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한여름 밤 10시경 내가 키우는 국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비가 좀 내렸으면 하는 마음은 간절하였지만 1주일 넘도록 비가 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중 “며칠 내 비가 온다던데 뭘 이렇게 고생을 합니까?” 하는가 하면
’이렇게 매일 물을 안 주어도 되는 것 아닙니까?‘
또 어떤 분은 “예쁜 꽃 피우기 위해 정말 수고 합니다” 라고 하면서 본인이 애를 먹고 있는 걸 보고 약간이나마 칭찬의 말을 해주고 가는 사람도 간혹 있었지만 대분 내가 무얼 하는지 아무런 관심도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조금은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본인은 월배중학교 앞에 있는 무궁화어린이공원 바로 옆에 살고 있다. 올 3월부터 마을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힘을 모아 자연보호도 하고 청소도 하면서 예쁜 꽃을 함께 피워보자는 뜻을 적은 3만원이나 든 현수막을 내걸고 가칭 ‘무궁화마을봉사대’에 동참할 사람이 나타나길 기대하면서 혼자서 50여 개의 화분을 준비하고 국화 꺾꽂이를 하였다. 동시에 야외에 나갔을 때 보이는 야생초나 잘 자라지 않아 버려지는 식물들이 보기가 안타까워서 주워다 키우기도 하였다.
특히 토 일요일 많은 사람들이 월배중학교 운동장과 무궁화소공원에 운동하러 나올 때 혼자라도 열심히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돌보기를 하면서 함께 동참하자는 말을 해보았다. 처음엔 한 두 사람이라도 호응을 하는 것 같았는데 내가 마을을 아름답게 하자는 취지엔 동조를 하면서도 행동으로 직접 참가하지는 않았다.
소공원에 버려진 쓰레기도 주우면서 대부분 작은 화분이 아닌 50여 개의 큰 화분을 준비하여 흙을 채우는 것도 고생이었지만 여기에 심을 식물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꺾꽂이나 얻어온 식물들을 한 화분 한 화분에 심고 거름을 주고 물을 주다 보니 50여 개의 화분이 국화를 위시한 각종 식물로 가득해졌다.
사실 화분을 구하여 식물 심기도 어려웠지만 물을 주는 일이 생각보다 너무 힘이 들어서 괜히 이런 활동을 시작하였나 하는 후회도 되었다. 왜냐하면 식물을 실컷 잘 심어 놓고 여름철엔 하루라도 물을 거르면 시들어 죽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왕 시작한 일 언젠가 함께 도와 마을을 위하는 식물가꾸기와 자연보호 활동에 동참할 분이 나타나리란 마음으로 아침 일찍 아니면 밤중에라도 물을 주고 식물 돌보기를 계속하였다. 8월 한여름엔 이른 아침과 밤 두 번씩 꼭 물주기를 해야만 되었다.
50여 개의 화분 중 반 이상이 국화가 차지하였고 나머지는 메리골드가 많았다. 이 메리골드는 월배중 담장 가 백 여 미터 빈 공간에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는 것이 보기 흉해서 한 나절동안 잡초를 혼자 뽑고 메리골드 모종을 많이 심어 주었다. 등하교하는 월배중학생들이 아름다운 꽃을 보고 심성도 올바르게 힘양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데 월배중 딤장 가는 화분과는 달리 바로 흙이고 잡초도 잘 자라나서 자주 풀부터 먼저 뽑아주어야했다. 만약 메리골드를 심지 않고 그대로 두었더라면 잡초가 길 바닥까지 덮었으리라 생각되었다. 매일 매일 조금씩 자투리 시간을 내어 잡초를 뽑았더니 메리골드가 착근이 되어 크게 자라자 잡초도 더 이상 잘 자라지 않았다. 본인이 한 작은 손길의 결실이 서서히 나타남을 보면서 봉사의 보람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그 외 다른 화분엔 루드베키아, 칠보족두리, 금계국, 양달개비, 접란, 댑싸리, 엉겅퀴 등 각종 식물을 구하여 심었고 이름표도 달아두어 공원에 놀러 오고 학교에 공부하러 오가는 학생들이 식물의 이름을 바르게 알 수 있도록도 하였다. 그기다가 공원에 자라는 소나무, 청단풍, 홍단풍, 버즘나무, 스트로브잣나무, 배롱나무, 가시나무, 남천, 쥐똥나무, 이팝나무 등에도 음료수를 먹고 버려진 용기들을 모아 이름을 써 붙여서 자원 재활용도 실천하게 되었다. 동시에 본인의 집에서 키우던 대추나무도 옮겨 심어 대추가 열리는 과수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요즘 도시 학생들 중에는 학교 공부에다 학원까지 다니면서 공부하느라 농촌을 찾아 볼 가화도 적어서인지 우리 사람들이 매일 먹는 쌀이 되는 나락, 벼도 모르는 학생이 많아 등하교 길에 보고 알기를 바라는 뜻으로 공원 한 켠에 버도 심어 두었다. 이 벼가 무럭 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고 동네 할머니들께서 “나락 한 가마니는 수확하겠네요” 라는 농담도 던져줄 때는 남이 안 하는 활동을 하는 나를 그나마 알아주는가하는 고마운 생각도 들었다.
더운 여름밤엔 모기한테 물리기도 하였지만 기려운 팔다리를 긁어가면서 물주기는 계속하였다. 그런 와중에 식물들도 무럭무럭 자라면서 서서히 꽃망울을 맺을 때는 그간의 힘들었던 순간들이 보람으로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오늘은 일본쪽으로 방향을 튼 태풍 19호 봉퐁의 영향으로 알맞게 내린 비로 물은 주지 않아도 되어 기분 좋게 내가 지금껏 물을 주고 가꾼 식물들을 둘러 보았다. 그간 국화에서 맺은 꽃망울들이 가을비를 맞고 노랗고 붉고 보라색 등으로 피어나고 있어 보기가 참으로 좋았다.
함께 공원에 나온 사람들도
“야 국화가 보기 좋게 피웠네요” “이 국화 꽃을 누가 다 키웠습니까“ ”국화향이 코를 즐겁게 합니다“ 등등의 말들을 하였다. 이 말 한 마디에 지금까지 혼자서 꽃을 키우기 위해 물을 주었던 고생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마을공원을 함께 자연보호 하고 예쁜 꽃을 피워보자는 본인의 취지에 동조는 하면서도 직접 동참한 사람은 없었지만 실망하지 않고 계속 꾸준히 나혼자만이라도 무궁화 마을봉사대를 조직하여 포기하지 않고 미을사랑 봉사정신을 행동으로 실천하다 보면 내년에는 자연을 보호하고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 본인과 같이 보조를 맞출 분이 틀림없이 꼭 나타나리라 믿고 이 국화꽃이 다 질 때까지 물주고 돌보기를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이 많은 국화화분들을 잘 갈무리하였다가 내년에 다시 더 예쁜 꽃을 피울 것이다.
|
첫댓글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가꾸는 마음, 꽃 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최상순드림
회장님의 칭찬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