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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린 한통의 편지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가 세상을 아름답게 바꿔갑니다.
어제 아침에 강원도 영월의 주민들로부터 몇 통의 축하 전화를 받았습니다. 웬 축하냐고요? 환경재단에서 ‘2007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에 부족한 제가 선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상은 환경재단에서 ‘남다른 헌신과 도전, 변화를 통해 한 해 동안 세상에 소중한 빛이 되어준 인물들을 선정해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사회의 길잡이로 삼고자’ 2005년부터 3회째 맞는 시상입니다.
'2007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을 발표한 환경재단의 보도자료입니다.
수상자의 명단을 보니 소설가 김훈으로부터, 영화배우 전도연, 김윤진, 남몰래 선행을 베풀어 온 가수 김장훈, 세계적인 골퍼 최경주, 박세리 등 문화예술계, 스포츠계, 언론계, 재계, 종교계, 학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유명한 분들입니다. 엄정한 심사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 올해도 100인을 다 채우지 못하고 71명만 선정되었다고 하는데, 감히 제 이름이 그 자리에 있어도 되는지 아직 믿기지 않고, 사실 부끄러울 뿐입니다.
‘쓰레기시멘트’ 문제로 상을 받게 되었다는 것은 ‘상을 받는다’는 그 자체보다, 쓰레기시멘트와의 전쟁이 국민을 위한 옳은 일이었음이 증명된 것이라는 사실에 더 기뻤습니다.
☐ 수상 소식보다 나를 더 기쁘게 한 한통의 편지
상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 기쁜 일이긴 하지만, 저를 더 감동시키고 기쁨의 눈물 흐르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제 블로그 기사 하단에 엮인 글이 하나 달려있었습니다. 열어보니 저와 함께 쓰레기시멘트 문제를 동행 취재하였던 문화일보 윤석만 기자의 글이었지요. 댓글을 달다가 길어져 엮인 글로 보낸 장문의 편지였는데, 글을 읽다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인 일을 모두 팽개치고 쓰레기시멘트와 전쟁을 벌인지 벌써 일 년하고도 8개월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시멘트공장 관계자로부터 저와 가족을 죽이겠다는 협박을 비롯해 많은 고통스런 과정들을 겪어왔지만,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참을만했습니다. 그러나 윤석만 기자의 편지를 읽어가는 동안, 마음속에 담겨있던 지난 시간의 어려움들이 뜨거운 눈물과 함께 녹아나가며 보람과 감사, 그리고 앞으로의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개인에게 보내 온 편지이지만, 그 내용이 쓰레기시멘트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시멘트공장의 홍보부로 전락하여 국민을 쓰레기발암시멘트로 몰아 넣은 환경부의 잘못 또한 잘 지적하고 있기에, 오늘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합니다. 에린브로코비치 사건으로부터 시작하는 윤기자의 편지가 조금은 긴듯하지만, 윤기자님의 허락을 받아 원문 그대로 옮겼습니다.
(편지 중간 중간의 사진과 사진설명은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넣은 것임을 밝혀드립니다. )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에린 브로코비치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한 것입니다.
지난 두 달여간 '쓰레기 시멘트' 문제를 취재하면서 적잖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습니다. 업체의 무지막지한 횡포와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에는 환멸을 느꼈습니다. 정부는 보도가 나갈수록 말이 바뀌었고 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특히 '6가크롬 외 중금속 검출 안된다', '시멘트 제품에 함유돼 있으나 용출되지 않는다', '시멘트가 콘크리트로 굳어지면 용출되지 않는다', '석회석 자체에 중금속이 많아 시멘트에 중금속 있는 거다'로 이어지는 환경부의 해명은 마치 양파껍질 벗기듯 끝이 없었습니다. 민관합동조사를 내건 지금도 '용출된다고 다 유해한 건 아니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니까요.
목사님이 챙겨줬던 환사연, 화학시험연구원, 충남대 등에서 중금속이 검출, 또는 용출됐다는 자료들에 대해 환경부는 '일개인이나 교수, 민간기관이 조사한 자료는 믿을 수 없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가 가장 신빙성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한마디로 새빨간 거짓말이란 얘기죠. 그런데 이번엔 환경과학원 조사에서도 그동안 우리가 주장해왔던 대로 결과가 나오니 다시 말이 바뀌었습니다. '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이죠.
결국 환경부가 내놓은 대책은 '조사할 때마다 결과가 달라지니 민관이 합동으로 조사해보자'는 겁니다. 정부 말대로 개인, 대학교, 민간연구소, 나아가 정부기관까지 똑같은 결과를 내놓았는데, 결국 하자는 것이 합동조사입니다. 정책실패를 쉽게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겠지요. 급기야 환경부는 언론중재위에 문화일보를 대상으로 조정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당하고 말았습니다. 중재위의 결론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며, 이를 시정할 책무를 지닌 곳이 정부'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슈가 커지면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쓰레기 시멘트'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이용규 장관 및 주무국장을 대상으로 한 우원식 의원의 질의가 빗발쳤고 1일 국정감사에서는 환경부가 자료를 조작했다는 문제까지 제기됐습니다. 당시 장관은 적절한 해명을 하지 못했죠. 급기야 환노위원장인 홍준표 의원까지 나서 장관을 나무라며 '쓰레기 시멘트'에 문제에 대한 별도의 시간을 할애키도 했습니다. 결국 환경부는 '제로베이스에서 폐기물 정책을 검토해보겠다'고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다만 민관합동조사라는 전제하에서. 기사 리드대로 환경부는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앞으로 제대로 정책을 수립하고 개선해나가는지 감시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물론 이 과정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테지만.
