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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경찰의 로맨스.
작가: 뽀구리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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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6. 불량경찰의 첫사랑…"축하해, 결혼."
"어이~ 한반장, 얼굴이 많이 안좋네?"
어느새 많이 친해져있었다. 이원은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얼굴을 만졌다.
까칠해졌나? 며칠동안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이원은 고개를 갸우뚣하며 자리에 앉았다.
이영택 국회의원에 대해 여러방면으로 조사한 것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고위공직자라던가, 유명한 대기업의 주주들의 리스트를.
그러다가 컴퓨터를 키고서 검색엔진에 [이영택] 이라고 써넣은 후 엔터키를 눌렀다.
그의 생년월일이며, 고향이며, 학력 등이 적혀진 프로필이 떴고, 그의 뉴스들이
화면에 나타났다. 이원은 뉴스의 제목만 대충 훑어보았다.
"이영택 의원, 양로원 방문, 직접 봉사활동 해"
"이영택 의원, 가장 정직할 것 같은 국회의원 1위에 뽑혀"
이원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놈들을 이런 좋은 기사에 포장시킨 기자들이
누군지 궁금했다. 어떤 골빈 인간이야.
.
.
"뒷처리를 깔끔하게 하랬더니 꼭 일을 이지경으로 만들어서…."
이영택 국회의원. 그는 근심가득한 얼굴이었다.
뉴스를 틀때면 늘 "이영택 국회의원"은 빠지지 않는 화젯거리였고,
신문은 너나할 것 없이 이영택 국회의원의 비리여부를 다루고 있었다.
그 좋았던 신문기사들은 다 어디로 꽁무니를 뺐는지,
하루에도 수십개씩 올라오는 인터넷 뉴스들에 그는 정신이 없었다.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생겼다. 모든 신뢰와 쌓아온 명성이.
자신이 속해있던 여당마저 등을 돌리고 말았다.
"어떻게 할까요?"
"잠시 해외로 나가있으라그래."
그는 피곤하단 듯 대충 대답했다. 벌써 잠적 7일째.
그는 거의 폐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잘 먹지 못한 때문도 있었고,
며칠 사이에 너무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까닭이었다,
"출국이 금지된 상황이라…."
"뭐라고?"
영택은 화가난 얼굴로 책상을 내리쳤다. 출국금지라니!
이상황에서 출국금지라니! 지금 상황에서 그가 한국에 있다면,
모든 사실이 낱낱히 밝여지질지도 몰랐다. 영택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모든것을…하늘에 뜻에 맡길 수 밖에.
"없애. 쥐도새도 모르게."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경찰들이 늘 뒤 따라다니는지라…."
"그렇다면 경찰들 보는 앞에서라도 없애. 자연스럽게 하도록 하고,
알아봐, 그일을 해줄만한 사람을. 사례는 충분히 하겠다고 해."
영택의 말에 그는 내심 놀라는 듯 하면서도 대답을 하였다.
"네, 쉬십쇼, 그럼."
그가 나가고 영택은 한숨을 내쉬었다.
.
.
"아버지가요?"
수연의 눈썹이 올라갔다. 적잖게 놀랐나보다.
아버지가 7일째 잠적인것도 모르고있었다니….
수연은 그 집에서 '둘째딸' 이기보다 그저 귀찮은 '짐짝'이었다.
집에서 발뻗고 편안하게 누워 잠을 자본적이 있는지,
맛있는 식사에 행복한 기억이 있는지, 수연은 까마득할 정도였다.
그저 집에들어오면 잠을 잤고, 식사를 했고,
명분뿐인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살아갔다.
그것에 만족해야했을 뿐이다. 그저 많은 돈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그래, 넌 네 아버지가 그런 곤욕을 치르시는것도 몰랐니?
아버지는 네 친아버지야, 난 네 어머니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버지는…!"
수연은 새어머니의 말이 듣기 싫었다.
누가 이 따위 집에서 살고싶다고 했냐고! 엄마랑 같이 살겠다고 울며불며 매달리던
수연을 억지로 떼어 이 집에 앉혀놓은 건 그래도 피는 섞인 아버지였다.
왜 데려다놓았냐고 하루는 따지고 들며 반항했었다.
