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몇날 며칠을 추적추적 이렇게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봄비입니다.
불과 한달 전만해도 눈이 그렇게 펄펄 쏟아지더니, 여지없이 봄은 봄인가 봅니다.
나뭇가지들은 어느새 푸르른 잎새로 갈아입어 사방 어디에고 온통 녹음이 우거지는데
만물이 소생하는 이 신록의 5월에도 비만 오면 괜히 마음이 청승맞아집니다.
이런 날이면
부추에 깻잎, 청양고추, 오징어 한 마리 잘 버무려 부침개 구워내설랑
희디 흰 막걸리 한 사발이면 만사가 형통이련만,
창문 밖 빗줄기는 이제 처량한 신세 된 이내 처지를 알고나 있는 냥 흩뿌려대니
마음은 더욱 을씨년스러워지는 그런 날이기도 합니다.
또다시 주말입니다.
특별히 할 것 없는 이런 주말이면 괜히 마음은 한갓져집니다.
늘상 부산하기만 했었던 서울에서의 주말의 일상들이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됩니다.
‘현재는 언제나 슬프고 지나간 날들은 그리워만 진다’라고 어느 시인은 노래하더니
지금의 내 신세가 꼭 그 짝인가 봅니다.
지난 주말엔 노스캐롤라이나에를 다녀왔습니다.
왕복 2,000mile, 장장 3,200km를 몇날 며칠을 누비며 다녀왔지요.
갈 때는 뉴저지에서, 올 때는 메릴랜드에서 하루씩을 묵어야하는 멀고도 먼 길입니다.
내려가는 길의 하룻밤을 보낸 뉴저지에서의 일요일 아침,
머나먼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하늘과 노을의 반가운 목소리에 마음이 한껏 들떠집니다.
대전지역에서 달리고 올라오신 길의 뒤풀이였었나요?
한 순배씩 돌아가는 술잔 속에 혹, 이 마적놈의 그림자라도 설핏 비추어졌었나요?
한 분 한 분 흘러드는 반가운 목소리에 저도 그만 한잔 걸친 양 취기가 다 느껴집니다.
그 기분으로 내리 열두 시간을 득달같이 달려 내려가서는
삼촌댁에서 정도 나누고, 변호사 만나 일도 보고, 화요일 날 잘 올라 왔더랬습니다.
대전의 선양소주였었나요?
우리의 왕! 회장님이 그 귀하고 귀한 술을 저에게까지 다 맛보여 주시려구요?
그 푸근한 정에 취해 내도록 기분이 좋았던 지난 한 주였습니다.
이렇게 추적추적 빗님까지 오시니 생각은 더욱 간절해지건만
내년 보스턴마라톤이 또 있겠기에, 그때까지 고이 마음속에 잘 간직하고 있겠습니다.
이곳 저의 집에서 한 시간 이상 북쪽으로 올라가면
캐나다 가까이의 조그만 섬이자 항구인 Bar Harbor가 있습니다.
여름철 이름난 휴양지답게 섬 전체가 빼어난 경관의 메인 주, Acadia국립공원이지요.
주 특산물인 랍스타전문식당에서 야경을 즐기며 회원님들과 나누는 선양소주 한잔!
내년 보스턴마라톤을 기대하는 마음속 저의 소중한 꿈이 되겠습니다.
이제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위대한 우리의 대자연은 성큼성큼 여름의 문턱으로 들어서겠습니다.
나의 고국 한국이나, 이곳 미국이나, 뚜렷한 사계절이 있어 또 좋습니다.
어제가 펑펑 쏟아지는 눈 속의 한겨울이더니, 자고나니 울창한 녹음의 한여름이 코앞이라!
우리네 인생살이도 이렇게 빠르게 흘러만 가려나요?
이런 날이면 또한
이렇게 하늘과 노을 회원님들께 소식 전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세월은 흘러가도 마음은 항상 그 자리이니
하나 둘 늘어나는 흰머리결인들
단지 깊어지는 추억의 언저리들을 말함일 뿐이겠지요?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며
보스턴에서
신만식 올림.
첫댓글 마적~ 참으로 반가워요. 아 그날 통화한날 운행중이었군요. 예쁜 두따님들 다건강하겠죠? 랍스터 얘길쓰셧는데 너무나 잘먹었지요. 이젠 언제나 또 한번 만나서 "방낭시인 김삿갓"을 들으며 한잔 할른지...보고 싶은걸 어찌하누. 마적~ 내둥 잘계시오 언제 또 만나겠지요. 카폐에선 자주 만나구요. 건강하시구....이제 마적네 식구를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어야겠네요.
신형,까페에 얼굴을맞대네요.지난주는 계족산에선양소주,어제는충주마라톤에솔향기막걸리한잔,호프노가리,여러회원및,선배님과자리를갖었다오.비록몸은멀리있지만앞으로 술자리에 "꼭"신형술을한잔따르고 한잔할것이요. 부인,가족다잘지내지요.모두눈에선합니다.하는일잘되고 내내건강하길...
신선배님 항상뒷풀이때 선배님 이야기가 오르내리곤 합니다...딱 한마디로 대단하신분...항상 하늘과 노을 을 잊지않고 좋은 소식 전해주셔서 정말 고맙읍니다.....다음 보스턴...한번은 뵐려고 노력합니다...건강하십시요..
3200km 대장정이었습니다. 다들 안녕하신거 같아 반갑고요. 늘 건강한 모습이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야아....그 쪽에는 봄 비네요 여기는 이제 여름으로 들어선 것 같습니다. 따땃함에서 뜨거움으로 스리사알짝 바뀌고 있는 중 봄 비 맞으시며 알콩콩 지내시길 빕니다. ^^
내년 보스톤에는 꼭 한번 봬야 할 텐데...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