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멧돼지 체험(?) 이야기입니다.
사진이 좀 혐오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가져온 멧돼지 사진]
설에 충남 청양 시골에 내려가 성묘 갔는데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이 요즘 멧돼지 개체 수가 너무 많아져 묘도 파헤치고 농작물도 망치고 아주 극성이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멧돼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는 시골에 인구도 많았고 고기가 귀했던 탓에 사냥에 재주가 있는 마을 분들이 산에 올무 등의 덫을 놔서 야생 동물들을 종종 잡아먹곤 했습니다.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제가 우리 4남 1녀와 그 아들딸들 앞에서 “우리 대가족이 죽창이라도 만들어 멧돼지 사냥을 해보자.” 농담했습니다. 한 10명이 죽창 들고 달려들어 몰고, 포위하고, 찔러대면 멧돼지 한두 마리는 잡지 않겠느냐...
그런데 그 농담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곧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짜로 죽창 들고 멧돼지 잡으려고 달려들었다간 어떤 꼴이 날지 상상이 되어, 경고성(?) 글을 적어봅니다.
설을 지내고 시골에서 올라오는데 어머니께서 인근 어느 집에서 멧돼지 고기를 꽤 많이 줬다면서 냉동해 두었던 멧돼지 고기를 제게 주셨습니다. 일단 받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보니 대부분이 비곗덩어리이고 살코기는 극히 일부였습니다.
아래 사진은 비계 끝에 있는 살코기 극히 일부를 떼어낸 뒤에 찍은 겁니다.
(살코기는 이미 뱃속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 없었습니다.)
하여튼 살코기는 떼고 이 비곗덩어리는 버리려 했었는데...
냉동한 멧돼지 고기를 전자레인지로 해동하여 살코기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보니 이 비계가 글쎄 비계가 아니고 껍데기인 겁니다. 칼도 안 들어가고 가위도 안 들어갔습니다.
진짜 비계는 붉은색 나는 부분 다음에 극히 일부가 붙어있었는데, 사진은 진짜 비계도 제거된 상태입니다.
저 비곗덩어리처럼 보이는 부분 끝의 붉은 부분까지 떼어내서 먹으려 했는데 칼과 가위가 안 들어가서 붉은 부분을 남기고 그다음에 있는 진짜 비계(지방) 부분을 잘라야 했습니다.
그 후, 진짜 비계를 제거하고 붉은 살코기를 먹었습니다.
이 비계처럼 보이는 껍데기 부분을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려다가 칼이 안 들어가는 것을 보고 비계가 아닌 껍데기라는 판단으로 호기심에 나중에 먹어보려고 다시 냉동해 뒀다 어젯밤에 꺼내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위 사진에 전에 전자레인지로 해동하여 가위로 자르려다 못 자른 자국이 붉은 고기 위쪽에 살짝 남아있습니다. 마치 언 고기를 다르려다 못 자른 것 같죠. 저 속껍질 부분이 그 정도로 탄탄합니다.
탄탄한 껍데기 부분이 무척 두껍습니다.
약 6~7센티쯤 되는 것 같습니다.
집돼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이 두꺼운 껍데기를 칼로 자르려다 못 자르면서 느낀 느낌은 한마디로 '무서움'이었습니다.
죽창 같은 것으로 아무리 세게 찔러도 성체 멧돼지 껍질을 관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어설픈 상식을 가진 사람이 죽창 들고 덤볐다가는 멧돼지의 공격을 받고 중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에서 멧돼지가 화살을 튕겨내고 공기총 총알을 튕겨낸다는 말이 소설가들의 뻥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멧돼지를 만나면 어설픈 무기로 덤비지 말고 도망가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래 사진은 마트에서 파는 집돼지의 비계입니다. 살코기만 먹고 남은 비계를 찍어봤습니다.]
[멧돼지 껍질을 먹어보기 위해 전자레인지에 꽤 오래 돌려 푹 익혔습니다.]
면도(?)를 했어도 거친 털이 박혀있는 외피를 제거하고 속껍데기만 잘게 잘라 먹었는데,
맛은, 뜨거울 때는 부드러웠는데 먹을수록 점점 단단해져서 나중에는 생고무를 씹는 느낌이었습니다. 음식점에서 먹는 집돼지 껍대기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씹기는 힘들었어도 양념 간장에 찍어 먹으니 맛은 꽤 좋았습니다.
멧돼지 속껍데기 옆에 있는 양주잔의 술은 양주가 아닙니다. 도수가 30도라서 양주잔에 따랐을 뿐...
