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령산
동강에서 택시로 대서면의 불꺼진 농협 앞에서 내리니 사방은 컴컴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당황스럽고 살을 에이는 찬바람만이 몸을 떨리게 한다.
서쪽으로 나타나는 산줄기의 검은색 실루엣을 확인하고 마른 논들을 이리저리 횡단해 포장도로를 만나서 산으로 향하는 시멘트도로를 만나 무작정 무덤 뒤로 들어간다.
숲속에서 잠자던 새들을 깨우며 잡목들을 헤치고 능선으로 붙어 가시덤불들을 뚫으며 북쪽으로 향하다 무덤들을 지나서 마을로 내려가면 북쪽이 아닌 남쪽의 평촌마을회관이 나와 어이가 없어진다.
남북도 구분 못하는 그 어리석음을 탓하다 오른쪽으로 대서마을을 보며 포장도로를 한동안 걸어가니 '삽치'와 '등산로'라 쓰인 작은 금속이정판이 나와 한시간만에 한숨을 돌리게 된다.
나무계단들이 놓여있는 뚜렸한 산길 따라 제법 가파르게 진땀을 흘리며 취령산(190m)으로 올라가면 넓직한 공터에 노송 한그루가 서있고 아침을 여는 아련한 바다풍경이 나그네의 잊었던 향수를 일깨워준다.
▲ 취령산 정상
▲ 취령산에서의 바닷가 풍경
- 봉두산
온통 마삭줄로 덮혀있는 완만한 산길을 타고 과수원들을 지나 삽치라고 짐작되는 사거리안부를 지나서 흐릿한 능선 따라 앞의 봉우리로 올라가니 그제서야 봉두산자락이 모습을 보인다.
조성과 대서를 잇는 77번국도로 내려서고 오늘도 어김없이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바라보며 고인돌공원을 지나 산으로 들어가면 무덤들이 줄지어 나타나고 '벌초대행'이라 쓰인 표지기들이 간간이 붙어있어 웃음이 나온다.
성가신 가시덤불들을 헤치며 임도를 건너고 나직한 불경소리를 들어가며 능선만 고집하고 방향 맞춰 내려가니 제석사로 이어지는 넓직한 시멘트도로가 나온다.
가로등들이 서있는 벌목지대를 지나 임도를 타고가다 길이 사라져, 왼쪽의 사면길을 한동안 따라가 무너진 건계곡들을 건너 맞은편의 능선으로 올라 제석사 근처에서 시작됐을 뚜렸한 등로와 만난다.
가파른 나무계단들을 따라 편백나무숲과 청정한 죽림을 지나서 힘겹게 봉두산 고스락으로 올라서면 작은 이정판 하나가 서있으며 지나온 취령산쪽으로 시야가 시원하게 트인다.
지나온 마루금과 바다를 바라보다 조금 떨어진 봉두산(425.9m) 정상으로 올라가니 무덤 한기와 삼각점(순천449/1996재설)이 반겨주고, 두방산과 금당쪽으로 등로가 열려있으며 조망은 가려있다.
▲ 과수원안부
▲ 77국도
▲ 고인돌공원
▲ 벌목지대에서 바라본 제석사
▲ 봉두산 오르며 바라본, 맨밑의 취령산
▲ 봉두산 정상
- 고흥지맥
무덤가에 앉아 막걸리 한컵을 마시고 정상에서 '두방산 가는 길' 비닐코팅판이 걸려있는 바로 오른쪽으로 꺽어 노란 비닐들이 계속 묶여있는 뚜렸한 산길을 타고 내려간다.
이정표가 서있는 안부에서 산성터의 흔적이 남아있는 256봉을 넘고 줄줄이 나타나는 노란 비닐끈들을 확인하며 일차선도로가 지나가는 마치로 내려가지만 가로등 뿐 고흥지맥 종주때 봤다고 생각한 통신탑은 찾을 수 없다.
잡목들만 차있는 흐릿한 능선 따라 무덤들을 지나고 송장고개로 이어지는 시멘트도로와 만나 잠시 고민을 하다가 무덤 뒤로 능선으로 붙는다.
빽빽한 가시덤불들을 이리저리 뚫고 우회하며 가파른 능선을 힘겹게 치고 올라가면 시야가 트여 존제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의 산줄기가 멋지게 펼쳐지고 고흥지맥의 장군봉이 모습을 보인다.
