있는 두 사람이 개미만하다.
이 기념관이 얼마나 거대한지.
햇빛에 빛나기 시작하는 까만색의 거리도 이 곳에서 내려다 본다.
까만 돌들이 햇살을 받아 더 반짝인다.
난 집으로 오가는 이 길이 너무 좋아서
좋다는 말을 수도없이 해댔다.
아마도 가족들의 귀에 못이 박혀있을 수도.
로마의 배꼽거리는 오늘도 활기차게 시작되려나보다.
자, 이제 캄피돌리오 광장으로 올라가 볼까요?
베네치아광장 오른쪽 옆으로 오르는 계단
이 계단도 미켈란젤로의 작품인데
위로 올라갈 수록 넓게 설계해 직사각형으로 보이게 만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시대엔 마차로 올랐겠지.
그래서 이리도 넓고 층계라는 생각이 안들 정도로 경사가 완만한가보다.
이렇게 높은 곳에 광장을 조성하다니.
로마시내와 포로 로마노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이 광장이 참 특이하다.
아! 그래 바로 여기였어.
12년 전에 이 곳에서 저 포로 로마노를 내려다보기만 하고 갔었지.
그냥 보기만 하고 떠나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지.
다시 그 자리에 서 본다.
바로 여기였어 하며 추억을 더듬고 있는데
한무리의 한국인 패키지팀이 나타나더니
가이드가 이 자리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여기는 포로로마노 어쩌구저쩌구......."
하며 설명을 시작한다,.
그 때의 내 모습을 보는 듯 웃음도 나오고.
저 들 중 누군가도 나처럼
저 포로로마노 길로 내려가 걸어보고 싶을테지.
그렇게 아쉬움을 안고 돌아갈테지.
딸내미들이 들고 서 있는 저 미니선풍기
여행 중 아주 요긴하게 사용했다.
햇살 따가운 길에선 이것만큰 좋은 에어컨도 없다.
충전식 배터리를 사용해서 비행기 짐칸에는 실을 수가 없어
기내로 가져가야한다.
이것저것 기내에서 사용하게 될 물건들 때문에
비행기로 움직이는 날엔 세 여인이 모두 저렇게 큰 가방을 .....
파트너 바꿔가며 이 곳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위에서 내려다보고 혼자 저쪽으로 걸어가 또 내려다보고
캄피돌리오 광장 이쪽저쪽 혼자서 잘도 다닌다.
포로 로마노도 잘 보이지만
로마의 시내도 다 내려다보이는 이 광장의 전망
참 매력적이다.
혼자서 실컷 돌아다니다 와보니
가족들은 계단 담벽에 앉아 관조하고 있다.
나 때문에 지쳐서 늘어져있는 건가?
아니지 나름대로 광장을 즐기는 방법이 다른거지.
지금은 시청사로 쓰인다는 건물에선
주말이라 결혼식이 열렸다.
식을 끝낸 하객들과 신랑신부가 나와 기념사진을 찍느라 행복한 표정이다.
이 캄피돌리오 광장이 행복으로 넘친다.
한 팀이 결혼사진을 거의 다 찍을 무렵
또 한팀이 결혼식을 마치고 가족들과 몰려나온다.
새 팀은 더 대가족이다.
마지막 날 광장에서 이처럼 행복한 모습을 보니
우리에게도 행복한 기운이 옮겨온다.
주요 관광지엔 늘 경찰차가 있어 든든하고 좋았다.
런던, 파리, 이태리의 모든 관광지마다
경비가 삼엄하고 짐까지 꼼꼼하게 검사하는 게 오히려 우릴 안심시켰다.
테러위협에 노출된 곳으로의 여행을
주변사람들이 많이 염려해줬는데
와서 보니 평화롭다.
이렇게 수고하는 많은 사람들 덕에.
여행 끝자락의 아쉬움을 달래며
잠시 앉아있기.
자 이제 우리의 여행을 마무리 지을 시간
우린 이 캄피돌리오 광장의 계단을 내려가는 걸로
이 여행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이 광장에 올라오는 사람들과 마주 걸으며
우린 이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걸어올라 올 때나 내려갈 때
경사를 느끼기는 하는데
딱히 계단이란 생각이 잘 안든다.
