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3일 대림 제1주일
-조명연 신부
1986년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직후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모리 대학의 교수 율릭 나이서는 다음 날 자신의 강의를 듣는 100여 명의 학생에게 ‘위 사고 소식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들었는지’ 자세히 적게 한 다음, 그 답지를 보관했습니다. 그리고 2년 반 후에 같은 학생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고 답을 받았습니다.
이제 두 답지를 비교합니다. 그 차이는 어떠했을까요? 학생 중에서 25%가 완전히 다른 대답을 했고, 65%는 세부 사항 에서 큰 차이를 보였으며, 단 10%만 동일하게 답변한 것입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 현재의 기억이 아주 확실하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기억은 이렇게 정확하지 않습니다. 대략적이고 나머지는 추론으로 채워가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 감정, 환경 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보는 것, 기억하는 것, 생각하는 것 등이 정확하지 않음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자기 기억이 무조건 맞는 것처럼 생각하고, 다른 이의 기억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요?
지혜로운 사람은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자기주장을 확실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틀림도 인정할 수 있는 겸손 한 사람이 진짜 지혜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주님께서 겸손을 강조하신 이유는 이렇듯 우리가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원 하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세상의 종말에 대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를 주인이 집을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일을 맡긴 종들처럼 우리 모두가 부지런하고 충실해야 할 것을 말씀하시지요. 주인은 언제라도, 또 아무 때라도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종이 언제 올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요? 종은 절대로 예측할 수 없습니다. 종은 주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깨어 있어라.”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자기 생각만을 주장해서는 안 됩니다. 그때가 언제 올지 전혀 모르면서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자기 생각을 내세워서는 안 됩니다. 하긴 언젠가 죽을 것임을 알면서도 절대로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사람처럼 살고 있지 않습니까?
초대 교회 때부터 신앙인의 참된 자세를 ‘깨어 있음’으로 묘사했습니다.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깨어서 주님께서 오실 날을 잘 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원한 생명은 깨어 있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하느님의 큰 선물입니다.
오늘의 명언: 욕구를 절제하는 사람은 욕구가 절제될 수 있을 만큼 약한 것이기 때문에 절제한다(윌리엄 블레이크).
사진설명: 대림 제1주일입니다.
[인천 가톨릭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