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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계획에 따라 '입석분교 → 수안재 → 대왕봉 → 덕봉 → 백악산 → 옥양폭포 → 옥양교'의 13km 코스를 7시간 동안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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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산[百岳山]
높이: 856m
위치: 충북 괴산군 청천면
경북 상주와 충북 괴산의 도계를 이루는 백악산은 하얀 화강암으로 돌탑, 돌단, 돌무덤, 돌봉우리를 빚은 뭇 바위들을 한곳에 모아 놓은 듯 여러 형상 바위가 전시장을 이루고 있다. 정상 표지석에는 857m 표시되어 있으나 지형도상에는 856m이다.
백악산은 속리산~ 문장대에서 북쪽 화양구곡 방면으로 길게 가지를 드리운 능선 위의 한 봉우리로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있다.
규모는 작지만, 화강암 계곡과 폭포, 송림과 암봉이 어우러진 계곡과 능선은 찾는 이에게 산악미의 진수를 보여주는 산이다. 멋진 폭포가 2개나 있으며 암봉4개가 솟아있어 아름답다. 서쪽으로 길게 뻗은 계곡 길을 따라올라 능선에 서면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조망이 전개된다. 서울에서 가려면 괴산-화양구곡-송면-입석리 코스를 따라오면 된다. - 한국의 산하
이번 주 목요일인 1월 19일은 천고지 응봉산, 약수산행이자, 백두대간 진고개~구룡령 연결 산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애초 이 산행은 2022년 11월 9일 안내산악회 목요일 백두대간 종주팀이 수요 무박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안내산악회에서 그 날짜가 11월 1일 시작하는 가을철 산불 예방 통제 기간 내라는 이유로 2023년 1월 19일로 연기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당시 몇몇 대간꾼이 오대산은 11월 1일부터가 아니라, 11월 15일부터로 산행에 문제가 없는데, ‘왜 연기하냐?’고 항의하기도 했으나, 이미 버스는 떠났다. 당시 단풍 행락객의 폭증으로 버스가 모자라, 돈이 안 되는 산행은 성원 여부와 관계없이 연기하는 추세라는 걸 몇 번 당하고 나서 잘 알고 있어, 분노하기는 했으나, 그러려니 했다. 산악회도 때에 따라 크게 남는 게 있어야, 남는 게 별로 없는 산행도 진행할 수 있을 테니! 덕분에 그때는 월악산 국립공원 북바위산을 다녀왔다[산행기].
취소자가 많거나, 신청자가 적다는 즉 성원 미달이라는 이유로 산악회에서 일방적으로 산행을 연기 또는 취소하는 걸 수시로 당하다 보니, 이제는 산행 2주 전부터 신청자와 취소자 추이를 살핀다. 그리고 연기가 확실해 보이는 산행은 Plan B를 준비하는 게 일상사가 됐다. 1월 19일 목요일 백두대간 종주 산행도 산행일 2주 전부터 취소자가 하나둘 나오더니, 내가 파악한 28인승 버스의 성원인 16명을 위협하고 있어, 같은 산악회에서 대안을 찾았다. 다른 안내산악회는 목요일 산행이 없다! 해서 발견한 게 청화산, 조항산 연계 산행의 C 코스로 속리산 국립공원의 백악산행이 있는 걸 발견하고 주시했다. 백악산은 그게 백악산인지는 몰랐으나, 이번 산행과 같은 2020년 3월 백두대간 청화산과 조항산 연계 산행 때 옥양동으로 하산했는데, 산불 예방을 위해 ‘옥양폭포 코스’를 통제한다는 산림청에서 내건 플래카드를 맞은편에서 보고, “옥양폭포?” 했었다.
사실 플래카드에는 '옥양폭포~백악산~수안재~입석'이라고 코스를 명기했는데, 메모리 용량이 작아 백악산은 날아가고, 옥양폭포만 남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갈만한 산을 찾다가 오지를 전문으로 하는 산악회 산행 중 백악산이라는 생소한 산을 발견하고, 산행 계획을 확인했다. 거기서 옥양폭포가 백악산에 있다는 걸 알았다. 이미 그 날짜에는 다른 산행이 잡혀 있어, 백악산행에 따라갈 수 없으나, 청화산, 조항산이 백두대간이라, 수시로 버스가 출발하고, 아주 당연히 C 코스로 그 맞은편의 백악산행이 들어간다는 걸 확인했다. 이후 기회가 되면 오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같은 날 백악산행이 있어 주시했다. 그런데, 1월 15일 계룡산 장군봉 코스를 한창 달리고 있는데[산행기], 산악회에서 백두대간 진고개~구룡령 수요 무박 산행은 취소자가 많아 5월로 연기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걸 보자마자, 안내산악회로 들어가, 바로 청화산, 조항산행을 신청했다. 당시 빈자리가 4자리에 불과해 취소나 연기된 산행의 신청자가 몰려오면 백악산도 못 갈 상황이라 서둘러야 했다.
백악산행 정확히는 청화산, 조항산 연계 산행은 28인승 버스를 가득 채웠으나, 그중 백악산에 갈 산꾼이 몇 명이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 내가 유일한 인간일 수도 있다. 그건 아주 피곤한 상황이라 고민이 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당일 속리산 산악날씨에 의하며 기온은 영하 6~5도 사이고, 체감온도는 영하 10~9 사이, 바람은 2~3m/s 불어 평소 겨울 산행과 같으나, 날이 흐려 조망은 좋지 않을 전망이다. 백악산에서 대야산부터 조항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감상할 생각이었으나, 날씨가 받쳐주지 않을 거 같다. 그리고 2020년 3월 산행 때 우리는 찾지 못했으나, 옥양동에 식당이 있었는데, 평일인 목요일 영업할지 몰라, 일단 산행 준비는 평소와 같이 한다. 물론, 하산주를 위한 1시간 확보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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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5일 계룡산행 때, 평소보다 10분 늦게 기상해 양재까지 가는 테스트 결과, 승객으로 열차가 붐벼 앉아가는 게 쉽지 않은 것만 빼면, 시간 낭비가 없어 좋았다는 결론에 따라, 이번에도 10분 늦게 기상했다. 그리고 절차에 따라 모든 과정을 끝내고, 밑창 교환을 위해 등산화 전문 수리점으로 들어간 밑창이 덜렁거리는 등산화 대신, 양쪽 옆구리가 터져 버리려고 놔둔 등산화를 신고, 5시 55분에 집을 나섰다. 두 짝 다 양쪽 옆구리가 터졌을 뿐 밑창이나 나머지는 멀쩡한 등산화라 심설이나 비만 내리지 않으면 신는데, 문제는 없는 등산화다. 오히려 여름에는 통풍이 잘돼서 시원할 수도. 딱히 대안도 없어, 백악산에 눈이 많이 쌓여 있지 않기를 빌 뿐이다.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6시 정각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불광역에 도착해 6시 7분 열차를 탔는데, 오늘이 목요일로 평일임을 망각했다는 걸 알았다. 일요일이었던 15일도 간신히 빈 자리를 발견했는데, 빈자리는커녕 서 있는 승객이 많아, 과연 어느 역에서 앉아 갈 수 있을지 감도 안 왔다. 심지어 노약자석도 만원이다. 평일은 10분 빠른 시스템을 유지해야 할 듯하다. 어쨌든 멍청이 서 있으면, 시간이 더 느리게 가는 경향이 있어, 패드로 책을 읽고 가는데, 주변이 어수선해 고개를 돌려보니, 첫 번째 환승역인 종로3가역이다. 갈아타는 승객이 많아서 여기저기 빈자리가 생겼다. 덕분에 자리에 앉아, 편하게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양재역에 도착했다. 그 시각이 6시 48분경으로 적당한 시각이다.
