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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주학어(趙襄主學御)
조양주가 마차 모는 법을 배운다는 뜻으로, 말을 부리는 데는 말과 일치되어야 잘 부릴 수 있다는 말이다.
趙 : 나라 조(走/7)
襄 : 도울 양(衣/11)
主 : 주인 주(丶/4)
學 : 배울 학(子/13)
御 : 어거 어(彳/9)
출전 : 한비자(韓非子) 第21 유노편(喩老篇)
한비자(韓非子) 제21 유노(喩老)편 사람의 정신을 강조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사람 몸의 구멍(이목구비)이란 정신의 창문이다. 눈과 귀는 소리와 빛깔에 지치고 정신은 외모를 꾸미는데 지친 까닭에 마음에 주재가 없다. 마음에 주재가 없으면 비록 화나 복이 태산처럼 앞에 있어도 이를 알 수 없다.
空竅者, 神明之戶牖也. 耳目竭於聲色, 精神竭於外貌, 故中無主. 中無主, 則禍福雖如丘山, 無從識之.
이 때문에 노자에 이르기를 '문밖에 나가지 않아도 천하를 알 수 있으며 창을 엿보지 않아도 천도를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정신이 그 실체를 떠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故曰 : 不出於戶, 可以知天下; 不窺於牖, 可以知天道. 此言神明之不離其實也.
그러면서 예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춘추시대, 진(晋)나라에는 왕자기(王子期)라는 유명한 마부(馬夫)가 있었다. 조(趙)나라의 대부 양주(襄主)는 왕자기에게 말 부리는 기술을 배우고 있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그에게 마차 달리기 시합을 청했다. 그러나 양주는 세 번이나 말을 바꾸었는데도 그는 모두 지고 말았다.
趙襄主學御於王子期, 俄而與於期逐, 三易馬而三後.
양주는 몹시 불쾌하여 왕자기에게 말했다. "그대는 나에게 말 다루는 기술을 전부 다 가르쳐주지 않은 것 같소."
襄主曰 : 子之敎我御, 術未盡也?
이에 왕자기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저는 비책(秘策)까지도 다 가르쳐 드렸습니다. 다만 대부께서 그것을 잘못 받아드리신 것 같습니다. 말을 제어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의 몸과 수레가 일치되어야 하고, 또 부리는 사람과 말의 마음이 일치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만 비로소 빨리 달릴 수 있으며, 또 먼 곳까지 달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께서는 저를 앞지르고자 초조해하고, 또 앞서 달릴 때에는 제가 뒤쫓아 오지나 않을까 하여 걱정하셨습니다. 말을 달려 먼 곳까지 경주할 때에는 앞설 수도 있고 두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든지 뒤서든지 간에 언제든지 저에게 마음을 쓰고 계시니, 그래 가지고서야 어떻게 말과 일치되어 보조를 같이 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대부께서 저에게 뒤쳐진 까닭입니다."
對曰 : 術已盡, 用之則過也. 凡御之所貴; 馬體安於車, 人心調於馬, 而後可以進速致遠. 今君後則欲逮臣, 先則恐逮於臣. 夫誘道爭遠, 非先則後也, 而先後心皆在於臣, 上何以調於馬? 此君之所以後也.
조양주학어(趙襄主學御)
조양주학어(趙襄主學御)는 사기(史記)나 전국책(戰國策) 등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조나라의 양주가 수레 몰기를 배웠다'는 뜻입니다. 이 고사에는 다음과 같은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조나라의 양왕(襄王, 조양주)은 수레를 잘 모는 유명한 어사(御者)인 왕량(王良)에게 수레 몰기를 배우기로 했습니다. 몇 달 동안 배우고 난 후 자신이 이제 기술을 완전히 익혔다고 생각한 조양왕은 왕량에게 수레 경주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세 번이나 시합했지만, 모두 왕량에게 패했습니다.
조양왕은 화가 나 이유를 묻자, 왕량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폐하께서는 앞서 달리는 것을 두려워하여 뒤에 있으려 하고, 뒤에 있으면 추월하려 애쓰십니다. 그러나 저는 말의 속도를 살피고, 마차의 균형을 지키며 마음을 고요히 하여 경주합니다. 이것이 폐하가 지는 이유입니다."
조양주학어(趙襄主學御)는 다음과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겉보기만 흉내 내고 본질을 알지 못하는 경우. 기술이나 지식은 배웠지만 그것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는 상태. 형식은 따라 했지만 실질적인 내공이 부족한 경우를 이르는 말입니다.
이 성어는 기술이나 학문을 배울 때, 단지 겉모습만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본질과 정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줍니다.
조양주학어(趙襄主學御)의 교훈을 일상생활에 대비하면 아래와 같은 상황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외형만 따라 하는 경우로, 친구가 요리 유튜브 영상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했지만, 맛은 형편없었다. 레시피는 흉내 냈지만 불 조절이나 재료의 특성 등 본질을 몰랐기 때문이다. 조양주학어(趙襄主學御), 기술은 배웠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례입니다.
자격증만 따고 실력이 없는 경우로, 어떤 사람이 자격증을 여러 개 땄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론은 있지만 실전 감각이 없다. 형식만 갖추고 본질적 실력을 키우지 못한 조양주학어(趙襄主學御) 상황입니다.
운동이나 악기 연습에서 겪는 일로서, 기타를 배운 지 한 달밖에 안 됐지만, 겉멋 들어 복잡한 연주에 도전하다 오히려 기본 자세가 망가졌다. 겉모습만 따라하다가 본질을 잊은 조양주학어(趙襄主學御) 상황입니다.
리더십에서의 사례로, 직책만 팀장인데, 정작 팀원과의 소통, 업무 분배 등 핵심은 못 챙기고 권위만 내세운다. 리더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조양주학어(趙襄主學御)형 리더를 말합니다.
이런 식으로 모양은 갖췄지만 본질을 모르는 상황에 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즉, 조양주학어(趙襄主學御)와 같은 상태에 빠졌을 때의 대처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겸손한 자기 점검'으로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지' 점검합니다. 형식에 치중하지 않았는지, 본질적 이해가 부족한 분야는 무엇인지 솔직히 돌아봅니다. "나는 자격증은 땄지만, 실제 문제를 풀 수 있는가?" "사람들 앞에 서기는 하지만, 진짜 설득하고 있는가?"
둘째 '기초로 돌아가기'로 기초 이론, 원리, 기본기를 다시 정리합니다. '왜 그렇게 하는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배운 것입니다. "운전은 단순히 핸들을 돌리는 게 아니라, 도로 상황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포함합니다."
셋째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구하기'로 경험자나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 부족한 부분을 명확히 인식합니다. 자존심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둡니다.
넷째 '실전 경험을 통해 체화하기'로 지식을 머리에만 두지 말고 실제 상황에서 적용해 보며 익힙니다. 실패도 학습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반복해서 다듬습니다.
다섯째 '보여주기식 태도 버리기'로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형식적인 흉내보다는 실질적 내실을 목표로 삼습니다. 진짜 실력은 꾸준한 내공에서 나옵니다.
끝으로 "나는 지금 겉모습을 따라 하는 수준인가, 아니면 본질을 이해하고 실행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수시로 던지며 자기 점검하고, 기초 + 피드백 + 반복 실전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것이 가장 좋은 대처법입니다.
조양주학어(趙襄主學御)의 인간관계 적용과 대처법은 특히 겉으로는 잘 지내는 듯하지만, 진심이나 이해 없이 관계를 맺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인간관계 속 조양주학어(趙襄主學御) 사례로, 말은 예의 바르고 행동은 친절하지만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진심이 없음, SNS에서는 친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서적 연결이나 신뢰가 없음, 좋은 사람 코스프레를 하느라 진짜 감정은 숨기고 형식적인 관계만 유지하는 관계를 말합니다.
대처법으로 진심이 담긴 관계 맺기입니다.
① 상대를 '대상'이 아닌 '인격체'로 보기로, 잘해줘야 할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과 상황과 관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먼저 연습합니다. 예문으로 "오늘 무슨 일 있었는지 궁금해. 그냥 의례적인 인사가 아니라, 네가 어떤 하루였는지 진짜 듣고 싶어."
② 말보다 행동에 진심 담기로, 좋은 말만 하지 말고, 작은 행동으로 신뢰를 표현합니다. 예문으로 "상대가 힘들다는 말을 하면, '그랬구나'로 끝내지 말고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기" 입니다.
③ 좋은 사람 이미지보다, 진짜 사람 되기로, 무조건 착하고 완벽한 척하지 않아도 됩니다. 감정, 갈등, 실수도 솔직하게 표현하면 오히려 관계가 깊어집니다.
④ 피드백을 수용하고 관계를 점검으로, "혹시 나 때문에 불편했던 적 있었어?" 같은 솔직한 질문을 통해 관계를 돌아보고 개선의 여지를 찾습니다.
⑤ 오래 가는 관계는 겉보다 속이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인간관계는 외형보다 진정성과 꾸준함으로 유지됩니다. 가끔 거칠어도, 솔직함이 오히려 관계를 튼튼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형식적인 친절보다, 불완전해도 진심이 통하는 관계가 진짜다.
