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라
정각에 도착한 그 사랑에 늦으면 안 된다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차다
함께 타지 않으면 같은 풍경을 나란히 볼 수 없는 것
나란히 표를 끊지 않으면 따로 앉을 수밖에 없는 것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같은 역에 내릴 수도 없는 것
그 후로 영원히 영영 어긋나고 마는 것
- 이병률 산문집 <끌림> #018 사랑해라 中에서 –
공장에 막내가 들어왔다.
신입이 들어오면 뭔가 사무실 분위기가 틀려진다.
특히, 신입이 예쁘면 골치 아프다.
고참들이 마구 텃세를 부리는데…….
참, 체면에 내가 끼어들 수도 없고.
게다가, 이 막내는 엔간히 데 바라졌다.
짧은 치마, 몸에 꼭 기는 바지, 탱크 톱, 오브리그 등 야하기도 하고 드레시 한 옷들을 자신 있게 찰랑거리며 걸치고 다닌다.
우리 촌 동네가 훤히 밝아지는 것 같았다.
나, 솔직히 가끔 침 흘리면서 본다.
멋 모르고 칭찬해 줄 때도 있었다.
그러니 더더욱 고참들을 얘를 밉상으로 보는 모양이다.
뭐 이 정도겠다 고 짐작했지만 사실은 그 보다 더 했다.
뭐냐믄, 남자 친구로 공장근처가 난리라는 것이다.
아침에 바래다 주는 남친과 저녁에 공장문을 지키는 남친이 따로따로였다.
게다가 자기들끼리 회식 땐 또 다른 남친이 등장한다.
그러다가 나이트 뛸 때는 즉석에서 줍는다.
하긴, 내 출근 때 남자친구의 차에서 내리는 막내의 모습을 두 세 번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볼 때마다 차종이 달랐던 것 같았다.
애인커녕 친구하나 제대로 간직하지 못하고 있는 고참들로선 분통터지는 일이었다.
고참들은 요즘 소개팅도 들어오지 않는 참이었다.
그런 막내에게 화려한 장미의 꽃다발이 배달됐다.
만난 지 30일 기념인데 짙은 빨간색 장미였고 99송이였다.
백송이 째의 장미는 ‘사랑스런 자기(막내)’라고 적혀있었단다.
아시다시피 공장의 고참들은 가만 있을 리가 없다.
예전에 공장으로 꽃이 배달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결혼을 앞두고, 또는 결혼 일주 년 이런 식으로 매우 고답적인 경우뿐이었다.
겨우 만난 지 30일가지고…….
부러움과 질시를 비빔밥 해서 그녀를 공격했다.
날씨도 덥고 일도 잘 안 풀리고 잘 됐다.
고참들은 참새처럼 왁작지껄, 지지배배, 쫑알쫑알거렸다.
“아니 한 남자를 적어도 300일 정도 만나야 뭐시기 되는 거 아니더냐?”
“꼴랑 30일 갖고 꼴 갑을 떠는 사내녀석이라니. 그 남자랑 당장 헤어져라!”
“그리고, 뭐냐! 촌스럽게 왠 꽃? 선물을 보내든지, 아예 돈을…….”
“우리 공장은 그, 진득진득하니 사귀는 사람들만이 근무할 수 있는…….”
막내는 데 바라졌기는 했지만 그 동안 공장의 선배언니들에겐 다소곳했었다.
그런데 이 날은 달랐다. 막내가 고함을 쳤다.
“아니 요즘 세상에 한 남자를 100일이나 만난단 말이예요?”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아요. 백일도 너무 오래 만나는 거예요.”
“젊을 때 많은 여행을 해서 세상의 견문을 넓히듯 많은 남자를 사귀어야 해요.”
“요즘 아줌마 들 늙어 가리늦게 남자 안다고 난린데, 그거 말짱 황이예요”
사랑은 찾아오는 것인지 찾아가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누구는 사랑이 번개같다고 하더라.
함 맞아버리면 내가 보는 세상이 달라지고
맞지 않아도 세상은 저절로 달라지고, 안 달라지고
우리가 클 때는 이 번개 함 맞기가 그리도 어려웠다.
근데 우리 막내 같은 요즘 세대들에겐 번개도 자주 치나 보다.
번개가 쳐도 그저 방안에 앉아 우두커니 남들이 번개 맞는 것만 보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여전히 남의 일이고…….
저것이 남의 일이고 나에겐 절대로 올 것 같지 않는…….
아, 부러워라! 막내!
첫댓글 아 옛날 생각나네......
막내말 맞네..한창때 번개 자주 만나면 가리늦게 번개맞을리 없는 법이거든..왜 우리들 한창때도 번개 자주 쳤는디 진달래님은 왜그랬실꼬?ㅋㅋ
사랑의 번개 함 맞으면 나의 모든게 변하고 말고..맞지요.목동 젊은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