5분가량의 여유가 있으나, 바로 개찰구로 올라가 통로를 보니, 일행을 기다리거나, 추위를 피하는 등산객으로 가득하다. 그걸 보면, 오늘이 평일이라는 걸 또 망각한다. 그들과 함께 3~4분가량 추위를 피해 지하에서 서성일까 하다가, 좀 춥더라도 신선한 공기가 필요해 바로 12번 출구로 나가 국립외교원 앞으로 갔다. 평소에는 편안한 여행을 위해 배낭을 버스 짐칸에 실어, 보조 파우치를 꺼내 손에 들고 차를 기다렸으나, 이번은 중간에서 내려야 하는 산행이라,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좀 불편하더라도, 배낭을 들고 타기로 했다. 그렇게 배낭을 둘러메고, 늘 그렇듯이 버스가 정차하는 길 건너편에서 반대편의 등산객을 관찰했다. 거의 매주, 때에 따라서는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하는 곳이라, 이제는 눈에 익은 등산객이 50%가 넘는다. 그들에게도 내가 익숙할 거다. 그리고 잘 보면, 내가 특정 위치에서 버스를 기다리듯이, 단골들은 각자의 지정석이 있다.
6시 57분에 내 지정석이나 다름없는 국립외교원 건너편 가로수 옆에 도착해 버스를 기다렸으나, 7시가 넘어도 버스가 보이지 않았다가, 7시 3분에 광양 백운산행을 선두로 속속 버스가 도착한다. 첫 번째 버스가 정차하는 걸 보고, 길을 건너 차가 정차한 곳으로 가며, 첫 번째 버스의 LED가 백운인지, 백악인지 정확히 확인 후 청화산행 차를 찾아, 내려갔는데, 오대산행 1호 차라는 LED를 보고 놀랐다. 최소 두 대 이상 출발한다는 얘기다. 오대산의 진고개에서 구룡령까지의 백두대간 산행은 취소자가 많아, 5월로 연기됐는데, 같은 오대산 눈꽃 산행은 버스가 두 대나 동원됐다. 그것도 1일 2산으로, 노인봉에 오른 후 상원사 주차장으로 이동해 비로봉에 오르는 산행이다. 물론 진고개에서 종주하는 등산객도 있을 거고. 백두대간 연결이 쉽지 않다고 한탄하며, 계속 버스를 찾아 내려가, 끝에서 두 번째로 도착한 청화산행 버스를 발견했다. 물론 백악산도 간다는 표시는 어디에도 없다.
버스에 타서, 내 자리로 가 배낭을 내려 의자 앞에 두고 앉았다. 이 버스는 의자 사이의 간격이 다른 차에 비해 좁게 느껴지는 게 28인승 버스도 다양한 버전이 있는 거 같다. 어쨌든, 배낭에서 보조 파우치를 꺼내, 슬리퍼로 갈아 신고, 배낭 때문에 불편한 가운데, 최대한 편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이 들어 깨어보니, 버스가 편도 2차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그럼, 경부를 벗어났다는 거로, 내 기억이 맞는다면 ‘평택제천 고속도로’다. 해서 지도를 확인했다. 맞다. 그럼, 충주휴게소에서 쉬나?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해,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실내등이 들어오고, 스피커에서 휴게소에서 20분간 쉰다는 인솔 대장의 공지가 나왔다.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후 차에서 내려보니, '금왕'으로, 초면이다! 볼일을 보고 이 휴게소의 주제를 확인하기 위해, 소공원을 둘러보다가 익숙한 걸 발견했다. 한남금남정맥 소개로 사진을 찍었던 기억도 있다! 고로 언제 왔는지는 기억이 없으나, 초면은 아니다. 참고로 언제 왔었는지 이 글을 쓰며 과거 산행기를 검색해 보니, 하행은 4번 방문했고, 마지막은 22년 10월 백두대간 연결 산행으로, 늘재에서 문장대까지 달렸을 때다[산행기]!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지도를 나눠주며,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물론 청화산, 조항산 연계 산행 지로로 백악산 지도는 없다. 먼저, 청화산, 조항산 연계 산행이 쉽지 않다는 말로 얘기를 시작해 특히 조항산까지 달리는 A 코스 산행에서 저수지로 내려올 때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강조했다. 그 길이야, 2020년 3월 1일 삼일절 휴일을 이용해 같은 코스로 흥수와 달린 경험이 있어 잘 안다[산행기]. 그리고, 다음으로 백악산에 몇 명이나 가는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다섯 명이다. 생각보다 많다. 역시 인솔 대장도 나와 같은 생각인 거 같다. 백악산에 관해서는 코스나 주의사항이 아니라, 될 수 있으면, 다섯 명이 붙어서 다니라고 당부했다. 그게 주의 사항인가? 그리고 끝으로 과거에는 청국장을 맛있게 했던 식당이 날머리인 옥양교에 있는데, 바뀐 주인인 노부부와 이틀 전부터 통화를 시도했으니, 못 했다며, 다른 건 몰라도, 부침개에 동동주나, 라면 정도는 먹을 수 있을 거라는 말로 얘기를 끝냈다.
