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홍장중(寬弘莊重)
[요약] (寬: 너그러울 관. 弘: 넓을 홍. 莊: 풀 성할 장. 重: 무거울 중)
너그럽고 도량이 넓으며, 위엄이 있고 장중하다는 뜻으로, 태종(太宗=이방원)이 충녕대군(忠寧大君= 이름 도.禱)을 세자로 책봉하면서 한 말임.
[출처]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태종실록(太宗實錄)》
[내용] 조선왕조실록 태종 18년 6월 17일(병신) 태종(太宗)은 정전에 나아가 세자와 경빈(敬嬪)에게 책보(冊寶)를 내려주었다.
세자(世子) 책문(冊文)은 이러하였다.
“저이(儲貳=세자.世子)를 세우는 것은 인심(人心)에 관계되므로 실로 큰 전장(典章=제도와 문물)이 되어, 원량(元良=왕세자)을 골라서 나라의 근본을 바로잡는 데 오직 지극히 공정(公正)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융성한 명위(名位=관명과 관위)를 바로잡아 봉숭(封崇)의 예식을 거행하노라. 아아! 너 충녕 대군(忠寧大君.도.禱)은 관홍(寬弘=마음이 너그럽고 큼) 장중(莊重)하고 효제(孝悌=어버이에게 효도하고 형제에게 우애함) 겸공(謙恭=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태도)하여 사랑과 공경으로 어버이를 섬기고, 도(道)를 지켜 공경하고 삼가며, 총명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여 오직 날마다 부지런히 하니, 나라 일을 부탁(付託)함이 마땅하고, 신민(臣民)들이 촉망(屬望)하므로 이 때문에 너를 책봉(冊封)하여 왕세자(王世子)로 삼노라. 아아! 하늘은 밝은 덕(德)이 있는 자에게 복(福)을 주고 신(神)은 지극한 정성을 흠향하니, 제사를 주장하고 종사(宗社)를 계승하되, 오히려 지워진 짐이 어렵고도 큰 것을 생각하여 깊은 못에 임(臨)하여 얇은 얼음을 밟는 듯이 하여, 길이 복록(福祿)의 평안을 누릴지어다.”
御正殿, 賜世子及敬嬪冊寶, 宥境內。 世子冊曰:
建儲貳, 係人心, 實爲大典; 擇元良, 端國本, 惟在至公。 爰正名位之隆, 式擧封崇之禮。 咨爾忠寧大君 【諱】 寬弘莊重, 孝悌謙恭。 愛敬事親, 居常翼翼。 聰明好學, 惟日孜孜。 付託是宜, 臣民屬望。 是用, 冊爾爲王世子。 嗚呼! 天祚明德, 神享克誠。 主鬯承祧, 尙念負荷之艱大; 臨深履薄, 永膺福祿之綏將。
이하 월간조선(2016년 8월호) 이한우의 知人之鑑 〈4〉 ‘우리 조상들은 네 글자[四字]로 사람을 보았다’ 에서 아버지 태종이 세종을 평했던 관홍장중(寬弘莊重)을 이렇게 설명한다.
관(寬)이란 신하 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 재능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홍(弘)은 마음 씀이 넓고 크다는 뜻이며 장(莊)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장엄하다는 뜻이고 중(重)은 그 내면이 묵직하다는 뜻이다. 겉[寬]과 속[弘], 겉[莊]과 속[重]이 잘 짜인 표현이다.
특히 네 글자의 첫머리에 있는 ‘관’은 세종의 인물됨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글자다. 그냥 너그러움이 아니다. 유학에서 ‘관’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여러 가지 재능을 요구하지 않고 한 가지만 잘하면 그것을 발휘하게 해 준다는 뜻이다. 즉 세종 때 장영실의 경우처럼 천문과 기기 제작에 탁월하면 노비라는 신분을 문제 삼지 않고 그 한 가지 재주를 높여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관’이다. 반대로 아랫사람에게 여러 가지 재능을 요구하면 그런 윗사람을 인(吝)이라고 한다. 아끼다, 인색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