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모습과 유사한 신안 튤립 공원
봄의 끝자락, 신안 임자도에도 봄이 찾아왔다.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튤립들이 4월의 봄을 알렸고,
신안 임자도를 가득 채웠다.
어쩌다 떠나게 된 신안 여행이
이번 봄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되었고,
가장 아름다운 봄의 여행지로 기억될 것임을 확신했다.
어쩌다 보니 신안
여수 여행을 가기 위해 제주 공항에서 여수 공항으로 이동했다. 국내 여행이 서툰 내게 신안은 낯선 곳이었고 전라남도 여행이라 하면 여수, 순천 그리고 담양, 전주 등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이번 여행도 여수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도착한 여수에서 여행은 늘 의외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여수에 도착해 여행을 같이 하기로 한 일행들을 만나 여수 여행 계획을 공유했다. 그때 갑자기 신안 이야기가 나왔다. 그곳의 튤립 공원이 눈에 들어왔고, 여수에서 거리는 2시간 반, 거리로만 200km가 넘는 곳으로 목적지를 바꾸게 되었다.
신안
처음 신안을 가게 된 내게 이곳은 낯설지만, 흥미로운 곳이었다. 전라남도 남서부에 위치한 신안은 사람이 사는 72개의 섬과 932개의 무인도로 1004개의 섬이 있는 곳이다. 섬의 수가 대한민국의 25%를 차지한다고 하니 신안이 섬의 도시임을 알 수 있었다. 그중 유명한 흑산도와 임자도 그리고 퍼플 섬이 이곳에 있다. 그뿐 아니라 신안은 2009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훼손되지 않은 원시림과, 산지습지, 갯벌 습지 등이 존재하는 천혜의 자연 생태가 유지되고 있는 곳이다. 이런 신안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음에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임자도
임자도는 전라남도 신안군에 속한 섬으로 네덜란드와 비슷한 점이 여러 개 있다. 임자도의 전체 면적 절반가량이 네덜란드처럼 해수면 아래에 있었지만 그 땅을 섬 주민들이 섬과 섬 사이 바다에 둑을 쌓아 만들었다. 또 150년 전엔 임자도가 6개의 섬으로 분리되어 있었는데 여러 노력으로 6개의 섬이 하나로 합쳐져 임자도가 되었다.
임자도는 관광 사업으로도 굉장히 각광받는 곳이다. 연 15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이곳은 모래의 성지로 유명하다. 모래 해변이 12km나 펼쳐진 대광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수많은 오아시스가 있다. 또 봄에는 네덜란드처럼 알록달록 튤립들이 임자도를 가득 채운다. 그렇게 튤립을 관광 사업으로 이용해 2008년부터 신안 튤립축제를 개최하여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임자도 튤립축제
섬 전체가 모래로 이루어진 임자도에 대광해수욕장만큼이나 유명해진 것이 있다. 바로 튤립. 대광해수욕장 근처에 조성된 튤립 공원이 바로 임자도의 명물이다. 3만 5천 평의 규모로 형형색색 모양이 다른 튤립들이 500만 송이나 핀다. 가히 국내 최대 규모라 할 수 있다. 또 예전의 임자도는 오롯이 배편으로만 이동할 수 있었는데 올해 임자 대교가 개통되면서 육로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축제는 취소되었지만, 튤립 공원은 개장하여 많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튤립을 만나다
여수에서 차로 두 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 신안 임자도. 전혀 생각에 없던 여행지를 떠나는 것도 역시 즐거웠다. 거리가 두 시간 반이면 어떠한가 같이 여행하는 사람들이 좋으면 이동 거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여수에서 신안까지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는데, 올해 3월에 개통한 임자 대교부터 정체가 시작되었다. 임자 대교 개통이 아마 임자도로 가는 관광객들을 더 많이 부른 것 같았다. 배로만 이동 가능했던 임자도를 육로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큰 메리트가 있다는 것은 분명했기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임자 대교에서 30분을 더 걸려 도착한 임자도엔 이미 많은 관광객이 튤립을 즐기고 있었다. 수백만 개의 튤립들이 만개한 이곳은 두 시간 반을 달려온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형형색색의 튤립들이 봄의 설렘을 다시 한번 간질였고, 벚꽃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또 튤립을 제대로 만난 적이 없는 내게 이번을 계기로 튤립의 꽃말이 왜 사랑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튤립을 만나는 순간 사랑에 빠졌고 도박과도 같던 왕복 400km의 여정이 완벽한 선택이 되었다.
네덜란드를 연상케하는 신안의 노란 튤립
올해 원래 튤립을 만날 생각은 있었다. 보롬왓에서 튤립을 만나려 했고 4월 10일 보롬왓을 찾았다. 하지만 지구가 아파서인지 튤립들은 예정보다 일찍 시들었고, 쓰러져있는 튤립들이 보롬왓을 가득 채웠다. 제대로 튤립을 본 적이 없던 내게 올해도 튤립은 실패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1004의 섬 신안에서 어쩌다, 우연으로 시작해 필연적으로 튤립을 만났다. 그래서인지 신안의 튤립은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신안의 튤립은 네덜란드 쾨켄호프와 다를 것이 없었고, 어느 봄 여행지와 견주어도 밀리질 않을 여행지임에 확신했다. 또 신안은 임자도 외에도 여러 아름다운 여행지가 있다. 임자도의 튤립과 더불어 신안의 선도는 수선화가 가득 찼다. 노란 섬의 선도도 임자도와 더불어 신안 여행에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퍼플 섬을 가보자. 튤립의 향현, 수선화의 향연, 마을 전체가 보랏빛인 퍼플 섬까지 갔다 온다면 한 주를 다채로운 색으로 끝내거나 시작하게 될 것이다.
*선도는 오롯이 배편으로만 이동 가능하고 보통 신월항으로 입도하는데 공사중이라 현재는 가룡항에서만 입도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