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떠난다는 것은 새로움이다. 새로움은 폐쇄된 자신으로 부터 열린 자신에게로 문을 활짝열고 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은 신선한 해방이다.
그러면서도 떠남은 낯설음이며 외로움이다. 빈 들판에 홀로 남겨 놓은 겨울새와 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떠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자기 폐쇄다. 여행은 이토록 해방과 폐쇄라는 두개의 현상을 던져준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삶인지도 모른다.
제주도를 향한 발걸음이 그랬다. 2009년 2월 10일(화) 10:00시 제주에 첫발을 내딛자 한라산이 베일에 가려있다.
조폭 일원같이 생긴 여행사 직원이 마중을 나왔다. 버스에 올라탄 일행은 말이 없다.
이윽고 기사 아저씨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어럼풋하게 윤곽만 내보일 뿐이다. 한라산이다.
기사 아저씨가 하는 말 오전은 관광이고 오후는 영실 어리목 트레킹이란다.
누군가 트래킹하지 않고 관광을 계속하면 어떠냐고 했더니 않된단다.
그래서 아무말없이 오전 관광코스를 밟았다.
-.10:30~11:00 민속자연사박물관 관람
-.제주도의 독특한 민속유물과 동식물, 지질, 해양생물들의 자연사자료가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음.
-.11:20 ~11:50 조금 빠르긴 하지만 점심식사(바당식당에서 고등어 조림으로 식사 겸 소주 한잔)
식사전 청담님이 기사아저씨를 설득해 오후 일정을 만들었다.
-.12:00~13:00 선녀와 나무꾼 관광(1950-1980년대 시절 추억의 테마를 소재로 한 마음의 고향을 표현한곳)
-.13:40~14:50 마천굴관광(일출랜드) 기념사진
-.15:50~16:50 러브랜드관광(발칙한 상상이 시작되는곳)
-.17:00~17:20 한라수목원 관광
-. 17:30 분 숙소인 코아호텔로 돌아와서 저녁식사후 소주 한잔씩 걸치고 내일 산행을 위하여 일찍 잠을 청함
다음날 아침 일찍 밖에서 떠드는 소리에 잠을 깨 부지런히 세면을 하고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후 도시락과
물한병을 챙겨 07:20분경 기다리고 있는 전세버스에 오른다.
07:50분경 성판악휴게소에 도착하니 넓은 주차장에 차들이 빽빽하다.
우리일행은 아이젠을 매는등 눈 쌓인 산을 오를 만반의 준비를 하고 매표소를 08:00시 정시에 통과한다.
나뭇가지에는 눈이 없으나 길과 바닥에는 수북이 쌓여있다.
들머리의 나무는 후박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고, 종종 키 작은 구상나무가 나타나곤 한다.
그동안의 추위를 이기느라 지쳐 버렸는지 잎을 축 늘어 뜨리고 있는 후박나무가 측은하기만 하다.
그야말로 완만한 길이다. 까악까악 까마귀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백록담으로 오르는 등산객들의 행렬이 끝이없이 이어 진다.
왼쪽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성널오름(산봉우리의 제주도 방언 1,215m)이 편안하게 보인다.
한참을 올랐을가 측백나무숲이 나타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측백나무숲을 지나자 다시 활엽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민회장님의 걱정이 크다. 수선화님과 은자님이 과연 아무 탈없이 상판악 관음사 코스인 18.3km를 해낼수 있을지.........
한참을 오르니 누가 먼저랄것 없이 겉옷을 벗는다. 이때가 08:35분 이제 겨우 35분 오랐을 뿐인데.
멀리 사라오름과 정상이 잠시 모습을 드러낸다.
눈은 점점 많아져 키 작은 산죽은 물론 구상나무까지 덮여 가끔 잎만 삐죽 내보이고 있을 뿐이다.
눈 덮인 길이 오히려 편안하다. 09:20분 사라대피소에 도착한다.
사라대피소에서 조금 더 올라가자 오른쪽으로 돌오름과 흙붉은오름(1,391m)이 버티고 있다.