한비자(韓非子) 제21 유노편(喩老篇)
한비자(韓非子) 제21편 유노편(喩老篇)은 노자(老子)의 도가사상을 법가적 시각에서 해석한 장으로, 인간의 욕망과 권력, 지혜로운 통치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비자(韓非子) 제21편 유노(喩老)는 노자(老子)의 사상을 비판하고, 현실적이고 냉철한 통치술인 법가 사상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이 편에서는 특히 유가(儒家)나 도가(道家)의 이상주의적 사고를 비판하며, 군주가 권력을 확실히 장악하고, 법과 술(術)을 통해 신하를 제어해야 한다는 법가의 핵심 원리를 설명한다.
한비자는 노자처럼 물러서거나 비움으로써 세상을 다스리려는 이상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고, 군주는 냉철한 이성과 권력 운영술로 통치해야 한다는 법가 사상의 정수를 이 편에서 설파한다.
1. 만족을 모르는 것이 최대의 화다
이 말은 한비자에 나타난 인간 욕망과 재앙의 원인을 경계하는 교훈이다. 사람이 만족할 줄 모르고 더 많은 것을 탐하면, 결국 화(禍)를 부르게 된다. 욕심은 끝이 없고, 통제가 되지 않으면 자신도 나라까지도 망칠 수 있다.
권력자든 백성이든, 탐욕을 억제하지 못하면 질서가 무너지고 갈등이 생긴다. 이는 욕망의 자제와 절제된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특히 군주는 탐욕스러운 신하를 경계하고, 스스로도 절제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 법가의 시각에서는 욕망을 방치하면 법과 질서가 무너진다고 보고, 이를 통제하는 장치로서 법과 형벌, 절제의 원칙을 중시했다.
韓非子 第21篇 喩老 [1]
天下有道, 無急患, 則曰靜, 遽傳不用.
천하에 도가 행해지며, 위급이나 우환이 없으면, 세상은 조용하여 파발마 등의 급사(急使)를 보낼 필요가 없다.
故曰; 卻走馬以糞.
그래서 노자는 '빠른 말을 달리게 할 필요가 없고 논밭을 가는데 이용할 따름이다(노자 제46장)'고 했다.
天下無道, 攻擊不休; 相守數年不已, 甲冑生蟣虱; 鷰雀處帷幄, 而兵不歸.
천하에 도가 행하여지고 있지 않으면, 전란의 세상이 되어 서로 공격하며 그치지 않고, 서로가 나라의 수비를 몇 해씩 계속하여, 병사는 갑주를 항상 착용하고 있으므로 이가 들끓고, 진지의 막사에는 제비나 새가 둥지를 틀게 되어도, 병사는 고향에 가지 못한다.
故曰; 戎馬生於郊.
그래서 노자는 '군마가 근교에서 나온다(노자 제46장)'고 한 것이다.
翟人有獻豐狐, 玄豹之皮於晉文公, 文公受客皮而歎曰, 此以皮之美自爲罪.
옛날 적나라 사람이 꼬리가 붙은 여우와, 검은 표범 가죽을 진나라의 문공에게 바치자, 문공은 사신에게서 그 가죽을 받아들고 개탄하며, '이것은 가죽이 아름다웠기 때문에 그것이 화가 되어 망한 것이다'고 말했다.
夫治國者以名號爲罪, 徐偃王是也.
무릇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가 인의라는 명예를 존중하여 망신한 예가 있었으니, 서나라의 언왕이 그것이다.
以城與地爲罪, 虞虢是也.
성과 토지를 소중히 한 나머지 망신한 예가 있었으니 우가 그것이다.
故曰; 罪莫大於可欲.
그래서 노자는 '욕심이 많은 것보다 더 큰 죄가 없다(노자 제46장)'고 한 것이다.
智伯兼范中行而攻趙不已, 韓魏反之, 軍敗晉陽, 身死高梁之東. 遂卒被分, 漆其首以爲溲器.
지백은 범(范), 중행(中行)의 2씨의 땅을 병합하고, 다시 조나라를 공략하려다가, 한나라와 위나라에게 배반을 당하여 지백의 군대는 진양에서 패하고, 그 자신은 고량의 동쪽에서 전사했다. 그 때문에 그 국토는 분할되었고, 지백의 해골은 조양자에 의하여 칠하여 변기로 사용된 것이다.
故曰; 禍莫大於不知足.
그래서 노자는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이 최대의 화이다'라고 한 것이다.
虞君欲屈産之乘與垂棘之璧, 不聽宮之奇, 故邦亡身死.
우나라의 군주는 굴의 산물인 네 필의 명마와 수극에서 난 옥을 욕심내어, 궁자기의 간언이 있었는데도 이를 듣지 않고, 진나라에 길을 빌려주었기 때문에 나라는 망하고 자신은 죽게 되었다.
故曰; 咎莫憯於欲得.
그래서 노자는 '물건을 탐내는 일보다 더 처참한 해는 없다'고 한 것이다.
邦以存爲常, 霸王其可也.
나라는 존재하고 있으면 되지만, 패왕이 된다면 더욱 좋다.
身以生爲常, 富貴其可也.
사람은 존재하고 있으면 되지만 부귀하게 된다면 더욱 좋다.
不以欲自害, 則邦不亡, 身不死.
그러나 족한 걸 알고 자기 자신을 해치게 하지 않으면, 나라는 망하지 않으며, 그 몸은 죽지 않는다.
故曰; 知足之爲足矣.
그래서 노자는 '만족함을 알면 항시 만족하게 된다(노자 제46장)'고 했다.
楚莊王旣勝, 狩於河雍, 歸而賞孫叔敖, 孫叔敖請漢間之地, 沙石之處.
초나라의 장왕이 하웅 싸움에서 진나라에게 승리하고, 귀국하여 손숙오를 포상하려 했을 때, 손숙오는 한수의 모래와 자갈이 많은 토지를 받았다.
楚邦之法, 祿臣再世而收地,
초나라의 법에 의하면 신하에게 녹을 주는 것은 2대 뿐이며, 그 후에는 그 토지를 회수하도록 되어 있었다.
唯孫叔敖獨在.
다만 손숙오만이 예외로서 그 녹은 그대로였다.
此不以其邦爲收者, 瘠也.
그의 토지가 회수되지 않은 것은, 그의 토지가 메말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故九世而祀不絶.
그리하여 9대에 이르기까지 그 땅을 점유하여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故曰; 善建不拔, 善抱不脫, 子孫以其祭祀世世不輟,.
그래서 노자는 '단단히 세운 것은 뽑히지 않으며, 단단히 끌어안은 것은 뺏기지 않는 것처럼, 집의 기초를 단단하게 굳힌 조상을 가진 자손은 제사가 대를 이어 그칠 날이 없다(노자 제54장)'고 한 것이다.
孫叔敖之謂也.
이것은 손숙오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2. 나라의 이기는 보여서는 안 된다
이기(利器)는 나라의 이익을 위한 중요한 수단, 곧 국가 운영의 핵심 전략, 군사력, 인사권, 법령 등의 통치 수단을 의미한다. 이런 핵심 통치 수단은 외부나 신하들에게 쉽게 드러나면 안 되며, 군주의 손에만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군주는 자신의 속셈이나 수단을 드러내지 않아야 신하들이 경계하고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 이는 권력의 집중과 비밀 유지, 통치의 효과성을 위한 법가 사상의 핵심 원리 중 하나이다. 이 사상은 군주 중심의 강력한 권력을 강조하는 법가의 전형적인 주장으로, '신하를 믿지 말고, 법과 형벌을 통해 통치하라'는 기조와 연결된다.
韓非子 第21篇 喩老 [2]
制在己曰重, 不離位曰靜.
신하를 통제하는 주권이 군주 자신의 손에 있는 상태를 중(重)이라 하고, 지위를 떠나지 않은 상태를 정(靜)이라고 한다.
重則能使輕, 靜則能使躁.
중(重)이 되면 경(輕)한 사람을 사용하고, 정(靜)이 되면 조(躁)한 사람을 사용하게 된다.
故曰; 重爲輕根, 靜爲躁君. 故曰; 君子終日行, 不離輜重也.
그래서 노자는 '중(重)은 경(輕)의 근본이요, 정(靜)은 조(躁)의 군주다'라고 했고, 또 '군주는 여행 중에 종일 치중(輜重; 식량과 의복을 실은 수레)에서 떠날 수 없다'고 했다.
邦者, 人君之輜重也.
나라는 군주에게 있어 치중과 같이 소중한 것이다.
主父生傳其邦, 此離其輜重者也,
주보가 생존 중에 그 지위를 아들에게 계승한 것은 소중한 치중을 떠난 셈이다.
故雖有代·雲中之樂, 超然已無趙矣.
그래서 대와 운중에서 환락에 도취할 수는 있었지만 조나라는 그의 손에서 떠나 그의 소유가 아니었다.
主父, 萬乘之主, 而以身輕於天下.
주보는 만승의 나라의 군주로서 그 몸을 경망스럽게 다룬 셈이었다.
無勢之謂輕, 離位之謂躁, 是以生幽而死.
권세가 없는 것을 경(輕)이라 하며, 함부로 지위에서 떠나는 것을 조(躁)라 한다. 주보는 경(輕)하고 조(躁)했기 때문에 살아서 감금을 당한 채 사망한 것이다.
故曰; 輕則失臣, 躁則失君.
그래서 노자는 '군주는 경(輕)하면 신하를 잃고 조(躁)하면 지위를 잃는다(노자 제26장)'고 한 것이다.
主父之謂也.
