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글즈'에서의 나난과 동미, 두 여자의 우정은 사랑보 다 깊다. 개성 있는 두 캐릭터를 맡은 엄정화와 장진영. 두 사람은 영화처럼 사랑과 결혼이란 과제 앞에서 좌충우돌하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싱글녀들이다. 이들의 우정안에 뛰어든 두 남자도 역시 비슷한 또래의 싱글남, 이범수와 김주혁. 네 싱글 이 모여 무슨 이야기를 펼쳤을까?
엄정화와 장진영, 이범수와 김주혁. 한창 잘나가는 이들 네 배우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관련자들이 아니어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애인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자존심 다 내팽 개치고 온갖 눈물, 콧물 쏟아가며 매달리는 것만큼이나 ‘무지막지’(?)하게, 어렵 게 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물론 ‘싱글즈’의 홍보를 위해서라도 네 사람은 모이 고 싶은 의지가 강렬했다. 하지만 이미 촬영이 다 끝난 상황이며, 각자 차기작의 촬 영에 돌입한 상태에서 네 명의 스케줄을 맞춘다는 것은 정말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과정이었다. 어렵게 마련한 자리인 만큼 이날의 대화는 화기애애했고, 허심탄회 했다. 영화 속 네 주인공 나난(장진영 분), 동미(엄정화 분), 정준(이범수 분), 수헌 (김주혁 분)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이 시대의 싱글론’을 펼치기 위해서는 먼저 사 전 지식이 필요하다. 이를 숙지하시길!
영화 속 네 사람
■ 천방지축 도끼병 공주 나난, 장진영
나이 29세, 하지만 4년 전부터 줄곧 25세다. 디자이너에서 어느 날 갑자기 좌천 되어 계열사 레스토랑 ‘하이락 클럽’ 매니저로 발령난다. 성격은 세상이 나를 속일 지라도 끊임없는 상상력으로 난세를 극복하는 강인한(?) 성격. 도끼병 증세에 시달리 고 있음. 동미, 정준과 고등학교 동창이자 불알(?)친구.
■ 위풍당당 화통녀 동미, 엄정화
나이 29세. 웹 기획자에서 곧 사업가로 변신. 할 말 다 하고 하고 싶은 일 다 하 는 거침없는 성격. 정곡을 찌르는 ‘멘트’를 바로 날리는 순발력의 소유자. 마음만 먹으면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연애의 달인.
■ 속수무책 로맨티스트 정준, 이범수
나이 29세. 홈쇼핑 직원. 순수하게 세상살이에 적응하려 애쓰나 어처구니없는 순 수함을 무기로 ‘좋은 세상 만들기’에 한몫하는 성격. 요리가 취미이자 맛 또한 일 품임. 사랑 앞에서는 무지막지하게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음.
■ 능청스런 낙천주의자 수헌, 김주혁
나이 30대 초반 추정. 우노증권사 직원. 은근과 끈기는 기본. 세상을 쉽게 살아 가는 희희낙락의 도 ( 道 )와, 치고 빠질 때를 정확히 아는 최절정 늑대의 본능이 공 존. 잔머리를 능가하는 가공할 만한 능청스러움이 무기임. 정비병 출신으로 오래된 것 고쳐서 다시 쓰는 데 일가견이 있음. 네 사람이 들려주는 ‘내가 보는 너’
장진영이 말하는 나난
나는 나난을 연기하면서 많은 부분 연기가 아니라 평소 나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나이도, 성격도 나랑 비슷한 면이 무척 많기 때문이다. 나난은 엉뚱하면 서 귀여운 인물이다. 싱글이라면 다들 똑 부러지고 당당한 인물을 떠올리게 된다. 그 런데 난이는 매사에 한 박자씩 늦는 둔한 면도 있고 덤벙대는 성격 때문에 실수 연발 이다. 참, 상상력도 풍부해서 실제 행동보다 상상으로 더 많은 일을 하기도 한다. 가 령 화풀이라든지, 섹스까지도… 그런 그녀는 한마디로 천방지축이지만 사랑할 수밖 에 없는 매력적인 싱글이다.
