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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장 금검공자
곧 이어 얼굴이 네모지고 옷차림이 화려한 노인이 당당한 태도로 화
청 안으로 들어왔다.
노인은 강옥봉을 보자 껄껄 웃으며 다가왔다.
"하하…… 제 대인이 대내를 떠나 이곳에 왔다는 소식을
방금 전에 받았네. 어찌 노부의 거처로 오지 않고 이곳에 있었나?"
강옥봉은 노인을 향해 빙그레 웃으며 포권을 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단지 총독님께 폐를 끼치기 싫어 잠시 이곳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허허…… 폐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오히려 대내에서 명망이 높은
제 대인을 맞게 되면 노부의 영광이 아니겠나?"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관한홍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자도 대내에서 나온 관부의 인물인가 보구나. 더구나 전임 조운총
독이 직접 마중 나온 것으로 보아 최소한 대내의 일등시위임이
분명하겠다.
관한홍의 생각이 여기에 이를 때 노인이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이자는 누구인가?"
강옥봉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관한흥은 넙죽 허리를 구부렸다
"소인은 대내의 삼등시위 관한홍입니다. 부 대인님을 뵙습니다."
노인은 위엄 어린 음성으로 물었다.
"관 시위는 무슨 일로 이곳에 왔나?"
관한홍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인은 한 명의 강호여적의 뒤를 쫓아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노인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런가? 그렇다면 자네는 잘못 찾아왔네. 이분은 대내의 시위영반인
제 대인인데, 자네는 어찌 무례를 범하는가?"
그 말을 듣고 관한홍은 오싹 소름이 돋았다.
시위영반이라면 대내의 정예라는 일등시위보다도 더 높은 자리로,
관한홍 같은 시위는 감히 제대로 올려다 볼 수도 없는 지고한 위치
였다.
때문에 그 위세는 실로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로 막강해서
대내에서도 불과 십여 명 밖에 되지 않았다.
관한홍은 자신이 호랑이수염을 건드렸음을 깨닫고 즉시 그 자리에
넙죽 엎드렸다.
"소인 관한홍이 제 대인을 몰라뵙고 죽을죄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옥봉은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모르고 한 일은 죄가 되지 않으니 관 시위는 그만 일어나시오."
그의 음성에는 당당한 위엄이 담겨 있었다.
관한홍은 공손히 자리에서 일어나 감히 그를 정면으로 쳐다보지도 못
하고 한쪽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강옥봉의 음성이 돌연 엄격해졌다.
"하지만 당신이 일을 처리하는 태도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군.
관부에 몸을 담고 있다고 해서 그 위세를 빌려 일반인들을
함부로 능멸한다면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오."
관한홍은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하고 식은땀을 주르르 흘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명심하겠습니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저었다.
"제 대인이 아량을 베풀었으니 자네는 어서 그만 가보게."
관한홍은 크게 기뻐하며 즉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부리나케 밖으
로 달려나갔다.
한데 그의 몸이 막 동소원의 후원을 벗어나려 할 때였다.
돌연 전면에서 무형의 비침 여섯 개가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쌕! 쌕! 쌕!
그 속도는 너무도 빨라 관한홍이 무언가 눈앞에서 번뜩한다고 느낀
순간 비침은 사정없이 그의 양쪽 눈에 꽃히고 말았다.
"아악!"
그는 두 눈을 부둥켜 잡고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져 몸부림치고 있었
는데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 차마 눈뜨고는 똑바로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이었다.
그는 곧 숨이 끊어졌다.
기이하게도 그의 시체는 금세 노란 물로 변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졌
다.
밖에서 지켜 서 있던 관한흥의 부하들은 그것을 보고 크게 놀라 앞을
다투어 사방으로 도망쳤다.
그때 담장 밖에서 하나의 인영이 솟구쳐 올라와 관한흥이 쓰러져 있
던 곳으로 날아왔다. 그는 바로 회서방의 온서 금시조 도중웅이었다
도중웅은 관한홍의 시체가 흔적도 없이 녹아 버린 것을 보고 이를 부
드득 갈았다.
