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목욕탕에 가면 신경을 곤두세우다 나올 때가 많다. 마냥 물을 틀어놓고 앉은 사람,자기 하나를 위해 욕조의 물을
갈아버리는 사람,욕조의 물을 흘러 넘치게 하면서 그걸 즐기는 사람. 어린아이를 데려와 샤워기의 물을 틀어놓고 놀게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서다.
참다못해 당신이 지금 함부로 쓰는 물은 목욕탕 주인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것이라고 말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불쾌한 표정뿐이다. 사람들이 물을 마구, 함부로, 아무 생각 없이,헤프게,퍼버리듯이 쓰는걸 보면 저것이 바로
물에 대한 학대란 생각이 든다.
물을 학대하는 것은 몸의 7할이 물로 돼 있는 우리 자신을
학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은 햇볕과 마찬가지로 모든
생명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데 말이다.돌아보면 우리가
물을 학대하기 시작한 시간은 오래지 않다.
수 십년전만 해도 동네 우물이나 마을 어귀의 샘터에서 물을 길어다 썼다.바가지로 물을 퍼서 쌀을 씻거나음식을 먹은 그릇을 씻은 물로 소여물을 끓였다.그저 한 번 쓰고 휙
버리는 물이 많지 않았다. 이런 생활환경이 수도꼭지가 집안으로 들어오면서 달라지기시작했다.
수도꼭지를 트는 일은 너무도 쉽고 다른 것에 비해 값이 싼
물은 공짜라고 여겨져서 헤프게 쓰면서도 그 사실을 전혀
깨달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마치 사랑할 수있는 사람을,더
이상 사랑할 수 없게 돼서야 그 귀중함을 깨닫게 되듯 우리는 물의 두렵도록 중요하고 소중한 사실을 모르고 지낸다.
물이 집안으로 들어오면서 우리들 몸에도 여러 가지변화가
생겼다. 현대인들의 최대 고민 중의 하나인 비만도 알고 보면 물로 인해 생긴 것이다. 물로 만든 음료수의 지나친 애호도 그중 하나다. 우리는 마주 앉으면당연히 나눠 마시게
되는 것이 커피 같은 음료수와 술이다.
또한 지나친 경쟁 사회가 사람들의 마음에 갈증을 불러 물을 찾게 만드는 원인도 있다. 또한 지나치게 깨끗하게 하려는 생활 속의 결벽증도 물이 집안으로 들어오면서 생긴 증상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집안이눅눅해서 곰팡이가 생겨나는 것도 문제다.
어쨌든 물을 퍼버리듯 쓰는 것은 물을 학대하는 것이며 물을 학대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학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더 늦기 전에 깊이 새겨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