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소유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운전은 원칙적으로 자동차보험에서 보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차량 소유자는 사고 당시 운행이익과 운행지배권을 상실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 보험회사가 차량 소유자를 대신하여 피해자의 손해를 먼저 보상할 수밖에 없다.
미성년자의 무면허 운전 사고가 매년 1,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대전에서 초등학생이 몰래 엄마 차를 몰다가 차량 10대를 파손시킨 일이 있었고, 안성에서는 고등학생이 남의 면허증으로 렌터카를 빌려 운전을 하다 그 차에 탑승했던 중·고등학생 4명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미성년자의 무면허 운전사고가 늘면서 사고처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보험이 가입되었다는 가정 하에 앞에서 두 사고의 보험처리 기준을 비교해 본다.
두 사고의 공통점은 운전면허가 없는 미성년자가 차주의 허락 없이 운전했다는 점이다. 부모 몰래 운전을 하는 것이나 남의 면허증을 도용해서 렌터카를 빌리는 것은 모두 ‘무단운전’에 해당한다. 차량 소유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운전은 원칙적으로 자동차보험에서 보상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운전자뿐만 아니라 차량 소유자에게도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고, 차량 소유자는 사고 당시 운행이익과 운행지배권을 상실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 보험회사가 차량 소유자를 대신하여 피해자의 손해를 먼저 보상할 수밖에 없다.
반면 물적 피해에 대해서는 두 사고의 처리 기준이 조금 다르다. 대전 초등학생 사고의 경우에는 무단운전자가 자녀이기 때문에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부모는 민법상 감독의무자로서의 불법행위 배상책임을 진다. 따라서 보험회사는 피보험자인 부모를 대신하여 먼저 보상해야 한다. 하지만 안성 렌터카 사고는 임차인이 남의 면허증을 도용한 것이기 때문에 렌터카 회사의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고를 낸 임차인이 모든 물적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 물론 렌터카 회사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위반하여 임차인의 운전자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면 자동차보험으로 처리될 수도 있다.
비슷해 보이는 사고지만 처리 기준은 달라
보험 처리가 마무리되면 보험회사는 무단운전자를 상대로 구상을 한다. 원래는 보험 처리가 안 되는 사고인데 보험금이 지급되었기 때문에 무단운전자로부터 다시 환수해야 한다. 그런데 대전 초등학생 사고는 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구상권을 청구 할 수 없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무단운전자가 피보험자의 동거친족인 경우 보험회사는 구상권을 행사할 수가 없다. 만약 구상을 허용한다면 피보험자인 부모가 그 금액을 갚을 수밖에 없어 사실상 보험처리가 안 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렌터카 무단운전 사고의 경우는 운전자는 물론이고 그 부모에게도 구상금 청구가 가능하다. 부모가 자녀의 무면허 운전 가능성을 알면서도 방치한 과실이 있으면 감독의무자로서의 불법행위 책임이 발생한다. 이밖에도 무단운전을 하도록 도와준 준 사람에게도 구상청구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운전면허증을 빌려주거나 남의 면허증으로 렌터카를 임차해 준 사람도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된다.
그럼 미성년자의 운전 호기심을 관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는 것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관리·감독이다. 평소 가정교육을 통해 자동차 운전의 위험성과 무단운전의 법적 책임을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 특히 자동차 열쇠는 자녀의 손이 닿지 않는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 잠시라도 차에서 내릴 때는 열쇠를 뽑아서 무단운전의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렌터카 회사의 법적 책임도 강화되어야 한다. 편의점이나 술집은 미성년자의 나이와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술이나 담배를 팔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매장은 2개월의 영업정지를 받는다. 하지만 렌터카 회사는 운전면허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도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밖에 없다. 술이나 담배보다 무면허 운전이 훨씬 심각하고 위험한데도 처벌 수위는 오히려 더 낮다. 마지막으로 미성년자에 대한 법적 처벌도 강화되어야 한다. 만 14세 미만이면 형사처벌도 받지 않고 민사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면 무단운전에 대한 도덕적 해이는 오히려 확산될 것이다. 당장 형법을 개정하는 것이 어렵다면 동거친족에 대한 구상기준을 완화해서 무단운전자가 민사상 배상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글 이수원 (The-K손해보험 부장, goodforu@edu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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