"관한홍은 그 제 대인이란 소년에게 죽은 것이 아니고 밖으로 나오
다가 기독이 묻은 독침에 암산을 당해 쓰러진 것이다. 흥! 범인은
이 사건의 책임을 그 제 대인에게 뒤집어씌워 본 방으로 하여금
대내와 적이 되도록 하려는 간계를 꾸몄구나. 하지만 노부가 그런
얕은 수법에 속을 줄 아느냐?"
도중웅은 잠시 무슨 생각에 잠겨 있다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몸을 돌
려 비호처럼 사라져 갔다.
한편, 화청에 있는 줄 알았던 노인과 강옥봉은 도중웅이 사라지는
것을 숨어서 보고 있다가 다시 화청으로 들어왔다.
노인은 빙그레 웃으며 강옥봉의 어깨를 툭 쳤다.
"정말 노제의 계략은 귀신과 같군.
그 약아빠진 도중웅도 꼼짝없이 속고 말았네."
노인은 바로 부여송의 변장이었다.
강옥봉은 담담한 음성으로 말을 받았다.
"아직 안심하긴 이릅니다. 도중웅을 비롯한 회서방에서는 냉 낭자를
사로잡아 성심장의 본부가 있는 곳을 알아 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니 그녀의 처지는 앞으로 더 위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냉상아가 은방울을 굴리듯이 밝게 웃으며 병풍 뒤에서 나왔다.
"호호…… 두 분의 기묘한 계략에 그들이 보기 좋게 속았군요.
한데 왜 저보고 관한홍을 살해하라고 하셨나요?"
조금 전에 관한홍에게 독침을 던진 사람은 바로 냉상아였던 것이다.
강옥봉은 나직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관한홍은 이곳 금릉에서 오래 생활했기 때문에 필시 진짜 전임 조운
총독의 거처를 알고 있을 겁니다. 그가 만에 하나라도 부 대협께 의
혹을 느끼고 전임 조운총독을 찾아갔다면 우리의 계략은 깨어지고
맙니다."
그제야 냉상아는 강옥봉의 치밀한 두뇌에 새삼 감탄을 했다.
냉상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그 일은 아무래도 좋아요. 먼저 우리의 일이나 결말지어요."
강옥봉은 미간을 찌푸리다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나는 막중한 임무가 있을 뿐 아니라 일정한 처소도 없어 가정을
꾸리기에는 부적합한 인물이오. 게다가 낭자와는 본시 적대 감정
으로 맞서 오던 사이이므로 낭자의 그런 호의를……"
냉상아는 버럭 신경질을 내면서 말을 가로챘다
"듣기 싫어요! 도대체 절 좋아하세요, 아니면 좋아하지 않으세요?"
강옥봉은 그녀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얼굴을 약간 붉히며 어안이 벙벙
해졌다.
이런 어색한 순간에 다시 병풍 뒤에서 아정의 고운 음성이 들렸다.
"제가 중간에 나서서 두 분의 일을 원만하게 조절하겠어요.
두 분이 어떻게 그런 일을 직접 해결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는 살며시 나와서 냉상아의 손목을 잡고 자기 방으로 갔다.
강옥봉이 착잡한 심정으로 우두커니 서 있자 부여송이 다가와 그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노제, 냉 낭자는 비록 겉으로는 무정하지만 속마음은 누구보다도
뜨거운 여자일세. 그러니 자네가 자칫 그녀의 애정을 거절했다가는
나중에 커다란 곤경을 면치 못할 걸세."
"하지만 제게는 운 낭자와 곽 낭자, 그리고 조 낭자 등과 아직 해결
치 못한 일들이 많이 있는데 어찌……"
"자네의 심정은 잘 알겠네. 하치만 그녀들도 자네의 처지를 이해해
줄 걸세. 무룻 영웅이란 호색하는 법이라고 하지 않았나? 더구나
자네 같은 기재라면 삼처사첩을 거느린다 해도 아무도 흉볼 사람이
없을 것이네."
강옥봉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부여송이 그의 심정을 짐작하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자, 그 일은 아정 낭자의 말대로 그녀에게 맡기기로 하고 우리는
다음 단계의 일이나 착수하세."
강옥봉은 씁쓸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함께 화청을 벗어났다.
