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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정말로 간만에 황금 같은 휴일이다. 요즘 야근이다 기획이다 하가며 정신 없이 일에 치여 보냈던
걸 생각하면 정말 달콤한 휴식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저번 주에는 그나마 있던 공휴일마저 바쁜 일에
날려버렸으니 오늘은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그야말로 푹 쉴 생각이다. 그러니 오늘 같은 날 아내의 사소
한 심부름 정도야 기꺼울 정도다. 너무 일을 많이 했던지 집안에만 있으려니 좀이 쑤셔서 산책 삼아 걸어
가서 해치워 버렸다.
그런데 이 횡단보도는 신호가 좀 긴 듯하다. 잠깐 주위를 둘러본다. 역시 휴일이라 그런지 꽤 사람이 많
다. 하긴 날씨도 이렇게 좋은데, 저쪽에 있는 다정한 연인을 보니(한참 좋을 때다) 나도 아내랑 오랜만에
외출이나 할걸 하는 은근한 후회도 든다. 내 옆에 서있는 꽤 살집이 있는 학생(외모로 봐서는) 약속이 있
는지 연신 손목시계를 바라본다. 횡단보도 맞은 편에는 그야말로 여름 분위기가 나게 큼직한 무늬가 새
겨진 나시티를 멋스럽게 걸쳐 입은 청년도 보이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도 있다.
휴일인데도 학교를 가나? 하긴 요즘 고등학생은 쉬는 날도 없이 공부한다지. 한창 나이인데 이렇게 좋은
휴일을 만끽하지 못한다니 조금 안타깝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얼굴도 조금 초췌해 보인다.
―끼익
그 소리는 마치 철판에 바늘을 긋는 듯한 날카롭고 불쾌한 소리였다. 잠깐 스치듯 들려왔는데도 절로 인
상이 찌푸려진다. 평생 처음 들어본 소리였다. 뭐라고 형언하기도 어려운 희미하면서도 이질적이고 사람
의 신경을 긁는 찢어질 듯한 소리였다. 뭐지? 이 소리는? 소리는 사라졌지만 그 잔향은 여전히 남아 서서
히 몸 전체를 채워 가는 듯하다.
* * *
"왜 그래? 여보, 괜찮아?"
아내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관자놀이에 손을 대고 문지르고 있다. 눈가엔 인상 쓸
때 생기는 신경질적인 주름들이 생겨있겠지.
"어, 괜찮아. 조금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이상한 소리? 무슨 소리? 나는 안 들리는데. 당신한테만 들리는 거야?"
"응, 그런가봐"
이제 좀 두통이 가신다. 아까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들었던 소리다. 그 뒤로 자꾸 머릿속에서
울리는 듯 간헐적으로 그 소리가 들려 온다.
"왜 그런 거지? 혹시 당신 귀에 이상 있는 거 아냐? 어떡해... 이비인후과에 가봐야겠다."
아내는 정말 걱정스러워 보인다. 이럴 때는 정말 귀엽다니까...
"아냐, 아냐. 괜찮아. 요즘 일에 너무 신경 써서 그런 거겠지. 너무 신경 쓰지마."
"정말 괜찮아?"
아내는 아직도 걱정이 가시지 않은 눈초리다. 나는 끼익―또 그 소리다, 억지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그런데 어디서 들리는 거야? 귀? 머리?"
"잘 모르겠어."
어디에서? 글쎄, 어디일까. 아내 말처럼 귀에서인 것 같기도 하고 머리에서 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아
니, 그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 소리는 오히려 안쪽에서, 더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듯 한,
기원을 알 수 없는 그런 소리다.
"오늘은 휴일이니까 병원도 문 닫았겠고...... 내일이라도 당장 병원 가봐."
"응."
아내는 무척이나 염려스러운지 끝끝내 대답을 받아낸다. 정말 심각한 건가? 확실히 이 소리는 신경이 쓰
인다. 스트레스 때문에 생길 걸까? 소리가 들릴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누군가 귀에 바짝 갖다대고 끊
임없이―끼익 웅얼거리는 듯 기분이 나빠진다. 다분히 심리적인 고통이다. 병원에 가보기는 해야할 것
같다. 겨우 이상한 소리 때문에 모처럼의 휴식을 방해받다니, 분통터지는 일이다.
"아, 맞다. 태민씨한테 전화 왔었는데."
"태민이가?"
"응, 저번에 집으로 초대한 거 고맙다구, 이번엔 자기가 근사하게 한턱내겠대. 마침 월급날도
가까워 온다면서 말야."
