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 강설 (46) 캄캄한 동굴이 무서운 것이다+++++++++++++++++++++++++++ “여러분, 진정한 도심(道心)은 대단히 어렵고 불법은 그윽하고 현묘한 것이지만 알고 나면 별 거 아니니라. 산승이 종일 말해 주어도 배우는 사람들이 모두 주의하지 않고 천 번 만 번 발바닥으로 땅만 밟고 다니면서 깜깜해 뭐가 뭔지 모르느니라. 아무런 형체나 모양이 없는 것이 밝고 뚜렷하게 홀로 비추고 있건만 배우는 사람들이 믿지 못하고 언어 문자로 이해하려 하나니라. 반백 년 오십 년이 넘도록 옆길로만 빠져 죽은 시체를 짊어지고 짚신이 닳도록 천하를 돌아다니고 있으니 짚신값을 갚아야 할 날이 있으리라. 대덕들이여, 산승이 밖으로 향해 찾을 법이 없다고 말해 주면 배우는 사람들이 이 말의 뜻을 알지 못하고 법이 안에 있나 하고 곧 벽을 보고 앉아 혀를 입천장에 붙이고 고요히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이 조사문중의 불법이라 집착하나니 이는 큰 착각이니라.만약 그대들이 움직임이 없는 청정한 경계를 불법이라 여긴다면, 그대들은 저 무명 번뇌를 주인이라고 잘못 아는 꼴이니라. 옛사람이 이르기를 ‘깊고 깊은 캄캄한 동굴이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하였으니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니라. 움직이고 움직이지 않는 것은 두 가지 경계일 뿐이니,실제로 의지함이 없는 사람(無依道人)은움직임을 쓰기도 하고 움직이지 않음을 쓰기도 하느니라.” +++++++++++++++++++++++++++강설 : 사람이 누구나 발심하면 수도(修道)를 할 수 있지만 그러나 도를 얻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임제도 이 점을 상기시키며 대단히 어려운 일이고, 또한 불법은 그윽하고 현묘한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어렵다고만 생각하면 수행을 할 수가 없다. 고봉원묘(高峰原妙:1238~1295)는 『선요(禪要)』에서 참선의 삼요(三要)를 제시했는데 그것은 대신근(大信根), 대분지(大奮志), 대의정(大疑情)이다. 크게 믿고 크게 분발하고 크게 의심한다는 말이다. 이는간화선 공부에 있어서 자신감을 가지고 공부에 임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수행의 공부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지마는 깨닫고 보면 별거 아니라 한다. 뭐든지 알고나면 쉬운 것이다. 공부가 되었다 해서 신통을 발휘하는 초능력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중국 송대의 소동파가 여산의 절강에 가서 보고 지은 시가 있다.廬山煙雨浙江潮 여산의 실안개비 절강의 물결이여未到千般恨不消 가보지 않았을 땐 온갖 한이 남더니만到得還來別無事 가서 보고 오니 아무 별것 없고서廬山煙雨浙江潮 여산의 실안개비 절강의 물결이네 이 시를 소동파의 오도송 격으로 보기도 한다. 소문만 듣고 가보지 않았을 땐 못 본 것이 한이었는데 가보고 나니 별것 아니더란 말이다. 방(龐)거사도 도인의 신통이 ‘땔감 나무해 오고 밥 짓는 물 길어 오는 일상적인 것(神通幷妙用 運水及搬柴’)이라 하였다. 깨닫고 나면 깨달음이 특이한 신비도 아니고 본래 그러한 것이란 뜻으로 하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도를 깨닫는 것은 아주 쉽다는 말도 있다. 비유하여 세수를 하다가 얼굴의 코를 만지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극과 극을 통하게 한 말처럼 느껴진다. 이 장에서 강조하는 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을 등지고 밖으로 찾아다니는 짚신(신발) 닳는 일 하지 말라는 것과 또 하나는 면벽하여 죽치고 앉아 혼침에 떨어지는 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른바 동(動)과 정(靜)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라는 경책이다. 비록 납자(衲子)의 가풍을 운수행각(雲水行脚)이라 하지만 제 물건 못 찾으면 송장을 지고 다니면서 신발만 닳게 할 뿐이고, 죽치고 앉아 혼침에 빠지면 깊은 동굴에 빠져 헤어날 줄 모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처(靜處) 공부와 요처(鬧處) 공부가 둘이 아니라는 말이다. 캄캄한 동굴이 무섭다는 것은 몸이 동굴이며 선정(禪定)을 잘못 닦다 마경(魔境)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 말로 볼 수 있다. 『능엄경』의 9~10권의 내용이 모두 마경을 가리는 변마장(辨魔章)이다. 글쓴이 : 지안 큰스님출처 : 반야암 오솔길 카페,http://cafe.daum.net/zee-an
통도사 반야암 오솔길 (지안스님)
불교를 통해 좋은 인연을 맺고, 새로운 만남의 장을 열어 신행을 닦는 지안스님의 인터넷 전법도량입니다. 불교를 공부하며 아울러 인문학적 소양을 높여 불교의 지성화를 도모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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