* * *
연자기.
연자기는 금릉 북교, 장강에 근접해 있었다.
기암 괴석이 즐비하고 삼면에 강물이 굽이쳐 흐르고 있었으며,
마치 제비가 강물 속으로 날아 들어가는 것 같은 지형이라하여 연자
기라 불리고 있었다.
연자기 위에 정자 한 채가 절벽을 의지하고 세워져 있었다.
동이 튼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른 아침.
강옥봉은 홀로 연자기에 올라 정자로 들어갔다. 멀리 보이는 현무호
와 서하산의 절경들이 한눈에 들어왔고, 봉우리는
희뿌연 안개가 휘감고 있었다.
강옥봉은 뼛속까지 서늘해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상쾌한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이때 별안간 낭랑한 웃음 소리가 그의 귓전을 때렸다.
"하하…… 이른 아침부터 연자기에 올라 주위의 절경을 감상하다니,
형장의 풍취도 대단하구려"
강옥봉은 느릿느릿 시선을 돌려 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두 사람이 정자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은 강옥봉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바로 성심장의 팔대빈객 중 한 사람인 탁천신수 진조영이었다.
진조영의 옆에는 화려한 금의를 입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
자가 당당한 걸음걸이로 걷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아직도 희미한 미
소가 가시지 않은 것으로 보아 조금 전 말을 한 사람은 아마도 금의
미남자인것 같았다.
강옥봉은 담담한 눈으로 두 사람을 주시하다가 금의청년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원래 이곳의 풍경은 하루 중에서도 아직 안개가 사라지지 않은
아침이 제일 뛰어나오."
금의청년은 정자 위로 올라오며 싱긋 미소 지었다.
언뜻 드러나는 새하얀 이빨이 강렬한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옳은 얘기요. 하하…… 형장의 풍모를 보니 범상치 않은 기질이
보이는데, 우리 서로 통성명이나 하는 게 어떻겠소?"
이어 그는 강옥봉이 거절하기도 전에 먼저 자기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나는 도옥린이라고 하오. 남들은 나를 금검공자라고 부르지요."
그 말에 강옥봉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허리춤을 바라보았다.
과연 금의공자의 허리춤에는 보기에도 눈이 부신 찬란한 금검
이 매여져 있었다.
강옥봉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도옥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제 보니 강호에 명성이 자자한 사대공자 중의 한 분이시군요.
나는 제백석이란 사람이외다."
금검공자 도옥린은 강호의 신진고수인 사대공자 중에서도 검법
으로 이름 높은 인물이었다.
도옥린은 제백석이란 이름을 처음 들어 보는 듯 잠시 고개를 갸웃거
리다가 빙그레 웃었다.
"제 형이었구려. 반갑소. 한데 외람된 말이지만 나는 아직 견문이
짧아서인지 제 형의 이름을 처음 듣는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사문 내력을 알 수 있겠소?"
강옥봉은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
"나는 무림의 인물이 아니니 도 공자가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나는 대내에서 나왔소이다."
도옥린과 진조영은 흠칫 놀라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원래 진조영은 강옥봉을 한두 번 만난 적이 있었으나
그 당시에 강옥봉은 머리에 풍모를 눌러쓰고 있어서
진조영은 강옥봉의 얼굴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도옥린은 어리등절한 표정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제 보니 관부의 인물이구려. 실례했소이다.
나는 귀하의 풍모가 몹시 마음에 들어 서로 교우를 맺어 볼까
하는데, 귀하의 의향은 어떻소?"
"나는 이번에 특별한 임무를 띠고 이곳에 왔기 때문에 다른사람들과
교분을 맺을 만큼 여유롭지 못하오.
아쉽지만 귀하와의 인연은 다음 기회에 맺어야 할 것 같소."
도옥린은 매우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 참 안됐구려. 사실은 본인도 이번에 사문의 사매가 실종되어
그녀를 찾기 위해서 강남에 왔소이다. 그렇지만 않았다면 귀하가
임무를 끝낼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었을 텐데……"
강옥봉은 도옥린이 사매를 찾아 나섰다는 말에 내심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의 사매는 바로……?'
강옥봉은 즉시 물었다.
