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서쪽은 나의 동쪽이 된다
너와 내가
마주 바라볼 때
너의 왼쪽 눈은
나의 오른쪽 눈을 본다
너의 서쪽은
나의 동쪽이 되고
그 사이에 섬이 있다지
너에게 슬픔의 달이 떠오르면
나에게 있는 해의 밝음을
전해주려니
내 은빛 그리움도
물이랑 따라
야자수 해변으로 가리라
너는
어느 봄꽃으로 마중할까?
너에게
그대
떠난 날
달을 보고
울다
낮달도 보았다
밥
쌀은
무정부주의!
밥은
가마솥에 갇혀
장작 불에
눈물을 삼킨
그 어떤 목숨이다
누군가의
밥이 되려면
달궈지고
펑펑 울어야 하는,
밥심이 천심인 까닭이다
*"쌀은/ 무정부주의!" 도저하고 도발적인 시의 상상력은 시인의 내면세계를 단적으로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용우에게 밥은 "눈물을 삼킨/ 그 어떤 목숨"이고 "달궈지고/ 펑펑 울어야 하는" 사람에게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욕망과 본능을 동시에 들여다보게 한다. 그러면서 "무정부주의"에 빗대어 원만하지 않고 불편한 사회관계망까지 슬쩍 지적해내기도 한다.
겸손
우리 집 벼들이
고개를 떨구는 까닭은
새기들 잘되라
시장 바닥에서 팔만 번 머리 숙이던
어머니의 잠언을 깨쳤기 때문이다
이용우
충남 예산 출생
2023년 <<애지 >>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