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일곡(一曲)은 어오 관암(冠巖)에 비쵠다
평무(平蕪)에 ✽ 거드니 원산(遠山)이 그림이로다
송간(松間)에 녹준(綠樽)✽을 노코 벗 오 양 보노라 <제2수>
이곡(二曲)은 어오 화암(花岩)에 춘만(春晩)커다
벽파(碧波)에 곳을 워 야외(野外)로 보노라
사람이 승지(勝地)을 모로니 알게 들 엇더리 <제3수>
삼곡(三曲)은 어오 취병(翠屛)✽에 닙 퍼젓다
녹수(綠樹)에 산조(山鳥) 하상기음(下上其音)✽ 적의
반송(盤松)이 바을 바드니 녀름 경(景)이 업라 <제4수>
사곡(四曲)은 어오 송애(松崖)에 넘거다
담심 암영(潭心岩影)✽은 온갖 빗치 겨셰라
임천(林泉)이 깁도록 됴흐니 흥(興)을 계워 노라 <제5수>
오곡(五曲)은 어오 은병(隱屛)✽이 보기 됴타
수변 정사(水邊精舍)✽은 소쇄(瀟灑)✽도 이 업다
이 중(中)에 강학(講學)도 하려니와 영월 음풍(詠月吟風)✽ 리라 <제6수>
- 이이, 「고산구곡가」 -

✽평무에 : 들판의 안개.
✽녹준: 술동이.
✽취병 : 푸른 병풍 같은 절벽.
✽하상기음: 아래위로 지저귐.
✽담심 암영: 못 속에 바위가 비침.
✽은병: 눈에 잘 띄지 않는 절벽.
✽수변 정사: 물가에 세운 집.
✽소쇄: 기운이 맑고 깨끗함.
✽영월 음풍: 달과 바람을 읊으며 시를 지음.
44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감탄사를 사용하여 화자의 고조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② 구조가 유사한 문장 형식을 반복하여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다.
③ 반어적 표현을 사용하여 자연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부각하고 있다.
④ 구체적 공간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비교해 가며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화자의 시선이 내면에서 외부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45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고산구곡가」는 황해도 해주 고산면에 은거하던 율곡 이이(李珥)가 주자(朱子)의 「무이도가」를 본떠서 지은 연시조 작품으로, 매 수마다 고산의 승경지(勝景地)를 소개하고 있다.
자연의 질서를 토대로 시상을 전개하면서,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유기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자연 친화적 태도를 지니고 아름다운 풍경을 누리면서 학문 탐구에 열중하는 화자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① 들판에 안개가 걷히는 순간을 포착하여 그림같이 아름다운 ‘관암’의 아침 풍경을 제시하고 있군.
② 벽파에 꽃을 띄워 ‘야외’에 보냄으로써 고산의 승경지인 ‘화암’을 소개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보여 주고 있군.
③ ‘산조’와 ‘반송’이 어우러진 ‘취병’의 풍경을 통해 자연의 질서를 받아들임으로써 학문 탐구의 어려움에서 비롯된 내적 갈등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드러나 있군.
④ ‘송애’의 해 저물 무렵 못 속에 바위가 온갖 빛을 받아 빛나는 모습을 보며 흥겨워하는 화자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군.
⑤ ‘은병’의 ‘수변 정사’에서 느껴지는 맑고 깨끗한 기운을 학문에 열중하는 화자 자신의 모습과 관련짓고 있군.
44 ⑤ 45 ⑤
고전 시가 [44~45 ]이이, 「고산구곡가」
해제
이 작품은 율곡 이이가 황해도 해주에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을 때 주자의 「무이도가」 를 모방해서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 10수로 이루어진 연시조로, 자연 풍경에 대한 묘사를 중시하여 관암, 화암, 취병, 송애, 은병 등 고산의 아홉 풍경을 한 수씩 노래하였다. 작품 전체에 중의적 의미를 깔아 두고 ‘자연에 대한 예찬’과 함께 ‘학문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즐거움’을 드러내고 있다. 뛰어난 함축성과 형상성을 지닌 작품으로 교훈성과 문학성을 함께 인정받고 있다.