8시 40분에 금왕휴게소를 떠난 버스가 고속도로를 벗어나, 좁은 지방도를 들어선 후 계속해 지도를 확인하다가, 9시 5분경 등산화로 갈아신고 스패츠를 착용하는 등 산행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조금 있자, 인솔 대장이 백악산의 들머리인 입석분교가 멀지 않았으니, 산행 준비를 하라고 했다. 추가해 가장 중요한 마감은 7시간으로 책정된 주 코스인 청화산, 조항산 연계 산행에 따라 4시 40분으로 한다고 했다. 계획보다 10분 늦게 도착해 마감도 10분 늦다. 백악산은 주 산행보다 10분 먼저 시작하니, 7시간 10분이 주어졌다. 대장이 옥양교 식당에 관해 얘기할 때 식당이 문을 안 열었을 확률이 높아 보여, 대부분 시간을 산에서 보내기로 목표를 변경했다. 그리고 9시 32분경 버스가 입석분교 앞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백악산에 오를 다섯 산꾼이 버스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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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32분경 화북초등학교 입석분교 앞 버스정류장에 내리고 보니, 버스 안에서 생각했던 거보다, 날씨가 따뜻하고 맑다. 현재 입고 있는 상태로 등산을 시작했다가는 얼마 못 가서 땀을 비 오듯 흘릴 거 같아, 정류장 옆 정자에서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던, 패딩 조끼와 네 워머를 벗어 배낭에 넣었다. 그런데, 나와 같이 내린 4명도 등산 준비를 하는데, 무엇이 급한지, 정자를 두고, 분교 석축에서 서둘러 준비하고, 바로 산으로 출발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인솔 대장이 마지막으로 다섯이 뭉쳐 다니라고 소리치고, 버스를 타고 청화산행의 들머리이자 백두대간의 주요 고재 중 하나인 늘재로 향했다. 등산 준비를 마치고, 핸드폰의 등산 앱을 기동 후,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해발 291m, 백악산이 857m, 고로 수직으로 566m만 올라가면 되는 산행이라, 최근 들어 가장 가벼운 산행이다. 그런가?
논과 밭 사이에 띄엄띄엄 있는 가옥을 연결하는 포장도로를 따라, 백악산으로 보이는 앞에 우뚝 솟을 산을 향해 가는데, 오른다리의 종아리 우측 부분이 엄청나게 시리고 저린다. 무시하고 앞서가는 산꾼을 쫓아가는데, 갈수록 고통이 심해 걷는 게 쉽지 않다. 산행을 포기하고 되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며 계속 올라가, 9시 58분에 포장도로가 끝나고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도착했다. 입석분교로부터 1.8km, 백악산까지 남은 거리는 5.2km다. 오른쪽 다리는 여전하다. 어딘가에서 쉬면서, 조처해야 하는데, 쉴만한 장소가 보이지 않는다. 와중에 아랫배도 살살 아프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300여 미터를 올라가자, 다 쓰러져가는 초막이 보여 자세히 살펴보니, 현재 사람이 사는 거 같지는 않다. 산행 후 지도를 보니, 폐가로 포기되어 있다. 도움을 받을 수 없어, 100여 미터를 더 올라가, 으슥한 곳에 땅을 파고, 아픈 배를 해결했다. 그리고 파낸 흙으로 깨끗이 처리하고 등산로로 돌아오니, 다리 아픈 것도 사라졌다. 다리 아픈 것과 배 아픈 게 관련 있나?
아픈 걸 해결하고 나니, 몸이 아주 가벼운 것이 날아갈 거 같다. 임도 수준의 등산로를 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올라가는데, 등산로가 계곡을 가로지른다. ‘물안이골’을 건너며, 계곡의 상태를 보니, 봄이 멀지 않다! 얼음이 녹고 있다. 그런데 물안이골을 건너고 보니, 건너편이 봄이라면, 이쪽은 아직 겨울로, 계곡을 사이에 두고 완전히 다른 계절이다. 그리고 등산객이든 산꾼이든 잘 찾지 않는 산이라, 길이 명확하지 않은데, 그걸 보완하는 리본을 속리산 국립공원에서 나뭇가지에 매달아 길을 안내하고 있다.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하는 산에는 산악회의 리본 대신 공원의 리본이 길을 안내한다. 매번 볼 때마다 그 아이디어에 감탄한다. 감탄은 감탄이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눈앞의 급경사에 올라서자, 금줄에 추락위험 경고문이 달려있어, 옆을 보니, 산사태 지역이다. 산사태로 만들어진 좁은 등산로를 지나, 50여 미터를 올라 ‘수안재’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44분이다.
국립공원답게 수안재에는 이정표가 있는데, 네 방향 중 직진과 오른쪽은 '탐방로 아님'이다. 그런데, 실제 길은 있다. 그것도 아주 상태가 좋은, 국립공원에서 세운 이정표에 '탐방로 아님'이니, 비법정 등산로다. 직진이야 고개를 넘어 반대편으로 하산하는 거고, 오른쪽은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했으나, 굳이 찾아볼 정도는 아니라, 바로 좌회전해 백악산으로 향했다. 수안재에서 200여 미터를 가자, 앞서가던 부부로 보이는 한 쌍이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서 쉬면서 간식을 먹고 있다. 그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그들을 추월해 급경사 언덕에 올라서자, 지금까지와는 달리, 눈이 쌓여 아이젠 없이는 갈 수 없는 환경이다. 해서 배낭 옆주머니에서 아이젠을 꺼내 착용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눈 쌓인 급경사를 올라가자, 주변의 조망이 트이기 시작하며, 왼쪽으로 백두대간 대야산과 조항산이 보인다. 그리고, 뒤로도 수안재에서 오른쪽 '탐방로 아님' 등산로로 가면 오를 수 있는 암릉과 암봉이 보이는데, 이름은 모르겠다. 그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올라가자, 암봉에 올라선 바위가 보인다. 속칭 부처바위라 부르는 바위다. 부처를 보지 못한 등산객이 많아, 부처바위라 부르는 것에 논란이 많은 바위다. 좌정하고 있는 부처를 닮았다는 게 정설인데, 아무리 째려봐도 부처가 없다. 해서 방향을 바꿔서도 봤는데, 마찬가지다. 마귀가 씌어 그렇다. 부처는 부처고, 부처 바위 뒤로 돌아가니, 소나무가 외롭게 서 있는 전망대다! 그 소나무 뒤로 돌아가자 여기까지 오면서 나뭇가지에 가려 명확히 보지 못했던, 감탄을 자아내는 암봉의 전경이 보인다. 올라야 할 봉우리 추가다. 이름을 알아야 다음에 오를 수 있어, 핸드폰을 꺼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낙무가도의 낙영산이다! 지난 22년 10월 16일 주행과 둘이 이미 종주했다[산행기]. 딱히 갈 산이 없으면, 백악산과 연계해 산행할 지도 모르겠다.
암릉 대부분이 그렇듯이, 능선을 따라 부처바위를 떠나, 백악산으로 향하는, 길목 곳곳이 전망대다. 부처바위의 연좌 또한 그렇고. 그다음 전망대에 올라가 혹시 여기서는 부처가 보일까 기대했는데, 부처는 없다. 그러다, 이 글을 쓰며, 연좌라 생각한 전망바위를 광배로 보니, 부처가 보인다! 원본 사진을 시계방향으로 90도 돌리고, 확대한 사진이 두 번째 사진이다. 나무 관세음보살! 당시에는 부처가 보이지 않아, 실망 후, 백악산 정상을 향해 계속 올라가자, 등산로 왼쪽으로 거대한 바위가 보인다. 등산로는 그 바위를 우회하고 있다. 당연히 등산로를 무시하고 그 바위로 갔다. 뭐 특별한 건 없고, 거대한 두 바위가 마주 보고 있는데, 그중 하나에 악착같이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있다. 크기는 어려 보이나, 밑동을 보면, 내 나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소나무다. 소나무는 소나무고, 이 두 바위도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냥 두었을 리가 없는데, 기억이 없다. 이 두 바위 또한 이 글을 쓰다가 앞선 산꾼의 산행기에서 봤던 침니(Chimney) 즉 굴뚝이 기억났다. 당시 기억났더라면, 올라갔을 텐데, 아쉽다!