勢重者, 人君之淵也.
무거운 위세는 물고기가 못을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군주도 거기서 떠나서는 안 된다.
君人者, 勢重於人臣之間, 失則不可復得矣.
군주인 자가 무거운 위세를 신하에게 잃게 되면 다시 그것을 회복하지 못한다.
簡公失之於田成, 晉公失之於六卿, 而邦亡身死.
제나라의 간공은 위세를 전성에게 빼앗겼고, 진공은 이것을 번, 중행, 지, 한, 위, 조의 여섯 대신에게 빼앗기고 나라를 잃고 죽었다.
故曰; 魚不可脫於深淵.
그래서 노자는 '물고기가 심연에서 탈출 할 수는 없다(노자 제36장)'고 한 것이다.
賞罰者, 邦之利器也.
상벌은 나라를 다스리는 이기이다.
在君則制臣, 在臣則勝君.
그것이 군주의 수중에 있으면 신하를 제어하며, 신하의 수중에 있으면 군주를 능가하게 된다.
君見賞, 臣則損之以爲德; 君見罰, 臣則益之以爲威.
군주가 상을 제시하면 신하는 그것을 숨겨두고 생색을 낼 것이며, 군주가 벌을 제시하면 신하는 그것에 꼬리를 달아 자기 위력을 늘린다.
人君見賞, 而人臣用其勢;人君見罰, 而人臣乘其威.
그러니까 군주가 상을 제시하면 간신이 위력을 대신 행사하고, 군주가 벌을 제시하면 간신은 벌의 위력에 편승하여 멋대로 놀아난다.
故曰; 邦之利器, 不可以示人.
그래서 노자는 '나라의 이기는 사람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노자 제36장)'고 한 것이다.
3. 얻으려거든 반드시 주어라
이 말은 한비자에 담긴 통치자나 지도자가 무언가를 얻고자 할 때, 먼저 베풀 줄 알아야 한다는 전략적 사고를 나타낸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에게 이익이나 신뢰를 주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강제보다는 유인(誘引)이 효과적이다.
군주는 신하의 충성을 얻고자 한다면, 먼저 그들의 공을 인정하고 상을 내려야 한다. 이는 이익의 분배를 통해 사람을 움직이고 목적을 달성하는 법가의 실용적 지혜를 반영한다. 단순한 베풂이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주는 전략'으로서의 의미이다. 이 말은 통치뿐 아니라 리더십, 협상, 인간관계, 경영 등에서도 유효한 원칙으로 쓰인다.
韓非子 第21篇 喩老 [3]
越主入宦於吳, 而觀之伐齊以弊吳.
월나라 왕 구천이 오나라의 신하로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오나라왕 부차에게 제나라를 치도록 하여 오나라를 피폐하게 했다.
吳兵旣勝齊人於艾陵, 張之於江·濟, 强之於黃池, 故可制於五湖.
그 후 오나라의 군대는 제나라의 애능에서 제나라를 누른 다음, 강과 제나라 사이에 깊은 못을 파고 국력을 소모시키며, 진공과 황지에서 회견시키는 등 화려한 일을 시켜 오나라의 국력을 소모시켰기 때문에 월나라 왕은 5호에서 쉽게 오나라를 제압할 수가 있었다.
故曰; 將欲翕之, 必固張之. 將欲弱之, 必固强之.
그래서 노자는 '이것을 늦추어 주려 하거든, 그전에 반드시 잡아 당겨라. 약화시키려 하거든 그 전에 반드시 강하게 하라'고 했다.
晉獻公將欲襲虞, 遺之以璧馬; 知伯將襲讐由, 遺之以廣車.
진나라의 헌공은 우를 습격하고자 우선 말과 옥을 보냈고, 진나라의 지백이 구유를 습격하고자 할 때는 큰 병거를 보내서 방심하게 했다.
故曰; 將欲取之, 必固與之.
그래서 노자는 '얻으려 하거든 반드시 주어라(노자 제36장)'라고 한 것이다.
起事於無形, 而要大功於天下.
일을 하는 데는, 모호하게 시작하고, 이윽고 큰 공을 천하에 세우도록 해야 되는 것이다.
是謂微明.
노자는 '이것을 미명(微明)이라고 한다(노자 제36장)'고 했다.
處小弱而重自卑, 謂損弱勝强也.
작고 약한 상태에 있으면서 더욱 겸손히 하는 것이 노자가 말한 '약한 체 하고 있다가 강함에 이긴다(노자 제36장)'는 방법이다.
4. 큰 일은 작은 일로부터 일어난다
이 말은 한비자의 철학에서 모든 큰 사건이나 재앙은 사소한 원인에서 시작된다는 통찰을 담고 있다. 중대한 사건이나 재난도 처음에는 사소한 징후나 실수에서 시작된다. 작은 일이라 하여 무시하면, 결국 그것이 누적되어 큰 문제로 발전한다. 군주나 지도자는 사소해 보이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 이는 예리한 통찰력과 선견지명, 그리고 철저한 대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큰 성공도 작은 노력의 축적에서 나오고, 큰 실패도 작은 방심에서 비롯된다는 양면의 의미를 가진다. 한비자의 현실주의적 통치 철학에서는, '작은 것이 곧 큰 것의 씨앗'이라는 관점을 통해 경계를 늦추지 않는 자세를 요구한다.
韓非子 第21篇 喩老 [4]
有形之類, 大必起於小; 行久之物, 族必起於少.
형태가 있는 사물은 큰 것은 작은 것으로부터 비롯하고, 오래가면서 무리를 이루는 것은 반드시 적은 수로부터 비롯한다.
故曰; 天下之難事必作於易, 天下之大事必作於細.
그래서 노자는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로부터 비롯하고,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로부터 일어난다(노자 제63장)'고 한 것이다.
是以欲制物者於其細也.
따라서 일을 잘 처리하려고 하면 그것이 크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
故曰; 圖難於其易也, 爲大於其細也.
그래서 노자는 '일이 쉬울 때에 어렵게 될 경우를 계획하며, 일이 작을 때에 큰 일이 될 경우의 일까지 해두어야 한다'고 한 것이다.
千丈之隄, 以螻蟻之穴潰; 百尺之室, 以突隙之烟焚.
길이가 천 길에 이르는 제방도 조그만 개미구멍으로 인해 무너지는 것이며, 높이 백 척의 큰 집도 굴뚝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불티로 재가 된다.
故曰, 白圭之行隄也, 塞其穴, 丈人之愼火也塗其隙, 是以白圭無水難, 丈人無火患.
그래서 백규가 제방을 순시할 때는 작은 구멍을 발견하자 곧 막았으며, 노인이 불조심을 할 때는 반드시 틈바구니를 바른다. 그렇게 함으로써 백규가 조사하면 수해가 없었고, 노인이 일을 하면 화재가 없었다.
此皆愼易以避難, 敬細以遠大者也.
이것들은 모두가 손쉬운 일에 대해서 경계를 하여 어려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사소한 일을 경계하여 대사에 이르지 않도록 한 것이다.
5. 병은 작을 때 고쳐야 한다
이 말도 한비자를 비롯한 여러 고전에서 반복되는 경구로, 문제는 초기 단계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질병은 초기에는 치료가 쉽지만, 악화되면 치료가 어렵고 고통도 커진다. 이는 문제(정치적, 사회적, 조직 내 갈등 등)도 작을 때 해결해야 한다는 비유다.
작은 문제를 방치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큰 피해를 초래한다. 군주나 지도자는 문제의 조짐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신속히 조치해야 한다. 이는 예방과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통치의 지혜이다. 한비자는 이를 통해 현명한 통치자는 미래의 위험을 미리 보고 대비한다고 강조한다.
韓非子 第21篇 喩老 [5]
扁鵲見蔡桓公, 立有間. 扁鵲曰; 君有疾在腠理, 不治將恐深.
명의 편작이 채나라의 환공을 만나보고 잠시 후 이렇게 말했다. "군주께서는 병환에 걸리셨습니다. 지금 증세는 피부에 있습니다.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더욱 깊이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桓侯曰; 寡人無疾.
환공이 대답했다. "내게는 병이 없다."
扁鵲出. 桓侯曰; 醫之好治不病以爲功.
편작이 물러나자 환공이 말했다. "의사란 작자들은 병도 없는 사람을 치료하여 공을 세우려고 한다."
居十日, 扁鵲復見曰;君之病在肌膚, 不治將益深.
10일 뒤에 편작은 다시 환공을 만나보고 이렇게 말했다. "군주의 병환이 피부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지금 곧 손을 쓰지 않으면 더욱 깊이 파고 들어갈 것입니다."
桓侯又不應. 扁鵲出, 桓侯又不悅.
환공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편작이 물러선 뒤에 그는 기분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居十日, 扁鵲復見曰; 君之病在腸胃, 不治將益深.
다시 10일 뒤에 편작이 나타났다. "군주의 병환은 위장병이십니다. 치료를 받지 않으시면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桓侯不應. 扁鵲出, 桓侯又不悅.
환공은 역시 대꾸가 없었다. 편작이 물러가자 역시 기분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居十日, 扁鵲望桓侯而還走, 桓侯故使人問之.
다시 10일이 경과한 뒤에 편작은 환공을 알현하려고 했으나 멀리서 환공의 모습을 보자 도망쳐 오고 말았다. 환공은 사람을 보내어 그 이유를 물었다.