"귀하의 사매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겠소?
만일 운이 좋아 내가 귀사매의 소식을 알게 된다면
귀하에게 알려 주겠소."
도옥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건 사문의 기밀에 속하는 일이라 아쉽게도 밝힐 수가 없구려.
양해해 주시오,"
강옥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알겠소. 사실 나는 강호의 시비에 끼여들고 싶지도 않고,
더욱이 볼 일이 있으니 귀사매가 누구인지 알아도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을 거요."
그때였다.
다가닥! 다가닥!
요란스런 말발굽 소리가 아침 공기를 깨뜨리며 들려 왔다.
연자기 밑 오솔길로 관원 한 사람이 채찍을 휘두르며 준마를 질풍처
럼 몰아 치달려오고 있었다. 도옥린과 진조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에 준마는 정자 앞에 이르러 힘찬 울부짖음과 함께 우뚝 멈춰 섰
다.
히히힝!
마상엔 짙은 눈썹에 호목을 지닌 중년 관원이 타고 있었는데
훌쩍 몸을 날려 땅위에 내려서더니 강옥봉을 향해 정중하게 부복했다.
"제 대인! 금릉지부이신 하 대인께서 급히 대인을 뵙고자 하십니다."
강옥봉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 지부께선 지금 관아에 계시는가?"
"그렇사옵니다."
"알겠네. 내 곧 간다고 말씀드리게."
관원은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다시 말을 몰아 연자기를 내려갔다.
강옥봉은 도옥린과 진조영 두사람을 바라보며 포권했다.
"아무래도 두 분과는 이만 혜어져야 할 것 같소. 도 공자께선
아무쪼록 귀사매를 무사히 찾으시기 바라겠소. 그럼……"
이어 그는 두 사람이 뭐랄 사이도 없이 휑하니 몸을 돌려 관원이 사
라진 곳을 따라 몸을 날렸다. 그의 신법은 몹시 탁월해서 몇 번 땅을
박차고 뛰더니 곧 아득히 멀리 사라져 버렸다.
도옥린은 그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나직이 감탄했다.
"아! 정말 훌릉한 신법이구나!"
진조영은 묵묵히 강옥봉이 사라진 곳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갸웃거렸
다.
"나는 그가 대내에서 나왔다고 해서 별로 믿지 않았는데 이제 보니
그는 정말로 대내에서 나온 인물인 것 같네."
"당연히 그렇겠지요.
그가 무엇 때문에 처음 보는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진조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강호에 하도 귀계가 난무해서 나도 모르게 무턱대고 상대방의 말을
의심부터 하는 습관이 들고 말았네. 그가 관부의 인물이라면 친분을
맺어 두는 것도 좋은 일이긴 한데 자칫 잘못했다가는 다른 무림인들
에게 손가락질을 받을 우려가 있네. 그러니 자네는 신중하게 행동
하는 것이 좋을 듯하네."
도옥린은 성심장주의 세 제자 중 하나이지만 진조영도 팔대빈객 중의
인물이므로 무턱대고 그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한데 냉 사매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혹시 이미 회서방의 인물들에게 사로잡힌 것은 아닐까요?"
진조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닐 것이네. 만약 그랬다면 벌써 그들에게서
무슨 움직임이 있었을 텐데 아직 그런 건 보이지 않고 있네."
도옥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이유로 냉 사매는 본 장과 일체 연락을 끊었
을까요? 그 일 때문에 이사부께서는 몹시 진노하고 계신데……"
진조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이건 단순히 내 생각인데, 혹시 냉 소저에게 무슨 다른 생각이……"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토옥린의 안색이 변하며 급히 말을 가로챘
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냉 사매의 성격은 제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마음이 굳고 심지가 곧아 절대로 두 마음을 가질 여자가
아닙니다."
진조영은 조금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글쎄 그건 나도 아는데 강호의 일은 워낙 괴이 막측한 데가 많아서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자주 일어나곤 하네. 그리고 그런 이유가 아니
라면 그녀가 굳이 연락을 끊고 종적을 감춰 버릴 까닭이 없지 않나?"
