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모임이 잦은 연말 시즌이 왔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술자리라면 요령껏 음주량을 조절해가면서 먹는 것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해야할 당연한 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술 마신 다음 날 이다. 다양한 숙취 증상이 바로 건강 이상을 알리는 징후가 되기 때문이다. 알콜 같은 건강 위협 인자가 몸속의 질병 상태를 증폭시켜 밖으로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 설사
대부분 술 마신 다음날 묽은 대변을 보게 된다. 알콜은 담낭에서 소화관으로 담즙분비를 감소시킨다. 이로 인해 안주로 먹은 고기 등 지방질의 장내 흡수가 떨어져 지방변이 만들어 지고, 설사가 유발된다. 또 알콜은 장의 연동운동을 증가시켜 소화기관내의 내용물을 빨리 배설시킨다. 즉 장내에 수분이 흡수될 시간이 없이 대변으로 같이 배출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술을 먹지 않았는 데도 지속된다면 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증을 의심해야 한다. 또 대장암이나 대장 결핵은 장점막이 파괴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술에 의한 자극으로 설사를 더 심하게 할 수 있다.
◆ 속쓰림
술을 먹고 속쓰림이 유독 더 심해지는 사람은 위궤양·만성위염 등 위장질환 검진을 받아야 한다. 위내 알콜 농도가 20% 이상이 되면 알콜이 위벽에 직접적으로 작용, 위 점막 손상을 준다. 이로 인해 위점막을 보호해 주는 점액질 등이 없어지고 위궤양 등 본래 가지고 있던 위장질환 증상이 크게 악화된다.
또한 술 마신 다음날 신물이 넘어오면서 가슴이 뻐근하다면 역류성 식도염일 가능성이 있다. 식도와 위를 분리시키는 괄약근이 느슨해져 위산이 식도로 올라와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느슨해진 괄약근 기능이 과음으로 더욱 느슨해진 탓이다.
심한 복통과 함께 등쪽으로 심한 통증이 있다면 췌장염을 의심해야 한다. 알콜은 췌액 분비 증가 작용이 있어 과음이 지속되면 이들 분비액이 넘쳐 췌장염이 유발된다.
◆ 심한 입냄새
술을 과하게 먹은 다음 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날 양치질을 하지 않고 수면에 드는 일이 대부분 이어서 아침 입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 그러나 음주 후 구취나 술냄새가 더욱 심하다면, 잇몸병 치주염 뿐만 아니라 알콜성 간질환이나 당뇨병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과량의 알콜은 체내 케톤체라는 포도당 분해물을 증가시키는 데, 이러한 질병이 있을 경우 술냄새나 구취가 더욱 오래 간다.
◆ 항문 출혈
전에 없던 항문 출혈이 술먹고 생겼다면 숨어있던 치질·치핵이 의심된다. 치핵은 항문이나 항문 주위의 혈관이 확장되어 이루어진 혈관덩어리를 말하는 데, 과도한 음주에 의해 혈관이 확장되어 그 증세가 더 심하게 나타난다.
◆ 식도 출혈
과음 상태에서 구토를 한 후 식도 출혈이 생겼다면, ‘말로리 와이즈 증후군’이 의심된다. 과격한 구토의 압력으로 식도와 위 경계부위가 찢어지는 것으로, 많은 양의 위장 출혈이 생기는 질환이다. 24시간 이내에 필히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여 식도 열상의 정도를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 눈 충혈
술먹고 다음 날 눈의 충혈이 오는 것은 알콜의 혈관 이완 작용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것으로 오래 지속된다면 고혈압·당뇨·간질환·동맥경화증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