그때가 고 3 때었나. 공부에 찌들어 하루하루 버티던 수연은 집에서도 편하지가
않았고, 나날이 늘어가는 스트레스와 늘 명문대를 가야 한다는 아버지의
핍박에 못이겨 집을 나가 따로살고 싶다고 했었다.
그때 노여워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왜 날 이 집에 데려다놓았냐고, 거들떠보지도 않고, 딸 대접도 해주지 않으면서
뭣하러 데려다놔서 날 이렇게 힘들게 하는거냐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었다.
그는 "절대 독립은 허락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고,
수연은 어떻게든 버텨 이 집안의 재산을 몽땅 가로채기로 마음먹었다.
그게 벌써 몇년 전 일이었다. 수연은 들고있던 젓가락을 '탁' 소리가 나게
식탁에 올려놓더니, 새어머니를 노려보았다.
"천박하세요, 그래서 싫어요. 촌스러워요.
비싼 옷을 입고, 맛있고 비싼 음식을 먹으면 뭐해요?
그 따위 말밖에 할 수 없는 천박한 사람인데. 역시 피는 못속여요, 그렇죠?"
수연이 말했고, 순간 화가 극에 달한 새어머니의 커다란 손이 수연의 얼굴을
가득감쌌다. 수연은 입가에 미소를 띠우고서 새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에 아파 울 나인 지났어요, 언제까지 마음대로 절 휘두를 수 있다고 믿으세요?
설마 제가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무릎꿇고 빌 것 같아요?
아줌마, 착각 그만해요. 그리고 그 사람이 걱정되긴 한가봐요?
다 늙어빠져 보톡스나 맞고있으면서,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지 않는다고 큰소리예요?
정신차려요, 아줌마. 되게 보기 흉하거든요. 코 수술은 잘됐네요, 감쪽같아요."
픽 웃으며 수연은 황당하고 어이없어하는 새어머니를 두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방문을 쾅 닫고서 수연은 사정없이 물건들을 집어던졌다.
*
한달 후.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신랑 신부 두 사람이 나눈 순수한 사랑에 결실이 곧……."
결혼식장에는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뿐아니라,
그들보다 더 긴장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는 양가 부모님,
그리고 곱게 한복이며 양복을 차려입은 양가 친적들을 비롯한, 친구와 아는 지인들이 함께하여
더욱 화려해보이고, 더없이 행복해보이는 풍경을 자아냈다.
신랑 측 하객으로 정가운데에 자리를 잡은 이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랑 신부 두 사람이 나눈 순수한 사랑에 결실이 곧 맺어질테니까.
열이 차올랐다. 내가 한 사랑은 순수한 사랑아니었는가! 더럽고 추악한 사랑이었는가!
그건 아니다. 세상에 더럽고 추악한 사랑이 어디있는가.
다 솜털처럼 가벼워보이고 새하얗기만 한 순수한 사랑이지.
모든 순수한 사랑이 결실을 맺는 건 아니었다. 그걸 누구보다도 이원은 잘 알고있었다.
누구의 사랑은 이루어지고, 누구의 사랑은 무참히 깨어져버린다.
이런것을 보고 우리는 말한다. '인연' 이니 '운명'이니.
그건 사랑을 가진 자만이 말할 수 있는 여유며, 사치다.
이원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식상을 뒤엎을 궁리를 여러차례 했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안될것만 같았다. 그게 옳을 것 같았다.
혼인 서약이 이어졌다. "네" 라며 그는 힘찬목소리로 대답했고,
이원은 착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래, 잘가라, 이 나쁜자식아.
"하나님의 한없는 축복이 오늘 새 가정을 이루는 이 두 사람과 양가 위에,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러 오신 하객 여러분 위에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결국 주례사가 끝이났다. 이원은 그만 일어서려 했다. 더이상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행복해보이는 신부의 얼굴을 보는 것도, 구역질이 올라올것만 같은 지금 이 상황에도.
"결혼식 와서 꼭 나 만나고 가라?" 가려고 할때 꼭 그의 말이 귓에 울렸다.
이럴걸 예상했나. 이원이 끝까지 참지못하고 뛰쳐나갈걸 예상했나.
어제 그가 확인차 전화했었다, 올것이냐고…. 이원은 갈거라고 대답했다.