침니에서 등산로를 내려와 백악산 정상을 향해 계속 가자, 저 앞에 그동안 보이지 않던 봉우리가 있다. 백악산 정상은 아직 멀었고, 낙영산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할 당시 가까운 곳에 '대왕봉'이라는 봉우리가 있는 걸, 얼핏 봤는데, 그 대왕봉이다. 침니를 우회하는 등산로를 따라가자, 이번 산행 처음으로 밧줄이 설치된 리지가 나타났다. 굳이 밧줄을 사용하지 않아도 올라갈 수 있어 그냥 올라가, 침니를 넘었으면 도착했을 눈 쌓인 능선에 도착했다. 그 능선에는 일행 중 한 명이 등산로에서 벗어나, 옷을 껴입고 있다. 왜 옷을 껴입는지 궁금해하며 그를 추월해 급경사 능선을 올라가는데 찬 바람이 몰아치는 게 심상치 않고, 바로 귀가 언다. 귀를 보호하기 위해 바람막이의 모자를 눌러쓰고 올라 갔다. 어쨌든 같이 출발한 다섯 명 중 세 명을 추월했으니, 내가 두 번째가 됐다. 결과적인 얘기로, 나머지 한 명은 나보다 먼저 떠났고, 산행이 끝날 때까지 만나지 못해 누군지 모른다!
눈 위에 찍힌 짐승 발자국을 보고, 어느 동물일까 추측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며, 대왕봉이라 생각한 봉우리에 올라섰는데, 이정표만 있을 뿐 어디에도 ‘대왕봉’임을 알려주는 표지가 없다. 하다못해 지역 주민만 아는 봉우리까지 음성으로 알려주는 등산 앱이 조용한 것도 이상해 이정표 주위를 둘러보니, 백악산은 좌회전해야 하고, 이정표에 어떠한 정보도 없는 직진 방향으로 발자국이 보인다. 고로 대왕봉은 주 등산로에서 벗어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쌍봉을 마주 보고 올라오며, 그중 대왕봉으로 생각되는 높은 봉우리는 주 능선에서 벗어나 있어, 고개를 갸웃했었다. 그런데, 그 대왕봉으로 가는 길목에 금줄이 쳐져 있다. 막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정표에도 없고, 금줄도 있는 거로 봐서, 비탐방 지역이다. 그렇다고 안 갈 인간이 아니고, 왕복해야 하는 봉우리라, 배낭을 이정표에 걸어두고 대왕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로 향했다.
이정표를 떠나, 70여 미터를 가자, 드디어 등산 앱이 반응한다. 내가 모르는 봉우리일 수도 있어 핸드폰을 꺼내 등산 앱을 확인했다. 대왕봉이다! 그리고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봉우리가 보인다. 보기에 별거 없는 봉우리라, 아무 생각 없이 갔는데, 그게 아니다. 눈 쌓인 리지에 밧줄이 걸려 있다. 벼랑 쪽으로는 일정한 간격으로 볼트를 박은 가는 쇠줄이 있다. 둘 중 하나를 이용해 올라가야 하는데, 쇠줄은 너무 가늘고, 바위에 볼트로 고정되어 있어 두 손을 써야 한다. 해서 오른손으로는 동영상을 찍고, 왼손으로 밧줄을 잡고 올랐다. 밧줄을 이용해 암봉에 오르고 보니, 더 가야 해, 계속 오르자, 너럭바위의 반을 차지하는 수직으로 잘린 듯한 거대한 바위가 있다. 수직 절단 바위가 차지하고, 남은 공간은 십여 명은 충분히 둘러앉아 쉴 수 있을 정도에, 수직 절단 바위가 바람을 막아 주고 있는 최적의 쉼터다. 등산로는 수직 바위를 우회하는 거 같았으니, 사실은 그 위로 올라가고 있다. 그 등산로를 따라 바위로 올라가자, 그 또한 마당바위로 그 가운데 돌탑이 있는 정상이다. 그 돌탑의 꼭대기에 'DS25 산악회'에서 기증한 "대왕봉"이라 음각한 대리석 정상석이 보인다.
사실 정상에 막 도착했을 때, 눈 앞에 펼쳐진 장관에 정상석이 있는 돌탑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해서 돌탑을 지나쳐, 수직 절단면 끝으로 가 대야산에서 시작해 조항산, 청화산 늘재를 지나 속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전경을 다양한 사진으로 남겼다. 한 장의 사진에 다 들어오지 않아, 동영상, 파노라마까지! 당연히 백악산의 정상으로 보이는 봉우리는 따로 찍었다. 초면의 백악산 정상은 쌍봉인데, 앞에 있는 봉우리가 더 높아, 백악산 정상인 거 같다. 그리고 속리산도 따로 기록으로 남기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야산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향해 남진하는 백두대간이 늘재에서 경미산을 거쳐 밤치를 건넌 후 암릉으로 문장대로 향하는데, 대야산부터 속리산 천왕봉까지 한 줄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라, 속리산 주 능선이 보일 수 없다. 오해할 수는 있으나, 내가 보기에는 분명 속리산 주 능선이라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해서 산행이 끝난 후 국립공원에서 만든 지도를 펼쳐놓고, 백악산 능선에서 보이는 시야를 확인했다. 남쪽 즉 지도의 푸른 원뿔인, 속리산은 묘봉에서 상학봉을 거쳐 언젠가는 가야 할 관음봉에서 문장대로 이어지는 구간으로 백두대간이 아니다. 그리고 북쪽 즉 지도의 붉은 원뿔인, 대야산 방향은 청화산까지 백두대간이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백악산과 백두대간, 속리산의 장관을 사진으로 남기고, 뒤로 돌아보니, 그때야 돌탑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정상에 도착했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정상석이 돌탑 위에 있는 것도 보인다. 그리고 그 뒤로 내가 추월했던 산꾼이 서성이는 것도. 내가 전망대를 차지하고 있어, 사진을 못 찍고 있는 눈치라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 돌탑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그 산꾼과 서로의 인증을 찍어주고, 미련 없이, 대왕봉 정상을 떠나려는 데, 아래가 소란스러워 내려다보니, 그 부부가 리지 올라오는 방법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아래를 주시하다가, 그들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정상을 떠나, 너럭바위 앞에서 부부를 만나, 몇 마디하고, 누군지 모를 선배가 설치한 붉은 밧줄을 다시 이용해 바위에서 내려왔다. 바위에서 내려와서 보니, 등산로 옆에 그들 부부의 배낭이 나란히 누워있다. 서로의 잊을 찍어준 산꾼이 내려오는 모습을 확인하고, 배낭이 기다리는 갈림길로 향했다. 금줄 너머로, 이정표에 걸려있는 배낭을 보자, 저게 산꾼과 부부를 대왕봉으로 인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표에서 배낭을 내려, 다시 둘러메고 대왕봉 정상에서 본 백악산을 향해 출발한 시각이 11시 58분경이다. 그런데, 배가 고프다. 어차피 하산주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 포기해 준비한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어야 한다. 눈이 쌓여 있어 적당한 식당이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계속 전진하는데, 거대한 바위를 지나, 앞에 작은 바위 여럿이 길을 막고 있다. 등산로는 그 바위군을 우회하고, 당연히 그 바위를 넘는 길이 있을 거 같아 우회로를 무시하고 가니, 좀 위험하기는 해도 그걸 넘는 길도 보인다. 그러다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는데, 규모는 작으나, 대왕봉과 비슷한 구조의 평지가 있다. 바위 너머는 등산로다. 내가 찾던 식당이라, 자리를 펴고 앉아,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백악산과 속리산을 감상하며 점심을 먹었다. 끝으로 남은 뜨거운 물에 마른 우엉을 넣어 만든 우엉차로 입가심 후 모든 인적을 깨끗이 정리하고, 식당을 떠났다. 물론 그들은 모르겠지만, 내가 점심을 먹는 동안 산꾼과 부부가 지나가는 걸 바위 너머로 지켜보고 있었다. 고로 이제 다시 내가 꼴찌다!
