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고향 건너편 산에 피어난 창꽃<산에 피는 진달래>을 본적이 있다
그늘진곳이라 그리 많이 핀것은 아니지만
하나 둘 듬성 듬성 피어 있었다
어렸을때 본 창꽃의 기억이 떠오르고 아 그때 그 창꽃이구나
고향은 앞이 멀지 않은곳에 바다가 있다
초등학교를 파하고 점빵이 줄지어선 버스가 다니는 자갈길을 걸어내려오면
바다가 눈부시게 은빛으로 빛이 났었다
바다에는 통통배 소리가 들려오는 날도 있었다
마을을 들어서면 온통 돌로 쌓은 담장인데 신기하게 잘 무너지지도 않았다
골목에서 동네 누군가 고무로 된 공을 사오면 동네 꼬마애들이랑
몇시간이고 골목에서 그 공을 차고 놀기도 했었다
고무공이 빵구가 나면 새끼를 둘둘 말아서 공처럼 만들어 같이 차고 놀았었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시골 화장실이 대체로 아랫부분은 노출이 되어 있었다
똥장군을 지게에다 얹어놓고 화장실 아래 고인 소변이나 기타 등등을 퍼서 밭에 가
거름을 줄려고도 노출을 시킨것 같다
거기에 고무공이 빠지면
아 더럽게 뺘졌네 작대기를 주워와서 끌어내어 동네 앞이 시냇물이 졸졸 흐르므로
거기다 씻어서 다시 공차기 놀이를 하곤 했었다
노출시킨 그집이 용수네 라는곳이다
기억으로는 어느날은 그집에 아들이 없어서 아들을 낳을려고 하다가 유산을 한 모양이다
마당에 불을 피워놓고 혹은 모닥불을 피워서 연기가 모락 모락 올랐던 기억이
난다
뭔가 슬픔의 표정을 짓고 있었던 아줌마가 용수네 댁이었다
뭔가를 태우는것 같았다
그집도 그렇게 사정이 넉넉한건 아니었다는 기억이 있다
몇년전인가 부모님 따라 남해 생멸치를 사러갔다가 그집 아저씨를 만난적이
있다
나보고 아무개야 나 알겠나
얼굴을 보니 그집 아저씨 젊은날 얼굴이 있었다
나는 쓸데없는 기억을 참 잘한다 필요하면 갑자기 그 옛날 기억이
느닷없이 나타난다
속으로 당연히 아는데 왜 그렇게 말을 하시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해 멀리 바다쪽으로 이사를 가서 거기서 배도 가끔 타시는 모양이다
아마도 쪼들리는 형편에 그곳으로 이사를 가신듯 했다
얼마전 조상님들 묘자리 풍수 살피러 갔다가 공동묘지에 우연히 갔었는데
낯익은 동네 어르신들 이름이 있어서 참 기분 묘했다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흘렀나 보네
어렸을때는 부친이 목수라서 시골서 풍노<나무로 만든것인데 조부께서 발명을 하신것>라고 해서
그걸 만들어 놓으면 남해 멀리서도 그게 필요해서 사러오는 사람들이 있어 비교적 넉넉했다
적어도 남해도에서는 풍노를 만들수가 없어서 멀리서 사러오는것이다
부친에게 여쭤보니 아무나 흉내낼수 없는 노하우가 있어야 만든다고 하셨다
조부께서 아버지 한테만 그 비법을 알려주신것이다
어렸을때 항상 농사짓다가도 나무를 자르고 목재 본드를 붙이고
나무를 대패질 해서 휘어놓고 고정을 시키는걸 자주 봤었다
조부도 성질이 불 같았다고 하셨다
성질이 나면 등잔불을 불이 붙은채로 그대로 부친에게 집어 던져버리셨다고 한다
동작이 빠르지 않으면 얼굴에 상처가 많이 났을거라는 말도 들었다
부친도 성질이 한번 화가 나면 조부하고 같았었다
기억에는 없지만 내가 뭔가를 단단히 잘못한거 같은데
장작을 들고 나를 때려잡겠다고 맨말로 자갈길을 등뒤에서 달려오시고
나는 무서워서 달리다가 시냇가 언덕에 숨어서 벌벌 떨던 기억이 있다
식사하시다가 화가 나시면 밥상을 마당에다 집어 던져버리셨다
평소에는 잘 참으신다 그러다가 폭발하면 대책이 없었다
한때 부친께서 큰 마음 먹고서 삼천포에 가서 돼지 새끼 몇마리를 사와서 길러
돈을 마련하실려고 한 모양이다
한날은 집에 돌아와보니 단단히 화가 나 계셨다
나보고 너란놈은 집에서 돼지가 어쩌나 한번씩 봐야지
맨날 들이나 산으로 놀러 다니나 고함을 치시면서
돼지 우리 근처 육중한 낡은 합판을 그대로 나한테 집어던져버리셨다
참 성질이 대단하시고 무섭다는 생각을 했었다
큰 마음 먹고 풍노 판돈으로 사온 돼지 새끼들이 우리 곁의 작은 구덩이에
