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거친 들판에서 밟히고 밟혀도 침묵으로 다시 일어선다 허리가 굴절되고 입을 짓이겨도 밟고 가는 사람들 귓속말에 귀를 세우며 고단한 밤길에 누어 별빛을 헤아린다 비 개고 나면 더 푸르게 자란 기억들은 빗방울에 젖은 눈 크게 뜨고 넓은 들판 바라보며 주저앉은 것들과 같이 하늘에 귀 기울인다.
<시작노트>
지천에 있는 들풀들을 본다. 이름 없는 들풀들도 많다. 꿋꿋하게 자라난 풀들이 있는가 하면, 꺾인 풀들도 있다. 무성한 풀들 사이로 “밟히고 밟혀도”, 그들은 모두 “침묵으로 다시 일어”서는 생명들이다. 몸이 “굴절되고”, 사람들의 발에 만신창이가 되도록 “짓이겨도” 들풀들은 “고단한 밤길에 누어/ 별빛을 헤아린다” 비가 오면 빗물을 먹고 젖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는 “주저앉은” 풀들과 함께 “하늘에 귀 기울인” 들풀들,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시인은 내면의 목소리를 활기차게 내고 있다. 길게 보면 우리의 삶의 지난한 세월이 들풀이라는 상징일 것이다.
이철수
1952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대원불교대학 졸업, 같은 대학원 1년 중퇴하였음. 2013년 『문학공간』으로 등단, 시집 『섬 하나 걸어두자』 공저 『봄 그리고 가을』 『자전거를 타고 온 봄』『우산 두들기는 물꽃』 『고요한 물결 흔들며』『노을 앞에 서면』등 다수가 있음. 경기일보, 중부일보, 새수원신문, 경기피플과 월간문학, 한국문학인, 한국작가, 수원문학, 문학춘추, 현대문예, 시와창작 등 신문과 문학잡지 등에 명상의 나무, 사과의 벌겅 꿈, 가을이 되고 싶다, 노을 앞에 서면 등 다수의 시를 발표하였으며. 문학공간 신인상, 경기도문학상 우수상, 수원문학 신인상을 수상하였고, 수원문인협회 사무국장, 낭송분과장, 감사, 시샘문학회회장 역임, 용주사 템플스테이(2006∼12) 진행, 정조대왕문화진흥원 교육연구소 실장 역임, 현재 한국문인협 회원, 경기도문인협 회원, 수원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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