왼쪽은 암벽이라 보이는 게 없고, 당시만 해도 지도를 확인하지 않아, 오른쪽에 보이는 암봉과 암릉을 속리산 주 능선이라 생각했다. 분명 속리산 주 능선은 백두대간인데, 대간이 'U'자를 그리지 않는 한, 보이지 말아야 할 능선이 보여 고개를 갸웃뚱하며, 좁은 암로를 통과하기도 하고, 백악산으로 향하는데,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그 시각이 12시 30분으로 백악산 정상은 아직 멀었다. 대왕봉과 백악산 사이에 또 다른 봉우리가 있다는 걸 모르고 있어, 등산 앱을 확인해보니, '돔형봉'이다. 돔형봉? 돔처럼 생긴 봉이라는 얘기다. 1분가량 가자, 등산로 앞을 거대한 바위가 가로막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분명 저 위로 올라가지는 않을 거라, 바위의 오른쪽에서 우회로를 찾아봤으나, 등산로를 만들기에는 너무 가파르다. 그럼, 왼쪽인데, 그 방향은 바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왼쪽으로 우회로가 있을 거로 생각하고 바위에 접근해 보니, 위로 올라가는 밧줄이 반겨준다. 굳이 밧줄을 잡고 올라갈 정도는 아니라, 뭐가 기다릴지 궁금해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서 보니, 우회로는 없고, 길은 바위 뒤로 돌아가는데 옆은 낭떠러지다. 처음 북한산 향로봉 방향에서 족두리봉으로 올라갈 때와 같은 두근거림과 후들거림을 안고, 바위틈으로 들어가기도 하며, 뒤로 돌아가자 정상이다. 아니 정확히는 왼쪽으로 정상이 보이고, 등산로는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정상이 궁금하기도 해서 올라가서 보니, 아래에서 본 바위틈을 가로지르는 밧줄이 있다. 건너다 틈새로 빠지는 건 생각하기도 싫다. 그런데, 소나무 뒤로 정상석 같은 것도 보인다. 여기를 건너가라니, 미친 거 아냐? 하는 생각도 들어, 다른 길이 있나 찾아봤으나, 없다. 그렇다고 포기하는 건 자만심에 상처를 주는 거라, 동영상 찍던 걸 중단하고, 배낭도 벗어 바닥에 두고, 밧줄을 이용해 틈을 건너 위로 올라갔다. 이후 사진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동영상을 중지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찍힌, 놀라고 난감해하는 모습이 당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래에서 본 대로 위에는 대왕봉과 같이 'DS25 산악회'에서 기증한 "덕봉 804m"라 음각한 정상석이 있다. 등산 앱은 '돔형봉'이라 얼려줬는데, 정상석은 '덕봉'이다. 해서 산악회가 계획한 코스를 보니, '덕봉'이다. 그리고 정상석이 있는 곳은 마당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는 광활한 너럭바위이자 전망대다. 문제는 갑자기 날이 흐려 조망이 좋지 않다는 거. 그런데도 기록을 위해 진행 방향의 백악산과 속리산, 반대편의 대왕봉, 백두대간의 모습을 찍었다. 이후 셀카봉을 삼각대처럼 활용해 흔들거리는 덕봉 정상석을 껴안고 인증을 남겼다. 바위 봉우리와 바위 능선이 다 그렇듯이, 볼 거 다 보고, 찍을 거 다 찍고 돌아가려고 보니, 올라올 때보다 더 위험해 보인다. 해서 올라올 때 발견하지 못한 다른 길이 있나, 둘러봤다. 역시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고, 밧줄은 의미가 없어, 엉덩이 신공을 이용해 건너편 칼바위로 내려섰다.
배낭을 내려놓은 곳으로 돌아가, 그걸 둘러메고 앞에 보이는 백악산 쌍봉을 감상하며 암릉으로 내려가는 데, 정상 중턱에 네모난 바위가 보인다. 그 아래에는 명확하지 않지만, 인공의 갑판 전망대가 있는 거 같다. 저게 뭘까 궁금해하며, 가는데, 왼쪽으로 기묘한 형상의 거대 바위가 있다. 이것도 앞선 산꾼의 산행기에서 이름을 본 거 같은데, 기억이 없다. 내가 보기에는 영화 혹성 탈출에서 투구를 쓴 원숭이 대장의 얼굴이다. 테드였나? 장군의 머리도 기록으로 남기고 내려가자, 밧줄에 의지해 내려가야 하는 좁은 암로가 나타났다. 밧줄을 잡고 내려가며 아래를 보니, 길을 표시하는 노란 리본이 보인다. 말인즉 정규 등산로는 암릉이 아니라, 덕봉을 우회한다. 당시에는 궁금증만 가지고 있다가, 산행이 끝난 후 트랙을 살펴보니, 예상대로 정규 등산로는 위험한 덕봉 정상을 우회하고 있고, 나는 악착같이 암릉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결과적인 얘기나 이번 산행 최고의 소득이 우회로를 버리고, 덕봉 정상에 오른 거다.