인체공학을 생각해서 미켈란젤로 아저씨가 잘 설계해서 그런거 아닐까?
유모차를 밀고 올라오는 아기엄마도 그다지 힘들어보이지 않는다.
짠딸은 마지막 눈에 띈 피사체를 열심히 카메라에 담고 있다.
난 약간 아쉬운 마음에 천천히 내려간다.
로마 시티투어 버스가 까만 도로에 잘 어울린다.
우린 택시를 불러 테르미니역으로 간다.
그 곳에 있는 '코나드'에서 선물을 좀 사겠다는 딸들.
지인들한테 줄 선물을 다 고르고는 점심을 먹기로 한다.
테르미니 역사 안의 쇼핑몰이 아주 크고 깨끗해서 좋다.
얼룩소가 반겨주는 레스토랑으로 입장!
우리가족 여행지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될 것이다.
아주 푸짐하게 나오는 음식들
이 레스토랑은 특이하게 테이블마다 땅콩이 담겨있다.
식전에 몇개씩 먹으니 입맛이 살아나며
꽤 괜찮다.
오늘도 1일 2젤라또를 실천하는 딸들
식후 젤라또는 더 상큼하고 맛나지.
이태리는 젤라또의 나라로 기억될 지도 모르겠네.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를 타고 우린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으로 출발한다.
이제 40여분을 달리면 공항이다.
공항에 내려 우리가 맡겼던 캐리어를 찾아야 한다.
딸들이 다 알아서 하겠쥬~~~ 하며
딸들이 펀칭해준 기차표를 보여주며 기차에 오른다.
공항에 도착해 약속한 시간에 약속한 장소에 가니
정확한 시간에 우리의 캐리어를 싣고 나타났다.
e ~~편한세상!!!
캐리어를 받아들고 큰딸은 우리와 다른 비행기를 타러 다른 구역으로 이동한다,
우리 셋은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고
큰 딸은 네덜란드 항공을 이용했다.
이륙시간은 큰 딸이 3시간 정도 빠른데
경유하는 비행기라 한국 도착시간이 비슷하다.
인천공항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잠시 안녕!!!
공항라운지를 검색하던 짠딸이 우리 게이트 근처에 있는 아시아나 라운지를 이용하자고 한다.
라운지엔 아주 간단한 다과만 준비되어 있다.
점심을 든든히 먹어 그다지 배가 고프진 않아 다행이다.
인천공항의 마티나 라운지가 생각난다.
아주 다양한 음식으로 우릴 기쁘게 했던 ......
커피와 가벼운 간식 정도로 가져다 요기했다.
커피는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어 맛이 더 좋게 느껴진다.
내 손으로 주루룩 따라 마시는 것 보다.
샤워를 하려고 하니 대기자가 많다.
여긴 샤워부스도 1개 밖에 없어
탑승시간까지 순서가 올 것 같지 않아 포기한다.
세면대에서 화장을 지우고
영양크림 듬뿍 바른 것으로 비행준비 끝!
폭신한 의자에 파묻혀 잠시 쉬다가 탑승구로 내려간다.
큰 딸은 벌써 하늘을 날고 있나보다.
네덜란드 항공 로고 KLM이 선명히 보인다.
돌아오는 비행기는 맨 뒷자석을 샀더니
좌석이 뒤로 맘껏 젖혀져서 좋다.
뒤척이고 뒤틀리는 시간을 견뎌 인천공항에 내렸다.
인고의 시간을 견딘 사람들.
내릴 때의 발걸음은 가볍다.
짐을 찾고 나오니 큰 딸도 금방 우리 곁으로 온다.
서로 다른 하늘길을 달려 이렇게 만났다.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네~~~'
천안행 리무진 표를 사 놓고 김치찌개를 먹으러 간다.
공항에서 내리면 남편이 들르는 첫번째 코스가 이 김치찌개집이다.
많이도 그리웠겠지.
평소에 이태리음식 등 서양식을 즐기지 않는 남편이니 오죽 했겠는가.
커피 한잔 씩 앞에놓고 또 조잘조잘
가족 모두가 함께 한 여행이니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20년은 넘게 리와인드 해가며 계속 되돌려야할 시간들이다.
참 행복한 시간이었구나.
참 아름다운 시간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