주제 고산의 아름다운 경치와 그 속에서 강학하며 자연을 즐기는 생활
•제 2수(일곡): 관암에서 술을 마시며 일출을 즐김.
•제 3수(이곡): 화암의 아름다운 봄 경치
•제 4수(삼곡): 취병의 여름 풍경에 대한 감탄
•제 5수(사곡): 송애 (소나무 절벽) 에서의 석양 감상
•제 6수(오곡): 수변 정사에서의 강학과 영월 음풍
44 _ 표현상 특징 파악 답 ②
② 유사한 문장 형식 반복
이 작품은 ‘~`곡은 어오 `~에 ~다’와 ‘~`곡은 어오 `~이 ~다’처럼 구조가 유사한 자문자답의 문장 형식을 반복하여 작품에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다.
① 감탄사 사용, 고조된 감정
‘감탄사’란 화자의 놀람이나 느낌, 부름이나 대답 등을 주로 나타내는 말로 ‘와, 앗, 예, 응’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글에는 감탄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그를 통해 고조된 감정을 표현한 부분도 찾을 수 없다.
③ 반어적 표현 사용
화자는 아름다운 풍경을 소개하면서 자연을 예찬하고 있지만, 의미하는 바를 반대로 드러내는 반어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④ 구체적 공간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 비교
각 수를 통해 화자는 고산의 승경지인 ‘관암’, ‘화암’, ‘취병’, ‘송애’, ‘은병’ 등을 차례대로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제시된 구체적 공간들은 화자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자연이며 흥겨움을 느끼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속성이 유사하다. 화자는 이러한 공간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드러내고 있지 않으며, 해당 공간들을 비교하고 있지도 않다.
⑤ 화자의 시선이 내면에서 외부 세계로 확장
화자는 각 수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드러내면서 그 안에서 떠오른 자신의 정서나 느낌, 다짐 등을 드러내고 있다. 자연의 풍경을 먼저 서술하고 있으므로, 화자의 시선이 내면에서 외부 세계로 확장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45 _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답 ③
③ 자연의 질서, 내적 갈등의 극복
화자는 <제4수>에서 ‘산조’와 ‘반송’이 어우러진 풍경을 드러내고 있다. 더운 여름, 맑은 바람이 부는 자연의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제4수>에는 이러한 자연 속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화자의 모습이 나타나지만, 자연의 모습을 통해 내적 갈등을 극복하려는 의지나 태도는 나타나지 않는다.
① ‘관암’의 아침 풍경
<제2수>에서 화자는 고산의 ‘일곡’으로 ‘관암’을 언급하며 해가 비치며 안개가 걷히는 순간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술동이(‘녹준’)를 놓고 아침 풍경을 만끽하는 화자의 모습이 잘 나타난다.
② ‘화암’을 소개하고 싶어 하는 마음
<제3수>에서 화자는 벽파에 꽃을 띄워 ‘야외’로 보내고 있다. ‘화암’에 핀 아름다운 꽃을 외부의 다른 곳으로 보내는 구체적 행위를 통해, 이곳에 ‘승지’가 있음을 알리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④ 온갖 빛을 받아 빛나는 모습
<제5수>의 ‘담심 암영’은 ‘못 속에 바위가 비친 풍경’을 의미한다. 화자는 해 넘어갈 무렵 ‘송애’의 ‘담심 암영’을 바라보며, 온갖 빛이 어우러지는 자연의 모습 속에서 흥겨움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흥겨움은 종장에서 확인된다.
⑤ 학문에 열중하는 화자
<제6수> 종장의 ‘강학’에서 학문에 열중하는 화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화자는 ‘수변 정사’를 끝없는 ‘소쇄함(기운이 맑고 깨끗함.)’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그러한 맑고 깨끗한 이미지는 자연 속에 묻혀 학문 탐구에 열중하는 화자의 모습과도 관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