좁은 암로에 설치된 밧줄의 용도가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만큼, 줄이 쳐지지 않게 일정한 공간을 두고 위와 아래 양쪽에 단단히 묶여 있다. 그 밧줄에 의지해 내려가서 보니, 아래는 코끼리 코에 묶여 있다. 물론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정규 등산로로 돌아와 덕봉 정상에서 봤던 맞은편 갑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 백악산으로 향해, 코끼리에서 4분 거리에 있는 '백악산 0.3km'의 이정표에 도착했다. 대왕봉 갈림길에 있던 이정표에 의하면, 백악산까지 1.5km다. 그리고 대왕봉에서 백악산을 보고, 처음에는 너무 가까워 백악산은 쌍봉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쌍봉보다 높은 봉우리가 보이지 않아, 이정표 거리에 오류가 있는 거라 여겼는데, 앞으로 남은 거리가 300m에 불과하다는 이정표를 보니, 내 거리감에 이상이 있는 거 같다. 하긴 실 거리가 아니라 도상 거리라면 맞기는 하다. 이정표를 지나 30여 미터를 가자, 백악산에서 처음 만나는 갑판 계단이다. 그동안은 갑판이 필요할 정도로 험하고 위험 구간이 없었나?
계단으로 위로 오르며, 왼쪽 아래로는 바위틈 나무에 묶인, 과거에 사용한 거로 보이는 밧줄이 있다. 과거가 좋았다. 기묘한 바위와 이제는 싫증 난, 속리산 모습을 감상하며 계단을 오르자, 덕봉 정상에서는 무언가 대단한 게 있을 거 같았는데, 그저 오르기 힘들고 위험한 암릉에 계단을 설치한 거에 불과했다. 계단 정상은 지나온 대왕봉과 덕봉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뒤돌아, 달려온 능선을 기록으로 남기고, 등산로가 아닌 암릉을 따라, 백악산으로 향하다가, 낙영산과 대왕봉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중간에 좀 전에 지나온 사각 바위가, 마치 북한산 비봉의 사모바위를 백악산 능선으로 옮겨 놓은 듯하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사모바위라고 해도 믿을 듯하다. 가지 말라는 암릉과 전망대에 올라, 다양한 모습의 백악산 능선과 속리산, 대야산 등의 백두대간을 사진으로 남기며 정상으로 향해, 1시 7분에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백악산 정상 반경 50m 내에 도착했다.
역시 놓치는 게 없도록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향하는데, 대왕봉도 그렇고, 백악산 정상도 너럭바위 위에 올라선 거대 바위다. 그 바위 앞에는 부부가 점심을 먹는 중이고, 산꾼은 인증을 찍고 정상에서 내려온다. 물론 그들 모두 앞서갔을 거로 생각한 내가, 뒤에서 나타나 놀라는 모습이다. 그들에게 가볍게 눈인사하고 바위를 뒤로 돌아, 위로 올라가니, 눈 쌓인 정상에 '속리산 국립공원 백악산 857m'라 음각한 정상석이 있다. 그 정상석을 본 후 뒤로 돌아 흐릿한 백두대간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겼다. 이후 정상석의 모습을 사진 찍고, 셀카봉을 삼각대로 활용해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하산할 계곡과 주변을 기록으로 남기고, 정상을 떠나기 전 시계를 보니, 1시 14분이다. 산행 마감이 4시 40이니, 마감까지 3시간 30분가량 남았다. 이대로 하산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 하산주도 명확하지 않은데!
가능하면 유유자적 내려가겠다는 생각으로, 정상을 떠나, 부부와 산꾼에게 다시 인사 후, 정상 바로 옆에 있는 이정표의 '옥양폭포 4.5km'를 확인하고 하산하려는데, 길의 방향이 이상하다. 당연히, 왼쪽 옆 계곡으로 내려갈 거로 생각했는데, 오른쪽이다. 정상이 아니라, 고개에서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라 그러려니 하고, 등산로를 따라가다가, 급하면 노숙할 수 있어 보이는 바위 아래 동굴도 구경했다. 그리고 왼쪽이 아닌 오른쪽으로 설치된 갑판 계단을 내려가는데, 앞에 지금까지 보지 못한 속리산의 모습이 펼쳐진다. 그걸 사진으로 찍으려는 데, 나뭇가지가 방해해, 주변에 전망대가 없나, 위로 고개를 드니, 있다! 그래서 걸음을 돌려 전망대로 뛰어올라갈 때, 점심을 마친 부부가 갑판으로 오고 있다. 다시 순서가 바뀌는 순간이다. 어쨌든 부부가 갑판으로 내려가는 동안, 급할 거 업는 나는, 속리산의 다양한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파노라마도!
속리산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유유자적 갑판 계단을 내려가는데, 분명 고개에서 왼쪽 계곡으로 하산해야 하는데,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계속 내려간다. 위험한 암릉으로 길을 낼 수 없으니, 우회하는 등산로다. 고로 한참 내려간 후, 고개로 다시 올라와야 한다. 오르내리는 게 짜증 나는 것도 있으나, 별거 아닌 암릉을 피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 우회 등산로를 버리고, 암릉을 택했다. 그런데 그 암릉은 국립공원의 손이 미치지 않는지 산악회의 리본이 곳곳에 보인다. 말인즉 약간 위험한 암릉으로 나 있던 등산로를 국립공원에서 안전하지만, 거리가 늘어나는 우회 등산로를 만들었다. 나같이 정신 나간 산꾼을 제외하고. 대부분 등산객은 그 등산로로 다닌다. 어쨌든 과거 등산로인 암릉으로 고개에 도착하자, 좌든 우든 하산길이 없고 등산로는 앞의 봉우리로 향한다. 그걸 따라 10여 미터를 올라가자, 갈림길이다. 이정표는 없으나, 국립공원의 노란 리본과 안전 밧줄이 봉우리를 우회하는 오른쪽 등산로에 있다. 정규 등산로다. 봉우리로 향하는 등산로는 인적이 있기는 하나, 조금 올라가다가 돌아내려 온 흔적일 뿐이다.
인적이 없는 과거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본 뒤에야, 이 봉우리가 백악산 쌍봉 중 정상 뒤에 있던 두 번째 봉우리라는 걸 알았다. 당연히 암봉이자 전망대로, 특히 대야산에서 청화산, 문장대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조망하기에 좋았다. 쌍봉의 두 번째 봉우리이자 전망대에서 백두대간의 조령산과 그 아래 저수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앞으로 가야 할 길의 대략적인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옥양폭포가 있는 계곡은 백악산 정상에서 시작하는 계곡이 아니라, 앞에 보이는 봉우리에서 시작하는 계곡에 있다. 말인즉 봉우리 하나를 더 올라야 한다는 거다. 쌍봉의 두 번째 봉우리에서 암릉으로 내려가는데, 길이 보이지 않아, 다시 엉덩이 신공을 사용해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정규 등산로에 합류해 이번 산행 마지막 봉우리인 헬기장에 도착한 시각이 1시 53분이다.
