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기 시작한 지 언 1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로 넘어와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주와 사랑에 빠졌고
3개월의 시간을 넘어 1년 아니 2년 혹은 평생을
제주와 함께 하고자 한다.
나는 현재 제주에서 미래를 그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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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 때면, 느지리오름을 찾는다.
그 정상에 서노라면 시원한 바람이 내 곁을 머물고 있는 듯싶어, 또, 그 기분이 좋아
몇 번이고 느지리오름 정상에 선다.
그 포근함과 시간이 멈추는 신기한 경험을 주던 느지리오름.
그리고 느지리오름 옆 초록빛 아름다운 정원이자
선물같이 다가왔던 방림원을 소개하고자 한다.
방림원
방림원은 2005년 어릴 적 엄마의 정원을 그리며 만든 야생화 정원이자 박물관이라 소개한다. 온 국민에게 야생화를 소개하고 싶었던 그는 제주도에 야생화 작품 전시관을 설립해야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제주 저지 예술인 마을 내 4,000평 크기로 방림원을 설립하였다.
오전 9시 방림원을 찾았다. 방림원의 오픈 시간에 맞춰 가고 싶었고, 그곳에 처음으로 입장해 정원 전부를 혼자 누리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입구 매표소엔 친절한 안내원이 계셨고,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입장을 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만났던 제1전시장은 내가 기대했던 것에 비해선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이었을까. 넓은 전시장에 아기자기한 야생화들은 내 눈길을 끌기에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론 그 끝에서 제1전시장은 야생화를 사랑한 이곳 원장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이었고, 모든 관람이 끝나서야 알 수 있었다. 방림원은 그렇게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따뜻하고, 엄마의 품 같은 곳임을 깨달았다.
제1전시장을 지나 방림굴에 도착했다. 4,000평 규모의 이곳 방림원은 여러 신기한 테마들이 많았다. 작다면 작은 이 정원에 굴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신기한 테마가 많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 물론 규모는 작은 굴이었지만,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어준 그 동굴은 퍽 반가웠다. 화산송이로 이루어진 이 동굴은 또, 인체에 이로운 음이온과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제주의 천연 동굴이기에 더욱 산뜻한 기분을 선사했다. 또 방림굴을 지나면 공작들이 사는 새장이 있는데 그 안엔 하얀 공장이 자신의 멋진 깃털을 뽐내고 있다. 마치 방림원은 작은 테마파크와도 같았다.
<갤러리엔 전세계에서 수집한 개구리 모형이 있다.>
또 길을 따라 걸으면 갤러리가 나오는데 이 갤러리는 마치 예쁜 카페와도 같았다. 나선형의 계단과 넓은 창 안으로 들어오는 햇볕은 따뜻한 마음이 들게 했고, 건물의 모습은 그저 좋은 기분을 선사했다. 이곳 방림원에는 입구부터 개구리 모형과 동상들이 즐비해있는데, 개구리는 이곳 방림원의 마스코트였고, 갤러리 안에도 개구리 인형과 모형들이 가득 차있었다. 그 개구리들은 세계 각지에서 온 개구리였고,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개구리 모형은 멋진 자태로 서있거나 누워있었다.
또 방림원은 제3전시장의 곶자왈 열대식물부터 사랑과 우정을 모티브로 만든 형제 폭포, 석부작과 분경 작품까지 볼거리가 많았다. 방림원은 화려한 여행지는 결코 아니지만, 푸른 하늘이 어울렸고, 초록빛 식물들이 아기자기 모여 귀여운 자태를 뽐내는 곳이었다. 또 방림원의 아름다운 야생화들은 이곳 원장님의 마음이 담겨, 더욱 멋진 색깔을 뽐냈다. 방림원을 다 돌고 나왔을 땐, 방림원이 화려하지 않아 좋았고, 아기자기 꾸며진, 또 정성스레 가꿔진 식물에 퍽 마음이 따뜻해졌다. 느지리오름을 가기 위해 들렸던 곳에서 나는 뜻밖의 따뜻한 마음을 느꼈고, 방림원은 뜻밖의 선물처럼 다가왔다.
<새끼 노루가 지긋이 나를 쳐다봤다.>
느지리오름
느지리오름은 바람이 부는 곳, 바람이 머무는 오름이었다. 한림읍 상명리에 있는 느지리오름은 이름이 여러 개다. 느조리오름, 망오름, 만조악 등 여러 별칭을 지니고 있고, 느지리오름과 노조리오름은 이곳 상명리의 옛 이름인 느지리에서 유래가 되었다. 높이는 225m의 높이로 낮은 오름이었다. 이곳엔 상수리나무, 보리수나무, 자귀나무 등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고, 또 낮은 높이만큼 등산보다는 산책에 가까운 가벼운 코스로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찾는 오름이다.
느지리오름의 산책로는 아기가 누워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또 산책로는 쉽고, 가볍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게 조성되어 있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뜻밖의 선물을 만났는데 바로 야생 노루였다. 새끼 노루는 내가 궁금했는지 멀뚱히 서서 눈을 깜빡이며 나를 쳐다보았고, 나도 노루가 궁금해 조금씩 다가갔다. 하지만, 속도가 빨라서였을까. 혹은 노루가 나에 대한 관심이 식어서였을까. 곧장 눈길을 돌려 제 갈 길을 걸어갔다.
나도 다시 발길을 옮겨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까지는 약 15분도 안 걸리는 가벼운 코스였지만, 정상의 모습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360도 뻥 뚫려있는 풍경은 한쪽은 한라산이 보이고, 한쪽은 바다가 보이며, 다른 한쪽은 멋진 풍력 발전기가 힘차게 돌고 있었다. 그리고 느지리오름 정상엔 왜인지 바람이 모이는 듯한 기분이 느껴졌고, 바람은 이내 이곳에서 잠시 쉬며 내 몸을 천천히 감싸고, 쉬다 다시 풍력발전기 쪽을 향해 힘차게 날아갔다.
느지리오름은 왜인지 바람이 더 오래 머무는 곳이었고, 그 풍경은 퍽 아름다워 시간이 마치 멈춘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곳이었다. 나는 이 느지리오름이, 또 이곳에서 부는 바람이 좋아 가끔씩 그 바람이 그리울 때면 늘 찾는다. 뻥 뚫린 풍경은 막혀있던 내 기분마저 뚫어주었고, 잠시 머물며 내 몸을 간지럽히는 바람은 산뜻한 기분을 선사했다.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고 싶다면, 느지리오름으로 가자. 제주에서 가장 바람과 어울리는 장소임에 당신도 동의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