扁鵲曰; 疾在腠理, 湯熨之所及也. 在肌膚, 鍼石之所及也. 在腸胃, 火齊之所及也. 在骨髓, 司命之所屬, 無奈何也. 今在骨髓, 臣是以無請也.
편작은 이렇게 답변했다. "병환이 피부에 있는 동안은 뜨거운 물로 뜸질을 해서 치료할 수가 있습니다. 피부 속에 머물고 있을 동안은 쇠침이나 동침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또 위장에 있는 동안은 탕약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이 골수에 침범해 들어간 이상 사명성(司命星)이 알아서 할 일이지 감히 제 의술로는 고칠 수가 없습니다. 지금 군주의 병환은 골수를 침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치료를 해드릴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居五日, 桓侯體痛, 使人索扁鵲, 已逃秦矣. 桓侯遂死.
그 후로 5일이 경과한 뒤에 환공은 신체에 고통을 느끼게 되어 편작을 찾아보았으나, 그는 이미 진나라에서 빠져나가고 없었다. 환공은 마침내 죽고 말았다.
故良醫之治病也, 攻之於腠理. 此皆爭之於小者也.
의사가 병을 치료할 경우 병이 아직 피부에 머물고 있을 때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 조그마할 때 처리하는 것이다.
夫事之禍福亦有腠理之地, 故曰聖人蚤從事焉.
삶의 화복에도 피부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성인은 일찍 손을 쓴 것이다.
6. 화근은 미리 막아야 한다
한비자(韓非子)의 핵심 통치 철학 중 하나로, 위험 요소나 갈등의 싹은 커지기 전에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작은 문제가 큰 재앙으로 번지기 전에 미리 제거하라는 뜻이다. 화는 커지기 전에는 다스리기 쉬우나, 일단 커지면 손쓸 수 없게 된다.
군주는 사소한 조짐도 놓치지 말고 세심히 살펴야 하며, 필요시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이는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는 현실적인 정치 철학을 반영한다. 한비자에서는 특히 반란, 간신, 부패, 민심 이반 등을 초기 단계에서 단호히 제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사고는 현대 경영이나 리더십에도 적용되며, 위기 관리와 리스크 예방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韓非子 第21篇 喩老 [6]
昔晉公子重耳出亡, 過鄭, 鄭君不禮.
옛날 진나라 공자 중이가 전란을 당하여 정나라에 피난을 갔을 때 정나라의 문공이 푸대접을 했다.
叔瞻諫曰; 此賢公子也, 君厚待之, 可以積德.
정나라의 신하 숙첨이 충고를 했다. "중이는 현명한 공자이므로 그를 후대하여 은혜를 베풀어 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鄭君不聽. 叔瞻又諫曰; 不厚待之, 不若殺之, 無令有後患.
그러나 정나라의 문공은 듣지 않자 숙첨이 또 간언했다. "중이를 후대하지 못하시겠다면 차라리 그를 죽이십시오. 그래야만 후환이 없을 것입니다."
鄭公又不聽.
정나라의 문공은 이 말도 듣지 않았다.
及公子返晉邦, 擧兵伐鄭, 大破之, 取八城焉.
그 후 중이가 본국으로 돌아가 문공이 되자 청나라의 무례를 책망하여 이를 정벌하고 8성을 공략하였다.
晉獻公以垂棘之璧, 假道於虞而伐虢.
진나라의 헌공은 괵을 정벌하기 위해서 옥을 보내어 우나라의 길을 빌리려고 했다.
大夫宮之奇諫曰; 不可. 脣亡而齒寒, 虞·虢相救, 非相德也. 今日晉滅虢, 明日虞必隨之亡.
대부인 궁자기는 우공에게 이렇게 간언했다. "빌려주면 안 됩니다.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고 하는데, 지금 우와 괵의 두 나라가 서로 의지하고 있는 것은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며, 서로가 은혜를 주고받기 위해서가 아닌 것입니다. 오늘 진나라가 괵을 멸망시킨다면 내일은 우리 우나라가 그 뒤를 따라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虞君不聽, 受其璧而假之道.
우공은 이 간언을 듣지 않고 진나라에서 보내온 선물을 받고 길을 빌려주었다.
晉已取虢, 還, 反滅虞.
진나라는 예정대로 괵을 공략하고, 다시 군대를 돌려 우나라를 멸망시켰다.
此二臣者皆爭於腠理者也, 而二君不用也. 然則叔瞻·宮之奇, 亦虞·鄭之扁鵲也, 而二君不聽, 故鄭以破, 虞以亡.
숙첨과 궁자기 두 신하는 모두가 피부에 병이 머물고 있을 때 치료하려고 했었으나 두 군주는 그 치료를 받으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두 국가는 멸망했다.
故曰; 其安易持也, 其未兆易謀也.
그래서 노자는 '안정하고 있으면 유지하기가 쉽고, 사태의 징조조차 보이지 않을 때는 얼마든지 쉽게 처리할 수 있다(노자 제64장)'고 말했다.
7. 상아젓가락이 나라를 망친다
이 말은 사치의 시작이 작은 데서 비롯되어 결국 국가를 위태롭게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으며, 한비자나 한서, 논어 등 여러 고전에서 유사한 맥락으로 등장한다. 작은 사치가 습관이 되면, 점점 더 큰 사치로 이어져 풍속이 문란해지고 국력이 쇠퇴한다.
상아젓가락은 작고 사소한 사치품이지만, 그것을 용납하면 그보다 더 값비싼 생활을 추구하게 된다. 결국 사치는 백성에게 부담이 되고, 위정자에겐 타락의 길이 된다. 이는 지도자의 검소함과 절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또한 작은 일이라도 시작이 잘못되면 큰 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이기도 하다.
韓非子 第21篇 喩老 [7]
昔者紂爲象箸而箕子怖, 以爲象箸必不加於土鉶, 必將犀玉之杯. 象箸玉杯必不羹菽藿, 則必旄·象·豹胎. 旄·象·豹胎, 必不衣短褐而食於茅屋之下, 則錦衣九重, 廣室高臺. 吾畏其卒, 故怖其始.
옛날 은나라의 주왕이 상아로 젓가락을 만들자 기자가 걱정하며 말했다. "상아 젓가락은 오지그릇과는 격에 맞지 않는다. 반드시 주옥으로 만든 술잔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상아 젓가락이나 주옥의 술잔을 사용하게 되면 음식물도 따라서 사치스럽게 될 것이다. 콩이나 콩죽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고 반드시 쇠고기나 코끼리 고기, 표범 고기 등 진미를 찾게 될 것이다. 그런 진미는 반드시 비단 옷을 걸치고 고대광실에서 먹어야 제격이다. 앞날이 뻔하니 일의 발단이 되는 상아젓가락이 두렵지 않을 수가 없다."
居五年, 紂爲肉圃, 設炮烙, 登糟邱, 臨酒池, 紂遂以亡.
5년이 지난 후 주왕은 고기를 늘어놓아 고기밭을 만들고, 술통으로 동산을 만들어 올라갈 수 있게 하고, 술로 못을 만들어 놀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같이 사치와 낭비를 한 주왕은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
故箕子見象箸以知天下之禍.
그래서 기자는 주왕의 상아젓가락을 보자마자 오래지않아 화를 입게 되리라 예언했던 것이다.
故曰; 見小曰明.
그래서 노자는 '보통 사람이 보지 못하는 작은 일을 간과하지 않는 것을 명(明)이라고 한다(노자 제52장)'고 한 것이다.
8. 유(柔)를 지키는 것을 강(强)이라 한다
이 말은 유연성과 적응력을 강한 힘으로 인정하는 의미로, 한비자를 비롯한 여러 고전에서 중요한 철학적 주제를 다룬다. 여기서 유(柔)는 유연함, 부드러움을 의미하며, 강(强)은 강함, 강력함을 의미한다.
부드러움이 오히려 강함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로, 상대방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굳건히 맞서는 것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교훈이다. 강한 힘이 항상 직선적이고 공격적일 필요는 없으며,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응이 강력함으로 인정될 수 있다.
강함은 단지 물리적인 힘을 넘어, 위기에서 물러서지 않고 상황에 맞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군주가 신중하고 유연하게 행동하여 신하를 다스리고 국가를 안정시키는 방법으로 연결된다.
군주는 유연한 태도를 통해 적을 압도하고, 강하게 보이기 위해 무리한 강경책을 쓰지 않아야 한다는 법가적 철학을 반영한다. 이 말은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고, 상황에 따라 전략을 바꾸는 지혜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현대의 리더십과 협상에서도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韓非子 第21篇 喩老 [8]
句踐入宦於吳, 身執干戈爲吳王洗馬, 故能殺夫差於姑蘇.
월왕 구천이 오나라의 신하로 있었을 때, 스스로 방패와 창을 들고 오왕의 방패가 되었기 때문에 오왕 부차를 고소에서 죽일 수가 있었다.
文王見詈於王門, 顔色不變, 而武王擒紂於牧野.
주나라의 문왕은 옥문에서 조롱 당하였으나 태연하게 안색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아들인 무왕이 주를 목야에서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故曰; 守柔曰强.
그래서 노자는 '유(柔)를 지키는 것을 강(强)이라 한다(노자 제52장)'고 했다.
越王之霸也, 不病宦, 武王之王也, 不病詈.
