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빌이라는 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코빌(Covil)은 Community Organizing과 Village의 합성어로‘지역과 함께, 주민과 함께하는 주민운동’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이 매주 토요일 이화동에 있는 한국빈민운동회관에서 주민조직운동(CO, Community Organizing)을 학습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산악회에 한번도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 코빌 프로그램 중 선배와의 만남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주민운동을 해 왔던 선배들을 만나는 프로그램인데, 지난 주 문정동을 다녀왔습니다. 깊은 영감을 받고 오게 되어 카페에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
선배와의 만남
2014. 11. 26.
문정동! 한 시간 이십분의 여유를 두고 출발했다. 먼 거리를 가는 동안 오늘 뵙게 되는 임근정 선생님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다. 몇 가지 정보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달팽이건설, 개미마을 등이 검색되었다. 많은 정보는 아니지만, 이 분이 어떤 삶을 사셨는지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었다. 문정동에 도착한 시각 7시. 전화를 통해 중간의 어느 곳에서 임근정 선생님을 만나 뵈었다. 여기에 온 이유를 설명 드리며, 그분의 일터로 갔다. 동네의 조그마한 인테리어 사무실이었다. 지금은 잠시 쉬고 있으며, 생계를 위해 인테리어 일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말씀을 드렸다. 선생님은 무슨 이야기를 해 줄까 잠시 고민하시더니, 같이 가자고 하여 간곳. "무지개빛청개구리", "즐거운가". 이곳은 문정동 학생들을 위한 지역공부방과 놀이문화공간이었다.
무지개빛 청개구리는 지역공부방이다. 이곳에서 3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공부를 한다. 이곳 출신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다시 선생님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즐거운가'는 참 재미있는 공간이다. 건물의 지하 50~60평 정도 되는 공간에 다양한 시설을 꾸며놓고 있었다. 공동부엌이 있고, 식품 창고가 있어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이곳을 찾아 밥과 음식을 해 먹는다. 마치 문턱 없는 밥집과 같다. 배고픈 사람이면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다니 마을의 부엌이 된다. 규칙은 음식을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는 것이다. 또 한 켠에 조그만 공연장이 있다. 이곳에 양쪽에는 거울이 붙어있어 댄스 연습도 할 수 있고, 공연도 가능하다. 맞은 편에는 계단과 같은 관중석이 있다. 이곳에서 공연도 보고, 마음껏 책도 보고, 놀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한 켠에는 책장과 도서가 가득하여 청소년들이 마음도 채울 수 있다. 또 앞에는 조그마한 커피숍도 있다. 청소년들이 와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놀기도 하고, 밥도 먹고, 한껏 자신을 분출 할 수 있는 마을의 놀이터이다. 이 공간에는 성인들도 찾아온다. 엄마들이 한 켠에서 소모임을 가지면, 한켠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뛰논다. 풍물패와 같이 성인들의 동아리도 이곳에서 연습을 한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직업교육 부분이다. 목공, 커피숍 등등... 이곳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함께 일을 만들어 간다. '즐거운가'에 있는 탁자를 청소년들이 직접 만들었다. 탁자가 묵직하고, 탄탄한 것이 이곳의 안정감을 말해 주는 것 같다. 커피숍도 청소년들이 직접 운영을 해 보았다. 예상한 바와 같이 실패를 하였다. 하지만 실패 하더라도 그것이 청소년들의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청소년에게 직업 교육을 한다는 것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작은 마을 단위에서 청소년에게 목공을 가르치고, 커피숍 운영을 맡긴다고?
이제 슬슬 궁금해진다. 이곳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그리고 '선배와의 만남'을 통해 선생님의 개인사를 듣게 될 줄 알았는데, 왜 이곳 '즐거운가', '무지개빛청개구리'를 보여주시고, 활동가들을 만나게 하시는 것을까? 그러던 찰라, 한 활동가가 동영상을 보여주겠단다. 동영상을 틀고 보니, 이곳의 역사가 나온다. 개미마을 비닐하우스, 그곳에서 청소년들이 꿈나무 학교를 통해 성장하고, 그렇게 살던 중 결국 비닐하우스가 철거가 되고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인사동 거리에서 모금을 하고, 청소년들이 직접 이루고 싶은 공간을 설계하고, 이곳에서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놀이를 만들어 가는 곳이다.
