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톨릭 성지(聖地) 순례
16. <페루> 쿠스코(Cuzco)의 성당과 수녀원
산토도밍고(Santo Domingo) 성당 / 성당 내부(뒤뜰)
페루의 수도 리마(Lima)에서 비행기로 1시간 20분 거리에 있는 쿠스코(Cuzco)는 옛 잉카 제국의 수도로 한때 백만 명이 거주했다는데 당시(16세기)에는 세계 최대 도시였다고 한다. 쿠스코는 케추아어로 세계의 배꼽이라는 의미라고 하며 해발 3,400m의 고산분지(高山盆地)로 현재 인구는 35만 정도이다.
16세기, 스페인의 정복자 피사로(Francisco Pizarro)에 의하여 정복당하며 찬란하게 꽃피웠던 태양의 제국 잉카(Inca)도, 세계 최대의 도시를 자랑하던 쿠스코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고도의 천체관측술(天體觀測術)에 의한 정밀한 태양력, 땅이 쉽게 갈아앉지 않는 계단식 밭과 관개시설(灌漑施設), 도심을 관통하는 수도 시설, 면도칼 하나도 들어가기 힘들 만큼 정교하게 바윗돌을 짜 맞춘 석조기술, 사람의 두개골을 잘라내고 실시한 뇌수술 등 뛰어난 의료기술과 찬란한 문화는 당시 유럽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고 한다.
잉카인들은 하늘은 콘도르, 땅은 퓨마, 땅속은 뱀이 지배한다고 믿었다는데 따라서 쿠스코는 도시 전체를 퓨마 모양을 본떠서 정교하게 설계되었다고 하며 이곳을 세계의 중심(배꼽)이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쿠스코 시내의 중심부에 있는 무언카파타(Jardín Sagrado) 광장은 퓨마의 심장부분에 해당되는데, 이곳이 잉카 제국의 중심부로 왕궁과 신전을 비롯한 주요 건축물들이 있던 곳이다.
퓨마의 허리 부분에는 태양의 신전 꼬리칸차(Qorikancha)를, 퓨마의 머리 부분인 뒷산 언덕 위에는 삭사이후아만(Sacsayhuaman) 태양의 제단을 배치하였고 그 밖에도 달의 궁전 와이나 카팍(Wayna Qhapaq), 태양의 처녀집(女司祭 아클라) 등 현대 기술로도 재현하기 어려운 정교한 석조기술의 건축물들이 수없이 많았다고 한다. 훗날 지진으로 성당이 무너지면서 확인되었다지만 꼬리칸차 터에는 ‘산토도밍고(Santo Domingo)’ 성당을, 와이나카팍 터에는 ‘라 깜파냐 헤수스(La Campagna Jesus)’ 성당을, 태양의 처녀 집터에는 ‘산타카타리나(Santa Catalina)’ 수녀원을 세웠는데 오늘날까지 바로크풍 건물들이 위풍당당하게 들어서 있다. 산타카타리나 수녀원은 수많은 성녀를 배출한 수녀원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라 깜파냐 헤수스(La Campagña Jesus) 성당 / 산타카타리나(Santa Catalina) 수녀원
산토도밍고 성당은 기단(基壇) 부분에 잉카인들의 정교한 석축(石築) 솜씨가 빛나는 꼬리칸차의 석축이 남아있고 또 성당 안쪽에도 당시의 석축기술을 보여주는 꼬리칸차 석축의 실물 일부분이 있다.
수십 톤이 됨직한 돌들을 모양에 따라(직선이 아님) 정교하게 다듬은 것은 물론이려니와 더욱 놀라운 것은 크기와 모양에 맞추어 두 돌의 이음새 부분을 요철(凹凸)로 다듬고 파내어 퍼즐모양으로 짜 맞추도록 되어있는 점이었다. 상하좌우가 모두 그렇게 되어있고 특히 모서리는 엄청나게 큰 기역자 모양의 돌인데도 정교하게 짜 맞추도록 되어 있어 놀라웠다. 틈새로 백지 한 장 들어가지 않도록 맞물려있는 이런 기술로 인하여 수백 년 동안을 거쳐 오면서 몇 차례 대지진에도 위쪽의 스페인풍 성당 건물은 무너졌지만, 잉카인들이 쌓았던 석축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17. <쿠바> 쿠바(Cuba)의 성당들
아바나 성모승천 대성당 / 산티아고 대성당 / 산티아고 성당 내부 1,2
쿠바는 스페인의 통치에서 벗어나면서 1902년 독립을 쟁취하고 살디바르(Zaldivar) 정권이 들어서는데 질서가 회복되고 많은 학교와 도로, 교량 등이 건설되지만 미국의 꼭두각시 정권으로, 사실상 스페인 식민통치가 미국의 식민통치로 바뀐 결과가 되고 만다.
이에 맞서 오랫동안 망명생활과 대정부 게릴라전을 지속했던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는 혁명동지인 체 게바라(Che Guevara), 시엔푸에고스(Camilo Cienfuegos) 등과 힘을 합쳐 살디바르의 장기 독재를 타도하고 1958년 정권을 장악한다. 카스트로는 곧 소련과 수교하고 자본주의의 폐지, 외국인소유기업의 국유화, 소련식 농공업 개혁 등을 실행하며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따르는 사회주의 국가임을 선포한다.
나는 쿠바를 여행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공산정권하에 있었는데 가는 곳마다 성당들이 잘 보존되고 있는 점이었다. 여행하면서 인상에 남는 몇몇 성당들을 소개해 본다.
아바나(Habana) 성모승천 대성당은 아바나 구도심에 있는데 바로크식 고대 건축기법으로 지어진 성당 건물이 완벽하게 보존되어있고 다소 썰렁해 보이기는 하지만 성당 안에는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도 있다.
쿠바는 가로로 길쭉한 섬인데 동쪽 끝부분에 있는 도시가 산티아고 데 쿠바(Santiago de Cuba)이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아바나에서 870km인데 버스로 14시간 30분이나 걸리고 차비도 51꾹(7만원)이다.
산티아고(Santiago) 대성당은 언덕 위에 우뚝 솟아있는데 하얀색으로 장엄하게 서 있다. 성당 내부는 아름답고 아기자기하게 장식되어 있는데 관광객들 외에는 사람들이 없어서 아쉽다.
화려한 성당 내부 / 성가 연습 / 트리니다드 성 삼위일체 성당
산티아고에서 아바나로 돌아오며 중간에 들른 곳이 트리니다드(Trinidad)인데 버스로 12시간 30분 걸리고 차비는 35꾹(4만3천 원)이다. 이곳은 인구 7만 5천 정도의 자그마한 도시지만,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역사적인 도시이다.
트리니다드 성 삼위일체 성당(Catedral de la Trinidad, Church of the Holy Trinity)은 도시 한가운데의 마요르(Major) 광장을 앞에 두고 있는 흰색의 아름다운 건물이다. 이곳 또한 관광객들 외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데 노랫소리를 따라가 보니 성가대가 연습을 하고 있다. 너무나 감사한 마음에서 이들을 위하여 헌금 10꾹(12달러)를 놓고 나오는데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