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뇌실조증은 소뇌의 손상으로 근육운동이 불완전해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정상적인 운동이 불가능해지는 희귀병이다. 정확한 원인과 발생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증상에 따라 유전성과 산발성 두 종류로 나뉜다. 대부분 운동신경의 장애로 마치 술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걷거나 전혀 걸을 수 없는 게 특징. 손의 운동장애, 안구운동장애, 언어장애도 나타난다. 발병원인을 모르는 관계로 아직 뚜렷한 치료법도 없는 상황. 다만 증상을 호전시키거나 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한 약물치료가 시도되고 있을 뿐이다. 최근 유전자 치료나 신경 줄기세포 대체요법과 같은 연구가 진행중이지만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유형
소뇌실조증은 원인에 따라 유전성인 경우와 유전되지 않고 산발적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있다. 병이 발생하는 연령과 증상은 다양하다. 먼저 유전성인 경우 대부분 상염색체 우성유전을 하며 20세 이후 발병한다. 드물게 상염색체 열성유전을 하기도 한다. 이 경우 대개 20세 이전에 발병하며 ‘프리드리히’ 실조증이 대표적이다.
상염색체 우성유전은 의학용어로 척수-소뇌성 운동실조증(SCA)이라고 한다. 진행성 운동실조 외에 말하기가 힘든 구음장애와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연하장애가 특징. 이 질병과 관련된 염색체의 이상에 따라 현재 10여개 이상의 유형이 발견돼 있다. 유형에 따라 근육위축, 강직 증상, 시력감퇴, 말초신경병증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산발성인 경우는 인간 광우병과 같은 ‘프리온’ 질환이나 다계통위축증이 있다. 대부분 40세 이후에 발병하는 게 특징. 운동장애와 함께 파킨슨병 징후나 자율신경장애 및 안구운동 이상,치매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결혼 적령기 이후에 발병하는 게 대부분이어서 병의 실체를 모르고 자녀를 갖거나 심지어 가족 중 환자가 있는 경우에도 자녀를 갖는 경우도 있으며 이 경우 지난번 윌슨병 아버지(정확히는 소뇌실조증 환자였음)가 자녀에게 병을 대물림하고 어쩔수 없이 죄악을 저지르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진단 및 치료
대체로 가족력, 신체검사, MRI 검사 등을 통해 특정 유형의 실조증을 밝혀낼 수 있다. 그러나 척수-소뇌성 운동실조증의 여러 유형들 간에는 서로 중복되는 증상이 많으므로 유전자 검사를 해야만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또 유전성일 경우 임신 10∼12주 정도에 염색체이상검사를 하거나 16∼18주 때 양수에서 태아의 유전자를 추출, 특정 유형의 실조증을 야기하는 변이형질이 있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같은 검사결과 양성반응이 나왔을 때 임신중절을 시술해야 할 것인지가 고민거리다. 왜냐하면 이 병에 대한 특효약이 없어 증상을 완화하거나 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한 약물치료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척수-소뇌성 운동실조증의 경우, 드물게 비타민E 등에 치료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또 소뇌의 신경세포를 독성성분으로부터 보호하는 항산화제가 신경손상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치료효과가 확실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부분 물리치료나 보톡스 주사,자외선으로부터 망막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한다든지 하는 보조적인 치료가 주로 이뤄진다. 최근에는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동물모델을 이용해 병의 발생과정을 규명하려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또 유전자 치료나 신경 줄기세포 이식과 같은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은 실험단계일 뿐이다. 아주대병원 유전자 클리닉 김현주 교수는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지만 여러 가지 최신 치료방법들이 시도되고 있기 때문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투병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