도옥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건 아닐 겁니다. 아마 그녀에게 피치 못할 어떤 이유가 있든지
아니면 우리가 상상치 못할 곤궁에 빠져 있든지……"
진조영은 도옥린이 끝까지 자신의 의견에 반박하자 쓴웃음을 지은 채
입을 다물었다.
그는 도옥린이 사매인 냉상아에게 각별한 연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여 그의 심기를 거
스르고 싶지 않았다.
진조영은 나직이 한숨을 쉬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어쨌든 그녀는 좋든 싫든 이달 보름까지는 장에 돌아와야 할 걸세.
그렇지 않으면 비명 횡사하게 될 테니……"
도옥린은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진 대협, 그런 말씀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
진조영는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는지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는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 채 날카로운 도옥린의 시선을 피
했다.
바로 그때 옷자락 스치는 소리와 함께 하나의 인영이 정자 안으로 날
아들었다.
그들이 깜짝 놀라 보니 나타난 인영은 등에 보도를 맨 청삼복면인이
었다.
진조영은 청삼복면인의 등뒤로 비어져 나와 있는 보도를 보자 흠칫
놀라 소리쳤다.
"귀하는 혹시 무영신룡단혼도가 아니오?"
청의복면인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 노사는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구려."
그의 음성은 몹시 굵직해서 음성만 듣고는 쉽사리 나이를 짐작할 수
가 없었다.
진조영은 안색이 변해 무어라고 입을 열려 했다.
그때 도옥린이 성큼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눈으로 청의복면인을 응시
했다.
"당신이 바로 유령동부의 보물을 강탈해 간 무영신룡단혼도요?"
"하하…… 강탈이란 말은 당치 않지만
내가 무영신룡단호도임은 분명한 사실이오. 한데 귀하는 뉘시오?"
"나는 금검공자 도옥린이라 하오. 한데 귀하는 혹시 얼마 전에
연검을 잘 쓰는 녹의미소녀를 만나지 않았소?"
무영신룡단혼도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눈을 반짝였다.
"아! 귀하가 말하는 사람은 혹시 무정독연 냉상아가 아니오?"
도옥린은 정색을 하며 얼굴을 굳혔다.
"그렇소. 귀하는 과연 그녀를 만났구려. 당신은 그녀를 어떻게 했소?"
무영신룡단혼도는 가볍게 웃었다.
"어쩌긴, 그때 마침 회서방의 고수들과 그녀가 한바탕 드잠이질을 벌여
잠시 구경을 하다가 나는 그냥 떠나왔소."
"뭐라고? 회서방의 놈들이 그녀를 습격했단 말이오?"
"그게 아니라 회서방에서 마침 나를 습격했는데 그때 그녀가 나타났소.
한데 음적양은 그녀의 미모에 마음이 끌렸는지 그녀를 집적거리다가
싸움이 붙게 된 것이오."
도옥린은 이를 부드득 갈아붙였다.
"음적양…… 그놈이 감히 냉 사매에게 허튼수작을 부렸다면 내 그놈을
갈가리 찢어 죽이고 말리라!"
무영신룡단혼도는 사나운 눈으로 허공을 노려보고 있는 도옥린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리려 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난 그만 가보겠소."
도옥린은 퍼뜩 정신이 들어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
무영신룡단혼도는 조금 짜증스러운 듯 그를 돌아보았다.
"나는 귀사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슨 일이오?"
도옥린의 표정이 냉랭해졌다.
"원래 냉 사매는 귀하에게서 유령동부의 보물을 다시 찾아오라는
사부의 명령을 받고 떠났던 거요. 한데 내가 마침 이곳에서 귀하를
만났으니 사매가 맡은 임무를 대신 해결해 줄 생각이오."
무영신룡단혼도는 우두커니 서서 그를 보고 있다가 돌연 껄껄 웃었
다.
"하하…… 정말 의리있는 사형제시군.
한데 그게 그렇게 쉽게 되리라고 생각하시오?"
도옥린은 무서운 안광을 번뜩이며 천천히 허리춤에 찬 금검을 잡아
갔다.
"안 될 것도 없지."
무영신룡단흔도는 그 자리에 우뚝 서서 흔꽤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청해 오는 싸움을 거절할 내가 아니니
이번 기회에 어디 사대공자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보겠소."
