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벗 10월 모임
10월 25일 금
정리 태정
오후 5시 30분 반월당역 분수대에서 란희샘, 소영샘, 석현샘, 나 이렇게 4명이서 만났다. 함께 행복제면소에서 국수를 사먹었는데, 국수는 맛있었고 우린 살짝 어색하였다. 식사 후 모임 장소인 ‘중구 청소년 문화의 집’으로 이동하였고 애기들 밥먹이고 온 창진샘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수다를 시작하였다.
1. 요즘 사는 이야기
창진샘이 최근 10년 동안 조용히 지내다가 정말 오랜만에 엊그제 교무회의에서 마이크를 잡았다고 하셨다. 원래 마이크 체질인데 오랜만에 이야기를 하려하니 무척이나 떨리셨단다. 교과교실제에 관한 문제와 교무회의 진행 방식에 대하여 의견을 발표하였는데, 의견을 내었다는 사실만으로 ‘공격적이다’라는 교장, 교감의 이야기에 기분이 언짢았다고 하셨다.
석현샘은 신교 교사로 발령난지 8개월만에 전교조 조합원으로 가입하였다고 한다. 이 엄혹한 시절에 가시밭길을 선택하다니 벗으로서 찡한 마음이 들었다. 조합원이 되자 주변의 샘들이 반갑게 인사를 해서 멋쩍었다고 한다. 사실 조합원이 되기 전에는 전교조 선생님이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고 하였다. 전교조 선생님이었다는 사실에 살짝 놀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고 한다. 전교조 선생님이라면 다른 선생님들과는 뭔가 다른 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란희샘은 대구에서 아주 유명한 중학교에서 근무하신다. 예를 들면 학교 식당에서 선생님들이 식사를 하고 계시다가도 교장이 들어오면 모두 다 일어나서 인사를 (해야만)하는 예의가 도가 지나치기로 유명한 학교이다. 교장과 그를 따르는 교감, 교무도 밥맛이지만 그런 것에 아무말없이 따르고 있는 교사들의 분위기가 엄청 갑갑할 것 같다.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 하면서 대구의 학교 문화(특히 교무회의)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분위기도 아니고, 기회도 없다는 점에 함께 공감하였다. 누구나 편안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할 수 있는 학교 분위기를 만드는데 앞장서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2. 학교와 민주주의
이번 <오늘의 교육> 특집 ‘교육과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실 학교의 체제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였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우리가 부딪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첫 번째는 ‘벌’이었다.
① 벌은 언제 주는가? : 지각, 수업 준비 미흡, 수업 진행 방해, 주지 않는다
② 무슨 벌을 주는가? : 체벌(꿀밤, 잡초뽑기, 등짝후리치기, 일어났다 앉았다), 시쓰기, 안아주기, 몸장난
‘벌은 언제, 어떻게 주는 것이 옳을까?’ 라고 했을 때 누구도 정답을 말할 수는 없었다. 다만 학생과의 관계를 맺는데 몸과 몸으로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두 수긍하였다. 평소 생활속에서 학생들과 몸으로 만나는 좋은 방법이 있으면 누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교실에서 ‘학생들과의 소통’의 부분이었다.
① 학생들 간에 갈등이 발생했을 때 교사는 얼마만큼 개입하는 것이 좋을까? : 갈등을 끄집어내어 모두 함께 이야기한다. 덮어두고 서로 이해하도록 설득한다.
② 학급운영에 있어서 학생들과 이야기 해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 청소구역 정하기, 체육대회, 소풍 준비하기 (별루없음)
역시 상황과 관계맺음의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정답은 없었다. 하지만 학급운영에서 담임이 학생들과 이야기 할 만한 내용이 별루 없다는 것이 씁쓸했다. 그만큼 담임교사에게 주어진 권한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 아닐까? 학급운영에서 학생들과 나눌 수 있는 좋은 내용이 있다면 누가 알려주세요!
다시 한번 교육 철학의 부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학교를 이끄는 학교장이 교육 철학이 없으니 학교가 운영되는데 1순위는 학교평가, 2순위는 교육청 눈치보기가 된다.
이렇게 상상해본다. 교육철학이 제각각인 다양한 학교가 우리 동네에 많았으면 좋겠다. 10개의 중학교 중에서 2개는 스파르타입시학교, 2개는 자유학교, 2개는 노작학교, 2개는 예체능학교, 2개는 지금처럼 어쩡쩡한 학교들이 있는 것이다. 교사도 자신의 교육철학과 가장 부합하는 학교로 지원해서 가고, 학생과 학부모도 자신의 생각과 가장 잘 맞는 학교로 입학하면 좋겠다. 학교에서 뭘가르치는지, 뭘배우는지, 왜가르치는지, 왜배우는지 모르는체 다만 버티는 것은 모두에게 너무 힘이 든다.
3. 돼지국밥
왜인지 모르겠으나 갑자기 돼지국밥 이야기가 나왔다. 대구에서 돼지국밥 잘하는 집은 봉덕시장 입구에 있는 집과 성서 계명문화대 근처의 고령돼지국밥집이다. 한번 먹으러 가야겠다.
