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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대전에서 오름님과 유이를 만났다.
쉽지 않은 만남이었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러셀님이 선약때문에 나오기 어렵다고해 아쉬움이 있었는데, 오름님의 등장은 만남을 또다른 분위기로 이끌고 있었다.
서울이나 지리산이 아닌, 지방의 한 귀퉁이에서 몇년만에 만나보는 지리산 사람들.
맘이 편안하고 이야기가 즐거웠던 것은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 같았다.
알고 지낸지가 벌써 4~5년이 훨씬 지났다는 사실이 놀라울 만큼 그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그랬듯 정감이 넘치는 자리였다.
반갑게 두손을 맞잡고 안부를 묻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오랜만에 만나는 연인들처럼 보였다.
자욱한 어둠이 거칠게 내리깔리는 시간이었지만
주변의 네온 불빛속에 비쳐지는 미소는
희미하면서도 그 풍족함이 짙게 배어나오는 그런 웃음이었다.
'그래 그리워하던 사람들을 만나는 기분이란 이런 것이지' 생각하며 고기한점 술한잔을 먹는 순간, 편안함과 아늑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참 많이 그리워했던 사람들인가 보다.
어렵게 어렵게 유이와의 약속을 잡은후 대전쪽으로 향하면서 '오름님이 많이 보고 싶다'던 유이의 말이 생각나 한통의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이내 답문이 온다. '무조건 콜입니다'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무조건 콜'로 응답하는 오름님의 답문을 보면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역시 오름님이야 ㅎㅎㅎ'^^
오름.
격동의 시절 지리 3대 정파 중의 하나인 계룡대를 창설한 계룡제국의 초대황제.
지리역사는 그를 이렇게 표현한다.
2002년 지리산에 입산해 악양에서 펼쳐진 첫회 여름캠프에 지리산(智異山)님과 함께 대전 충청지역을 대표해 오프라인에 처음 나타났던 당시 그는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서울 인천 경기지역의 통칭)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던 중부지역당 논산의 일개 전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청사에 길이 빛날 악양대첩'의 대승으로 남부군지역(전남 부산 경남지역의 통칭)에 대한 남벌을 성공리에 마친 수방사는 남부군을 견제하기 위해 중부지역당(대전 충청지역)의 분리독립을 추진하게 되고, 악양대첩에서 수방사를 도운 오름님에 대해 논공행상차원에서 중부지역당의 총책으로 옹립한다.
어릴적부터 그 총명함과 명석함이 남달랐던 오름은 수방사와 남부군 전북연합군(전북지역)의 정치적 긴장관계를 적절히 활용하며 제대로 된 세력없이 떠돌던 대전 충청지역 유민들을 하나둘 규합하기 시작해 새로운 중부지역의 나라를 세우고자 하니 이것이 바로 계룡대라 불렸던 계룡제국이었다.
일찍이 그의 옆에는 물경소사와 지리산의 베컴 베가님이 죄소사 우베가를 형성하고 있었고 우리두리가 그를 든든히 보좌하고 있었으며 대전의 절세미녀(米女) 유이 우주가 떠받치니, '오호라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과 그의 휘하에 있던 오이 마리 협보, 여장부 소서노와 여미을 신녀도 이들만큼은 못하였다'라고 지리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일개 부족에 불과했던 중부지역당의 공식명칭을 계룡대로 지은 이후 활발한 외교활동과 정복활동으로 계룡제국의 영토를 확장하니 동쪽으로는 청주 진천 충주의 충북지역(지역장 파래님)과 서쪽으로는 홍성땅(지구장 서래)까지 남쪽으로는 계룡대의 주본거지 논산(지구장 물경소사)을 비롯해 멀리 정읍지역까지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북쪽으로는 천안(지구장 선비샘)에 이를 만큼 거대한 계룡제국을 건설한다.
여리고 순수한 표정으로 지리여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오름은 대전(지구장 러셀)을 중심으로 전북연합군 지역인 전주(지구장 미운이)와도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했으며, 마침내는 전북연합군을 제치고 계룡대를 수방사와 남부군에 이은 지리 3대 정파로 올려놓으며 대업을 달성한다.
한때는 대전이나 논산부근을 지날 때마다 종종 들러서 만났던 분이었다.
그만큼 정감있는 분이었고, 인품이 어질다는 느낌을 많이 갖게했던 형님이었다.
그때문에 수많은 여인네들의 인기가 오름님에게 향했는지도 모른다.
오름님의 안내로 들어간 식당은 분위기 만큼이나 아늑했다.
그 아늑함만큼 대화는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오랜만의 만남이어서일까 그만큼 각자가 할 말도 많았던 모양이다.
오름님이 가족들께 함께 인라인을 타고있는 요즘 근황을 이야기했고, 유이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외치며 그간 그녀의 주변에 무성했던 ***님과의 스캔들 의혹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며 숨겨진 뒷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다.