도옥린은 주저하지 않고 금검을 뽑아 들었다.
챙!
날카로운 검명과 함께 휘황찬란한 검광이 번뜩거렸다.
무영신룡단혼도는 도옥린의 수중에 들린 찬란한 금검을 바라보며 나
직이 감탄했다.
"정말 좋은 검이군."
도옥린은 두 손으로 검을 움켜잡고 자신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이것은 무림의 오대명검 중 하나인 금광검이오.
듣자 하니 귀하에게도 한 자루 보도가 있다고 하던데,
이 금광검에 미치지는 못할 거요."
"하하…… 그거야 겨뤄 봐야 아는 일이지.
본시 승부란 병기의 우열로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
무공의 높고 낮음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오."
"옳은 말. 그럼 어디 내 검을 받아 보시오."
도옥린은 금검을 휘두르며 무영신룡단혼도의 가슴팍을 노리고 짓쳐
들었다
무영신룡단혼도는 급히 등뒤에서 천룡보도를 뽑아 들고 맞서 갔다.
창! 차차창!
그들의 공세는 너무도 신속하여 단 한 번의 격돌에 서로의 병장기가
무려 스물두 번이나 맞부딪쳤다.
"으음……"
도옥린은 그 격돌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하나 무영신룡단혼도는 몸을 한번 휘청거렸을 뿐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도옥린은 이것을 보고 마음이 싸늘하게 식어 왔다.
'아니 내 공력은 이미 두 갑자에 거의 육박하는데 저자의 내공이
나를 능가하다니…… 과연 무영신룡단혼도가 백년래 최고의 도객
으로 도왕이라고까지 불린다더니, 명불허전이구나.'
도옥린은 경각심이 크게 높아져 상대를 경시하는 마음을 버리고 즉시
전력을 돋우어 십이 검을 발출했다.
파파파팍!
주위가 온통 찬란한 검광에 횝싸여 버렸다.
하나 무영신룡단혼도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검광 속으로 뛰어들며
매섭게 도를 휘둘렀다.
팟! 팟! 팟!
도기가 빗발같이 뿌려지며 도옥린이 펼쳐 냈던 검광이 모래성처럼 허
물어져 버렸다.
도옥린은 안색이 창백하게 변한 채 연신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그는 상대의 도가 이토록 날카로우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
다가 반격 한번 못 해보고 정신없이 뒤로 밀려났다.
그러다가 돌연 그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짓씹었다.
동시에 그는 양손으로 금광검을 움켜쥔 채 천천히 가슴팍으로 끌어올
렸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무영신룡단혼도는 눈을 번쩍 빛냈다.
'드디어 저자가 낙일검을 펼쳐 내는군.'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상대의 검을 주시했다.
찰나,
휘이이이잉……!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금빛 검광을 뿜어 내던 도옥린의 금광검에서 붉
은 노을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급격히 확산되더니 이내 반경
오 장 이내를 피처럼 붉은 노을빛 검광으로 휘감아 버렸다.
무영신룡단혼도는 주위의 공기가 급격히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고 두
눈을 번갯불처럼 빛낸 채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차-- 아-- 압!"
돌연 도옥린이 천지가 떠나갈 듯한 고함과 함께 긍광검을 세차게 휘
둘렀다. 그 휘두르는 모양은 몹시 특이하여 마치 풍차를 돌리는 듯
무질서 하기조차 했다. 하나 그 순간 주위를 휘감았던 노을빛 검광이
미친 듯이 요동을 치며 무영신룡단혼도에게 몰아쳐 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마치 노도와 같은 폭풍우가 일엽편주를 휘몰아치는 듯한 광경
이었다.
순간 무영신룡단혼도는 수중에 움켜쥔 천룡보도로 커다란 원을 그렸
다.
고오오오……
그러자 허공에 커다랗게 그려진 원 속에서 뼈를 에는 듯한 무시무시
한 도기가 폭발하듯 피어올랐다.
콰콰콰쾅!
폭발하는 도기와 노을빛 검광이 마주치자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도옥린은 전신의 피부가 갈라 터지는 듯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입
가로 실낱 같은 핏줄기를 흘린 채 뒤로 물러났다.