설에 어머니께서 칡뿌리 말린 것을 내주시기에 안 가져간다 했더니, “이건 간에 좋은 거니 술 좋아하는 놈이 가져가서 끓여 먹어라. 황세환이 가져가거라.” 지명을 해서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간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간을 헤치는 술을 만들어서 홀짝홀짝...ㅠㅜ
이런 불효자식...
칡뿌리술 옆에 있는 것은 담가서 숙성시키고 있는 밤막걸리입니다.
전에 어머니께서 주신 밤인데, 밤의 상태가 상품이 아니어서 누구 주기도 그렇고 하여 대책 없이 마냥 보관하고 있다가 상하려 하기에 부모님 정성이 들어간 농산물인지라 밤막걸리라도 담가서 먹기로 하고 아내가 집을 비운 틈에 이렇게 큰 공사를...
찜통 1통의 밤을 혼자 다 까느라 손에 물집까지 잡혔습니다.
(밤술은 2일 전에 담갔는데 밤을 깐 것은 그 전이어서 상처가 거의 다 아물었습니다.)
남편 혼자 처먹을 막걸리 담는데 아내가 도와줄 리도 없고 잔소리만 할 것 같아서 없는 틈에 혼자서 열심히 까대다가 그만...ㅠㅜ
칡뿌리술 5리터, 막걸리 15리터.
전쟁나도 식량(?)은 끄덕 없을 듯한데...
술이 익기도 전에 집에 콕 박혀서 혼자 처마시느라 바쁘니...
하여튼,
멧돼지 조심하세요.
산에서 마주치면 힘 믿고 덤비지 말고 피하세요.
첫댓글 직접 만든 밤막걸리 먹고 싶구만요. 멧돼지 고기는 어떤 맛인지 궁금하기도 하고...비계가 저렇게 두껍다니..놀랍기도 하고요...비계가 피부에 이주 좋다는데 두고 두고 먹으세요...^^
돼지 껍데기(껍질이 맞다는데 누구나 돼지껍데기로 쓰니...)에 콜라겐이 많아 피부 미용에 좋다죠. 멧돼지 고기는 좀 질깁니다. 방목 호주 소고기가 국산이나 미국산보다 질긴 것처럼 그런 면도 있고, 또 집돼지는 인간들 입맛에 맞게 개량된 듯. 술은 밤이나 밥이나 탄수화물이라서 알코올이 되면 맛에 있어 특별할 게 없을 듯한데 기회가 되면 맛을 보여드리죠.
아, 밤막걸리는 100% 밤이 아니고 쌀과 밤 2 대 1 정도로 해봤습니다. 100% 밤막걸리 담가볼까도 했는데 실패하면 노력과 재료가 아까워서... 이번에 잘 되면 다음에는 100프로 밤막걸리를 담가볼까 합니다.
@황세연 황 선배... 옆집에 제가 있는 걸 잘 아시죠? ^^;;
헐..멧돼지의 무서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생 체험담이었습니다!!!
야생 멧돼지 본 적도 없는데 껍질만 보고 갑옷으로 무장한 대단한 놈들이구나 무서움을 느꼈습니다^^
껍데기도 먹을 수 있기는 하군요. ㅎ정읍서 농사짓는 동생한테 얘기해줘야겠어요. 어차피 동물은 고라니도 무서워 피하는 애지만요ㅋㅋㅋㅋ
돼지껍데기 안 드셔보셨군요^^ 돼지갈비집, 곱창집 같은 데서 숯불에 구워먹는 돼지껍데기 파는데요. 일단 값이 싸요. 맛도 있지만 젤라틴, 콜라겐 성분이 대부분이어서 피부 미용에도 좋다고 여자 분들도 많이 드시더라고요. 순대국집 곱창집에서 고추장에 볶은 돼지껍데기도 팔고요. 멧돼지 껍데기에 비하면 껍데기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0.5센티 정도로 얇고 껍데기 중 부드러운 배 부위인데 이것도 생것은 가위로 자르기에 힘이 들고 뜨거우면 부드럽고 식으면 꽤 질겨요.
ㅋㅋ
참으로 댁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하시고 계시는군요 ㅋ
멧돼지 고기 먹고 싶어요. 사실은 제가 채식주의자여서 육고기를 먹을 때마다 죄의식을 느끼는데 왜 이렇게 땡길까요? 지금 배가 너무 고파서요... 멧돼지와 그의 껍데기 이야기, 짱 재미있어요.ㅎㅎ
뱃장이 두둑하단 말이 있는데, 저리 뱃장이 두둑한 놈이라 무댑뽀로 달려드는가 싶네요. 양주안주로 더 어울릴듯. 막걸리는 아침에 머리아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