문제는 업계입니다. 시멘트 회사 입장에서 산업폐기물 정책에 제동이 걸리면 막대한 손실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업계에선 목사님의 문제 제기에 대해 강력한 반발을 해온 것입니다. 한때 영업이익률 25%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던 시멘트 업계가 최근엔 건설경기 부진과 중국산 시멘트 등에 밀리면서 난항을 겪고 있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8년간 조용했던 산업폐기물 문제가 불거지니 오죽 답답하겠습니까. 급기야 시멘트업체로 구성된 양회협회 역시 국내 굴지의 T법무법인의 간판 변호사 3명을 선임해 문화일보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했습니다. 중재위는 환경부 기각 사실 등을 통해 이번 사안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양회협회가 청구한대로 반론보도나 정정보도가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양회협회가 '살기위한' 지리한 법정 싸움으로 끌고 갈 것이 우려되는 바입니다. 진실의 여부, 옳고 그름의 잣대를 떠나 거대기업의 민형사 소송을 감당하는 건 그리 녹록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찌됐건 본 사안은 언론중재위 진행중이어서 자세한 언급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서두가 길어졌습니다. 만날 목사님 글 눈팅만 하다 간만에 맘 잡고 댓글 단다는 것이 길어져, 엮인 글로 씁니다. 처음 시멘트 문제를 접한 건 목사님 블로그에서였습니다. 이미 지난해 검찰 수사 때부터 문제 제기가 이뤄졌지만 언론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고, 산발적인 보도가 이뤄지다 보니 자세한 내막을 기자인 저 또한 모르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환경부 기자도 아닌 제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기는 힘들었습니다.
처음 목사님의 블로그를 보고 너무 황당했습니다. 도무지 믿을 수 없어 목사님이 '뻥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초기 취재 과정에서 출처와 원전을 집요하게 물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오늘에서야 처음 말씀 드리는군요 ^^) 환경부와 업체의 주장도 '왜 최목사 한사람의 말만 듣고 그러냐'는 것이었죠. 저 역시 국민 절반이 사는 아파트에 들어가는 시멘트가 쓰레기로 만들어졌다, 더욱이 중금속 함량까지 매우 높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실제로 취재해 보니 쓰레기 시멘트가 사용된 지난 5년 동안 186만 가구의 아파트가 신축됐고 아토피 유병률은 13배가 늘었습니다. 공장 주변 주민들의 후두암 발생률은 일반인보다 3배 높았고요. 모발검사에서도 공장 주민들이 일반인보다 중금속 함량이 훨씬 높게 나왔죠. 하나둘씩 팩트를 모아가면서 사실이구나, 정말 말이 안되는구나를 몸소 느꼈죠.
기억하시죠. 9월 3일 삼척 시멘트공장에 들어갔다 붙잡힌 일말이죠. 폐기물 야적 현장 찍으러 공장에 몰래 들어갔다 직원들한테 붙잡혀서 한동안 억류됐었죠. 트럭으로 취재차를 가로막고 20명 가까운 직원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말이죠.
시멘트공장에서 저희 취재 차량 앞을 트럭으로 가로 막고 몇 시간동안 감금되었었지요.
삼척경찰서 순찰차가 3대가 출동하기 까지 했지만, 제 카메라의 사진을 지워야만 보내준다며
몇시간 동안 생떼를 썼습니다. 시멘트공장이 불법이 없다면 왜 이리 난리였을까요?
순찰차 앞에 등을 돌리고 서 있는 사람이 바로 문화일보 윤석만 기자입니다.
시멘트공장의 부공장으로 부터 공장 고위 임직원까지 수십명의 직원이 몰려나왔습니다. 그러나 대화가 안통화더군요. 오염 현장을 같이 가보자는 제 말에 부공장장이 저를 밀치기 가지 하며 삿대질 까지 하였습니다. 윤기자도 밀치려 하자, 윤기자가 '내 몸에 손 대지말라'고 소리치자 멈추었답니다
폐기물 야적과 환경오염의 불법현장을 감추기 위해 안깐힘을 쓰는 시멘트 재벌의 불쌍한 현장이었습니다.