그때 돌연 폭발하는 도기 한 가닥이 그의 미간을 향해 살아져 오는
것이 아닌가?
쾌액!
"앗?"
대경 실색한 도옥린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왼손 중지를 튕겨
냈다.
찰나,
팟!
가공할 속도로 쏘아져 오던 도기가 갑자기 무형의 장벽에 가로
막힌 듯 튕겨져 나갔다.
"엇?"
동시에 도기 속에서 무영신룡단혼도의 짤막한 경호성이 들려 왔다.
잠시 후 주위를 뒤덮었던 폭발할 듯한 도기와 검광의 소용돌이는 씻
은 듯이 사라졌다.
무영신룡단혼도의 모습 역시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도옥린만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금광검을 든 채 장내에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의 수중에 들린 금광검은 끝 부분이 한 치쯤 부
러져 있었다.
"도 공자, 괜찮은가?"
도옥린은 몸을 부르르 떨며 주위를 둘러보다 돌연 땅이 꺼져라 탄식
을 토해 냈다.
"아! 그가 낙일검강까지 막아 낼 줄이야……
그자의 무공은 소문보다 훨씬 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진조영은 그가 별다른 상처는 입지 않았음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한데 그가 왜 더 공격을 하지 않고 떠났는지 궁금하군"
도옥린은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도 그게 의아스러웠습니다. 그가 한 번만 더 칼을 휘둘렀으면
나는 당해 내지 못했을 텐데…… 설마 내가 죽일 가치도 없는 인간
이라고 생각해서는 아니겠지요?"
단 한 번의 패배로 그는 크게 의기 소침한 모습이었다.
진조영은 그를 위로해 주었다.
"도 공자는그런 소리 말게. 아마 그도 적지 않은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더 이상 자네를 상대할 힘이 없어 도망갔는지도 모르네."
도옥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까요?"
진조영은 그를 안심시키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을 걸세. 그렇지 않다면 그가 무엇 때문에 아무런 말도 없이
훌쩍 떠났겠나? 자네는 결코 패한 게 아닐세."
도옥린은 씁쓸히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 말을 믿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낙일검이 천하무적의 검학인 줄 알았는데 그에 의해 깨지다니……
대체 무영신룡단혼도의 그 무서운 도법은 무엇일까요?"
"내가 언뜻 들은 이야기인데, 그자의 도법이 우내칠대무학 중 하나인
천애도일 거라는 소문이 들리더군."
도옥린은 깜짝 놀랐다.
"천애도라고요?"
"그렇네. 그게 아니고서야 어찌 낙일검을 상대할 수 있겠나?"
도옥린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그렇겠군요. 어쩐지 그자의 도법이 무섭더라니……
같은 우내칠대무학을 익힌 데다 그자의 내공이 나보다 조금 더 높아
낙일검이 깨지고 만걸 겁니다."
"흠…… 어쨌든 그자의 무공이 저토록 높으니 그에게서 유령천자의
무공을 빼앗는다는 생각은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네."
두 사람은 나직한 음성으로 몇 마디 더 소곤거린 후 몸을 날려 정자
를 떠나갔다.
한편 도옥린과 격돌한 후 돌연 사라졌던 무영신룡단흔도는 유성 같은
신법으로 연자기 아래쪽에 있는 숲속을 지나가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한사람이 초조한 안색으로 그를 기다리고 서 있다
가 반색을 하며 맞았다.
"이제 왔군,"
그는 바로 조금 전 정자에 나타났던 관원 복장을 한 중년인으로,
팔비도룡 여풍운이 변장을 한 것이었다.
그의 앞에 도착한 무영신룡단혼도는 복면을 벗었다.
그러자 강옥봉의 준수한 얼굴이 드러났다.
여풍운은 급히 그에게 물었다.
"그래, 도옥린과 맞서 본 느낌은 어떤기?
그의 낙일검을 받아 낼 수 있겠나?"
강옥봉은 눈살을 조금 찌푸렸다.
"그자의 낙일검은 거의 구 성 수준이었지만 제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한데 마지막 순간에 그자가 돌연 일지를 뻗었는데 그 위력이 실로
놀라웠습니다."
