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사 같은 ‘할매 수녀’들 떠난 뒤… 소록도 주민들 ‘가슴앓이’
한센병 환우들이 살고 있는 전남 고흥 소록도가 요즘 허탈감에 빠져 있다. 한센인들은 물론, 병원 직원들도 섬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공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서 지난 40년 동안 헌신적으로 봉사해온 오스트리아 수녀 2명이 지난 달 21일 고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마리안느(Marianne Stoeger·71) 수녀와 마가렛(Margreth Pissarek·70) 수녀는 각각 1962년과 1966년부터 이곳에서 한센병 환우들을 보살펴오다 하루 전날 병원장과 성당 관계자 등에게만 출발 사실을 알린 채 조용히 떠났다. 두 사람이 떠났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은 소록도 주민들은 큰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 대부분의 한센인들은 이들이 떠난 사실 자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시절부터 두 분 수녀와 함께 해온 이남철(56 장로)씨는 “지금도 수녀님들이 잠깐 어딜 다니러 가셨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며 “어떤 환우는 충격 때문에 아무하고도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곳 환우들은 매일 미사와 예배 시간에 떠나간 두 사람을 위해 감사기도를 드리고 있다. 이번 귀향을 계기로 그동안 두 수녀의 헌신적인 봉사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매일 오전5시면 두 수녀는 어김없이 숙소에서 1㎞쯤 떨어진 병원으로 나온다. 두 사람이 사용하는 사무실 앞에는 벌써 몇몇 환우들이 기다리고 있다. 서둘러 문을 열고 우유를 데워 이들을 대접하고, 지난 밤 있었던 이야기를 나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데운 우유를 들고 3층과 5~6층에 누워 있는 환우들을 찾아 나눠주고 일일이 손을 잡아준다.
아침 미사를 드린 후 사무실에서 찾아오는 환우들을 보살피다 보면 어느새 점심 때. 오후가 되면 이들은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과 치료도구를 갖고 7개 마을을 돈다. 거동이 불편한 환우들을 찾아 보살피는 시간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환우들을 가족처럼 대했다. 장갑이나 마스크 없이 항상 맨손으로 상처를 치료했고, 온몸으로 환자를 껴안아줬다.
환우들은 이들을 ‘큰할매’ ‘작은할매’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따랐다. 한 환우는 “친 혈육도 외면하는 우리들에게는 수녀님들이 진짜 가족”이라고 말했다. “이 편지를 보는 당신에게 많은 사랑과 신뢰를 받아서 하늘만큼 감사합니다. 저희의 부족함으로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 일을 이 편지로 미안함과 용서를 빕니다.” 한없는 사랑을 주고 떠나면서도 이들은 감사를 표하고 용서를 구했다.
소록도병원 직원 김광문(47)씨는 “두 분은 말 그대로 몸을 던져 사랑을 실천하는 성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떠났다”며 “당분간 소록도 주민들은 수녀님들을 그리워하며 마음을 다잡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성현기자 shkim@chosun.com 입력 : 2005.12.04
|
"처음 갔을 때 환자가 6000명이었어요. 아이들도 200명쯤 되었고,
약도 없고 돌봐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한사람 한사람 치료해 주려면
평생 이곳에서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환자들을 직접 치료하기 시작한 지 40년, 할 일이 지천이었고,
돌봐야 할 사람은 끝이 없었다 한다. 숨은 봉사 40년... 그렇게 정성을
쏟아부은 소록도는 많이 좋아져서, 환자도 600명 정도로 줄었다.
마리안느 수녀
누군가에게 알려질 까봐, 요란한 송별식이 될까봐 하루 전날 살짝
책임자에게만 통보하고 조용히 떠난 그 분들... 젊어서 올 때 갖고 왔던
헤진 가방 달랑 한개만 들고 소록도를 떠났다. 멀어지는 섬과 사람들을
배위에서 멀찍이 쳐다 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울었다고 한다.
마리안느 스퇴거, 마가렛 피사레크 수녀
고국 오스트리아로 2005년 11월 21일에 귀국하였다.
20대부터 40년을 살았던 소록도... 그분들에게는 오히려 고향과 같은 곳.
원래 고향 오스트리아가 오히려 낯설게 여겨지겠지만, 3평 남짓 방 한 칸에
온통 한국 장식품으로 꾸며놓고 '소록도 꿈'을 매일 꾸면서 살아간다고...
"지금도 우리 집, 우리 병원 다 생각나요. 바다는 얼마나 푸르고 아름다운지... 하지만 괜찮아요. 마음은 소록도에 두고 왔으니까요!" 수녀들이 거주하는 오스트리아의 집에는 평생 담아두고 살았던 '선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라'는 한글 좌우명이 있다. 전라도 사투리로 말하며 할매라 불리우던 수녀들... 수많은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떠난 세월 이후로도 함께 했던 세월의 기억이 더 아름답게 남겨지고 있다.
|
첫댓글 잔잔한 감동이 전해져 옵니다 크신 사랑의 실천에 ... 머리 숙여 감사와 사랑 ♥을 보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