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김효숙 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리드하는 포노 사피엔스
2015년 2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는 새로운 인류를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로 규정했다. 이후 스마트폰이 상용화되기 시작한 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으나 100년 전통의 <타임>은 파산 후 인수되었고, 125년 전통의 백화점 시어스(Sears) 또한 파산하였다. 이는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로 여기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포노 사피엔스에게 ‘정보 선택권’이라는 절대 권력이 부여되었고, 전 세계 기업들이 밀레니얼(1980년부터 1996년 사이에 출생한 가성비를 중시하고, 셀럽을 좋아하는 세대)-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출생한 디자인을 중시하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좋아하는 세대)의 생활습관이나 소비행동에 따라 혁신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노 사피엔스가 주도하는 시대라는 것은 BTS(방탄소년단)와 ARMY의 관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BTS는 유튜브 ‘방탄TV’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데뷔한 후 ARMY라는 팬클럽의 팬덤 활동으로 세계 대중음악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의 혁명’을 넘어서는 ‘연결의 혁명’이며, 그 중심엔 지능화된 기술 환경을 매개로 쉴 새 없이 상호작용하는 ‘사람,’ 포노 사피엔스가 있다는 것을 망각하지 않을 때에만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포노 사피엔스를 위한 교육은 어떻게 디자인되어야 하는가?
노잼과 즐잼 사이 1. 언젠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
지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마크 프렌스키(Marc Prensky)는 현재의 교육이 미래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기술(technology)을 충분히 포함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21세기 기량(skill)을 포함하지 않거나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프렌스키는 학습자를 ‘언젠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교육’에서 ‘지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행위자로 참여시키는 교육’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학습자가 변화의 주체적 행위자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학습자가 속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의 ‘실제적 학습’(authentic learning)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모델로 소개되는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의 수업은 학습자들에게 액티브 러닝 포럼(Active Learning Forum)을 통해 온라인 토론 및 토의에 참여하게도 하지만, 7개 국가의 7개 도시에 6개월씩 거주하며 실제적인 문제(authentic problem)를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 필요한 역량을 함양하는 형태의 교육을 실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앙공동체 안의 다음세대는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가? 교육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권한도 주어지지 않는 것은 그들이 여전히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존재이기 때문인가?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은 포노 사피엔스로서 그들이 가진 막강한 힘을 인정하고, 그들을 변화의 주체적 행위자로 인식하는 데서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노잼과 즐잼 사이 2. Well-structured contents를 제공하는 교육,
Ill-structured activity에 참여시키는 교육
4차 산업혁명은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활용하는 개인이나 기업이 이끌어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교육은 플랫폼 혁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영역 중 하나다. 세계 최고의 대학들은 교육혁명을 이끌어가기 위해 가장 인기 있는 양질의 강의를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MOOC)의 형태로 개방하고 있다. 그 결과, 잠재적 학습자들은 자신의 관심과 목적에 따라 다양한 교육과정 및 학위, 졸업장 등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개인의 관심사와 학습능력으로 자신만의 교육과정을 구성・해체・재구성하는 형태로 이행하는 중이다.
반면, 신앙공동체의 다음세대 교육은 개인화 된 교육과정은 고사하고 교육적 상호작용마저 매우 빈곤한 상태에서 교육내용을 설계・전달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조화된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식의 대화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교육에서 가르칠 ‘내용’을 구조화된(well-structured) 형태로 전달하기보다 반・비구조화 된(semi-structured, ill-structured) ‘활동’으로 제시하여 스스로 말씀을 경험하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
신학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밀레니얼 세대의 요구 또한 마찬가지다. 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독교 대학교육의 과제”라는 연구에서 신학교 교수 및 학생 집단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인식하는 교육개혁 과제가 무엇인지를 비교, 분석하였다. 다음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교수 집단은 ‘교육내용(혹은 목표)’에 해당하는 인성 함양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한 반면, 학생 집단은 ‘교육방법’에 해당하는 맥락화(내용이해 중심의 형식적 학습과 현장실천 중심의 비형식적 학습을 적절히 혼합한 방법)를 교육개혁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였다.
[그림 1] 교육개혁 과제의 우선순위에 대한 교수 집단의 인식
[그림 2] 교육개혁 과제의 우선순위에 대한 학생 집단의 인식
개인의 선택권이 극대화된 일상을 살아가는 다음세대는 그들이 ‘요구하는 기준’과 ‘기대하는 경험’에 부응하면 자발적으로 열광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냉담하게 돌아선다. 따라서 새로운 기준과 상식을 요구하는 새로운 세대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을 토대로 교육을 디자인해 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