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6 아이들 선도는 ‘관심과 사랑’이 명약입니다.

[카페지기(꿈앤들)]

아이들 선도는 ‘관심과 사랑’이 명약입니다.
65살의 젊은 오빠, 밝은 미소가 짱이에요! 

■ 고향 지킴이■ 울진중학교 배움터 지킴이 김영산 씨

▲ 울진중학교 배움터지킴이 김영산씨

“관심과 사랑이죠. 진지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웃고, 함께 슬퍼할 때 아이들은 다가옵니다. 선도는 그 다음이죠”
‘젊은 오빠’ 는 자신의 인기 비결을 이렇게 털어 놓았다.

중학생 또래의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선생님이라면, 당연히 젊어야 하고, 예쁘거나 멋있어야 하고, 무언가 독특한 고상함이나, 유머러스한 캐릭터여야 한다.

그런데 김영산(65세) 지킴이 선생님은 이와는 다른 점이 많다.
인기의 첫째 조건인 젊음과는 거리가 멀고, 대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서슴없이 다가와서 말을 걸고, 하이파이브를 제의하고는 즐거워한다. 

남복섭 교장 선생님은 남. 여를 불문하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김영산 지킴이 선생님의 인기는 짱이란다. 학생들과의 사이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젊은 오빠’ ‘영산이 오빠’로 통한다는 것.

그의 인기 비결에 대해 교장 선생님은 “그는 8백 명 아이들의 이름을 다 안다. 심지어 어디에 사는 누구의 아들이며, 몇째 아들인가도 다 안다.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데서 감동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에 사랑은 느낀다.” 는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도 ‘관심과 사랑’ 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그에게도 분명 매력은 있었다. 훌쩍한 큰 키에 깔끔한 복장.  나이답지 않은 반듯한 체형. 어느 누구와도 잘 어울릴 것 같은 활달함. 때 묻지 않았을 것 같은 천진한 미소. 든든한 어버이 같은, 자상한 선생님 같은, 실수해도 야단치지 않을 형님`오빠 같은 뭔가가 우러나오는 분이다.

같이 활동하는 시간이 많다는 생활부장 박상수 선생님은 학생들 사이에서 그는 어머니 같은 분이시다. 생활부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나무라거나 벌을 주고 난 뒤에는 항상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해 주며, 선생님들의 입장도 차분히 설득시킨다는 것. 생활부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도가 불가능해 보이던 문제의 한 여학생이 있었는데, 그가 상담을 하고 격려한 뒤 지금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여 정상적인 아이로 변화되었다고 귀띔 한다.

그는 33년간을 한 직장에 재직하다 정년퇴임한 전직 경찰관 출신이다.
노음초, 울진중, 삼척공고를 나온 그는 군복무를 마치자 말자 25살의 나이에 경찰에 투신했다.  울릉서에 첫발을 디뎌 울진서에서 약 8년을 근무하다가 경북경찰청에서 15년을 재직했다. 퇴직 4년을 남겨두고 귀향 울진서 교통계장, 후포소장, 평해소장직을 끝으로 경찰직을 떠났다.

그는 근남면 산포리 세포동에서 반농반어 집안의 4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2남1녀의 자녀들은 모두 결혼해서 독립하고, 부인과 둘이 고향을 지킨다.
직업도 엄중하고, 장남으로서 책임도 무거웠을 것이다. 평생을 정복을 입고, 정시에 출퇴근하며 치안을 다루었으니, 그의 몸과 마음은 딱딱하게 굳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주변 모든 사람들과 친밀하여 인기 짱이 되었을까! 그는 2006년 7월 1년 단위 계약직 울진중학교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으로 발령을 받았다.
1년간을 떠났다가 다시 채용된 지 일 년 반 쯤 되었다. 그에게만 기회가 주어졌다.

우리는 그에게서 ‘관심과 사랑’의 실천방법 한 가지를 더 배운다.
누굴 만나든지 먼저 인사를 한다. 평생을 경찰관으로 생활했던 그는 퇴직하고서 자신의 경직된 몸과 마음을 먼저 풀었다. 젊은 선생님들께도 먼저 고개를 숙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먼저 인사말을 건넨다는 것. 자신의 몸과 마음을 먼저 낮출 때 남들도 진심으로 머리를 숙인다는 것이다.

그가 하는 일은 교내에서 불량학생들의 금품갈취나 폭력행위를 예방하고, 피해학생이나 가해학생들을 동시에 선도한다. 학생들의 흡연, 무단외출 등을 통제하고, 등`하교 시와 휴식시간 학생들의 안전과 질서를 지도한다.

그의 정상적인 출근시간은 아침 8시 반이다. 그러나 그는 매일 아침 누구보다도 먼저 출근해서 먼저 한 바퀴 교정을 돌아 밤사이의 정황을 살핀다. 그리고 수업 사이 휴식시간이면, 3개동 교실 3~4층 건물을 하루에 5~6회씩 오르내리며 순시한다.

아이들을 볼 때면 ‘영산이 오빠’ 올라온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에게는 이 소리가 무엇보다도 큰 보람처럼 느껴진다. 급여는 미미하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아직 자신이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데 행복하다.

기꺼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할 것이다. 학교에서 계속 채용만 해 준다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젊은 오빠, 영산이 오빠로 남고 싶다고. 그는 비단 울진중학교만의 지킴이가 아니라, 울진지킴이였다.      

[울진민들레]

푸근하게 보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