월왕이 패왕이 된 것은 그 옛날 오왕을 섬기는 것을 고통으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며, 무왕이 왕이 된 것은 그 옛날 조롱을 당하고서도 괴롭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故曰; 聖人之不病也, 以其不病, 是以無病也.
그래서 노자는 '성인은 괴로워하지 않는다. 보통 사람이 괴롭게 여기는 것을 괴롭게 여기지 않으니 괴롭지가 않다(노자 제71장)'고 한 것이다.
9. 얻기 힘든 물건을 귀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 말은 어려운 것을 얻은 사람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한비자에서 이 구절은 자원의 소중함과 그 가치를 인식하는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내용이다.
쉽게 얻은 것은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소홀히 여길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얻기 어려운 것은 그 과정에서의 노력과 시간을 기억하며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사람들은 손쉽게 얻은 것을 쉽게 소비하거나 낭비할 수 있으며, 귀중한 것을 얻기 위해 고난을 겪을 때 더욱 소중히 여긴다. 이는 자원 관리나 국가 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중요한 원리로, 무분별한 낭비를 경고하는 의미를 갖는다.
군주나 지도자는 자원을 신중히 다루고, 어려운 과정을 통해 얻은 성과나 자원에 대한 존중을 보여야 한다. 쉽게 얻은 권력이나 부유함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그 가치를 되새기며 철저히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말은 어떤 것을 얻기 위해 겪은 고난과 노력의 가치를 잊지 말고, 소중하게 다루는 태도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韓非子 第21篇 喩老 [9]
宋之鄙人得璞玉而獻之子罕, 子罕不受.
송나라의 시골 사람이 옥을 얻었기에 자한에게 바쳤으나 자한은 받지 않았다.
鄙人曰; 此寶也, 宜爲君子器, 不宜爲細人用.
그러자 그 시골 사람이 말했다. "이것은 보배입니다. 군주께서 가지고 있을 만한 물건입니다. 소인 따위가 가지고 있을 물건이 아닙니다."
子罕曰; 爾以玉爲寶, 我以不受子玉爲寶.
자한이 대답했다. "너는 옥을 보배라고 하는데, 나는 네 보배를 받지 않음을 보배라고 생각하고 있다."
是鄙人欲玉, 而子罕不欲玉.
시골 사람은 옥을 귀중히 여겼고, 자한은 귀중히 여기지 않았다.
故曰; 欲不欲, 而不貴難得之貨.
그래서 노자는 '남이 부러워하지 않는 것을 원하고, 얻기 힘든 물건을 귀중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10. 책에 의해서 배우지 않는다
이 말은 이론이나 학문적인 지식만으로는 실제적인 경험과 지혜를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한비자에서 이 구절은 이론과 실제의 차이를 강조하는 내용이다.
책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현실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론적 지식은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경험과 통찰이 부족할 수 있다.
군주나 지도자는 실제 상황을 통해 배우고 경험을 쌓아야, 진정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이론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는 능력이 중요하다.
책을 통한 학습은 제한적이며, 실제로 겪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배움이 이루어진다. 이 말은 이론적인 학문보다는 경험을 통한 통치와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국 이 말은 경험과 실용적인 지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군주가 실제적인 상황을 통해 배워야 한다는 교훈을 제공한다.
韓非子 第21篇 喩老 [10]
王壽負書而行, 見徐馮於周塗.
왕수는 어디를 가나 책을 짊어지고 다녔는데 주나라 서울로 가는 길에서 은자인 서빙을 만났다.
馮曰; 事者, 爲也. 爲生於時, 知者無常事. 書者, 言也. 言生於知, 知者不藏書. 今子何獨負之而行?
서빙이 왕수에게 말했다. "일이란 사람이 변화에 따라서 대처하는 것으로 해야 될 일도 그 때마다 다른 것이다. 때를 아는 자는 일정한 고집을 세우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처리한다. 또 책은 옛 사람의 말이 실려 있는 것으로서, 그 말은 지(知)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지자(知者)는 책을 간직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대는 왜 책을 짊어지고 다니는가."
於是王壽因焚其書而儛之.
그 말을 듣고 왕수는 책을 불사르고 즐거워했다.
故知者不以言談敎, 而慧者不以藏書篋.
지자는 말로 사람을 가르치지 않고, 현자는 책을 상자 속에 간직하지 않는 것이다.
此世之所過也, 而王壽復之, 是學不學也.
그런 일을 세상 사람들은 간과하지만 왕수는 바른길로 다시 돌아간 셈이니 책에 의해서 배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운 것이 된다.
故曰; 學不學, 復歸衆人之所過也.
그래서 노자는 '배우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는 것은 모든 사람이 간과한 진리에 복귀하는 일이다(노자 제64장)'라고 한 것이다.
11. 만물을 자연에 맡기고, 인위를 가하지 마라
이 말은 자연의 법칙에 따르고,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라는 철학을 담고 있다. 이 말은 주로 도가(道家)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한비자에서는 법가적 관점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강조하는 측면도 있다.
자연의 흐름이나 법칙을 따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 인간의 힘이나 개입으로 모든 것을 강제로 바꾸려 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존중하라는 뜻이다. 과도한 개입이나 인위적인 시도는 불필요한 혼란이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자연이 스스로 질서를 유지하고, 모든 만물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존재하므로 이를 방해하지 말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이 말은 인간이 지나치게 개입하여 문제를 일으키기 보다는, 자연의 흐름에 맡기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한비자의 경우, 군주가 법과 제도를 통해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지만, 이론적인 법도 자연의 법칙처럼 고정적이고 엄격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연의 흐름과 유사한 개념을 채택한다. 인간의 감정이나 인위적인 판단에 의존하기 보다는, 공정하고 엄격한 법으로 국가를 다스려야 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결국 이 말은 자연의 흐름을 존중하고, 무리한 개입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철학적 교훈을 담고 있다.
韓非子 第21篇 喩老 [11]
夫物有常容, 因乘以導之.
사물에는 일정한 형태가 있다. 그 형태에 의해서 사물을 취급해야 한다.
因隨物之容, 故靜則建乎德, 動則順乎道.
그 형태에 따르고 부자연스러운 짓을 하지 않는다. 조용하니 일이 없으면 자기 덕을 기르고, 일이 있어 움직이게 되면 자연의 도리에 따른다.
宋人有爲其君以象爲楮葉者, 三年而成.
송나라 사람 중에 군주를 위해 상아를 조각하여 닥나무 잎을 만든 사람이 있었는데 3년 만에 완성하였다
豐殺莖柯, 毫芒繁澤, 亂之楮葉之中而不可別也.
그 잎의 두터운 곳, 엷은 곳, 잎이 뾰족하게 나온 곳, 잎줄기, 잎의 모양, 색깔 등이 진짜와 똑 같았기 때문에 그것을 닥나무 사이에 두어도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此人遂以功食祿於宋邦.
그런데 이 사람은 그 교묘한 기술에 의해서 송의 조정에서 상을 받게 되었다.
列子聞於曰; 使天地三年而成一葉, 則物之有葉者寡矣.
이 말은 들은 열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인간의 세공품이니 그렇겠지만, 만일 천지가 3년이 걸려 잎 하나를 만든다고 하면 식물은 잎이 있는 것이 드물 것이다."
故不乘天地之資而載一人之身, 不隨道理之數而學一人之智, 此皆一葉之行也.
그래서 천지 고유의 자질에 의하지 않고 자기 혼자서 떠맡으려 하고, 자연의 이법에 따르지 않고 자기 혼자서 지를 배우려고 하는 자는 모두가 3년이 걸려서 하나의 닥나무 잎을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故冬耕之稼, 後稷不能羨也.
그러므로 추운 겨울 날 밭을 갈아 씨앗을 뿌린다는 것은 그것이 부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농신인 후직이라 할지라도 열매를 맺도록 하지는 못할 것이다.
豐年大禾, 臧獲不能惡也.
풍년이 되면 벼가 익게 되므로 아무것도 모르는 노비가 아무리 게으름을 부려도 흉작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以一人之力, 則後稷不足; 隨自然, 則臧獲有餘.
한 사람의 힘 만에 의지한다면 후직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없는 것이며, 자연에 따르면 게으른 노비라도 풍족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故曰; 恃萬物之自然而不敢爲也.
그래서 노자는 '만물을 자연에 맡기고, 인위를 가하지 않는다(노자 제64장)'고 한 것이다.
12. 일부러 하지 않아도 성취시킬 수 있다
이 말은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성취가 이루어진다는 도가적 사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억지로 노력하거나 인위적인 개입 없이도 결과가 이루어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자연의 법칙이나 우주의 질서를 따를 때, 인위적인 노력 없이도 결과가 이루어진다는 가르침이다.강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결과가 더 의미 있고 지속적이라는 사상이다.
이는 도가(道家)의 무위(無爲) 철학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무위는 '행하지 않음'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자연스럽고 적절한 방법으로 모든 일을 하여 자연의 흐름을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의 질서를 방해하지 않으며, 그 속에서 스스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자신의 의도나 계획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일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위적인 힘이나 조급함을 버리고, 자연스럽게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기다리는 지혜를 강조한다. 이 말은 너무 강한 의도나 억지로 힘을 쓰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일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철학적 교훈을 제공한다.
韓非子 第21篇 喩老 [12]
空竅者, 神明之戶牖也, 耳目竭於聲色, 精神竭於外貌, 故中無主.