가시나무에 긁히고 찔려가며 고흥지맥상의 285봉으로 올라가니 앉아서 곰팡이 낀 곶감을 골라먹던 바위들이 반겨주지만 다시 내려다본 마치에는 역시 통신탑은 없고 가로등들만 보인다.
▲ 마치
▲ 마치에서 바라본 285봉과 송장고개
▲ 285봉 오르며 바라본 장군산과 뒤의 존제산
▲ 285봉에서 바라본 봉두산과 마치
- 두방산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막걸리 한컵을 따라마시고 병풍산을 바라보며 송장고개를 넘어 가파르게 둔덕으로 올라서서 고흥지맥길을 버리고 작은 나무판이 걸려있는 두방산으로 향한다.
송전탑을 지나서 나뭇가지 사이로 마치 갓을 쓴듯한 두방산 정상부를 바라보며 잔봉우리들을 넘어가면 따뜻한 날씨에 몸은 나른해지고 하품이 절로 나온다.
가파른 산길을 지나 두방산이 갈라지는 447봉으로 올라 더욱 뚜렸해진 산길을 타고 돌탑 두기가 서있는 코재로 내려가니 왼쪽 용흥사로 반질잔질한 등로가 갈라진다.
앞이 트이는 억새지대에서 갑자기 모습을 들어낸 두방산의 멋진 자태에 탄성을 지르며 암릉지대로 올라가면 병풍산과 비조암은 물론 지나온 봉두산쪽으로 조망이 트이고 바닷바람 또한 시원하게 불어온다.
철계단을 지나고 난간들이 쳐져있는 절벽을 우회해 바위들로 치솟은 두방산(486.5m)으로 올라가니 삼각점(순천24/1991재설)과 정상석이 놓여있고 역시 사방으로 조망이 펼쳐지며 망주산 너머로 바닷가의 풍경이 아련하게 펼쳐진다.
▲ 송장고개로 내려가며 바라본 비조암과 병풍산
▲ 전망대에서 바라본 장군산과 존제산
▲ 두방산 오르며 바라본 비조암과 병풍산
▲ 두방산
▲ 두방산 오르며 바라본 병풍산
▲ 두방산
▲ 두방산 정상
▲ 두방산에서 바라본 호남정맥
▲ 두방산에서 바라본 첨산과 뒤의 별량 첨산
▲ 두방산에서 바라본, 봉두산에서 이어온 능선
- 첨산
조망의 경점에 앉아 막걸리 한컵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447봉으로 돌아와 정말 뾰족하게 솟은 첨산을 바라보며 벼랑이 병풍처럼 둘러치진 병풍산(479m)으로 올라가면 이정판만이 서있으며 두방산은 오히려 온화한 모습으로 바뀌어 보인다.
한적한 능선길 따라 암릉들을 지나고 거대한 암벽으로 치솟은 비조암(456m)으로 올라가니 역시 이정판만 서있으며 능선 끝으로 뾰족한 첨산과 함께 별량의 첨산도 시야에 들어와 감탄사가 나온다.
바위들을 휘돌며 너덜지대 따라 큰 암벽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돌아 편안해진 육산길을 만나 이정표 서있는 안부로 내려가 바위에 앉아 오름길을 대비한다며 다시 막걸리를 벌컥인다.
구슬땀을 흘리며 된비알을 한동안 치고 암릉들을 넘어 너른 암벽에 작은 정상석이 서있는 첨산(314m)으로 올라가면 사방으로 막힘이 없어 지나온 능선은 물론 내일 예정인, 제석산에서 오봉산을 지나 금전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호남정맥의 백이산과 고동산도 잘 보인다.
방향은 틀리지만 흥덕사 이정표대로 약간 까다로운 바위지대를 조심스레 통과해 북동쪽의 능선을 타고 내려가니 여유산행지로 잡은, 내대저수지를 한바퀴 도는 야산줄기가 역시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 병풍산 정상
▲ 병풍산에서 바라본 비조암과 첨산
▲ 병풍산에서 바라본 비조암, 그리고 그너머의 제석산과 금전산
▲ 비조암
▲ 비조암 정상
▲ 비조암에서 바라본 첨산
▲ 비조암에서의 조망. 왼쪽부터 백이산, 고동산, 금전산, 오봉산, 제석산
▲ 첨산
▲ 첨산 정상
▲ 첨산에서 바라본 두방산, 병풍산, 비조암
▲ 첨산에서 바라본 내대저수지 주변의 야산들과 뒤의 망주산
- 111.2봉
한동안 떨어져 내려가다 이정표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꺽어 사면길을 한동안 따라가면 개들이 짖어대는 흥덕사가 나오는데 보살 한분은 예방주사라도 놓는지 주사약을 재고 도망가는 강아지를 연신 부른다.