백악산 주 능선의 마지막 봉우리인 헬기장에 있는 이정표에 의하면, 옥양폭포까지 남은 거리는 3.8km다. 평소 하산 속도를 고려하면 한 시간 거리다. 고로 3시면 날머리인 옥양교에 도착한다. 마감은 4시 40분 너무 빠르다. 대장이 우리를 입석초교 앞에 떨어트리고 늘재로 떠나기 전, 모두 일찍 도착하면, 서울로 일찍 출발한다는 상투적인 얘기를 했는데, 조항산 팀이 일찍 도착하기만 바랄 뿐이다. 그런데 헬기장에서 하산하는 등산로는 지금까지 와는 달리 급경사의 빙판으로 밧줄이 없으면 하산이 힘들다. 설치된 밧줄을 잡고 조심조심 내려가는데, 저 멀리 백두대간이 뻗어나간다. 해서 그 자리에서 한 손은 밧줄을 잡고, 다른 손에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나뭇가지가 방해한다. 포기하려는 순간 조금 아래에 아무런 방해가 없는 전망대가 눈에 띈다. 당연히 조심조심 전망대로 갔다. 정확히는 수직 절벽의 끝이다. 그 끈에 서서 두근거리는 심장과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고, 앞에 펼쳐진 백두대간의 다양한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파노라마도!
갈지자로 설치된 밧줄을 잡고 아래에 도착해 뒤로 돌아 조금 전에 있었던 절벽을 올려다봤으나, 어디나 그렇듯이 막상 아래에서 보니 별것 아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간이 콩알만 해지는데! 뭐 어쨌든, 이제는 볼 것도 찍을 것도 없이 그저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물론 한국산의 특징이 기복은 산행이 끝날 때까지 있겠지만. 가끔 빙판의 바위를 내려갈 방법을 찾아, 길을 만들기도 하고, 왼쪽으로 보이는 지나온 능선 봉우리들의 이름을 되뇌며 가는데 배가 고프다. 점심으로 컵라면을 먹인 지 두 시간이 약간 지날 뿐이다. 이런 때를 대비해 가져 다니는 에너지 바를 꺼내 일단 허기는 달랬는데, 이러면 하산주는 몰라도 무언가 먹거리는 필요하다.
2시 25분에 ‘옥양폭포 2.5km’ 거리의 이정표에 도착했다. 그 이정표 뒤에는 이상한 모양의 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 이름을 두고 산꾼 사이에 이견이 많았다. 강아지를 닮았다는 게 주류고, 산과 야생화에 관해 몇 권의 책을 쓴 여성 산꾼은 젖꼭지를 닮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바위 옆에, 국립공원에서 '솥뚜껑 바위'라고 명명한 안내문을 세워놨다. 페이스북 공모를 통해 선정한 이름이란다. 논란의 바위 모습은 세 주장이 다 그럴듯하다. 요즘 대세인 꼬리를 다듬은 강아지 엉덩이도 닮았고, 젖꼭지도 맞고, 솥뚜껑도 맞다. 젖꼭지와 솥뚜껑이 직관적이기는 하다. 논란의 바위를 지나, 작은 봉우리를 넘으니, 동네 뒷산의 특징인 곳곳이 갈림길이다. 그중 우회로가 아닌 능선을 따라가다가, 바위에서 미끈해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아픈 엉덩이를 주무르며, 능선을 따라가다가 다시 작은 봉우리를 만났다. 물론 오른쪽으로 우회로도 보인다. 아무 생각 없이 봉우리로 오르는 직진을 선택해 20여 미터를 가다가, 문득 비탐방 등산로 전용 앱의 지도에서 옥양상폭포를 본 기억이 났다. 수안재에서 이어지는 낙무가도의 낙양산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본 폭포다. 분명 옥양상폭포 방향으로 갈림길이 있다. 시간이나, 거리나 조금 전에 지나온 갈림길 같아, 그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정확하다. 아까 그 위치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고로 그 오른쪽 길은 봉우리를 우회하는 길이 아니라, 정규 탐방로만 표시하는 등산 앱의 지도에는 없는, 옥양골로 향하는 바탐방 등산로다. 당연히 걸음을 돌려 갈림길로 돌아가 오른쪽으로 갔다. 등산로를 따라가며 유심히 인적을 살폈는데, 과거에는 모르나, 오늘 포함 최근에는 한 명만 지나갔을 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함께 출발했으나, 끝까지 만나지 못해 얼굴을 모르는 그 한 명이 아닐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등산로는 계곡으로 떨어진다.
수시로 등산 앱을 확인하며, 가물어 바짝 마른 계곡을 따라 내려가자, 저 앞에서 꽤 넓은 계곡과 합류한다. 당연히 지금까지 들리지 않던 물소리도 들리고. 어차피 통신 불량 지역이라, 정규 등산로만 표시하는 등산 앱은 무용지물이고, 미리 지도를 내려받아, 보여주는 등산 앱의 지도로 옥양상폭포의 위치를 확인했다. 비법정 전문 등산 앱에도 옥양상폭포로 가는 길은 없으나, 폭포야 계곡을 따라가면 만나는 거고, 문제는 왕복에 걸리는 시간이다. 현재 시각 2시 54분! 최소 한 시간 정도의 여유는 있다. 왕복이라 당연히 배낭을 벗어 길목에 두고, 계곡으로, 폭포를 찾아 상류로 가는데, 아이젠이 걸리적거려, 그걸 벗어 돌 위에 두고 갔다. 아주 당연히 상류로 올라갈수록 계곡이 험해 가는 게 쉽지 않아, 나름 편한 길을 찾아가다가, 계곡 옆으로 등산로가 있는 걸 발견했다. 내가 사용하는 등산 앱의 지도 어디에도 없는 등산로인데, 길의 상태로 보면 많은 산꾼이 다녔다. 관광객이 다녀도 좋은 정도다. 그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 2시 58분에 요란한 물소리와 함께 폭포가 앞에 나타났다.
배낭을 벗어 둔 곳에서 4분이 걸려 폭포에 도착했으니, 대략 100~150m의 거리다. 계곡의 규모에 비하면 꽤 큰 폭포다. 옥양상폭포와 그 주변 물길을 동영상과 사진을 찍고, 돌아갈 때는 처음부터 등산로로 내려가, 3시 6분에 배낭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비록 6,000원짜리에 불과하나, 아이젠이 계곡에 있어, 그 자리에서 계곡으로 내려가 아이젠을 찾으며 하류로 향했다. 이때를 대비해 잘 보이는 곳에 아이젠을 두고 가, 쉽게 아이젠을 찾았다. 그리고 아이젠 착용할 일이 더는 없을 거 같아 계곡물로 아이젠을 깨끗이 씻어 손에 들고, 다음 목표인 옥양폭포로 향했다.
