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일하다할만큼 긴 연휴를 맞아 사람들은 저마다 산이나 들로 움직이느라 길에서 보내는 시간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네들은 그런 숨막히는 정체와 왁자지껄한 소음 대신 정말로 조용한 그런곳으로의 휴식 여행을 생각해 보았다. 늘 그러했지만 속담에서 이른데로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우리네들은 가깝고 그다지 지명도 없는 장소를 택했다. 바로 양평의 도장리로 결정한 것이다. 우리네의 예상은 적중하여 두팀만 정말 조용하게 다른 간섭없이 그 넓은 땅에서 뛰어놀고 나무도 하고 자고 싶으면 자고 더우면 계곡에도 들어가고 돌아갈 걱정도 안하고 쉴 수 있었던 최적의 장소였다. 일요일 점심쯤 도착해 오고 계신 부부님 도울 요량으로 미리 세팅하고 삼겹살에 가볍게 저녁을 마무리하고 화롯가에 둘러 앉았다. 두가족만이 만끽하는 둘도없는 조용함이 너무 좋았다.
불장난의 묘미도 여러가지인지라 요즘은 화로만 불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사진처럼 구석구석 페트로막스 8개로 온 동네를 환히 밝혀본다. 우리들만이 있으니 너무 환하다 뭐라는이도 없고 소리질러 노래하고 크게 웃어도 뭐라할 사람없는 완벽한 자유의 시간이다.
저녁을 챙겨먹은 아이들은 각자의 관심사대로 집중도 해본다. 배도 부르고 날도 선선하고 화로의 불로 따뜻하고 더 바랄 것이 없는 시간이다.
부부님댁 준영이의 생일파티, 주인공인 준영이보다 아들 녀석이 더 신이 났다. 케?을 잘라 생일빵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깔끔 떠는 녀석 얼굴 더럽히기라도 하면 난리가 날까 걱정되어 참았다.
그렇게 웃고 따들다 보니 변변한 사진도 없게 되었다. 그렇지만 어떤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마저 접고 또 다른 시간에 빠져 즐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휘엉청 떠오른 그믐달도 제대로 표현 못했지만 그래도 좋다. 이때쯤이 초저녁 시간인데 다른 회원들은 아직도 길에서 꼼짝없이 서있다는 전갈을 받는 상황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즐겁게 웃고 떠들던 시간도 가고 녀석들은 텐트로 들어간 시간 부부님과 단둘이 모닥불가에 앉아 이런 저런 대화를 하는데 갑자기 어딘선가 나타난 덩치큰 고라니 두마리에 새벽 시간 순간 어이없음과 황당함으로 사진도 찍지 못했다. 갑자기 도장리가 있는 곳이 강원도 산골 같다는 생각만 스쳐갈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습한 기운에 잠을 깨어보니 산허리에 부옇고 흰 허리띠를 매고 있는 모습도 담고 잘 꾸며진 길을 따라 여기저기 산책도 다녀와 본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네들만 있는 이 넓은 공간을 감사해 하며 연휴때 이런 곳에서 쉴 수 있게 된 지금의 상황이 너무도 고마울 따름이었다.
어젯밤 이슬을 맞아 쳐진 타프와 텐트의 스트링과 팩을 고쳐매고서는 슬슬 캠핑장에서 맞이하는 온전한 하루를 시작해 보았다.
어젯밤 부부님은 평소 해보고 싶어 하시던 세팅대로 렉타 두개를 연결해 한쪽은 리빙 공간, 다른쪽은 침실로 넓은 공간의 여유를 만끽하셨다.
아침부터 가스가 떨어져 매점으로 걸어가다 입구쪽에서도 한컷 인증용으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점심때 우리집 타프 아래는 아무도 없다. 내려쬐는 뜨거운 태양이 타프 아래 멍하기 앉아 있는 것 조차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님 댁으로 모두 피신, 사진으로도 타프 아래 그늘진 태양빛의 농도가 다르다. 역시 여름에는 땡벌표 타프가 최고라는 것을 새삼 되새겨 보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하일없이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고 점심..... 준비해간 냉면을 렌턴 수리하느라 꺼내지 못해 떡볶이로 때우고 냉면을 땀 다 뺀 저녁에 배터지게 먹는 넌센스를 만들어 내었다.
그때쯤 도착하신 산호초 여행님 가족분들과 친구분 가족이 처음 세팅한 공구 타프 아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와 있음을 확인한 산호초님은 가까운 댁으로 가서 공구한 인디안 텐트를 가져와 함께 세팅해 보았다. 스타일이나 공간이 맘에 드셨던지 야침 세팅까지 하시고 계획에 없던 1박을 결정한다.
인디안 텐트 세팅하고 이런 저런 팁도 알려드리고 나서 집으로 오니 딸아이가 강아지를 데리고 이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이번에 강아지가 아이들 때문에 수난 아닌 수난을 겪어 안쓰러웠다.
그렇게 또 월요일 저녁..... 어제와 다르지 않은 모습과 일상이었지만 모두들 그런 큰 변화없는 새소리, 산바람, 계곡물 소리에 취해가며 어제와 같지만 다른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다.
다음날 주변에 언성이 높은 사람소리에 새벽 5시쯤 선잠이 깨어 잠들지 못하다 모닝 커피 한잔 끓여먹고 비슷한 사진만 찍고 있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없다보니 어쩔 수 없는 앵글이지만 이틀간 그래도 참 좋은 기억 많이 만든 탓에 점심때면 헐어서 집으로 갈 장비들이지만 다음 세팅을 위한 참고로 또 한컷 셔터를 눌렀다.