그때까지만해도 아무렇지도 않았고, 결혼식이 끝나 피로연을 할때까지
곁에 있어주겠노라 다짐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사람마음이 변해버리다니, 이원은 처량해보이는 자신이 싫었다.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래, 이 나쁜자식아, 왔으니까 네 놈 얼굴 보고간다, 코피터져도 난 책임못져!
.
.
"현민아."
"아, 형."
현민이 반갑게 지안을 맞았다. 절친했던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다.
피로연이 시작되자 현민은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다, 겨우 지안과 안부를 나누었다.
"형보다 먼저 결혼하네. 늦게할거라더니."
지안이 말했고, 현민은 "사람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더라고요" 라고 말하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지안은 왠지 부럽게도 느껴졌고, 한편으론 뭔가 씁쓸하게 느껴졌다.
왜그러지? 갑자기 결혼식에 오고나니 그 여자가 떠올라서 그런가?
전 남자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받은 그 여자는 지금 뭘 하고있을까.
갔을까, 그 바보같은 여자, 같을거야, 가서 쿨하지도 못하면서 쿨한척 해댈거야, 분명.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안, 넌 정말 매너있는 놈이야, 하지만 그만 잊어, 그여잔.
지안은 물을 들이켰다. 현빈이 사방을 둘러보다가, 누군가를 발견한 듯이,
지안에게는 "형, 잠깐만요" 라고 말하며 사라졌다.
지안은 현민의 뒤를 바라보았고, 순간, 보았다.
한쪽 모퉁이에 가만히 서서 땅만 바라보고 서있는 그녀를.
"이원아."
"…응."
"왔네? 고마워, 와줘서."
현민이 밝에 웃으면서 이원에게 말하고, 이원은 물을 들이킨다.
"잔인하다. 전 여자친구한테 청첩장 보낼줄은 몰랐어, 역시 너 다워."
"…미안하다, 하지만 축하받고싶어서."
"참 독종이야, 나한테 축하를 받고싶다니.
근데 어쩌냐? 난 저주밖에 줄게 없는데. 그 여자랑은 얼마만에 이혼할거니?
이혼할때 되면 말해, 좋은 변호사 소개시켜줄테니까, 이 나쁜새끼야!"
퍽! 마찰음과 함께 그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바닥을 나뒹군다.
추한광경의 하객들이 놀란 눈으로 그들을 응시하고 있고,
놀란 그녀의 신부가 웨딩드레스자락을 힘겹게 끌며 이원앞으로 다가온다.
이원은 그녀의 웨딩드레스를 힘껏 밟아 더럽혔고,
그 것도 모잘라 웨딩드레스 자락을 힘껏 잡아당긴다.
그 순간 중심을 잃은 그녀는 힘든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꼬구라진다.
이원은 '하하하'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털고 식장을 나온다.
이게 이원이 며칠밤낮을 꼬박 새워 짰다는 그 시나리오였다.
막상 현민이 웃으면서 앞에 서자, 이원은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
"와줘서 고마워."
"축하해, 결혼."
이원은 성의없이 말을 건넸고, 현민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이원의 안부를 묻고있었다.
"잘 지내, 네가 얼굴 꼭 보고 가래서 기다렸어,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할것 같아."
"…그래? 식사는 하고가."
가려던 이원을 현민이 붙잡았다. 이원은 그의 손을 노려보았다. 조금 신경질 적으로 팔을
쳐내었고, 현민은 조금 무안한듯 하더니 곧 손을 거두었다.
"아냐, 별로 생각이 없네."
이원이 말했고, 현민은 "그럼 할수없지" 라고 말하고있었다.
이원은 우스워지는 느낌이었다. 넌 아무느낌 없는데, 나만 이러는거 맞지?
이원은 그를 올려다보았고, 현민은 무슨 말을 해야좋을지 몰라 망설이고있는 것 같았다.
"왔어?"
갑자기 어디선가 불쑥 남자의 목소리가 튀어나왔고, 이원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뭐야, 저 남자? 이원은 조금 놀라눈으로 그를 보았고, 현민은 "형." 이라 말하며,
그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혀…형? 이원은 다시 조금 놀란듯이 지안과 현민을 번갈아보았다.
"내 여자친구야, 윤현민. 예쁘지?"
첫댓글 재밌어요~ ^^*
^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