요즘 보이지 않는 여러 사람들의 안부가 아는 범위에서 오갔고, 이전의 추억들이 하나둘 끄집어져 나오며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순천에서 보고온 서한태님의 안부를 전하고, 배드민턴에 몰두하고 있는 베가님의 소식을 들었고, 인라인 행사때문에 아더님과 401님 부부를 만나게 될 예정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대전역에서 봤다는 지리산(智異山)동정도 유이에게서 듣는다.
오름님은 장인선님의 안부를 궁금해 했고, 미운이님이 아이엄마가 된 것과 널만나기쁜도 애엄마가 됐다는 소식 등등 오래전 함께 했던 사람들의 안부가 때론 놀라움으로 때론 아쉬움으로 전해졌고 소소한 이야기들이 오가며 이전 추억들이 회상됐다.
한두잔 술이 비워지는 속도가 빨라지더니 한병이었던 소주병이 두병이 됐고 금방 세병이 되더니 이내 네병이 되어 버린다.
웬만큼 친하지 않으면 술을 함께 마시지 않는다는 유이는 오름님이 따르는 술잔 만큼은 거침없이 비우는 모습이었다.
유이가 오름님을 보고 싶어 한 것은 이렇듯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만큼 서로간의 정감과 추억은 깊기만 했다.
유이
우주와 함께 계룡대 특히 대전지역에서 막강실세로 통했을 만큼 계룡대, 그중에서 대전을 상징했던 인물이다.
약관을 조금 넘긴 스물둘의 나이에 우주와 함께 지리산에 입산했으며 지리산 곳곳 한가본데가 없을 만큼 20대의 초반을 지리산과의 깊은 인연속에 보내기도 했다.
'병준이의 일기'란 글로 화려하게 사랑방에 데뷔했으며, 연하천 시다바리의 전설은 그녀를 순식간에 대전의 대표인물로 부각시킨다.
연하천 산장지기였던 따르라님 밑에서 3박 4일간 머무르며 물건 파는 법, 밥 짓는법 등등 발전기 돌리는 것 빼고는 모든 것을 다 배우고 왔다는 이야기에 유이는 당시 카페 지리산의 화제이기도 했다.
오름님에 의해 대전 충청지역의 유민들이 규합될 때 유이와 우주는 대전의 대표로 그자리에 있었고, 그 이후로 계룡대의 샛별이라 불렸다.
계룡대 초대 대전지구장으로 비로봉님이 옹립되었던 시절 유이와 우주가 비로봉을 이쁘게 봤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으며, 2대 지구장 러셀 또한 유이와 우주의 승인을 받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써야 했을만큼 그녀는 계룡대의 실세였다.
지금 지리산의 중심이자 대전의 핵심인 러셀도 유이 우주와 처음 만난날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평소 이들의 이야기들 자주 들었던 러셀님이 정중히 예를 갖추며 두 미녀실세들에게 "계룡대 대전지구장 러셀입니다"라고 인사하자 유이와 우주는 가소롭다(?!)ㅎㅎ는 듯 이렇게 답변했다 "누구 맘대로??"
순간 낯빛이 변한 러셀, 결국 이들의 윤허(?)ㅋㅋ를 받기 위해 맥주를 극진히 대접하면서 환심을 샀고 이들이 평소 즐기던 삼겹살을 뛰어넘어 꽃등심으로 가는 전략으로 유이와 우주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기에 이른다.
오름님이 계룡제국 건설의 대업을 이루는 과정에서 이들은 개국공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카페 지리산 대전의 역사가 된다.
1차로 끝났으면 될 것을 2차로 온 것이 화근이었다.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지려는 순간, 그냥 헤어지기 아쉽다며 2차로 간단하게 와인이나 마시자는 유이의 제안은 이심전심으로 맘을 동하게 만들었다. 둔산동을 조금 헤매다 도착한 와인집. 분위기있게 와인의 향을 음미하는 사이 기분좋아 긴장 풀어진 마음이 방향을 잃은 것 같았다.
갑작스런 유이의 행방불명.
화장실에 간다고 나간 유이가 30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윗옷과 가방 전화는 그대로 있는데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묘연한 유이의 행방에 깊게 무르익던 분위기가 산만해진다.
"파라연은 요즘 어떻게 지내지?"라는 오름님의 물음에 "흥 제가 옆에 있는데 다른 여자 이야기 하면 어떻게요??"라며 토라지는 표정을 짓기도 했고 "치산님 저랑 오름님이랑 다정하게 있는 포즈 사진 찍으세요^^"라며 달라붙는 유이는 조금씩 취기가 올라오는 표정이었다.
간만에 만남인데 오랜 친구 우주가 없어 서운했음인지 훌쩍훌쩍 울기도 했다.
술기운이 올라가며 감정또한 고조된 모양이다. 오름 빨치산과 함께 술마신다고 우주와 잠깐 통화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기도 했다.
이어지는 푸념, "요즘은 우주 얼굴 보기가 너무 힘들어요..."
"아이, 이런 모습 안보일려고 했는데..."했지만 친구 이야기를 하며 유이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고 화장실을 가려는 듯 밖으로 나갈 때 감정을 추스리려 나가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눈물 번진 얼굴 씻고 오느라 늦는거겠지 했던 것이다. 그러나 유이는 돌아오지 않았고 건물을 다 뒤졌지만 끝내 보이지 않았다.