어제 늦게라도 들어온다 했던 산호초님은 결국 술때문에 귀가(?)도 못하시고 애꿎은 집과 타프만 이슬을 맞고 있었다. 다 새 제품인데 신고식치고는 생뚱맞은 신고식이 된듯 하다.
그리고 다른 각도에서도 한컷 남겨 본다. 공구 렉타 타프가 작은 사이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대 인디안의 덩치에 그대로 눌리는 감상이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이틀간 밤을 밝혀주느라 애쓴 렌턴들에 날벌레들도 빼주고 정성스럽게 기름기도 닦아주고 나중에 장터에 올릴때를 대비해 한컷 찍어도 본다.
일찍 잠에서 깬 아들녀석은 아침의 한기가 버거운지 냉큼 모닥불가에 앉아 토치를 찾아 달란다. 그렇게 불을 붙여 놓자 강아지 녀석도 냉큼 따뜻한 의자 아래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는 작년인가에 코스트코에서 구매한 보트 매는 깔깔이 줄을 이용해 빨래줄 처럼 세팅도 해본다. 걸기 쉽고 텐션 조절도 쉬워 지금과 같은 물건 말리는 용도나 텐트와 타프용 웨빙으로 그만일 것 같은 생각이다.
밤새 바닥 결로로 다소 축축해진 침낭들을 점심의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태양아래 빠짝 말리고 나니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그렇게 우리들만이 머물렀던 짧지만 길었던 휴식다운 휴식의 시간은 지났다.
돌아오는 길에 캠핑장에서 뱀에게 액땀하신 캠생캠사님 문병도 하고 하루빨리 쾌차하시라는 말씀도 드리고 아이들과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 반찬도 사고 들어와 좋았던 이틀간의 시간을 기분좋게 정리하면서 오늘도 마무리를 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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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뱀에게 물리지만 안했다면 나도 그자리에 있는건데 에궁.. 아~~~날아간 연휴여 ㅠㅠㅠ
캠생캠사님 빠른쾌유빕네다~~
인생 아직 길게 남아 있으니 언제든 맘닿는 곳에 자리 펴고 함께 할 시간은 넘치고 넘친다는 생각입니다. 이번주라도 빨리 터시고 일어나 함께 하시자구요. 그리고 아까 문병갔을때는 말씀 못드렸지만 뱀에 물린 후 신진대사가 더 좋아지거나 마비가 풀린 사람들도 있다니 좋게 생각하시구요.
앗! 선배님이 뱀에게...이눔의 뱀을 잡아다 기냥 알콜에 넣어버려....
샤이안님과 부부님의 도움으로 무리없이 쳐본 인디언 텐트 크긴크더군요 하지만 대만족합니다 ~~ 저녁에 들어와 함께 했어야 했는데.. 음주땜시 몬들어온게 아숩네요~~
뭐 가까운 지인분들과 어울리시다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입니다. 나중에 길게 한번 같이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복잡하지 않고 한적한 여유 한 수 배웁니다. 부럽네요.
한적하다 못해 고라니가 뛰어 놀만큼 적막하기까지 해서 너무 좋았구요. 근간 한번 또 뵈어야죠.^^
물 나오던가요...양양가서 즐캠하고 왔네요... 후기 즐감합니다
물안나오는 탓에 공짜로 있다가 왔네요. 얼마전 비가 온 탓인지 약수물도 충분해 맛있게 밥지어 먹고 놀다 왔네요.
간만에 조용한 캠핑 하셨네요..부럽네요...샤이안형님!! 계속 건강하시고 즐캠하세요~~~^^*
멀리있다보니 자주 못뵙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이러다 얼굴 잊어 버리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늘 즐캠하시구요.
한달 넘게 캠핑을 못간더니 온 몸에서 아프다고 난리를 치네요. 후기로나 마음을 달래고 있습니다. 혹 이번주는 어디로 가시는지.. 저도 이번주는 간만에 캠장으로 가려고 하는데...좋은 장소 있으면 가르쳐주세요..^^
놀토이니 땡캠하는 장소에 가겠죠. 가평이나 인근에서 진행해볼까 생각중입니다.
아주아주 여유러운 시간 보내셨군요^^*...도장리 함 가봐야 하는디...흐~미
자주 다니는 곳이니 양평이라면 언젠가는 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번쯤 가볼만한 조용한 곳 입니다.
저도 차라리 산정캠프에 이어 도장리나 갈걸 그랬어요 어제 집떠나 주차때문에 완전 쌩쑈를 했습니다. ㅠㅠ
아무래도 황금 연휴때는 별사람 다 길떠나니 어쩔 수 없는 상황 같습니다.
부부님...샤이안님의 더블캠핑은 언제나 여유로워보입니다^^
네 정말이지 이번에는 여유를 만끽하고 왔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저는 강원도에서 텐트 해먹고 있었는데 ㅡ,.ㅡ;;
뭐 해먹어도 또 사면 되는거 아닌가요. 다른 사람 엄살은 그대로 들리는데 유경님 엄살은 엄살 같지 않아서.... ^^
순간의 선택이 여유를 만드셨네요. 저는 길에서 시간을 많이 소모 해서리 .. 쩝... 늘 멋진 영상 보기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디나 초록이 짙군요.... 자연과 가까이 산다는 게 행복해지네요....^^
멀리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왔더군요.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나같은 사람은 아주 죽을 맛이었습니다. 그래서 낮동안은 그저 가만히 그늘에 앉아서 쉬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