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故事成語)에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말이 있다.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거들먹거린다는 뜻이다. 기원전 4세기 초엽에 중국 초(楚)나라 선왕(宣王)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선왕은 위(魏)나라에서 사신으로 왔다가 그의 신하가 된 강을에게 물었다. “위나라를 비롯해서 북방의 나라들이 우리나라 재상 소해휼을 두려워한다면서요?”
이때 강을은 그렇지 않다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폐하 ‘호가호위’란 말을 알고 계십니까? 어느 날 호랑이한테 잡혀먹게 된 여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나를 잡아먹으면 나를 모든 짐승의 우두머리로 정하신 천제(天帝)의 명을 어기는 것이다. 그러니 너는 천벌을 받는다.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내 뒤를 따라와 보라. 나를 보고 달아나지 않는 짐승은 한 마리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여우는 앞에 가고 호랑이는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만나는 짐승마다 혼비백산이 되어 달아났습니다. 사실 짐승들이 달아난 것은 여우 때문이 아니라 뒤에 있는 호랑이 때문이었습니다. “폐하, 북방의 나라들이 소해휼을 두려워하는 것도 배후에 있는 초나라 군세 때문입니다. 폐하의 강한 군사력 때문인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도 ‘호가호위’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여우가 호랑이를 이용해 위세를 부리듯이 예수님을 이용해 위세를 부리는 자들이 있다는 뜻이다. 왕이신 예수님을 등에 업고 허세를 부리거나 군림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군림하는 것도 부족하여 예수님의 이름을 팔아 부당한 이득을 챙기기도 하고 교묘하게 헌금이나 공금을 빼돌려 치부(致富)하는 파렴치한 이들도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교단의 지도자들 중에도 있고 지 교회 목회자나 직분자들에게도 있다고는 하나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 교권 싸움을 하는 것일까? 특정한 자리를 차지하면 전리품이라도 챙길 수 있어서 그렇게 분쟁을 하는지 모르지만 이건 아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 특히 교단의 지도자들은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제자들이 아닌가? 그 중에서 교단의 여러 장(長)의 자리는 ‘호가호위’의 자리가 아니라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섬겨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해서라도 자리 쟁탈전을 하는 이유가 참 궁금하다. 그 힘들고 어려운 자리를 서로 맡겠다는 현상을 아름답게 봐야할지 사악(邪惡)하게 봐야할지 헷갈린다.
모 초대형교회의 담임목사직을 아들에게 물려준 것에 대해 말이 많다. 그런데 아들에게 승계한 원로목사의 변이 가관(可觀)이다. 그 교회 원로 목사가 “큰 교회 담임목사는 십자가를 지는 자리이지 쉬운 자리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이걸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사람들은 왜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수많은 댓글이 SNS을 달궜다. “그 어려운 십자가 당신 아들에게 지우지 말고 나에게 지게 하라”고 말이다.
십자가를 운운하며 불법을 행하거나 탐욕을 부리는 것은 ‘호가호위’가 아닐 수 없다. 십자가를 지는 것이라고 말해도 믿지 못하는 현실이 된 것은 십자가를 이용하여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가진 것이 많고 누리는 것이 많은 교계 지도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 중에는 하나님께 복 받은 것이라며 ‘호가호위’한다. 복 받아서 소유와 누리는 것이 많다면 복을 받지 못한(?)이들에게 나눌 수 있도록 통 크게 내려놓으면 주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어차피 주님의 소유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