"저번에 초대한 것 때문이라구? 하하 그 녀석답네. 별것도 아닌데...... 잘됐다. 우리 어마어마하게
비싼 걸로 주문하자."
"자기도, 이럴 땐 얘 같다니까. 저번엔 음식도 변변히 준비 못했는데. 얻어먹자니 좀 미안하네."
태민이는 대학후배다. 하지만 단순한 대학후배가 아니라―끼익, 큭 젠장, 친형제처럼 아끼는 사이다. 대
학 다닐 때도 거의 항상 붙어 다녔고 기분 나쁜 일이 있거나 우울한 날이면 꼭 그 녀석을 불러 함께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항상 유쾌한 녀석이었다. 뭐랄까?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방법을 알고있는
듯 하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그 얘가 하면-끼익 훨씬 재미있고 어느 모임이든 그 얘가 동석하면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곤 했다. 정말 그 녀석과 함께 한 시간은 기분 좋게 웃―끼이익―었던 기억만 남는다.
그건 그렇고 이 소리는 이제 정말 신경 쓰인다. 의식의 흐름에 느닷없이 끼어 들어와 감정의 방향을 흩
트려놓는다. 마치 라디오를 듣다보면 느닷없이 끼어 들어 방송소리를 덮어버리는 지지직거리는 '잡음'
같다. 그렇다. 본인의 의―키이익―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불쑥불쑥 끼어 드는 '잡음'이다.
"그런데 태민씨는 왜 아직 사귀는 여자가 없는 거지? 사람은 참―끼긱 재미있고 좋은데."
"그거야―기기긱 키이 나도 모르지."
분명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거다. 이 소리는 이상하게 점점 심해져 가는 듯하다. 아내도 끼이익―태민이
와 친하다. 처음 사귈 때부터 태민이에게 제일 먼저 말했었고 서로 소개도 시켜주면서 알고 지―키이이
―냈던 사이다. 워낙에 태민이가 사람도 좋고 유쾌하다 보니 걱정할 것도―끼긱 기기긱 제길, 그만 좀 해
라―없이 서로 금새 친해졌고 둘이서 하는 데이트보다 셋이서 만나는 게 더 많았을 정도였다. ―끼이이
이― 갑자기... 갑자기 생각이 난다. 셋이서 여행을 갔던 것 같다. 아내를 가운데 두고 나는 오른쪽, 태민
이는―끼긱, 그 녀석은 왼쪽에 두고 걸었었다. 아내는, 아내는 왼쪽을 더 자주 쳐다보았다. 오른쪽보다
왼쪽을 더 많이...그리고 너무나 사랑스럽게 기기기 키이―웃었다. 나도 웃었을 것이다. 그 자식이 재미
있게 이야기를 해주었겠지. 그랬겠지. 그 자식은 너무 재밌다. 그게 문제다. 아내도 말했지만 사람이 참
재미있고 좋다.―키이이익 바로 그게 문제다.
"자기야, 괜찮아? 또 그 소리 들리는 거야?"
"아니,―키익 기긱 끼이익―이젠―끼익 안 들려."
"정말 괜찮아? 많이 안 좋은 가봐."
이런 식이다. 아내는 이렇게 끼익 기긱 기기긱―걱정스럽게 말하며 나를 병자로 만들어 버린다. 아픈 사
람은 방에 쳐―끼이익―박혀서 얼굴도 내비치지 말라는 소린가? 나는 멀쩡하다. 조금도 이상한 것은 없
다. 정말이지 나―끼익―는 멀쩡―기긱 키이이―한단 말―끼이기기긱―이다! 나는 무심결에 눈을 문지
른다. 눈이 따가워져 온다. 끽기기기이이―눈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충혈 된 듯 하다. 아내는 뭔가 생
각난 듯 냉장고를 뒤진다.
"당신, 당―키이기기긱―근 사왔지?"
당근... 나는 당근이 싫다. 그냥―기기긱 싫다. 왜 토끼를 항상 당근하고 함께 그리는지 모르겠다. 귀여운
토끼를 당근이 망쳐버―끼익 키기긱―린다. 그 이상한 주홍색이, 이상한 맛이... 도대체 어느 점이 토끼
랑 당근을 어울리게 한단 말인가? 나는 당근을 싫어한다. 토끼도 당근을 싫어한다. 시골엔 간 적이 있다.