이어 강옥봉이 자신의 왼쪽 소맷자락을 가리켰다.
여풍운이 보니 그의 소맷자락에는 오리알만한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여풍운은 깜짝 놀라 걱정스런 안색으로 강옥봉을 바라보았다.
"이게 지공에 뚫린 흔적이란 말인가? 정말 엄청나군……
다치지는 않았나?"
강옥봉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유령보를 펼쳐 피할 수가 있었습니다. 한데 그자의 지법은
정말 괴이하더군요. 분명 제 도법보다 늦게 발출되었는데도 어느새
제 보도를 막아 냈을 뿐 아니라 튕겨 내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그 지법은 아무 소리도 없고 형체도 보이지 않아, 제가
유령보를 익히고 있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을 겁니다."
여풍운은 그의 말을 듣고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갑자기 안색이
홱 변했다.
"그렇다면 그것은 최심지란 말인가……?"
강옥봉은 그의 넋두리 같은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
"최심지라면 우내칠대무학에 속해 있는 무적지공이 아닙니까?"
여풍운의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이 심각해졌다.
"그렇네. 자네가 말한 대로라면 그런 위력을 가진 지공은
무림에서는 오직 최심지밖에 없네. 최심지는 쌍성 중 화의성수
육만루의 독문절학인데, 그렇다면 자네의 짐작대로 성심장주는
바로 쌍성임이 분명하겠군."
최심지는 자타가 공인하는, 무림사상 공전절후한 무적의 지공이었다.
-- 흔적도 없고 소리도 없다.
창백한 손가락이 미간에 닿는 순간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잃게 된다.
당년에 화의성수 육만루는 바로 이 공포의 지공이라는 최심지와
여의산수로 무림에서 적수를 만나지 못했었다.
"성심장이 쌍성이 세운 것이라면 아마 그 잠재력은 회서방을 능가할
지도 모르네. 아무래도 회서방을 먼저 제거하고 성싱장과 마지막
결판을 내야 한다는 악궁의 계획이 백번 옳은 것 같네."
여풍운의 진지한 말에 강옥봉은 어느새 담담한 신색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악 대협과 저는 이미 이런 사태를 충분히 예상하고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쌍성이 성심장주로 밝혀진 이상 계획에는 한치의 어긋남도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냉 낭자를 회서방의 추격으로부터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어서 회서방의 총단이 있는 곳을 알아 내는
일입니다."
"그야 그렇지만 그놈들은 정말 한 떼의 쥐새끼들같이 행동이 은밀
해서 도무지 꼬리가 잡히지 않는다네. 하다못해 그들의 분타마저
알려진 게 거의 없으니……"
"관건은 음적양입니다. 도중웅은 자신의 거처가 있지만 음적양은
일정한 거처가 없습니다. 때문에 만약 냉 낭자를 놓치게 되면
음적양은 특정한 일이 없는 한 다시 총단으로 되돌아갈 것입니다.
그때를 놓치지 말고 그자의 뒤를 밟아야 합니다."
"염려 말게. 사람 뒤를 쫓는 거라면 천하제일의 재간을 가지고 있는
천리일순 방각이 이미 그놈의 뒤를 따르고 있으니……"
그때 돌연 한 사람이 비호처럼 날아왔다.
"강 노제……"
강옥봉과 여풍운이 보니 그는 바로 부여송이었다.
부여송은 급히 달려와서 입을 열었다.
"방금 방 늙은이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냉 낭자가 자네를 찾아 연자기로 떠났다네,
한데 그 뒤론 음적양과 도중웅이 쫓고 있다는 소식일세."
여풍운은 다급한 표정으로 강옥봉을 바라보았다.
"늦기 전에 빨리 가보게."
강옥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한 후 몸을 날렸다.
"이번에 실패해도 음적양은 당분간 냉 낭자의 뒤를 쫓을 것입니다.
그러니 두 분께서는 일전에 알려 드린 대로 준비를 해주십시오……"
그의 마지막 말은 어느새 숲 저편에서 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강옥봉의 기경할 신법이 새삼 감탄스러운 듯 멍하니
그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들도 몸을 날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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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