모두 빠져서 좋은곳으로 가버렸다
그러니 단단히 화가 나신것이다
그래도 그때가 참 편하고 좋은 시절이었던것 같다
경제적으로 그래도 넉넉했고 부모님도 젊으셨고
바로 위에는 큰집이 있었는데 큰 집도 꽤 넉넉한 형편이었다
큰 아버지는 말수가 별로 없으셨다
한때 진해에서 해군으로 계시다가 고향으로 돌아오셨는데
뒤에서야 군인이셨다고 알게 되었는데
하시는 행동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절제된 군인 스타일이었던것 같다
적어도 조부 스타일은 아니셨다
큰집은 그 당시 흑백tv가 있었고 우리집은 부모님이 들에 나가셔서 컴컴하니
큰집가서 밥도 먹고 tv도 보면 어머니께서 집에 아무도 없자
오셔서 머리에 수건을 벗으시고 땀이 흥건한채로
집에 가자 큰집에 또 와서 밥먹나 미안하시니 하는 말이었다
조부는 혹사를 하셨는지 위장이 늘 좋지 않으셨다고 한다
거기다 돌림병이 돌았을때 머리에 열이 올라 귀도 잘 안들리시니
상대가 말은 하는데 들리지 않으므로 그 성격이 더 불같아지셨다고 한다
언젠가 큰집 마당에 서 계신 조부 보조영혼에게 말을 거니
갑자기 느낌상 정말 번개가 치는것 같았다
아 정말 성질이 불 같으셨구나
한편으로는 평소때는 인정이 참 많으셔서 스님들 오시면 쌀을 듬뿍 퍼다가 담아주셨다고 한다
위장병이 심해져서 항상 누워계셨는데 부친에게 당신의 관을 부친 작업실에 만들어 걸어라
라고 하시니 부친께서 눈물을 흘리면서 거역은 못하고 만드셨다고 한다
죽고 사는것에 그렇게 큰 비중은 두시지 않고 사신것 같다
625가 터졌을때 앞바다에 북한군 배가 도착하자
동네 사람들은 건너편 산속 동굴로 모두 도망 갔는데
조부 혼자 남아 하실일은 다하고
심지어 마을 사람들이 조부께서 혼자 뭘 만드시는지
산까지 텅~텅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나이가 많이 든건 아니지만 고향생각이 자주 난다
하루빨리 고향가서 살고 싶은 생각이 많아진다
고향이 그리워지면 이것 저것 생각나는대로 적어보는것이다
고향 저수지가 산 밑에 있는데
여름 방학이면 아예 거기서 살았다
몇해전에 조부 증조부 묘 살피러 간다고 저수지를 지나가는데
누군가 모습은 없는데 여성 목소리인데 또 오나
라고 했다
아 저 어렸을때 누군데 저 알겠습니까 라고 말을 할려다 말았다
훗날 또 거기를 지나갈일이 생겨
정령님들 제 목소리 들리면 기운 보내보세요 하니
일제히 저수지 기슭산에서 기운이 날라왔다
참으로 고향마을 정령님들이라 더 반가웠다
그 저수지에도 슬픈 사연이 많아서 그곳에 한을 해소해줄려고
모여 계셨던것이다
모습은 참으로 무섭게 생기셨는데 모습은 그래도 마음은 참 순수하고 착하시다
아이고 정령님들 여름 방학때만 되면 여기와 살던 아무개입니다
저를 알면 기운 보내보세요
또 다시 기운이 일제히 날라왔다
정령님들 여기 왜 계시는지 저는 압니다
저번에 내가 여기 지나갈때 또오나 라고 하신 여자분 정령님
기운 보내보세요 하니 또 기운이 날라왔다
여기 온김에 정령님들 가장 고민하시는거 알려드리고 갈께요
하고 이러 저러하고 이러저러하니 너무 걱정 마세요
알~겠습니까 아셨으면 기운 보내보세요
하니 다시 일제히 기운이 날라왔다
하~ 하~ 정말 반갑습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산으로 향해 갔었다
어느 산을 지나가다가도 정령님들이 계시면 농을 잘 건다
전생에도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혼자 지낼때는 장난끼가 발동해서
혼자 잘 웃고 정령님들과 장난도 잘 치게 된다
정령님들이 간혹 계신 산에 가면 지나가면서 말을 걸기도 한다
뭐하네 경상도 사투리로 말을 걸어 오기도 한다
어떤 정령님들은 호기심이 참 많다 따라다니며 뭐~해
산에서 비닐 한장 펴고 그야말로 지쳐서 신발 벗고 머리가 엉긴채로 자뼈져 자고 있으면
아이고 거지다 거지 거지인가 보네
정령님들이 멀리서 보고 한마디씩 하는것이다
잠결에 그말이 들리니 일어나서 아이고 나 거지 아닙니다 거지는 아닌데 약간 미친놈입니다