신체 가운데 구명이 있는 곳, 귀와 눈과 코와 입 등은 정신의 창문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귀와 눈이 기분 좋은 음곡이나, 아름다운 색채에 탐닉하여 그 힘을 방비하고, 정신력을 외부의 사물 때문에 완전히 소모하게 되면 자기 몸을 주재할 수 없게 된다.
中無主, 則禍福雖如丘山, 無從識之.
자기 몸의 주재자가 없어지면 화복이 산더미처럼 밀려온다 할지라도, 그것을 알 수가 없다.
故曰; 不出於戶, 可以知天下;不窺於牖, 可以知天道.
그래서 노자는 '문에서 나가지 않고도 천하의 모습을 알며, 창에서 내다보지 않고도 천도를 알 수 있다(노자 제47장)'고 했다.
此言神明之不離其實也.
그 의미는 정신이 자기 몸에서 떠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趙襄主學御於王子期, 俄而與於期逐, 三易馬而三後.
조양자는 왕어기에게 수레 모는 방법을 배웠는데 숙달되기도 전에 조급하게 왕어기와 경쟁하여 세 번이나 말을 바꾸었는데도 세 번 모두 뒤졌다.
襄主曰; 子之敎我御, 術未盡也.
양자가 말했다. "당신은 내게 조종술을 모두 가르쳐 주지 않은 모양입니다."
對曰; 術已盡, 用之則過也. 凡御之所貴. 馬體安於車, 人心調於馬, 而後可以進速致遠. 今君後則欲逮臣, 先則恐逮於臣. 夫誘道爭遠, 非先則後也, 而先後心皆在於臣, 上何以調於馬? 此君之所以後也.
왕어기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전부를 가르쳐 드렸습니다. 다만 용법이 다른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말의 몸뚱이와 수레가 잘 어울려야 하고, 말의 기분을 잘 파악해야 빨리 달릴 수 있으며, 먼 곳까지 달릴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뒤지면 앞지르려 초조해 하시고, 또 제 앞을 달리실 때는 혹시 제가 뒤쫓아오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셨습니다. 먼 거리를 말을 달려 경쟁을 할 경우에는 앞서거나 뒤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도 앞서건 뒤지건 저에 대해 항상 신경 쓰고 계셨습니다. 그래서야 어찌 말의 마음을 살필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어른께서는 항상 제 뒤만 쫓게 되었던 것입니다."
白公勝慮亂, 罷朝, 倒杖而策銳貫顊, 血流至於地而不知.
백공 승이 반란 음모에 몰두한 나머지, 조정에서 물러나와 지팡이를 거꾸로 짚어 그 끝의 뾰족한 쇠붙이로 턱이 찔려 피가 뚝뚝 흘러도 그것을 알지 못할 정도였다.
鄭人聞之曰; 顊之忘, 將何爲忘哉.
정나라 사람이 이 말을 듣고 '제 턱을 잊을 정도였으니 자기 소원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잊고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故曰; 其出彌遠者, 其智彌少. 此言智周乎遠, 則所遺在近也.
그래서 노자는 '먼 곳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아는 것이 적다(노자 제47장)'고 했는데 이것은 지(知)가 먼 곳에까지 미치게 되면 가까이에 있는 일을 모른다는 의미인 것이다.
是以聖人無常行也. 能並智.
그리하여 성인은 원근을 가려 일을 한다. 원근을 가리지 않는 지혜에 능하기 때문이다.
故曰; 不行而知.
그래서 노자는 '가지 않고도 알 수 있다(노자 제47장)'고 한 것이다.
能並視, 故曰; 不見而明.
또 원근을 가리지 않고 내다볼 수 있으니 노자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노자 제47장)'고 한 것이다.
隨時以擧事, 因資而立功, 用萬物之能而獲利其上.
때의 상황에 따라 일을 계획하고, 일의 타고난 성질에 따라 공을 세우며, 만물의 능력을 사용하여 거기서 이익을 얻는다.
故曰; 不爲而成.
그래서 노자는 '일부러 하지 않아도 성취시킬 수 있다'고 한 것이다.
13. 큰 그릇은 더디 이루어진다(大器晩成 대기만성)
이 말은 큰 일이나 위대한 성취는 시간이 걸리고, 꾸준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 말은 주로 성공이나 발전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급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큰 성취나 목표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시간과 노력이 꾸준히 축적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성공이나 발전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진지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큰 그릇은 작은 그릇보다 만들기 어려우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비유로, 위대한 일은 인내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전달한다. 단기적인 성공보다는, 장기적인 목표와 지속적인 성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큰 성취나 목표는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첫 걸음을 차근차근 내딛고, 작은 성과들을 쌓아가며 큰 일을 이루어 간다는 철학적 가르침이다. 결국 이 말은 크고 중요한 일은 시간이 필요하며, 빠른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꾸준히 노력하며 기다리는 자세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韓非子 第21篇 喩老 [13]
楚莊王莅政三年, 無令發, 無政爲也.
초나라의 장왕이 왕위에 오른 지 3년이 되었는데도 명령도 내리지 않고 정치도 하지 않았다.
右司馬御座而與王隱曰; 有鳥止南方之阜, 三年不翅, 不飛不鳴, 嘿然無聲, 此爲何名?
어느날 우사마가 왕의 곁에 있다가 수수께끼를 냈다. "남쪽 동산에 새가 한 마리 있습니다. 이 새는 3년간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았습니다. 웅크리고 앉아 아무 소리도 없었습니다. 이 새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王曰; 三年不翅, 將以長羽翼;不飛不鳴, 將以觀民則. 雖無飛, 飛必冲天;雖無鳴, 鳴必驚人. 子釋之, 不穀知之矣.
장왕이 말했다. "3년 동안 날지 않은 것은 날개를 기르기 위해서다.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 것은 사람의 모양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날지 않지만 일단 날기만 하면 반드시 높은 창공을 날 것이며, 지금은 울지 않지만 일단 울기 시작하면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다. 잠자코 있거라."
處半年, 乃自聽政. 所廢者十, 所起者九, 誅大臣五, 擧處士六, 而邦大治.
그리고 반년이 지나자 왕은 스스로 정치를 장악하여 폐지시킨 일이 10가지이고, 새로이 일으킨 일이 9가지이고, 대신 5명을 처형하고, 처사 6명을 새로 등용하여 국가를 훌륭하게 통치했다.
擧兵誅齊, 敗之徐州.
이윽고 외부로 정벌을 하기 위하여 군대를 동원하여 제나라를 공략하여 서주를 멸망시켰다.
勝晉於河雍, 合諸侯於宋, 遂霸天下.
또 진나라와 싸워 하옹에서 승리를 거두고 송나라를 눌러 마침내 천하의 패왕이 되었다.
莊王不爲小害善, 故有大名, 不蚤見示, 故有大功.
어쨌든 장왕은 처음에 작은 선을 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일을 이룩한 것이다.
故曰; 大器晩成, 大音希聲.
그래서 노자는 '대기(大器)는 조숙하지 않고 만성하며, 대음(大音)은 평소에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노자 제41장)'고 한 것이다.
14. 자기 자신을 잘 보는 것이 밝음이다(自見之謂明)
이 말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내면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진정한 지혜와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는 자기 성찰과 내적 통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진정한 지혜라는 의미이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장단점, 감정, 욕망을 잘 아는 것이 밝음(지혜)에 이르는 첫걸음이라는 교훈이다.
자기 자신을 잘 알게 되면, 외부 세계에 대한 이해와 통찰도 자연스럽게 깊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자기 인식이 바탕이 되어야만, 다른 사람이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자기 자신을 잘 보는 것은 마치 내면의 빛을 밝혀 자신을 더욱 명확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외부의 시각이나 다른 사람의 의견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진정한 지혜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결국 이 말은 자기 성찰과 자기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것이 진정한 밝음(지혜)으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韓非子 第21篇 喩老 [14]
楚威王欲伐越, 莊子諫曰; 王之伐越, 何也?
초나라의 위왕이 월나라를 공격할 계획을 하고 있는데, 장자가 간언하였다. "어찌하여 월나라를 공격하려 하십니까."
曰; 政亂兵弱.
왕이 대답하였다. "월나라의 정치가 문란해졌고, 그 병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입니다."
莊子曰; 臣患智之, 如目也, 能見百步之外而不能自見其睫. 王之兵自敗於秦·晉, 喪地數百里, 此兵之弱也;莊蹻爲盜於境內而吏不能禁, 此政之亂也. 王之弱亂, 非越之下也, 而欲伐越, 此智之如目也.
그러자 장자가 말하였다. "제가 비록 미욱합니다만 지혜란 것은 눈과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눈은 백보 앞을 내다볼 수 있으나 가까이 있는 자기 눈썹은 보지 못합니다. 왕의 군대는 진(秦)나라와 진(晋)나라에 패하여 수백리 사방에 걸친 영토를 잃었습니다. 또 장교가 영내에서 도둑질을 하고 있어도 관리는 그것을 잡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것은 정치가 문란해진 증거입니다. 왕의 군대가 약하고 정치가 문란한 상태는 월나라와 같습니다. 그런데도 월나라를 치려는 것입니까. 그래서 사람의 지혜는 눈과 같다고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王乃止.
왕은 계획하던 것을 그만 두었다.
故知之難, 不在見人, 在自見.
알고자 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타인을 보는 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보는 일인 것이다.