등산로는 옥양골을 수시로 건너며 하류로 향해, 골을 감상할 기회가 많았다. 산의 크기에 비해 수량이 풍부하고 맑고 깨끗하다. 여름 계곡 산행지로도 괜찮다. 나만 모르고 있었지, 다른 등산객이나 관광객에는 유명한 곳인지도 모르겠다. 수시로 동영상을 찍으며 내려가는데, 갑자기 '출입 금지' 경고문이 매달린 철조망이 나타났다. 철조망을 피해 계곡을 건너자 다시 등산로다. 그 등산로를 따라 50여 미터를 내려가니, 갑자기 계곡이 넓어지고 건너편에, 절집이다. 옥양골에 절간이 있었나? 있으니, 본존불에게 신고할 생각으로 절간으로 건너는 길을 찾으며, 하류로 가는데, 계곡을 건너는 모든 다리, 가운데 '출입 금지' 경고문이 서 있다. 그걸 보니, 앞선 산꾼의 산행기에서 비구니가 절 구경을 막았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났다.
비구니만의 비밀을 지키고 싶은 거야 충분히 이해하나, 그럼, 등산로는? 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위로 절집과 바위를 지붕으로 삼은 부처가 보인다. 설마 저 부처가 본존불? 부처임은 분명하여, 그리로 가, 수인으로 항마촉지인 (降魔觸地印)하고 결가부좌(結跏趺坐)한 부처에게 신고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절간에서 만든 건지, 국립공원에서 만든 건지, 절간을 통과하지 않고, 위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다. 등산로도 그렇고 절의 규모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나, 절 구경을 막으니,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 등산로로 언덕에 올라서니, 갈림길이다. 옥양상폭포로 오기 위해 되돌아가지 않고, 정규 등산로로 계속 갔으면 여기서 만난다. 혹시 저 절간, '석문사!'의 압박으로 옥양골 등산로를 폐쇄한 건 아니겠지?! 어쨌든 석문사를 피해 계곡 건너, 여기서부터는 정규 등산로다. 그 등산로를 따라 옥양폭포를 찾아 내려가, 3시 31분에 옥양폭포 향하는 길목에 도착했다.
3시 33분에 옥양 폭포에 도착했는데, 첫인상은 명성에 비해 초라하다는 거다. 규모만 보면, 옥양상폭포가 옥양폭포보다 훨씬 낫다. 다만, 폭포 상단을 가로지르는 자연석 다리 아래로 폭포가 떨어지는 건 이채롭다. 물의 강한 힘이 바위를 뚫어 다리로 만든 건 아니고, 중? 석문사의 권세와 재산이라면 불가능한 건 아닌 거 같다! 폭포의 모습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고, 폭포를 떠나, 아래로 내려가니, 그 부부가 계곡 옆에서 씻고 있다가 나를 발견하고,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옥양폭포 사진을 찍었는지 묻는다. 옥양폭포도 찍고 옥양상폭포도 찍었다고 얘기해 주고, 가볍게 인사 후 씻고 있는 그들을 뒤로하고, 계곡 옆으로 난 임도로 올라섰다. 정확히는 임도가 아니라, 석문사를 위한 포장도로다! 1990년에 창건했다는데, 그 규모와 권세가 놀랍다. 주지의 정체가 궁금해, 아무리 검색해도 오리무중이다. 하다못해 종파도! 어쨌든 임도 아니 불도를 따라 내려가, 3시 39분에 버스가 다니는 도로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오른쪽 언덕에는 '옥양정'이 있고, 왼쪽 2층 건물이 간판은 없으나, 지난 2020년 흥수와 둘이 찾다가 실패한 ‘흥부네’ 식당이다. 고로 산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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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솔 대장이 주인장과 통화를 못 했다고 해서, 이번 산행에서는 하산주를 포기했는데, 식당의 유리문으로 하산주하고 잇는 등산객의 모습이 비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빈자리가 없어, 합석할까, 두리번거리는데, 라면을 먹고 있던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옆방을 가리킨다. 더 큰 방으로, 서너 개의 테이블이 비어있다.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차림표를 살펴봤다. 아예 식사는 없고, 안주도 먹을 만한 게 없다. 먼저 도착한 등산객은 뭘 먹고 있나 둘러보니, 라면과 두부김치다. 인솔 대장이 버스에 한 얘기 그대로다. 와중에 옆 테이블에서 대장이 다른 등산객과 라면과 두부김치로 동동주를 마시고 있다. 손님은 많은데, 주인장 홀로 대응하는 시스템이라, 만들기 간단한 라면과 두부김치만으로 영업하는 거 같다. 애초 하산주도 하산주지만, 배가 고파 들어왔으니, 식사 대용으로 먹을 만한 두부김치와 소주를 주문했다. 점심으로 컵라면을 먹었는데, 또 라면은 말이 안 되고, 나에 이어 속속 도착한 등산객들도 점심으로 라면을 먹었는데, 또 라면은 아니라면서 두부김치와 동동주 또는 소주를 주문한다. 인간은 다 비슷하다.
먼저 소주를 들고 와 김치를 안주로 무사 산행을 축하하는 건배를 하고, 이어 나온 두부김치와 같이 소주를 마셨는데, 급조한 안주치고는 맛이 괜찮았다. 특히 직접 만든 두부는 아닌 거 같지만, 훌륭한 맛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혼자 먹기에 적당한 양이다. 이슬이 한 병과 두부김치로 배를 채우고, 마감 10여 분전인 4시 28분경 식당에서 나와, 버스가 주차해 있는 정류장으로 가, 배낭을 짐칸에 넣고 버스에 탔다. 그리고 버스가 출발하는 걸 보고 잠이 들었는데, 그게 몇 시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깨어보니, 주변이 깜깜한데, 길이 막혀 차가 서다 가기를 반복한다. 아니, 서울이 아직 멀었는데, 벌써 이러면 서울에 언제 가나 걱정하다가 무언가 이상해 지도를 확인했다. 안성이다! 고로 서울이 멀지 않았다. 자는 동안 여기까지 온 거다. 6시 15분에 안성 휴게소에서 잠깐 휴식한 버스는 전용차선으로 신나게 달려 7시 14분에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 도착하는 거로 속리산 국립공원 백악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계획과는 달리 속리산 국립공원의 오지 '입석분교 → 수안재 → 대왕봉 → 덕봉(돔형봉) → 백악산 → 옥양골 갈림길 → 옥양골 → 옥양상폭포 → 석문사 → 옥양폭포 → 옥양교'의 13.05km(트랭글) 코스를 6시간 11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5시간 39분, 휴식 32분! 휴식 시간의 70% 이상이 사진 찍은 시간이다!
흐리기는 했으나, 예상보다 시야가 좋아, 속리산 주 능선과 백두대간 대야산, 조항산, 청화산을 조망할 수 있어 좋았다.
비록 유명 계곡에 비해 작고 아담하나, 두 개의 폭포와 수많은 여울의 옥양골은 여름에 놀러 가고 싶어지는 계곡이다.
우 속리산 주 능선, 좌 백두대간 대야산~청화산의 탁월한 조망과 속리산의 축소판이라는 암릉과 암봉, 산꾼이라면 반드시 가봐야 한다. 여름에 다시 갈 예정이다.
첫댓글 옥양상폭포를 상옥양폭포로 오기한 이미지가 몇 개 있음.
수정해야 하나, 이미지라 복잡해 잠깐 보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