이범수가 말하는 장진영
처음 장진영 씨를 만났을 때는 으레 차갑고 조용한 내성적인 사람일 지라 생각했 다. 그런데 막상 만나고 보니 생각보다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었다. 가끔은 엉 뚱하고. 장진영은 고정적인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는 매력을 지닌 배우인 것 같다. 물 에 비유하자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하고 깨끗한 물’이랄까? 영화 속 나 난의 연기는 실제 장진영의 모습 그대로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엄정화가 말하는 동미
동미는 사람들이 동경하는 쿨한 싱글의 스테레오 타입이다. 화려하고 섹시한 외 모에, 창업을 꿈꾸는 야심찬 사업가이다. 또 46번째 애인 리스트가 있을 정도로 ‘연 애의 고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동미의 진짜 매력은 솔직하고 거침 없는 성격과 말투에 있다고 본다. 마음에 안 드는 직장 상사라고 바닥에 패대기칠 수 있는 인물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진짜 따뜻하고 깊은 정이 뭔지 아는 멋진 여자다. 그래서 나는 동미를 사랑하고 계속 사랑할 거고 또 사랑할 수밖에 없다.
장진영이 말하는 엄정화
엄정화 씨는 한마디로 진짜 프로다. 영화와 드라마를 동시에 진행했기 때문에 남 들보다 2배로 바쁜 스케줄이었다. 그러나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을 뿐 아니라 캐릭터 와 연기 몰입에 열정을 다 쏟았다. 저런 에너지가 어디서 나올까 싶을 정도로… 그 런 면은 나도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난 개인적으로 엄정화를 좋아한다. 밝고 활발 한 성격이면서도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그녀의 사려 깊음이 좋다. 어떤 사람도 엄 정화와 2시간만 같이 있으면 그녀의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이범수가 말하는 정준
‘착한 놈’ 정준. 순수한 마음 하나로 세상을 살아가는 착하고 순박한 싱글이 다. 동미, 나난과 절친한 친구로 수다도 잘 떨고 요리를 잘하는 것을 보면 여성적인 코드가 잘 맞는 남자기도 하다. 평소에는 마냥 착해 보이는 정준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나름대로의 신념과 고집이 있다. ‘한 사람’만을 향한 아낌없는 사랑. 이 것이 바로 정준식 사랑이다. 답답한 모습 같지만 ‘착한 놈=무능한 놈’으로 치부되 는 이해타산적인 요즘 세상에 정준 같은 순수한 인물은 오아시스 같은 인물이다.
김주혁이 말하는 이범수
이범수 씨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카리스마가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리 크지 않은 체구임에도 함께 있노라면 그의 기(氣)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연기 에서도 그런 면이 배어 나오지 않는가. 주연이든 조연이든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에 묻히지 않고 살아 숨쉬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범수는 타고난 재담꾼이 다. 힘들고 지친 현장에서 그가 입담을 풀어놓기 시작하면 이내 웃음이 터지고 피로 를 말끔히 씻어준다. 굉장히 웃기는 사람이지만 우스운 사람이 아닌 배우. 그가 바 로 이범수이다.
김주혁이 말하는 수헌
수헌은 능력 있고 연애도 잘하는 조금 느끼하면서 귀염성이 넘치는 싱글이다. 그 는 ‘모든 문제에는 반드시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는 낙천주의자에, ‘나는 기다 리는 것이 특기야’라고 말할 수 있는, 파트너를 향한 배려심이 많은 남자이기도 하 다. 무엇보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적절한 타이밍에 여자에게 필요한 행동과 말들이 무엇인지 아는 센스가 있는 남자라는 것. 쉬운 말로 요즘 시대에 딱 맞는 ‘최고의 신랑감’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두둑한 배짱과 추진력은 같은 남자가 봐 도 굉장히 부럽고 매력 있는 남자임에 틀림없다.
엄정화가 말하는 김주혁
김주혁 씨는 양파 같은 배우다. 처음 만났을 때는 날카롭고 차가운 사람이 아닐 까 생각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이미지가 그랬고 그 이미지가 무척 잘 어 울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능청맞은 연기를 하는 김주혁 또한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 다. 그런가 하면 엽기적인 표정 연기와 돌발적인 제스처 표현도 정말 수준급이다. 그 의 변신에 주변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숨겨진 끼가 넘치는 배우이다. 저 이면에 감추어진 무언가를 계속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