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을 때 까지 재미있게 살고싶다
-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근후(정신과 전문의,1935년생)
"나는 지금 일곱가지 병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왼쪽 눈의 실명(失明), 당뇨, 고혈압, 관상동맥협착, 담석, 통풍,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 열심히 살아온
증거(證據)이기도 하다
노화(老化)로 생긴 허리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장시간 복용한
약(藥)이 당뇨와 고혈압을 유발시켰다.
왼쪽 눈의 시력(視力)을 잃게 된 것은 2003년 떠난 '네팔 의료
봉사'가 계기다.
왼쪽 눈 시력(視力) 이 부쩍 떨어지고 답답해 고산병(高山病) 때문
이라고 생각했는데, 귀국 후 병원을 찾았더니 눈 혈관에 이상이
생겼다. 그런데 이런저런 검사 도중 심장(心臟)에 더 큰 문제가
생겼다. 당장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왼쪽 눈의 시력(視力)은 잃고
말았다.
하지만, 눈 때문에 더 큰 병(病)을 발견하고 목숨을 구했으니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것쯤은 순순히 받아 들일 수 있었다.
억울하지 않았다. 고개를 살짝 돌려 시야(視野)를 확보하면 될 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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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 까지 아프지 않고 살면 좋겠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 열심히 산 결과로 생기는 병(病)은 어쩌겠는가!
나이들어 몸에 찾아드는 신체적 고통은 좀 고약한 친구라고 생각
해야 한다.
병(病)에 걸렸더라도 내 몸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하면 된다.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명의(名醫)보다 낫다.
병(病)에 대한 고정관념도 바꾸자. 병(病)은 훈장(勳章)도 아니요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증거 (證據)는 더더욱 아니다.
그냥 같이 가야 할 삶의 조건(條件)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아파도 하루하루 긍정적인 자세로 생활한다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인 면에서 가족을 덜 고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영화배우 이대근씨가 아파누운 어머니의 소변을 받아내다가 냄새가
역해 얼굴을 찡그렸단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가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네 기저귀가 얼마나 구수하던지 코에 대고 킁킁 맡기
까지 했단다." 그제야 이대근씨는 자신이 겉으로만 효도(孝道)를
운운 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어머니가 껄껄 웃었다는 대목에 주목(注目)했다.
아들 앞에서 살을 보이는 일이 민망했을 텐데도 아랑곳없이 웃음을
떠뜨리는 노모(老母), 그 어머니의 당당한 자세에서 병(病)을 받아
드리는 씩씩하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나이 들어 아프고 병(病)을 앓는 것은 자연의 이치(理致)다.
일곱가지 병(病)과 함께 살아가는 나는 삶이 다할 때까지 즐겁게
살고 싶다. 아내와 아이들, 손자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내 친구
들과 더불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