4. 평가
이 부분은 올해 신규교사인 석현샘의 가장 큰 고민이다. 두 학교에 겸무이고 여러 샘들과 함께 같은 학년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힘들 것이다. 아마도 내년쯤이면 자연스럽게 좋은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조언을 한다면 ①교과교육에 대한 욕심을 확 내려놓고 ②지필고사는 비중을 파격적으로 줄이고 ③수행평가는 학생들이 예상하는 점수보다 항상 그 이상의 점수를 준다면 평가 때문에 장염에 걸릴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5. 밀양
저녁 9시가 되어 인근의 막창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창진샘은 어느 식당에 가나 식당 이모들과 무척 친하였고 대구 토박이답게 대구의 맛집을 꿰고 계셨다. 우리 모임의 보석과도 같은 존재이시다. 한국시리즈 2차전을 등 뒤로 한 채 우리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대구 벗에서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까?
우리들이 모두 학교급도 다르고 교과도 다르니 ‘계기교과모임’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첫 번째 수업으로 밀양을 다루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나누었다. 그러면서 소맥을 들이켰다. 술김에 더욱 자주 만나자고 이야기했다. 나는 알딸딸한 상태로 대구 벗 모임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너무 많이 나간 것 같다.
6. 의식의 전환
술자리가 무르익어 가면서 ‘고민을 가진 교사’가 된 계기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배를 잘못만나서, 동아리를 잘못 들어서, MB 때문에, 타고난 반골 성향으로 인하여... 등 서로의 경험과 삶을 이야기하였다. 학교 교육을 통해 ‘고민을 가진 교사’가 된 이는 없었다. 우리 학생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 지는 어렴풋이 감이 오는 것 같다.
7. 불온교사 양성과정
술을 제법 마신 상태로 모두 잊고 있던 <대구 불온교사 양성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논란 끝에
① 강의대상 : 대구의 벗님들과 벗 주변의 선생님들(스스로 싱싱한 교사라고 생각되시는 샘, 학교에 오면 심숭생숭 오락가락 마음이 휑한 샘, 벗님이랑 친한 샘).
② 강의장소 : 장애인지역공동체 → 이번 모임에 안나오신 진냥샘이 알아보시기로 함.
③ 회 비 : 뒷풀이 참가하는 선생님들 각출하기로 함.
④ 홍보방법 : 읽기모임에 나오시는 샘들이 전체 대구 벗님들을 나눠서 전화로 연락하고 웹자보 전해드리면 대구 벗님들이 주변에 알려서 인원파악 → 전체파악은 이번 모임에 안나오신 안영빈 벗이 하시기로 함.
등이 정해 졌다.
이후 2차 맥주집으로 이어진 술자리에서는 내가 졸았기 때문에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약간의 어색함 속에서 시작된 10월 대구 벗모임은 화기애애한 술기운 속에서 잘마무리 되었다. 장소와 다과를 제공해주신 창진샘 사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부추, 콩나물과 함께 먹는 막창은 정말이지~ 츄르릅!! 아침에 생각해도 침 나오네요^^ 술기운에 머릿속이 백지상태가 되지 않았을까 했는데, 어쩜 이렇게 하나 빼놓지 않고 잘 정리하셨는지!! 태정쌤 멋져요^0^ 불온강연 전에 꼭 다시 만나요~
정리하시느라 수고했습니다. 노구(?)를 이끌고 2차까지 가서 비몽사몽했는데...배려 해 주셔서 일찍(12시30분)귀가 했습니다.
대구벗들 동무들은 영웅이요 ~ㅋ
와! 정리 완전 깔끔, 쌈빡하십니다. 누가 요런 재주를 가지셨는지, 아주 궁금. ^^
와...못 간 게 너무너무 아쉬워요ㅜ
ㅋㅋㅋㅋㅋㅋ 썰전에 버금가는 모임이 되길...
일목요연. 정리 귀재시군요! 왜인진 모르겠으나 돼지국밥! ㅋㅋㅋ 나도 먹고 싶어랑. 쩝..
전 첫모임이라 살짝 민망했지만, 참 좋았어요.
역시 같은 고민을 공유한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전... 이 카페 가입이 안되어 있는줄 알았는데.. 가입이 되어있었네요. 캬~)
참, 전 유란희입니다 ^^
멋지네요^^ 화이팅입니다!
국수는 맛있었고 우린 살짝 어색하였다.....이 한 줄에 뿅 갔네요. 신경숙 소설을 읽는듯한.......그 뒤의 정리는 읽기모임 후기는 이렇게 써야겠구나! 싶었답니다. 귀감이랄까? 암튼 멋집니다.
그런데! 회지에 벗들이 사는 이야기 이번엔 대구벗들얘기를 실음 좋겠다고 차도곰에게 말씀드렸었는데! 이 얘긴 없군요! ㅜㅜ
다들 바쁘신지... ㅜㅜ 아무도 안보내주셔서..
ㅎㅎ 그럼 이달 10일까진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