故曰; 自見之謂明.
그래서 노자는 '자기 자신을 잘 보는 것이 명(明)이다(노자 제33장)'라고 하였다.
15.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을 강하다 한다(自勝之謂强)
이 말은 자기 통제와 자아의 승리가 진정한 강함이라고 강조하는 교훈이다. 이는 외부의 적이나 환경을 이기는 것보다, 내면의 욕망과 감정을 극복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강함을 의미한다.
진정한 강함은 외부의 적이나 도전을 이기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감정, 욕망, 약점을 통제하고 이겨내는 것에 있다는 뜻이다.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며, 이를 통해 얻는 강함은 진정한 내면의 힘으로 이어진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과정은 내면의 성장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약점이나 욕망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 강한 인격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철학적 가르침이다. 자신을 이긴 사람은 외부의 어려움에 흔들리지 않으며, 진정한 강한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한다.
외부의 힘을 이기는 것보다 내면의 힘을 다스리고 통제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강함으로 여겨진다는 교훈이다.자신의 감정을 잘 다루고, 흔들림 없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능력이 진정한 강함을 의미한다.
결국 이 말은 자기 통제와 자아의 승리가 진정한 강함을 의미하며, 내면의 성숙과 성장이 진정한 강한 사람이 되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韓非子 第21篇 喩老 [15]
子夏見曾子.
자하가 하루는 증자를 만났다.
曾子曰; 何肥也?
증자가 말했다. "어찌 그리 살이 쪘습니까."
對曰; 戰勝, 故肥也.
자하가 대답했다. "싸움에 이겼기 때문입니다."
曾子曰; 何謂也?
증자가 다시 물었다. "그 말이 무슨 뜻입니까."
子夏曰; 吾入見先王之義則榮之, 出見富貴之樂又榮之, 兩者戰於胸中, 未知勝負, 故臞. 今先王之義勝, 故肥.
자하가 대답했다. "집에 틀어박혀 책을 읽으며 선왕의 도를 배울 때는 이것 대단하구나 하고 무릎을 치며 즐거워했고, 밖에 나와 부귀한 사람들의 환락을 구경할 때도 이것 굉장하구나 하고 즐거워했습니다. 이 두 가지 일이 내 가슴속에 싸우면서 그 승패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동안은 걱정이 되어 여위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선왕의 도의가 부귀의 즐거움을 이겨냈기 때문에 평안하여 이렇게 살이 찐 것입니다."
是以志之難也, 不在勝人, 在自勝也.
이러한 점으로 볼 때, 뜻을 이루기가 어려운 것은 타인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뜻을 성취시키고자 하는 데 있지 않고,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기는 데 있는 것이다.
故曰; 自勝之謂强.
그래서 노자는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을 강(强)이라고 한다(노자 제33장)'고 했다.
16. 스승을 존경하고 협조자를 사랑하라
이 말은 배움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훈이다. 이는 스승의 가르침을 존중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삶과 일에서 중요한 성공의 요소라는 뜻이다.
스승은 지식과 경험을 통해 가르침을 주는 존재로, 그들의 가르침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배움의 자세를 갖추고, 스승을 통해 얻은 지혜를 삶에 잘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력하는 사람들은 나의 성공을 돕는 중요한 존재이다. 협조자와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협력은 상호 존중과 신뢰에서 이루어지므로, 협조자와의 관계를 긍정적이고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승의 가르침과 협조자의 도움이 합쳐져야 성공적인 결과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혼자의 힘만으로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스승과 협조자와의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교훈이다.
이 말은 배움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스승과 협조자에게 감사하고 존경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韓非子 第21篇 喩老 [16]
周有玉版, 紂令膠鬲索之, 文王不予.
주나라의 보물중에 옥판이 있었다. 은나라 주왕이 신하인 교격을 주나라에 보내 그것을 구해 오게 하였으나 문왕은 옥판을 내주지 않았다.
費仲來求, 因予之.
그러나 은나라의 신하 비중이 찾아와서 부탁하자 그것을 곧바로 내주었다.
是膠鬲賢而費仲無道也.
그 이유는 교격은 현인이요, 비중은 무지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周惡賢者之得志也, 故予費仲.
주나라의 입장에서는 현인인 교격이 사명을 완수하면 주왕이 흡족하여 교격을 거듭 임용할 것이 싫었기 때문에 비중에게 주었던 것이다.
文王擧太公於渭濱者, 貴之也; 而資費仲玉版者, 是愛之也.
문왕이 태공망이 위수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는 것을 발탁한 것은 그를 존경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비중에게 옥판을 준 것은 무지한 자를 이용하여 상대로 하여금 함정에 빠뜨리고자 해서 그리하였던 것이다.
故曰; 不貴其師, 不愛其資, 雖知大迷, 是謂要妙.
그래서 노자는 '자기 스승을 존경하지 않고, 자기에게 협조해 주는 자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가 비록 현자라 할지라도 큰 화를 입게 될 것이다. 그러한 점을 이해하는 것을 요묘(要妙)라 한다(노자 제27장)'고 한 것이다.
유노편은 노자의 도가사상을 법가적 시각에서 해석하여, 욕망을 절제하고, 작은 일에 주의하며, 겸손과 인내를 통해 강함을 이루는 지혜를 강조합니다. 이는 개인의 삶은 물론, 국가의 통치에도 적용될 수 있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 趙(나라 조/찌를 조)는 형성문자로 赵(조)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달아날 주(走; 달아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肖(초)로 이루어지며 '빨리 달아나다'의 뜻이다. 그래서 趙(조)는 ①나라의 이름 ②조(趙)나라 ③성(姓)의 하나 ④긴 모양 ⑤걸음걸이의 느린 모양 ⑥찌르다 ⑦빠르다, 날쌔다 ⑧흔들다 ⑨땅을 파다 ⑩작다 ⑪넘다 ⑫미치다(공간적 거리나 수준 따위가 일정한 선에 닿다), 닿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구슬을 온전히 조나라로 돌려 보내다는 뜻으로 흠이 없는 구슬이나 결점이 없이 완전함 또는 빌렸던 물건을 온전히 반환함을 이르는 말을 완벽귀조(完璧歸趙), 겉으로는 그것을 위하는 체하면서 실상은 다른 것을 위함 곧 속과 겉이 다름을 이르는 말을 위초비위조(爲楚非爲趙), 훔친 병부로 조나라를 구했다는 뜻으로 큰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소한 정이나 의리는 버려도 무방하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을 절부구조(竊符求趙), 위나라의 포위 속에서 조나라를 구한다는 뜻으로 적의 포위망 속에 든 아군을 구할 때 직접적인 방법보다 적의 약점을 찔러 아군 스스로 돌파하도록 함을 이르는 말을 위위구조(圍魏救趙) 등에 쓰인다.
▶️ 襄(도울 양)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옷 의(衣=衤; 옷)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양)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襄(양)은 ①돕다 ②오르다 ③이루다 ④높다 ⑤옮기다 ⑥치우다 ⑦탈것,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도울 우(佑), 도울 좌(佐), 도울 조(助)이다. 용례로는 장례葬禮를 지냄을 높여 이르는 말을 양봉(襄奉), 강원도 양양의 옛 이름을 양산(襄山), 강원도 양양의 옛 이름을 양주(襄州), 윗사람이 하는 일을 거들어 도와 줌을 찬양(贊襄), 송나라 양공의 어짊이라는 뜻으로 쓸데없이 베푸는 인정을 이르는 말을 송양지인(宋襄之仁) 등에 쓰인다.
