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대원 ; 김 경배,김 영일,김 주천,박 상윤,박 승찬,배 윤근,신 승모,이 경식,이 복림,최 소영,한 상근,한 혜진,홍 종만
본부조 ; 김 경배,배 윤근, 최 소영,
합류 대원 ; 유 동혁(미주 연맹 씨애틀 지부장)
강 인선,김 호영(씨애틀 현지 산악인)
차량 제공 ; 방 충식(현지인)
협조 ;우 옥균(캐빈 주인)
A조 ;김 주천,한 상윤,김 영일,유 동혁,박 승찬
B조 ;강 인선,신 승모,이 경식,한 혜진
C조 ;김 호영,홍 종만,박 상윤,이 복림
5월 23일 오전 8시 25분 캐네디 공항에서 출발,5시간 후 드디어 눈덮인 레이니어 산세가 내려다보이는
씨애틀 하늘을 창밖으로 바라보며 " 거대한 저 설산을 한 걸음 걸음으로 내가
오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외경과 함께 밀려왔다.
도착후 한인이 경영하는 Gateway Inn에 투숙하여 짐을 내리자마자 다음날 등반 준비를 꼼꼼히 챙기다보니
각자가 부담하는 공동 장비와 개인 장비 합한 무게는 50파운드를 후울쩍 넘어간다.
한아름에서 20파운드 쌀가마를 트렁크 안으로 들어올리는 것도 끼깅거리던 기억에 다리가 후들거린다.
24일 오전 9시 30분 레이니어에 첫발자욱을 찍었다.
16명의 대원이 줄지어 묵묵히 베이스 캠프를 향하여 순례의 길을 가고 있는데
장단지에 쌀 한가마니를 싣고 이동하는 한발자욱 한발자욱은
앞선 그리고 뒤에 선 대원들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그 인내를 내가 아닌 그누군가가 먼저 멈추어 주기를 기대하는 순간이 몇번 지나가고
10시간만에 캠프에 도착 : 오후 7시 30분
먼저 오신 남자 대원들이 분주히 텐트를 세우고 계셨다.
몇명이 고소증에 시달려 무기력 상태로 식음이 불가능해졌다.
어렵게 잠을 청한다.
아침에 기상하여 대원들 얼굴들을 살펴보니 어제보다 훨 밝아진 표정이다.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게 한다.
바베큐 대신 누룽지와 라면으로 메모리얼 데이 파티 시작
고소증으로 신고식을 끝낸 어제의 무용담을 나누는 우리들의
얼굴은 두꺼운 몇겹의 썬블락으로 일본의 가부끼 배우들 같다. 배 선배님까지도,
오후 9시 A ,B,C 조 정상을 향해 출발
달빛이 쓸어주는 눈을 밟으며 헤드라이 불빛이 이어주는 로프의 행진을 모진 바람이
칼춤을 추면서 달려들어 할퀴어댄다.
베이스캠프에 남아 랜턴을 들고 길 떠난 대원들에게 후광을 보내며 한사람 한사람
그들의 이름을 암송하고 손과 마음을 모아 기원하는데 50분이 지난 시간에 파피씨 한알만하게 멀어진
혜진이에게서 깜빡깜빡 헤드라트 신호로 잘가겠다는 메시지가 오면서 그 한 점마저 백야에 묻혀지는데
그 위로 별똥 하나가 떨어진다.
창백하게 흔들리는 손끝을 다시 모으며 달빛을 향해 무릎을 낮춘다.
텐트를 난타질하는 이 광풍에
무한 도전을 넘어선 그들이 떠난지 6시간까지도 이 복림과 한 혜진은 무사히 포기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2잔의 생강차를 다시 데우곤 한다.
내 평생 언제 이처럼 손목 시계를 자주 들여다 본 적이 있었나?
새벽 5시 반
그렇다면 모두들 정상에서 여명을 맞이하고 있을 시각이라고
시계가 느낌표로 쿵쿵거린다.
5월 26일 오전 9시 30분
시야 끝에 메달린 백년설 산봉우리에 5개의 점이 환영처럼 나타난다.
"김 경배 선배님, 우리 A조가 가물가물 보이는 것 같아요."
화장실에서 20분간 문손잡이를 잡고도 도무지 밀어낼 수 없는
외부 강풍에 웅크리고 앉아 씨름하다가 급기야는 아래 똥통을 내려다 보며
그곳에서 출구를 찾으려고 결단내리면서
"그들은 정상을 향해 목숨을 거는데
나는 이렇게 아래쪽을 향하여 목숨을 흥정하게 된 산사나이의 말로는
깨스질식사 한줄로 남겠구나"자탄하는 순간 문고리가 풀리면서
극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던 김 경배님의 브라운 백보다 짙은 색조의 얼굴에
갑자기 핑크빛이 돌기 시작한다.
예상보다 3시간을 앞당겨 다가오고 있는 고물거리는 점들의 정체는
분명 A조일거라는 확신에 누룬밥과 라면으로 차려진 만찬을
다시 돌아보며 광풍과 혹한이 칼춤을 추는 시야에서 아스라한
점 5개를 향해 입김을 보낸다.
위대한 패잔병의 모습으로 기진 맥진 탈진해서 돌아와준 A조 김 주천 단장님이 B와 C조의
안부를 찾는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답변에 A조5명이 휘청거리며 바닥으로 무너진다.
"어이쿠, 일 났구나." 이 한마디에 다리가 후둘거리며 손끝이 흔들린다.
김 경배 선배님의 혈색이 또다시 변신하는 순간이였다.