집도 절도 없어서 이렇게 다니는거랍니다 ㅋ
정령님들이 안보이는 시절에 묵묘 옆에서 명상도 잘 안되고 따분하고 해서
한 여름 뙤약볕에 아이고 나 이제 이거 안할란다
맨땅에 엎어져서 잠을 잘때도 정령님들이 멀리서 보고 계셨던것 같다
홀로 밤중에 산길을 가다 심심하니 노래를 부르고 가면 저 멀리 벼랑끝에서
아이고 노래 잘하네 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 하 들으셨어요
노래를 부르면 가만히 듣고 계시다가 어차피 인간은 못듣는다 생각하시고 한마디씩 해보는것이다
깊은 밤중에 지나가다 보면 주무시는 정령님들이 간혹 보인다
그 곁을 지나갈때는 혹시 깨실까봐 조심해서 지나가게 된다
정령님들은 대체로 선 자세로 주무신다
역시 기운체라서 그런것 같다
눈을 감고 서서 주무시는 모습이 그렇게 편안해 보인다
산속에서만 살다보니 어떤 경우는 갑자기 곁의 나무가지에 새가와서
도망도 안가고 즐겁게 지저귄다
주변이 따뜻해지면서 아 누군가 옆에 왔나보네
하고 보면 길다랗게 생긴 정령님이 자기를 아니 반가와서 새를 끌고 와서
내 곁으로 다가온다
스네이크 뱀이나 龍부류의 정령님들이시다
아주 몸집이 큰 경우는 길이가 대략 100m 정도 되는 분도 계신다
정신체라서 뜻을 보내면 그 뜻이 뭔지 금방 아신다
별볼것 없는 기력으로 대화하는 테크닉을 아니 응해오는것이다
그분들은 참 마음도 때묻지 않고 순수하다
이전에 정령님들을 볼수 없었을때는 밤중에 산중에 혼자 앉아있으면
뒤에 와서 인간귀에도 들리는 끽~끽 소리를 내어서 참으로 공포스러웠다
새까만 산의 숲속 룡맥에 앉아서 명상하다 보면 처음에는 공포가 참으로 견디기 힘들다
그런데 누군가 끽~끽 소리를 내면 기절초풍할일이다
인생 참 빨리가네요
그 어린시절 기억을 떠올리면 얼마전의 일 같은데 벌써 이렇게 세월이 흘렀네요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이 인생 금방 가더라 하십니다
세월 지나고 한번씩 고향 가면 어렸을때 높게만 보였던 돌담장이
참 낮게 보입니다
마을길 곳곳에 어린시절 추억이 묻었네요
여기서 내가 동네 친구들하고 공을 차던곳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팔자가 평생 달리기만 하는 팔자인거 압니다
저의 증조부 자리가 그렇습니다 武人의 자리라 봐집니다
쉽게 말하자면 공공의 투견이지요
쉴만하면 모욕의 자극을 주어 평생 달리게 하니 이런 자리는 인생을 고달프게 합니다
사실 이런자리는 인생 살이에 있어서 그리 달가운 자리는 아닙니다
이런자리는 후손들이 많아도 성질 더러운 한 사람에게만 다가옵니다^^
평생 달리고 쓰러져도 일으켜 세워 또 달리게 하니 실상은 풍수 최고극귀혈
자미원국도 못따라오는 자리입니다
죽어도 달리고 또 달리니 사실 개인적으로는 무척 힘들지만 뭔가를 해내고 얻는데는
이 만한 자리도 없다고 봅니다
공공의 투견입니다
아마도 나이가 많이 들어도 또 저를 불러내어서 이제는 나이가 들었으니 군량이라도 옮겨주세요
라는 소리를 저한테 할거지만
이제 나도 할만큼 했다
너님들 해 놓은거 내놔봐라 양심이 있어야지 라고 대답하고 고향가서 은둔해 살겁니다 ㅋ
자기들 할일 다하고 욕심부릴대로 다부리고
나라를 개판쳐서 망국으로 몰아놓고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일은 충신들에게 떠 넘기고 자기들은 실컷 즐기고 살고
충신들 취급을 인간이하로 하는 이넘의 나라 뭐가 달가워서 인생 막판에까지 그 일을 하겠습니까
겉다르고 속다른 권력에 미쳐버린 이 나라 관료나 돈에 환장한 상류층이나 여러 정신 나간 사람들 보다
티없이 순수하고 맑은 정령님들하고 산으로 다니면서 약초도 캐고 그리 사는게 옳고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많이 될겁니다
다시 언젠가는 정령님들과 같이 다니면서 마음이 세파에 묻기 이전의 맑은 마음으로 돌아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