▶️ 主(금 주/주인 주)는 ❶상형문자로 등잔 접시 위에 불이 타고 있는 모양을 본떴다. 문자의 윗부분의 丶(주)는 등불이 타는 모양이고, 王(왕)은 촛대의 모양이며 임금이란 王(왕)과는 관계가 없다. 主(주)는 처음에 丶(주)로만 쓴 것을 더욱 자세하게 쓴 자형(字形)으로, 나중에 그 뜻으로는 炷(주)를 쓰고 主(주)는 등불의 중심(中心), 주인, 군주(君主)의 뜻이다. ❷상형문자로 主자는 '주인'이나 '주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主자는 王(임금 왕)자에 丶(점 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主자는 본래 촛대를 그린 것이었다. 소전에 나온 主자를 보면 긴 촛대 위에 심지가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主자의 본래 의미는 '심지'였다. 그러나 후에 主자가 '주인'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火(불 화)자를 더한 炷(심지 주)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한 집안을 밝혀야 할 사람은 가장이어야 한다는 의미가 主자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主(주)는 (1)주인(主人) (2)임금 (3)임자 (4)주장(主張), 근본(根本)이 되는 것을 이르는 말 (5)천주(天主) (6)구세주(救世主) (7)만백성(萬百姓)의 주인(主人)이라는 뜻으로, 여호와 또는 예수를 이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임금 ②주인(主人), 임자, 소유주(所有主) ③우두머리 ④상전(上典) ⑤여호와, 하느님, 알라(Allah) ⑥주체(主體) ⑦당사자(當事者), 관계자(關係者) ⑧결혼(結婚) 상대자(相對者) ⑨자신(自身) ⑩위패(位牌) ⑪주견(主見), 줏대 ⑫자신의, 주관적인 ⑬가장 주요한, 가장 기본적인 ⑭주관하다, 책임지다 ⑯주되다 ⑯주장하다 ⑰예시(例示)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임금 후(后), 임금 군(君), 임금 제(帝), 임금 왕(王), 임금 황(皇),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종 복(僕), 손 객(客),백성 민(民), 신하 신(臣), 손 빈(賓)이다. 용례로는 신하가 임금을 높여 이르는 말을 주상(主上), 한 집안의 책임자를 주인(主人), 직장이나 단체에서 어떠한 일을 주로 담당함을 주임(主任), 어떤 일의 주장(主將)이 되어 움직임을 주동(主動), 중심되는 힘을 주력(主力), 주창하여 개최함을 주최(主催),주의나 주장을 앞장 서서 부르짖음을 주창(主唱), 주인과 손을 주객(主客), 주장이 되어 이끎을 주도(主導), 어떤 일의 중심이 되는 역할을 주역(主役), 자기 의견을 굳이 내세움을 주장(主張), 주되는 것으로 삼는 것을 위주(爲主), 한 집안의 주장이 되는 주인을 호주(戶主), 남의 보호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하여 행함을 자주(自主), 영업에 관한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가지는 주인을 업주(業主), 가게나 식당 따위의 손님을 화주(華主), 붙어사는 동식물을 제 몸에 붙여서 그에게 양분을 주는 동식물을 숙주(宿主), 황후 몸에서 태어난 임금의 딸을 공주(公主), 세습적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 지위에 있는 사람을 군주(君主), 맹약을 서로 맺은 개인이나 단체의 우두머리를 맹주(盟主), 나와 대상이 일체가 됨을 이르는 말을 주객일체(主客一體), 주인은 손님처럼 손님은 주인처럼 행동을 바꾸어 한다는 것으로 입장이 뒤바뀐 것을 이르는 말을 주객전도(主客顚倒), 주인과 손 즉 나그네의 사이를 일컫는 말을 주객지간(主客之間), 남에게 매여 있는 사람은 주도적인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을 당해 내지 못하는 형세를 일컫는 말을 주객지세(主客之勢), 주인은 손에게 술을 권하고 손은 주인에게 밥을 권하며 다정하게 먹고 마심을 일컫는 말을 주주객반(主酒客飯), 임금이 치욕을 당하면 신하가 임금의 치욕을 씻기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는 뜻으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도와 생사고락을 함께함을 이르는 말을 주욕신사(主辱臣死) 등에 쓰인다.
▶️ 學(배울 학, 가르칠 교, 고지새 할)은 ❶회의문자로 아이들이 양손에 책을 들고 가르침을 본받아 깨우치니 배우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學자는 '배우다'나 '공부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學자는 臼(절구 구)자와 宀(집 면)자, 爻(효 효)자, 子(아들 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갑골문에 나온 學자를 보면 집을 뜻하는 宀자 위로 爻자를 감싼 양손이 그려져 있었다. 한자에서는 爻자가 무늬나 배움과 관련된 뜻을 전달하고 있으니 이것은 '배움을 가져가는 집'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니까 갑골문에서의 學자는 집이나 서당에서 가르침을 받는다는 뜻이었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子자가 더해지면서 '아이가 배움을 얻는 집'이라는 뜻을 표현하게 되었다. 그래서 學(학, 교, 할)은 (1)철학 또는 전문적인 여러 과학을 포함하는 지식의 조직체. 곧 현실의 전체 또는 그 특수한 영역 및 측면에 관하여 체계화된 지식의 계통적 인식 (2)학문(學問) 등의 뜻으로 ①배우다 ②공부하다 ③흉내내다 ④모방하다 ⑤가르침 ⑥학교(學校) ⑦학문(學問) ⑧학자(學者) ⑨학통(學統) ⑩학파(學派) 그리고 ⓐ가르치다(교) 그리고 ㉠고지새(되샛과의 새)(할)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닦을 수(修), 익힐 련(練), 익힐 습(習),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가르칠 교(敎), 가르칠 훈(訓), 가르칠 회(誨)이다. 용례로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 기관을 학교(學校), 배우는 사람으로 주로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사람을 학생(學生),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워서 익히는 일을 학문(學問), 사물을 배워서 익히는 일을 학습(學習), 학문에 능통한 사람이나 연구하는 사람을 학자(學者), 학문의 실력이나 역량을 학력(學力), 공부하여 학문을 닦는 일을 학업(學業), 학문의 사회나 학자의 사회를 학계(學界), 한 학년 동안을 규정에 따라 나눈 수업 기간을 학기(學期), 출신 학교에 따른 연고 관계를 학연(學緣), 학문의 기술 또는 학문의 방법이나 이론을 학술(學術), 공부한 이력을 학력(學歷), 공부하는 데 드는 돈을 학비(學費), 배워서 얻은 지식을 학식(學識), 한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는 벗을 학우(學友), 학생의 무리 또는 학문을 닦는 사람을 학도(學徒), 학업을 닦음을 수학(修學), 실지로 보고 학식을 넓힘을 견학(見學), 배우지 못함이나 학문이 없음을 불학(不學), 일정한 목적과 방법으로 그 원리를 연구하여 하나의 체계를 세우는 학문을 과학(科學), 인간이나 인생이나 세계의 지혜와 궁극의 근본 원리를 추구하는 학문을 철학(哲學), 언어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을 어학(語學), 학교에 들어감을 입학(入學), 개인의 사사로운 학설 또는 개인이 설립한 교육 기관을 사학(私學), 외국에 가서 공부함을 유학(留學), 학문에 나아가 닦음 또는 상급 학교로 나아감을 진학(進學), 학교에서 학기를 마치고 한동안 수업을 쉬는 일을 방학(放學), 방학을 마치고 다시 수업을 시작함을 개학(開學), 다니던 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옮겨가서 배움을 전학(轉學), 학문에 힘써 공부함을 면학(勉學), 배우고 때로 익힌다는 뜻으로 배운 것을 항상 복습하고 연습하면 그 참 뜻을 알게 됨을 이르는 말을 학이시습(學而時習), 학문은 미치지 못함과 같으니 쉬지 말고 노력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학여불급(學如不及), 배우는 일에 정성을 다해 몰두함을 일컫는 말을 학업정진(學業精進), 배움이란 마치 물을 거슬러 배를 젓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한다는 말을 학여역수(學如逆水), 외고 읽을 뿐으로 이해하려고 힘쓰지 않고 또 실천하지 못하는 학문을 일컫는 말을 기송지학(記誦之學), 배우지도 못하고 아는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불학무식(不學無識), 널리 공부하여 덕을 닦으려고 뜻을 굳건히 함을 이르는 말을 박학독지(博學篤志) 등에 쓰인다.
▶️ 御(거느릴 어/막을 어, 맞을 아)는 ❶회의문자로 禦(어)의 간자(簡字)이다. 彳(척; 가다)와 卸(사; 멍에를 풀다)의 합자(合字)로, 마차에서 말을 풀어 놓는다는 뜻으로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御자는 '거느리다'나 '통솔하다', '길들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御자는 彳(조금 걸을 척)자와 卸(풀 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卸자는 사람이 마차에 앉아 채찍질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풀다'나 '부리다'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부리다'라는 뜻을 가진 卸자에 彳자가 결합한 御자는 '마차를 몰아 길을 가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御자는 '마차를 몰다'라는 뜻으로 쓰이다가 후에 '거느리다'나 '통솔하다', '길들이다'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그래서 (1)임금에게 관계된 말의 머리에 붙이어서 공경(恭敬)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거느리다, 통솔(統率)하다 ②다스리다, 통치(統治)하다 ③어거(馭車)하다(수레를 메운 소나 말을 부리어 몰다) ④거둥(擧動)하다(임금이 나들이하다) ⑤짐승을 길들이다 ⑥교합(交合)하다(성교性交하다) ⑦시중들다 ⑧드리다 ⑨권(勸)하다, 종용(慫慂)하다 ⑩막다, 저지(沮止)하다 ⑪제압하다 ⑫마부(馬夫: 말을 부려 마차나 수레를 모는 사람) ⑬벼슬아치 ⑭시비(侍婢: 좌우에 두고 부리는 부녀자) ⑮경칭(敬稱) 그리고 ⓐ맞다(아) ⓑ영접(迎接)하다(아) ⓒ영합하다(아) ⓓ아첨(阿諂)하다(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왕명으로 특별한 임무를 맡아 지방에 파견되는 임시직 관리를 어사(御史), 임금이 거처하는 집을 어궁(御宮), 옥새를 높여 이르는 말을 어새(御璽), 임금이 타는 수레를 어가(御駕), 임금의 화상이나 사진을 어진(御眞), 임금의 글씨를 어필(御筆), 임금의 앞을 어전(御前), 임금이 있는 곳을 어전(御殿), 임금의 이름을 어휘(御諱), 임금의 명령을 어명(御命), 임금의 취지를 어지(御旨), 통제하여 복종시킴 또는 기계나 설비 등을 목적에 알맞도록 조절함을 제어(制御), 임금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붕어(崩御), 말이나 사람을 생각대로 부림을 가어(駕御), 거느리어 제어함을 통어(通御), 바로잡아 다스림을 독어(督御), 사람을 부리는 것이 말을 부리듯 노련함을 일컫는 말을 어인여마(御人如馬), 남자는 밖에서 일하고 여자는 안에서 길쌈을 함을 이르는 말을 첩어적방(妾御績紡)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