발빠른 박 승찬이 레인저 오피스로 달려가 조난 신고를 하자
레인저들의 조사가 시작되며 우리들 전원 모두에게 금족령이 내려졌다.
황급한 심정으로 실종된 식구들을 찾아 나섰다가 또다른 숫자를 보탤까봐
내려진 명령으로 어제 겪은 고산증 고통보다 더 호된 고통의 침묵에
빠져들어간지 한 시간 지났을까?
"코리안 8명이 안전하게 내려오고 있다. 두시간 후면 도착할 것이다."라는
레이저의 낭보에 한덩어리로 엉키어 환성을 지른다.
그제서야, 내놓은 산꾼이지만 이 악천후에 3시간을 앞당긴 A조의 경로를 묻게되었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맞닥뜨린 복병 화이트아웃의 공격으로 동서남북이
순간에 사라지고 히로시마의 원폭같은 구름과
200파운드 거장 박 상윤 대장님을 책 페이지 한장 넘기듯 두어차례 가볍게 쓰러뜨리는 위력의 바람은
정상의 의미마저 삼켜버렸다.
피켈로 동결된 눈을 찍어내어 겨우 얼굴만 집어넣을 수 있는
대피소를 만들어 10여분 지체하는데 "우리 집에 가야해요, 잠 들지 마세요."
라는 간절한 외침이 꿈속에서 속삭이다 끊어졌다 다시 희미하게 한가닥으로 연결되곤했다.
고개를 들어 15미터 남겨둔 정상에서 등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비몽사몽이 더 깊어지기 전에
어쩌면 사투를 댓가로 얻을 수 있는 귀향 그곳을 향한 U-Turn의 또다른 출발을 결심했다.
추락하면 죠스의 입안으로 갈지 아니면 북조선 평양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만년설이 갈라진 크레파스를 건너는 순간에도 집을 향해 꺼내들은 깃발을 광풍노풍에 뺏기지 않으려
손을 움켜쥐었다고 한다.
드디어 B조 C조가 아스라한 시야 끝자락에서 흔들리는 8개의 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 경배씨와 배 윤근씨가 생강차와 물을 들고 마중나가셔서
"고맙다! 살아돌아와줘서 너무 자랑스럽다." 부둥켜 안자
생강차보다 뜨거운 눈물이 동파된 시꺼먼스 얼굴에서 물결로
흘러내린다.
B조와 C조는 정상 10미터 앞에서 U-Turn을 결정했다고 한다.
A조가 바라본 15미터 밖
B와C조가 두고온 10미터 밖 그리고
Camp Muir 베이스 캠프에서는 아예 모습도 허락치 않았던
고지,
최초의 히말라야 등반을 마친 에드먼드 힐러리는 말했다.
올라간 곳은 산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였다고
우리 13대원들의 한걸음 한걸음으로 넘어지고 일어나면서
조각한 자신들은
폴을 들고 서 있는 불상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났다.
동상이라는 기념품을 얼굴에 가득 담고 돌아온 킨타쿤테
박 상윤,이 경식님의 일그러진 미소까지
레이니어에서 재회한 모두의 모습은 뜨거운 타투로
내 가슴에 남기어간다.
.
유 동혁, 강 인선, 김 호영 현지인 3분은 레이니어의 고수들이시다
유 동혁씨는 레이니어 200번 등반에 42번의 성공을 기록하셨다.
그분들의 동행이 없었다면 우리들 13인의 숫자가 어쩌면 흐려질 수도 있었을것 같다.
첫댓글 폭풍 한설~~휘몰아 치는,,, 한편에 드라마 연상케 합니다, 아~~옜날이 여 !!!!
이 효성씨 산사나이의 기질로 건강 정상에 빨리 오르세요.
Let's go video tape..!!! 새로와지는 추억들. 다시 가고싶은 마음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쓴맛도 시간에 숙성되면서 추억으로 물드나봅니다.
지금와 생각하니 한편의 드라마였네요.도리양님의 글솜씨 대단하시네요. 한미산악회 여러분의 팀웍에 감사드림니다. 언젠가 다시한번 오를날이 오겠지요.13인의 여러분 행복하시고 건강하십시요.
정상을 눈앞에 둔 채 고개를 눈에 파묻고 대원들의 머릿수를 8까지 세셨다지요. 그리고 다음날 신문을 도배할 사고의 현장 모습이 이 장면이겠지라고 실감하셨죠? 여름캠프에서 꼬옥 뵐께요.
조위금 안내게 된거 천번 만번 다행 입니다. 도리양 글 잘 봤읍니다.
덥석 잡아주는 따실따실한 선배님의 손길 무척 그리웠던 순간이 수 없이 닥쳐왔었어요.
사진도 짱, 글솜씨도 짱, 도리짱 누님!!! 산행에다 , 산행후기까지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추신) 이런 불경기에 가시면 조의금도 국물없지요. 오히려 욕먹지 않으면 다행이고요.
솔미아빠가 보내주는 엔돌핀 모두 잘 받았습니다
언니 글을 보니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지내요! 얼어죽을것 같은순간에 어떻게하든 살아야겠다는 생각만나더군요. 따뜻한 언니 의 말한마디가 정말도움많이돼었읍니다 감사함니다.
난,안개꽃이 보여주는 향기로운 맘씨,정리된 맵씨,식단짜는 솜씨 그리고 반짝이는 센스오브유머 모두 좋지만 그저 존재함이 제일 사무치도록 이뻐어!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아주 오랜만인 왕청식님 뉴욕에서의 no-limit 관광 유효기간이 꽉차버렸지만 왕 청식씨에게만은 재발급 해드리겠으니 8월 여름 캠프에 오셔서 그 호사를 왕창 받아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