차들이 요란하게 질주하는 15번국도를 만나며 산행은 끝이 나고, 시간이 남아 생각한대로 내대저수지를 한바퀴 도는 환종주를 위해 굴다리를 건너 구도로에서 다시 산으로 붙는다.
잡목과 가시나무들을 헤치며 통신탑이 서있는 첫봉(약110m)에 올라 과수원의 묘지가에 앉아 마지막 막걸리를 마시고 있으니 주인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하면 모를까 길이 없어 힘들다고 딱 잘라 말을 한다.
잠시 과수원으로 이어지는 좋은 길을 지나 키낮은 덤불과 가시나무들이 발목을 잡아채는 야산길 따라 두번째 봉우리에서 길 없는 오른쪽으로 꺽는다.
석질산으로 이어지는 왼쪽 능선을 보며 치자나무 과수원을 내려가 안부에서 111.2봉으로 들어가면 두릅나무와 탱자나무들만 빼곡하고 가시덤불들이 앞을 막는다.
길도 없는 능선을 힘겹게 뚫고 111.2봉으로 올라가 평평한 공터에서 깨진 삼각점(408재설/건설부74?)을 확인하지만 조망도 없고 이제 가시덤불에 넌더리가 난다.
▲ 15국도에서 바라본 첨산
▲ 야산 첫봉 정상
▲ 111.2봉 정상
- 내대저수지
능선 갈림길로 돌아와 짓푸른 내대저수지를 바라보며 여전한 가시덤불들을 뚫고 시멘트임도를 가로질러 아무것도 없는 석질산(80m)을 지나 다음의 야산으로 향한다.
맞은편으로 제법 높은 산발산을 보며 봉우리를 넘어 무심코 직진해 마을로 떨어진 다음에야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발견하지만 가시덤불이 너무나 지겨워 그냥 도로를 따라가기로 한다.
찬바람을 맞으며 저수지를 끼고 바로 앞의 황산(82m)을 향하여 도로를 걸어가다 문득 이게 무슨짓인가 하는 마음이 들어 발길을 돌려 남쪽의 오수마을로 내려간다.
'죽암기계' 공장이 있는 포장도로를 만나 4km 떨어졌다는 동강을 향하여 지친 발걸음을 터벅터벅 옮기니 바로 앞에는 벌교의 명산인 두방산과 첨산이 내내 멋진 모습으로 서있다.
동강에서 벌교로 돌아와 유명하다는 거시기식당을 찾아 우글거리는 인파 틈에서 맛갈진 꼬막정식에 소주 한잔으로 피로를 달래고 한곳밖에 없다는 대마찜질방으로 향한다.
첫댓글 두방-병풍-비조암-첨산하믄 딱 널널이겠더라구여...하산해도 여벌산행에 녹아나셨네여...
애초 판단을 잘못했지요. 100미터급 산이면 가시덤불 천지라고 생각했어야... 꼬막정식 먹을만 합니다. 12,000원.
전엔 10000량이었는데...그넘도 올랐군여...하루에 병풍하고 팔영하고 한꺼번에 말아 묵으면 엑기스만 봅아서리딱 좋은데 교통이 애매해서리 어디 "애정남"읍나
팔영산이 정말 멋지더군요... 묶어서 할려면 차가 있어야.
애정남이 무언가요?저도 궁금한데,같이 가보시죠?미리미리 연락을 하시면,2/4주에 엮어서 가보자고요~~중간에는 택시를 부르면 되지 않나요?
그 유명한 "애정남"을 모르신다궁??? "애매한걸 정해주는 남자"의 준말입니다.
병풍산 명칭이 많네요 요즘 전라쪽만 가시네요
마지막 도로에서 보는 풍경이 멋지네요.남도의 산들은 그냥 평야지대에서 갑자기 솟아있는 산들로 보이네요.
언제적 갔던산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사진으로 다시보니 멋지게만 보이구만, 몬 고생이라구~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