토끼가 있었다, 토끼에게 당근을 줘봤다. 토끼는 당근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깡충깡충 뛰면서 당근을 짓
밟―키기기기기 끼이익―아 버렸다. 토끼는 당근을 싫어한다. 아내는 나를 바라보지 않고 말한다. 끼익
키이익 긱―나에게서 뒤돌아 서있다.
"당근이 눈에 좋대. 비타민A가 풍부하잖아 당신 요즘 눈이 나빠지―기기긱 키이―는 것 같아. 좀더 나
빠지면 안경을 써야 끼이 끼이―될지도 몰라. 미리미리 예방하는 게 좋잖아. 내가 매일 맛있게 당근주스
만들어 줄게. 당신 싫어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약이라고 생각해서 참고 먹어야돼?"
아내는 도―키기긱 끼이이―대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건가? 끼익―당근이 눈에 좋다는 걸까? 비타민A
가 눈에 좋다는 걸까? 끼익―안경을 써야 된다는 건가? 내가 눈이 나빠지고 잇다는 건가? 나에게 매일
매일 싫어하는―끼익 당근 주스를 억지로 먹인 다는 걸까?
당근이... 당근이 눈에 좋다니 터무니없는 소리다. 끼익―그 주홍색은 눈에 나쁘다. 아주 나쁘다. 보는 것
만으로도 눈앞이 흐릿해진다. 비타민A가 풍부하다는 건 또 어디서 들어온 소리일까? 아내는 끼이기이
익 키이이 기긱―귀가 얇다. 남의 말에 따라 금방 금방 말을 바꿔버린다. 태민이, 끼이이이―그 새끼가
말을 재미있게 하면 다 믿어버린다. 금방 변해버린다. ―끼이긱 변해버릴 거다.
터무니없는 말도 다 믿어버린다. 아내는 믿어도 나는 믿으면 안 된다.―끼익 나는 믿으면 안 된다. 끼익
―아내는 믿어도 나는 믿으면 ―기익 된다.―기기기 나는... 나는―끼익 아내는 믿어도... 나는, 기긱―나
는...―끼익 아내를―키이이이이 믿으면―끼익 안―끼이익 된다. 나를 또 병자 취급한다. 안경 따윈 필요
없다. 나는, 나는 멀쩡하다니까!!! 나는 다 보인단 말이다. 네가 지금 나를 보지 않는 것도, 네가 나보다 태
민이를 더 많이 보는 것도, 웃는 것도, 그렇게 사랑스럽게 웃는 것도 다, 다, 보여.―끼이이이 키익 기기기
기긱 기기긱 날 속일 생각 마! 아내는 당근을 다 씻어내고 이제 도마에 대고 주스를 만들기 좋게 썰고 있
다. 따르릉! 따르르릉!! 안 돼. 지금도 난 힘들다. 전화소리마저 나를 괴롭힌다. 여보, 여보!
"여보! 전화 좀 받아 줘!"
"어? 응. 내가 받을게."
내 목소리는 내가 들어도 다급하게 들린다. 아내는 조금 당황한 듯 하다.
"여보세요? 어머, 태민씨? 네, 네. 별일 없어요. 네, 아직이죠."
아내의 목소리는 너무 다정하고 낭랑하게 울린다. 태민이, 태민씨. 젠장, 젠장, 젠장! 그 자식이다. 차라
리 내가 받을 걸 그랬다. 그 자식은 너무 여기저기 끼어 든다. 남의 휴일을 망쳐놓는다. 나는 가만있을 수
없을 만큼 몸이 달아 일어서서 아무 곳이나, 부엌으로 걸어간다. 도마 위에는 징그러운 주홍색이 놓여져
있다. 끼이긱―정말 눈앞이 흐릿해진다. 나는 아무 의미 없이 도마 위의 과도를 집는다. 기분이 끔찍하
다. 오랜만의 휴일은 망쳤다. 아주 처참하게 망가져 버렸다. 이건 다 저주받을 잡음 때문이다.
순전히 그 때문이다.
"어머, 호호호호호 아니에요. 태민씨도 참."