남은 와인잔을 다 비운 오름님도 눈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하긴 둘이서 적잖은 술을 마셨느데 취기가 올라올 데도 됐다.
"유이는 제가 찾을테니 걱정마시라"며 대리운전 기사가 기다리고 있는 곳까지 모셔다 드렸고 오름님은 이내 논산으로 향한다.
계룡대를 건설하기 위해 그 주역들이 대전역에서 첫 회합을 갖던 시절.
유이는 자기가 술을 먹고 정신을 잃은 유일한 자리였다고 했다.
우주와 함께 나갔던 자리. 처음에는 시커멓게 생긴 나이든 아저씨들을 아는체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었는데 술마시면서 너무 재밌고 즐거워서인지 필름이 끊겨버렸다고 웃으며 이야기하곤 했었다.
'날도 추운데 가방에 옷까지 남겨두고 어디를 갔을까?'
'혹시 전에도 이런일이 종종 있었던 걸까??'
우주에게 전화해서 물어보지만 잠결에 받은 목소리는 "소주 2병정도 마셨으면 별로 많이 안마신건데, 그렇게 없어지는 일 없는데"라는 답변 뿐이다.
이곳저곳을 돌고 있는데 유이 전화로 입력이 안된 번호가 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번호로 연락해 보니 어느 택시운전사님이었다.
"여기 **동 **아파트 앞인데 택시 타고 온 손님이 자기 지갑 내놓으라며 생떼를 쓰고 있네요."
허걱!~
정황을 보니 유이가 술취한 나머지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탄 것 같았다.
둔산동을 날쌔게 빠져나와 아파트 앞으로 향하니 연락을 받고온 남자친구의 부축을 받으며 택시에서 나오는 유이의 얼굴에 계속 눈물이 글썽글썽인다.
"나 여기 어떻게 왔지..."
"치산님이 나 태우고 온거예요..."
"오름님 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주세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잘 모르겠어요..."
"나 오늘 자꾸 왜 이러지... (훌쩍훌쩍}"
눈물이 범벅된 유이의 모습이 더 애뜻하게 보였다.
*에필로그
다음날 아침 10시쯤 넘어 유이에게 전화가 왔다.
필름이 끊겼단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고, 몸이 안좋아 출근도 못했단다.
웃으며 대충 이야기해 줬더니, 오름님이 신경 쓰이나보다. 연신 오름님께 잘 이야기 달라고 한다.
오름님께 안부전화를 드리니 오름님도 어제 마신 술이 덜 깨 힘든 모양이다.
"나 어제 집에 와서 혼났어. 지금도 힘들어 죽겠네. 넘 걱정하지마"
정작 유이의 인사를 전하지는 못했지만 그저 웃음만이 나왔다.
정감있는 사람들과 즐겁게 보낸 시간,
그 후유증은 큰 듯 했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다음에 이런 기회가 생기면 또 나오겠지?
그것이 지리산을 통해 쌓인 정때문이기에, 그들의 후유증을 보며 웃음만이 나올 뿐이었다.
짧은시간 세명이 함께 한 자리는, 그 여운이 길게 남는 만남이었다.
-이날 이후 유이의 통금시간은 밤10시로 규정됐다. 그간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아 들어올 만큼 취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란다. 어머님의 강력한 조치였다.
그 이름없는 사람들의 진정성으로
해!방!전!사! 빨!치!산!^^*
첫댓글 그날 선약된 중요한 모임이 있어서 못뵈었습니다.
ㅎㅎㅎ
웃음이 절로 나오는군....ㅎㅎㅎ
치산이의 글발에는 당해낼 재주가 없습니다. 아무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아울러 이글을 읽다보니 옛생각이 많이 나는군요...글중에 저에 대하여 다소 과장되거나 왜곡된 부분들이 많아 보입니다......총명함과 명석함이 남달랐다느니.....여리고 순수한 표정이라느니 등등
그가 돌아 왔군요...
풋..역시 치산님.. ^^.. 오랜만입니다.. ( 아, 온라인도 좁아요 ㅎㅎ )
치산아우 보고싶다 무지무지..역쉬 치산의 글에 옛날생각어 접어든다..
돌아왔군, 치산... 근데 그 정감어린 술자리에서 치산은 한잔했나? 그게 궁금... 치산이 술한잔만 하면 더없이 좋을텐데... 속은 여린데 술은 안하니 깐간해보이지... 안타까워... 곧 술한잔 하시게 오시게나...
옛날 동지들이 그립군요. 오름, 베가, 물경소사, 비로봉, 지리산, 유이, 우주 등등 초기 멤버들과 계룡산 야간산행 하던 때가 눈에 선하네요... 글고 반야해지기는 잘 지내는지...
헐~~ 오름님 보고싶네요..
성님 뵙고 싶은데 잘 지내시죠?
오름아 잘있지.......구미올일 있으면 연락해라 보고잡다..
치산형님 잘지내시죠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으시던데..오름형.저 내려가면 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