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들여다보던 딸이 소리친다. “아빠, 송중기, 송혜교가 결혼한대요. 그것도 10월이라네.” “그래? 와!” 온 가족이 갑자기 두 사람 결혼소식에 수선을 떤다. 아니, 두 사람과 인연은커녕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1998년에 방영된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앳된 간호사로 나오던 “송혜교”는 <가을동화>에서 시청률 40%가 넘는 기염을 토하며 스타덤에 오른다. 내 뇌리에 그녀는 “올인”이라는 작품을 통해 각인되었다. 무엇보다 2016년 방영된 “태양의 후예”는 그녀가 최고의 배우임을 확인시켜 준 대작품이었다. “예쁜 척 안 해서 더 아름다운 것”이 송혜교의 매력이다. 데뷔한지가 그리도 오랜데 아직도 나이가 35세라니? 그럼 데뷔할 때 중학생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냥 예쁜 남자로만 생각하던 “송중기”가 내 눈에 띄었던 것은 2011년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어린 세종(“이도”) 역할을 할 때였다. 곱상한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와,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구나!’ 감탄을 했다. 군 입대 전에는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로 인기몰이를 하더니 영화 《늑대소년》에서 새로운 연기력을 나타낸다. 군 전역 후, 《태양의 후예》가 초대박을 치면서 온통 여심을 사로잡은 한국 남자배우의 상징인물로 부각된다. 연기, 외모, 스타성, 대중성 모두 출중한 데다 착한 이미지가 실로 국민배우 다운 자질을 가진 그가 세 살 연상인 송혜교와 결혼하는 모습도 이채롭다.
“태양의 후예”에 “유시진” 특전사 대위처럼 듬직하고 미덥게, 의료봉사단 팀장 “강모연”의 ‘톡톡’ 튀는 매력을 유지하며 두 사람이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면 스타배우들이 만나 부부가 되는 것이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유동근·전인화” “최수종·하희라” “차인표·신애라” “김호진·김지호”에서 “설경구·송윤아” “장동건·고소영” 그리고 “유지태·김효진”에 이어 “이병헌·이민정”이 결혼해 큰 화제를 모았다. 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가 한 가정을 이루는 것은 보는 사람의 기분도 좋아지게 만드는 것 같다.
지난 주간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영화배우 “신성일”의 폐암말기 기사였다. 아내는 “바람둥이”라고 싫어하지만 나는 그가 좋다. 아니, “신성일”은 우리시대의 우상이었다. 영화를 500여 편 찍었다고 하니 내가 어린 시절에는 “온통 ‘신성일’ 영화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에 ‘알랭드롱’이 있다면 한국에는 “신성일”이다. 정신이 ‘번쩍’ 날 정도의 미남에 연기까지 잘하는 대단한 배우였다. 80이 넘은 나이에도 근육질에 몸을 뽐내며 청년처럼 살아가던 그가 “폐암말기”라니 믿기지 않는다. 사람 일 참 모를 일이다.
“이효리”가 MBC <라디오스타>에 등장했다. 1990년대 후반에 출범한 그룹 <핑클>은 가히 대한민국 여자 아이돌계의 조상이라 할 수 있다. “이효리”는 춤과 노래, 탁월한 예능감까지 드러내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결혼으로 잠잠하던 그녀가 결혼 3년 만에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했다. 제주에서 신혼살림을 차려 화제가 된 부부의 삶을 낱낱이 공개할 뿐 아니라 심오한 메시지가 담긴 자작 앨범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아니, 저렇게 솔직할 수 있을까? 아니, 저런 얘기를 아무 주저함 없이 저렇게 털어놓아도 되는 것일까?’ 고개가 절로 흔들어졌다. 그러면서 “그러니까 ‘이효리’지!” 하고 말았다. 그녀의 눈웃음이 약간은 두려울 정도로 그녀는 대범하지만 확실한 인생관을 가진 당찬 가수였다.
왜 사람들은 연예인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은 것일까? 일종의 대리충족심리랄까? 연예인이 누리는 화려한 사생활을 듣고 보면 자신이 못 이룬 꿈이 어느 정도 충족된다는 말이다. 어려서는 엄마의 젖을 빨면서 입을 통해 누렸던 포만감을 어른이 되어서는 눈이나 귀를 통해 채우고자 한다. 연예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방송에서 듣거나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보면서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카메라 밖에서의 삶은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늘 글은 장르가 이상하다. 그래서 제목도 “그렇고 그런 얘기”로 붙였다.
평범이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