문정동을 다녀온 후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인터넷 검색을 더 해 보았다. 문정동의 개미마을은 1982년 이후 서울시가 가락시장과 올림픽 선수촌 개발을 추진하면서 생겨났다. 이곳에서 쫓겨난 주민들이 문정도의 빈 비닐하우스를 발견하고 모여 살면서 시작되었다. 이곳은 주소지가 지정되지 않아, 주민들은 주민등록도 하지 못하다가, 2001년에서야 주민등록을 부여받기도 했다. 주소지도 없는 청소년들은 송파에서 강서구 화곡동까지 초등학교를 다니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만들어진 것이 송파꿈나무학교이다. 꿈나무학교는 강남향린교회와 지역 조직들의 힘으로 만들어졌고, 99년 실업극복운동본부에서 급식지원을 받게 되면서 정식으로 출발하였다. 학부모와 마을 주민들이 직접 품을 내어 새로운 보금자리를 지어 주었고, 꿈나무학교는 마을 안 공부방으로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러던 중 2005년 개미마을 철거 소식이 전해진다. 이때 프로젝트 공모를 발견해 지원하게 되었고, 송파꿈나무학교의 청소년부는 청소년 전용 지역아동센터로 분리되어 별도 공간으로 이전하였다. 이 청소년부의 새로운 이름이 '무지개빛청개구리'이다.
'즐거운가'의 탄생 배경에는 꿈나무학교의 밴드 동아리가 한 몫을 했다. 청소년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키기 위해 밴드를 결성했지만, 문제는 연습실이었다. 시끄럽다는 주변의 민원 때문에 연습이 쉽지 않았고, 연습장을 마련하는데서 시작해 '즐거운가'가 탄생하였다.
이쯤되면 청소년 말고 성인들 이야기가 궁금해지지 않겠는가? 개미마을이 철거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각자 자기가 원하는 지역으로 임대아파트를 받은 것이다. 그동안 함께 했던 마을 사람들이 흩어졌다. 선생님은 그동안 했었던 몇 가지 이야기를 하시며, 식자재협동조합, 성동에서 봉제 등 여러 일들을 성인들과 함께 했지만, 출발은 청소년부터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성인들은 이미 생각이 굳어져 협동이 어렵다. 가난의 출발점은 다 다르다. 교육환경을 바꿔야 한다.
한 활동가는 어린이들이 이곳에서 놀면서 어머니에게 "즐거운가에서 놀고 있어요"라고 하면 안심한다고 한다. 그렇게 부모님들도 이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 하며 오게되고, 또 함께 하게 된다. 이렇게 새로운 마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곳의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한 활동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꿈은 '마을살이'에요." "마을을 떠나지 않고 함께 사는 것, 집터와 일터가 같은 것, 이것이 우리의 꿈이에요." 이 꿈나무학교를 통해 만들어진 회사가 있다. 별별공작소, 졸리엔사운드가 그것이다. 별별공작소는 선생님과 제가가 만나 세워진 디자인 회사이다. "나는 글을 잘 쓰고, 너는 그림을 잘 그리니 함께 일해보자!", 졸리엔사운드는 마을의 음향회사이다. 이렇게 마을에서 떠나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청소년에게 목공을 가르치고, 커피숍 운영 맡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일들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꿈나무학교는 마을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즐거운가는 주어진 환경에 따라 모금 등을 통해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가고 있다. 임근정 선생님은 허병섭 목사님으로 부터 배운 말씀을 하신다. "그들로부터 말하게 하라." 이것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동네가 바로 이곳이다. 2011년에는 5차례에 걸쳐 마을 워크샵이 이루어졌다. 이 워크샵을 통해서 앞으로의 방향이 설정되고,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그 워크샵 결과를 놓고, 지금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중간평가를 하겠다고 한다. 자신들을 성찰하며, 계속하여 마을 사람들이 움직이고,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통로를 열어 놓고 있다.
선생님은 또 이야기를 하신다. '즐거운가' 여기에만 매몰되어 있으면 안된다고, 지역의 이슈를 다루는 100인회가 있는데, 여기에 활동가가 참석할 수 있도록 계속 독려를 하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그를 향해 달려가라는 것이지 않겠는가?
즐거운가는 마을에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떠들고, 밥 먹고, 놀면서, 사람들이 세포가 되어 움직이는 생명체가 된다. 잠깐의 방문으로 너무 어설픈 이야기를 했나? 선배와의 만남을 통해서 나는 지역을 만나고 왔다. 문정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선생님은 자신의 이야기보다 사람들이 살아나게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나보다. 잠깐의 만남과 방문이지만 나는 깊은 영감을 받고 돌아올 수 있었다.
첫댓글 잠깐 머물 수는 있지만, 평생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나의 직업이 된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인것 같습니다. 변화라는 것 또한 느낌이 아니라, 나무를 심고 가꿔서 풍경을 바꾸고, 그곳에 사람이고 동물이고 모여들게 해야하는 거고요. 그런 생각이 드네요....
예~ 삶을 방향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쉽지 않겠죠. ^^;; 우리네 삶은 이런 저런 것으로 엮여져 있죠. 그래서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것도 쉽지 않고요. 그래도 삶의 방향을 조금 틀어보면, 많은 부분이 달라져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바뀌는 거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