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뜨 주얼리의 아름다운 돌풍, 아이린 뉴워스(Irene Neuwirth)
원래 필자가 좋아하는 보석 리스트에 오팔은 없었다. 그러나 몇몇 디자이너의 주얼리를 접하면서 오팔의 진가를 깨닫게 되었는데 아이린 뉴워스가 그 중 하나다. 상쾌하고 청명한 청록계열의 보석을 신비롭고 절제된 화려함으로 표현하는 그녀의 손끝이 궁금해졌다.
아이린 뉴워스 주얼리의 기본 영감은 바다에서 비롯된다. 그도 당연할 것이 그녀는 해변으로 둘러싸인 캘리포니아 출신이다. 바다의 순수함과 강렬한 힘, 그리고 선명한 색상은 그녀의 디자인을 이루는 근간이 되었다. 그래서 바다를 닮은 짙은 보석, 날 것 같이 가공되지 않은 커팅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다.
특히 맑은 청록색과 깊은 바닷속을 표현하는 군청색 보석을 많이 쓰는데, 마름모와 물방울 형태의 오팔, 에메랄드, 크리소프레이즈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그 보석 주변을 로즈컷 또는 파베 다이아몬드로 장식하는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자연과 닮은 보석에 차가운 다이아몬드를 결합하니 여유로운 보헤미안과 도회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모두 묻어난다.
20대 초반 자유로운 형태의 특이한 원석들로 디자인을 시작할 때부터 아이린에게는 세상 하나뿐인 ‘원 오브 어 카인드’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밀려들었다. 그러던 중 최고급 백화점인 바니스 뉴욕에 샘플 컬렉션 10점을 보낸 것이 인생을 바꾼 전환점이 되었다. 주문 즉시 품절이 거듭되면서 1년 만에 백화점의 탑 매출 브랜드가 된 것이다.
2003년, 그녀는 사업 파트너인 Tracy Stoll과 함께 정식으로 브랜드를 설립한다. 바니스 뉴욕 입점 이후 그녀의 주얼리는 고급 부티크로부터 주문이 쏟아지며 미국 전역으로 확장되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주얼러들이 저가 시장을 공략하던 2008년 금융위기 때 그녀는 오히려 품질과 가격을 모두 높이는 전략을 사용하여 $40,000 이상의 제품을 늘렸다. 현재 아이린 뉴워스의 최고가 제품은 $120,000에 달하는데 희귀한 보석 마니아들과, 스타일링 감각이 높으며 자신들을 위해 기꺼이 주얼리에 투자하는 여성들을 공략한 것이 적중했다. 2010년부터는 대범한 디자인의 ‘스테이트먼트’ 제품에 집중하여 독특한 색의 보석과 로즈 골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2011년에는 바니스 뉴욕과 함께 Diamond Collection을 런칭했고, 2012년 라스베가스 쿠튀르쇼에서는 첫 날 2시간 만에 200개가 팔려 화제가 되었다. 현재 미 전역에서 아이린 뉴워스의 인기는 가공할 만하다.
매우 현대적이고 독특하지만 세련된 디자인으로 정의되는 그녀의 컬렉션은 시즌마다 패션리더들을 줄 세우는 힘이 있다. 그들은 소장가치와 현대의 럭셔리를 대표하는 요소 사이에서 고도의 균형을 유지하는 아이린의 신제품을 학수고대한다. 어느덧 보그, 인스타일, W 등 유명 패션 잡지의 러브콜과 함께 유명인들이 애용하는 주얼리가 되어 레드 카펫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녀는 또한 주얼리계뿐 아니라 패션계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인물이다. 2006년 Town & Country Couture Design Editors’ Choice Award 수상은 물론 2008년에는 CFDA/Vogue Fashion Fund의 최종 후보자 10인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2009년 모든 디자이너들이 갈망하는 CFDA 의 정식 멤버가 되었음은 당연한 결과다. 2012과 2013년에는 연속으로 디자인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CFDA(Council of Fashion Designer of America)의 스와로브스키 어워드 액세서리 신인 디자이너 부문에 최종 후보로 올랐다. 패션계의 수많은 영향력자들이 그녀를 주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모순되게 들리겠지만 아이린은 ‘럭셔리하되 소박한 분위기’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그녀의 제품에서는 오만함을 느낄 수가 없다. 10년 새 이렇게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을 묻자 신선함이 아니겠냐고 겸손히 답하는 그녀. 캘리포니아의 자유로운 영혼이 담긴 그녀의 주얼리는 ‘오뜨 주얼리(Haute Jewelry)’ 세계를 흔드는 진정 아름다운 돌풍이다.
출처 : 주얼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