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게임 중독, 해결 방법은 없을까. TV 한 교양 강의에서 강연자가 명쾌하게 말한다. “학교에서 게임을 가르치면 됩니다.” 게임의 목적, 이론, 방법, 실제 등을 배우고, 수행평가를 하며, 과제를 낸다. 또 기말·중간고사를 보고, 내신 성적을 내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게임을 싫어하고 혐오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에 부모들의 게임 성적 향상을 위한 사교육까지 득세한다면….
국어교사인 저자가 책 서문에 옮겨놓은 내용이다. 자발성을 강조한 강연이었지만, 저자에게는 아무리 좋은 것도 학교에서 가르치면 따분하고 지루해져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말로 들려 씁쓸했다고 한다.
그리고 게임은, 곧 문학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고 말한다. 시험에 잘 나오는 작가와 작품 위주로, 그것도 문제를 풀기 위해 강조할 부분만 앵무새처럼 전달해 시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서 말이다. 그래서 그런 고민 끝에 ‘재밌고 쉽게 시 읽는 방법’을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시의 화자, 어조, 이미지, 상징 등 어렵게 느껴질 만한 시와 관련된 지식을 쉽고 간결하게 설명한다. 또 각 요소별로 실제 작품과 연결시켜 독자들이 바로 적용해볼 수 있도록 도왔다. 김종삼의 ‘연인(戀人)’으로 살펴보자.
어느 산간 겨울철로 / 접어들던 들판을 따라 / 한참 가노라면 / 헌 목조건물(木造建物) / 이층집이 있었다 / 빨아널은 행주조각이 / 덜커덩거리고 있었다 / 먼 고막(鼓膜) 귀신(鬼神)의 소리
시에서 ‘한참, 들판을’ 걸어가야 ‘헌 목조건물’이 있을 만큼 연인과 시적화자의 거리는 멀다. 그러나 ‘이층집, 빨아널은 행주조각’을 볼 만큼, ‘행주조각이 덜커덩거리’는 소리를 들을 만큼, 심적인 거리는 이를 극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잘 연결되지 않는 이미지들이 어떻게 ‘연인’과 이어지는지, 한 번에 알아챌 수 없는 모호한 이미지라도 그 모호함이 어떻게 상상력을 자극하는지 알아봄으로써 이미지의 속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2부에서는 1부의 지식을 바탕으로 시들을 즐겁게 감상하는 법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더 깊게 생각해봐야 할 주제들을 골라 ‘철학카페’라는 지면을 통해 시를 통한 세상읽기를 권하고 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 백석 ‘수라’, 왜 고립된 섬에서 살아가는가 - 김혜순 ‘고층 빌딩 유리창닦이의 편지’, 국가주의의 폭력에 길들어진 존재 -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와 같은 제목에서 그 내용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