오름은 제주도 방언으로 산 또는 봉우리를 이르는 말인데 한라산 자락에 산재하는 기생화산을 일컫는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점점 구상나무 등 고산식물이 많아지고 이어서 진달래밭이 나오는가 했더니 구상나무의
울창한 숲 위로 백록담을 품고 있는 정상부위의 대머리 같은 민둥산이 우뚝하다.
10:50분 진달래군락지에 자리 잡은 대피소라 해서 붙여진 이름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일행은 간식을 들고 정상 정복을 위한 준비를 한다.
걱정 했던 사람들은 보란듯이 산행을 잘하고 있는데 아장공주님께서 걱정이된다.
하늘엔 구름 한점 없는 청명한 날씨다. 11:05분경 진달래밭대피소를 지나니 여기서 부터는 산전체가 구상나무로만
이루어져 있다. 구상나무와 눈이 만든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한시간 가까이 걷고 나자 나무가 전혀 없고 경사가 급한
계단길이 잠시 나오더니 많은 눈으로 계단이 덮여 보이질 않는다.
이곳은 화산폭발때 흘러 내린 용암이 멀리까지 흘러 가지 않고 분화구 주변에 떨어져 쌓여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후미에 오고 있는 일행을 기다리며 사진 몇장을 찍었다.
백록담으로 오르는 사람들의 행렬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많은 오름들이 저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여기서 내려보는 한라산 줄기는 그야 말로 포근하기만 하다.
아장공주님의 몸 상태가 여전히 좋지않은가 보다. 일행 보다 많이 뒤처져있다.
기다리다 지처서 조금씩 오르다 보니 어느새 백록담에 도착했다. 이때가 12:30분이다.
해발 1,950m로 남한에서는 가장높은 산, 백두산 지리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영산의 하나인 한라산 정상에
오른 것이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는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아직 도착하지 않는
일행을 기다린다. 약 30분간 기다렸다.
13:20분 점심과 함께 추위를 이기기 위하여 소주를 두어잔씩 들이 키고 3km둘레에 115m깊이의 분화구인
백록담을 배경으로 이천우회장님의 카메라가 바쁘게 움직인다. 백록담 분화구에 하얀눈이 쌓여 있다.
저 하얀눈은 한라산 신선들이 타고 노닐던 흰 사슴 (白鹿)들일 것이다. 그저 신비로울 뿐이다.
표지판을 보니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 9.6km이고 백록담에서 관음사까지가 8.7km란다.
크고 작은 오름들 그리고 오름아래 옹기 종기 모여 있는 밭과 마을 들이 어렴풋하게 다가 온다.
그리고 나서 살며시 바다로 빠져 든다. 저 멀리 하늘에 형성된 엷은 띄가 이채롭다.
바람이 몹시도 세차게 분다. 이곳을 빨리 빠져 나가고 싶다.
13:40분경 관음사를 향하여 발길을 옮겼다. 쌓여 있는 눈에 아이젠은 제 역활을 하지 못한다.
탐라계곡의 급 경사를 내려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선다.
급경사 길에 도착하여 숨을 고르고 뒤쳐진 일행를 기다리면서 탐라계곡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장 담았다.
이윽고 일행이 모두 도착하여 급경사길을 내려 간다. 눈이 없을 때는 급경사길에 계단이 있었는데
계단은 온데 간데 없고 그져 쌓인 눈이 따사로운 햇볕을 받아 미끄럽기만하다.
니얼바이님, 수선화님, 은자님, 명옥님, 노을지기님, 아장공주님(하산길은 아장공주님이 기운이 난 모양이다), 파란하늘님 썰매타기에 재미를 붙여 위험한줄도 모르고 야단이다. 옆에서 보기에 위험해 보였지만 본인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단다.
웃고 즐기는 사이 어는새 용진각대피소 , 삼각봉대피소를 지나 지친몸을 쉬기에 알맞은 평상이 있기에 피곤함을
달랠겸 쉬면서 간단히 간식을 들고 있는데 까마귀들이 까악 까악 난리가 났다.
누군가가 남아있는 밥을 먹이로 주고 우리의 갈길인 관음사로 향하였다.