결국 그날 삼척경찰서장까지 출동하면서 풀려나게 됐지만 말이예요. 그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왜 공장은 숨기려들까. 잘못된 게 없다면 이렇게 강하게 반발해올리 없지 않은가. 또 그날 삼척항에는 일본에서 들여온 석탄재가 하역되고 있었죠. 산업폐기물을 수입하는 게 진실이었다는 겁니다. 운 좋게 0000에서 지난 1년간의 모든 폐기물 수입 현황도 입수했고 말이죠.
그러나... 취재가 끝나고 한달 가까이 기사가 밀리면서 목사님께서도 걱정이 많으셨던 걸로 압니다. 혹시 기사가 안 나오는 것 아닌가 하고 말이죠. 당시 00 사건 때문에 지면에 여유도 없었고, 저 또한 다른 취재를 맡느라 한동안 신경을 쓰지 못했죠. 결국 국감을 며칠 앞두고 기사가 나오면서 마치 예정이나 된 듯 다른 자료들이 쏟아졌죠. 목사님께서 미리 요청해놓았던 연구 결과들도 나왔고요. 탄력이 붙으면서 환경단체, 국회까지 나서 힘이 실렸습니다. 물론 뭇 언론에서 우리 기사에 대한 반박으로 양회협회의 편을 들어 이산화탄소 저감화 친환경 시멘트라는 야마의 보도가 있긴 했지만. 그때 또 마침 일산화탄소 28배 배출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죠. 이후 보도가 계속되자 이러한 잡음은 줄어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정말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앞으로 넘어야할 산이 두 개의 봉우리쯤은 더 남았다고 생각하지만. 제 개인으로서도 이번 취재는 잊지 못할 것 같군요. 무엇보다 가슴에 남는 말은 삼척 갔을 때 김승호 강원대 부총장의 말씀인데요. 이거였죠. "환경은 인권 문제다. 주민이 나서 유해하다는 걸 입증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먼저 무해성을 증명하고 그 후에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환경부는 계속 역학조사는 보건복지부 소관이라고 퉁해왔지만 말이죠. 환경부가 쓰레기 시멘트의 유해 가능성을 인정하기까지 8년이 걸린 겁니다. 이미 정부는 많은 비용을 치렀지만 무엇보다 환경이 곧 인권이라는 명제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에린브로코비치는 그저 변호사의 잔심부름을 행하는 이혼녀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미국 역사상 최대의 환경 소송을 승리로 이끌 수 있던 것은 옳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와 정의에 대한 강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한 개인이, 소수자가 집단을 상대로 거대 권력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긴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성공 가능성 또한 보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잘 싸우셨습니다. 앞으로 해야 할 더 많은 일들에 대해서도 부디 용기 잃지 마시고 약자들의 편에 서주시길 바랍니다. 아랍 속담에 햇볕만 드는 곳은 사막이 된다죠. 반대로 그늘만 있는 곳은 잡풀조차 나지 않는 죽은 땅이고요. 볕과 그늘이 동시에 될 수 있는 목사님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조만간 삼겹살에 콜라나 한잔해요, 목사님. ^^
☐ 세상을 바꾸는 미디어 다음 블로거뉴스
위 편지 어떠셨나요? 제가 글을 읽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린게 조금 이해되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동안 환경운동을 해오면서 미디어 다음 블로거뉴스를 만나기 전에는 신문사 기자들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 달라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블로거뉴스를 만난 후엔 시간과 공간에 제약 없이 언제든지 내가 쓰고 싶은 기사를 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찾고 만들어낸 블로거뉴스가 일간 신문과 텔레비전 방송의 주요 뉴스로 옷을 갈아입는 것을 종종 보았습니다.
오늘 편지를 쓴 윤기자님도 블로거뉴스를 통해 쓰레기시멘트를 처음 알게 되어 함께 취재를 하게 되었다 말하고 있습니다. 또 부족한 제가 환경재단의 ‘2007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에 선정된 사유도 ‘자신의 블로그를 활용해 시멘트공장 주변지역 거주 주민의 환경피해를 지속적으로 고발함으로서 환경부의 공동조사와 정책전환의 실마리를 이끌어냄’ 이라고 블로그의 영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미디어 다음의 블로거뉴스가 세상의 뉴스 진앙지가 되고, 또 다음 블로거뉴스를 통해 국가의 잘못된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낼 만큼 블로거뉴스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보여준 하나의 사례가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쓰레기시멘트와의 전쟁을 처음 시작할 때, 시멘트 재벌이라는 골리앗과 연약한 다윗의 싸움이라고도 했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무모한 짓이라고들 했습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지만, 가끔은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리는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디어다음에 블로거 기자가 45,762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전국 곳곳에서 블로거들이 아름다운 미담 소식뿐만 아니라, 눈을 크게 부릅뜨고 잘못된 사회악을 고발하여 하나씩 고쳐간다면, 분명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정직하고 용기 있는 블로거 기자들과 다음블로거뉴스를 통해 이 세상은 좀 더 맑고 아름답게 변해갈 것입니다.
환경재단이 선정한 ‘2007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바로 이 상의 주인공은 그동안 ‘쓰레기시멘트’와의 전쟁을 응원해준 네티즌 바로 여러분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