아니다. 아니다. 끼이익―그 때문만이 아니다. 아내는 도대체 왜 저렇게 교태롭게―키기긱 키이이 웃는
걸까? 태민이, 그 새―기기긱 끼이―끼가 또 얄팍한 우스갯소리를 했겠지. 그에 장단을 맞춰 웃어주는 아
내의 웃음소리가 키이이 기긱 키이이이―너무나도 천박하다. 예전에는 왜 저 웃음소리가 그저 사랑스럽
기만 했는지 정말이지 이상하―키이익―다고 생각한다. 저 목소리. 너―키긱 끼기기긱 끼이이―무 다정
하다. 나랑 이야기 할 땐 날 병자로 몰아 붙였으면서... 어째서 저 목소리는 저렇게 끼이이이이이이―사
근사근하고 다정―키익 기이이―하기만 한 걸까? 빌어먹을,
―끼이이익
과도로 도마 위의 당근을 썬다. 서걱, 너무 미끄러지듯 잘 배어지는 게 기분이 좋다. 먹지 않을 테다. 당
근 주스 따윈. 절대로.―끼이이 나를 나쁘게 할거다. 당근은 나쁘다. 토끼도 싫어해. 그 나쁜 걸 왜 나한테
먹이려 는 거지?―기기긱 기기기이 매일 매―키익―일. 먹인다고 했다. 그 나쁜걸 매일 먹으면 난―끼이
이이익 살지 못할 거다. 날 없애 버리려는 거야? 끼기긱―왜?―키기기긱 키이이 왜? 과도를 머리위로 들
어 있는 힘껏 당근을 내리친다. 쾅!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당근은 두 도막난다.
"여보? 괜찮아요?"
이것 봐. 나를 또 병자 취급한다니까. 그렇게 해서 당근주스를 먹이려고? 그렇게는 안 된다. 안 되고말
고. 차라리 내가 먼저 내가 먼저... 당근을 있는 힘껏 내리친다. 쾅! 끼이이긱 여 키이이 보! 쾅 끼이긱 !
여 끼이이이 보! 기기기긱 키이 끼이익 쾅! 왜 끼익 쾅! 그래 쾅! 요 키긱 끼이긱 끼이익 ? 여 기긱 보?
쾅 키이이 기기이이익! 끼이잉 여보! 끼이이이― 쾅! 쾅! 쾅! 쾅!
과도가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진다. 나는 기계적으로 허리를 굽혀 과도를 집는다.
하지만 이번엔 아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끼기긱 끼이이익― 기긱 끼익 끼이이이이――― 』
별안간 잡음은 멈췄다. 마치 처음부터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그와 동시에 모든 것 또한 멈춰
버린 듯했다. 꼬리를 물며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의심도, 격렬하게 요동치며 그의 내부를 헤집어놓던 광
기도, 걷잡을 수 없이 달아오른 폭발 직전의 끔찍한 살의도 그 순간만큼은 정지했다. 그 어떤 소리도 들
리지 않는다. 잡음은 모든 소리들마저 데리고 가버렸나 보다. 가늠하기도 어려울 만큼 아주 먼 곳으로―
이제 그는 기뻐해야 했다. 불청객은 사라졌다. 그를 기다리는 것은 여느 때처럼 평온한 휴일 오후와 사랑
하는 아내 뿐. 그는 분명 기뻐해야 했다. 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공허한 적막 속에서 한 동안(그저 순간이
었을지도 모르는 그 시간동안만큼은) 그는 무얼 해야 할지 모른 채 멍하니 서있었다.
문득,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깨달았다.
그의 성대가 진동한다. 오로지 그의 의지대로. 그의 입술 너머로 익숙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 기기긱 끼익 끽기이이 키이이― "
그것은, 지금까지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완전한 잡음. 멈췄던 모든 것들이 다시 한번 고동치기 시작한
다. 너무도 만족스런 미소가 그의 입가에 번진다.
걱정 마, 여보. 혼자 보내지는 않을게......
* * *
뭐야, 이 자식은 또 늦는 거야? 하여튼 지 버릇 개 못 준다더니 다음부터는 내가 늦게 나오던지 해야지.
약속마다 무슨 작정이라도 한 듯 꼬박 꼬박 늦는 그 녀석을 생각하면 적어도 약속 10분전에는 도착해 기
다리는 내가 한심하게 여겨질 정도다. 재미있는 영화가 많다며 먼저 나를 꼬드겼으면서... 하아- 아무래
도 주말 영화관 행차는 내게는 영 맞지 않는 듯 하다. 평소라면 컴퓨터, 아니 이 시간대면 드라마 재방송
이 있겠구나. 티비나 보면서 뒹굴 거리며 과자봉지나 뜯고 있을 텐데... 아, 그러고 보니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영화관 옆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초콜릿무스를 입에 물고 나왔지만 그 녀석은 여전히 코빼기도 안 비친
다. 이번에는 단단히 한 소리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확실히 오늘은 이상적인 휴일인 듯 하
다. 적당히 새털 같은 하얀 구름이 섞인 하늘에서는 이따금씩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밝은 햇살은 여름
답지 않게 따사롭기만 하다.