17:30분 드디어 장장 18.3km<성판악에서 백록담(9.6km) 백록담에서 관음사(8.7km)> 까지의 산행을
9시간30분을 걸쳐 마치고 뒤풀이를 위하여 공항근처 바닷가 회집으로 향하여 1박2일의 관광과 산행뒤의
피로를 소주몇잔으로 달래였다.
뒤풀이의 자리를 마련해 준 수선화님에게 따뜻한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0. 제가 찍은 사진을 보실 분은 산행사진방 과 여행사진방에 모셔놨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여행 계획에서 부터 진행까지 맡아 주신점. 그리고 여행기 좋습니다.
회장님의 후원으로 저도 모르게 계획이며 진행을 맡었습니다.
와우... 상세한 제주여행과 산행기... 잘보고 갑니다....정수님께서 이렇게 문장실력이 뛰어나신 줄 새삼 느끼고갑니다...수고 하셨습니다..^^
같이 못한 아쉬움이 남은 산행이였습니다.
숨어 있던 작가 박정수님의 글솜씨에 감탄합니다 처음오른 白鹿潭 모든것이 신기하고 자연의 신비로움이 경이로울뿐입니다 함께 오른 모든 님 !힘은 들었진만 낙오자 없이 해냈다는 뿌뜻한 자긍심을 갖게 해줍니다 님의 자세하고 좋은 산행기는 영화필림을 다시보는것 같습니다 처음부처 끝까지 계획해주시어 감사하구요 수선화님에게 꾸벅~
감사합니다. 항상 격려해 주심에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큰일을 하시고 오시었습니다, 그래도 건전 하게 산행을 하였습니다, 9시간 30분이면 ...소현산우회 깃발은 양지 바른 곳에서 지금도 날리고 있겠지요, 축하드립니다
운중당님과 같이 산행을 하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가요. 감사합니다.
처음 기획부터 산행 후기까지 멋진 산행을 시종 즐겁게 마무리 해주신 박정수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림니다 수선화를 비롯 일행 모든분들 즐거웠고 또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니얼바이님의 리더로 산행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박정수님 덕분에 한라산등반을 하게 되어 감사드리구요 산행 후기 또한 감사합니다. 글솜씨도 대단하시네요. 멋쟁이!!!!
아장공주님 올라갈때는 힘들었어도 그래도 좋은 경험했다는 생각이 드시리라 믿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박정수님! 덕분에 잊지 못할 추억하나 마음에 듬뿍 담아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잊지 못할 추억 영원히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제주 여행 산행기 넘 잘봤습니다. 글솜씨 대단하십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산행도 잘하시고 ...제가 갔더라면 아마... 벌벌 기었을것 같네요.ㅎㅎㅎ
달맞이꽃님 같이 산행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씁니다. 감사합니다.
박정수님 한라산산행추진하느라 수고도 많으시고 후기와 사진 너무 수고가 많으십니다... 감사 드립니다..그런데 노을지기.파란하늘도 갔어요? 너무 좋았겠다...
은주님이 주선해준 여행사를 통하여 산행을 잘하고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정수님 한라산등반 .그리고 산행기. 너무잘보았읍니다 감사합니다/
수선화님 산행 너무 잘 하던군요. 앞으로 산행에 대하여는 자신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이 됩니다. 되풀이 너무 고마웝고요........
감히 무례하게 출발지인 성판악으로 가는차내에서 산행기를 부탁드리어 당황하셨지요? 제주도백록담 산행계획을 추진하신 분이기도하고 최근에 다녀오시기도하여 누구보다도 잘아실것같아 염치없이 부탁드리었는데 너무나 산행기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힘이들어 올라가는데에만 신경써서 주위둘러보지도 몾한저한테는 더없이 유익한 산행기입니다. 다시한번 갑사드립니다.
민회장님 때문에 성판악에서 관음사까지 다시 한번 기억산행을 하는 기회가 되여 저로서는 참으로 좋은 기회였습니다. 산행기가 제대로 써 졌는지 의문이 되기도 합니다만 민회장님께서 유익한 산행기라고 하니 그대로 믿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