그런 날씨에 힘입은 듯 영화관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 다정한 연인들인가... 혼자, 그것도
남자를 기다리는 내가 조금 머쓱해져서 저쪽 구석진 벤치로 숨어버린다. 글쎄, 그런 거 별로 생각해본 적
도 없지만, 여자친구라는 거 있으면 좋은 걸까? 모두들 즐거워 보인다. 남중, 남고의 열악한(?) 환경 때문
에 여자 보는 일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긴 이런 환경 타령도 다 핑계일지도... 그 녀석은 그런 열악
한 환경에도 친한 여자아이들도 많은 듯하고 여자친구도 버젓이 있다. 주말에 여자 친구 놔두고 날 불러
내는 속셈은 또 뭔지...
나는 뭐, 성격도 그렇게 적극적인 것도 아니고 생긴 것도 그렇게 밉상은 아닌 정도의... 그래, 그래, 솔직
히 말하면 먹는 것을 지극히 좋아하는 나는 그렇게 날씬하지는 않다. 내가 봐도 뚱뚱하다는 게 느껴질 정
도니까. 그에 비해 그 녀석은 넉살좋은 성격에 뭐든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절로 호감이 가는 얼굴까지 갖
추고 있다. 그 얘가 생글생글 그 특유의 미소로 뭔가를 부탁한다면 누구든 쉽사리 거절할 수는 없을 거
다. 그래, 그 녀석은 그런 녀석이다. 이를테면 흔히 '좋은 사람'이라고 불리는 그런 녀석인 것이다. 하지만
정말이지 이 지각하는 버릇은 좀 고쳐야한다.
아, 저기... 어이구, 그래도 잘못한 걸 알기는 하는지 뛰어 오는 구만. 이번에도 생글생글 웃으면서 아주
합당한 이유를 대겠지. 그리고 말하겠지 '미안, 정말 미안해. 딱 이번 한번만 봐 주라.'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는...
―끼익
그것은 정말 한 순간이었다. 이 귀에 선 소름끼치는 소리가 아까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들었던
소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리고― 그것은 정말 순간이었다 ―그의 단짝친구의 호감이 가는 얼굴이,
생글거리면서 곧잘 변명을 늘어놓는 그 입술이, 이따금씩, 정말 아주 이따금씩 그의 살찐 몸을 약간은 경
멸과 동정이 섞인 투로 바라보던 그 눈이 너무나도, 너무나도(부숴 버리고 싶을 정도로) 끔찍하고 흉물스
러워 보였던 것은. 그리고 또다시,
끼긱 끼이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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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부끄러운 저의 첫 공포소설입니다.
가입한지는 꽤 됐지만 등업 방법을 모르고 있다가;;; 얼마전에 준회원이 됐습니다^^
정말이지 이곳저곳 너무 손볼 곳이 많지만 더 지체하다간 방학 끝나기전에
못 올릴 것 같아서 조금 급하게 올립니다.(학생이에요ㅡㅡ;)
소재도 제가 생각하긴 했지만 쓰고 보니까 너무 진부한게 아닌가 싶네요
너무나 부족한 글을 올려서 불안하기만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봐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타지적이나 비평은 조금도 주저하지 마시고 아낌없이 해주시길...
공포소설에 어울리게 비가 내리고 번개가 무섭도록 치는 날에 올립니다.
첫댓글 음~~태클은 아닌데..계속 휴일이라고 하시는데..처음에 어떻게 은행을 가시는지..휴일이라 은행도 안열었는데.ㅎㅎ 실수하신것같아서요..
헉! 그렇네요 ㅡㅡ;; 빨리 수정하겠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
재미 있어요.
글씨크기가 너무 크네요 .. ㅜ ㅜ
Or01즈님, 제 허접한 글 때문에 잠시나마라도 재밌으셨다니 무척 기쁩니다. SADdy님, 죄송하지만 글씨크기가 너무 크다는 게 무슨 글씨를 말씀하시는지? 본문이라면 12포인트라고 기억하는데;; 제가 좀 둔합니다; 킁
죄송한데....이게 도대체 무슨내용인지 잘 모르겠네요 ^ ^;;; 누가 답변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