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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를 야생으로 돌려 보내는 행사가 올해 안에 있을 것이라는 것을 들어놓고도 잊어버리고 있다가
양경모선생님께서 주중에 황새 보전을 위한 국제포럼이 있다는데,
시간 되면 같이 가자고 먼저 연락을 주셔서 얼떨결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생물학과를 다녔고 탐조동호회를 운영하면서 탐조해설가로 활동 하는 저는
비교적 일반시민들에 비해서는 나름 새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는 이런 행사가 언제 있는지 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막상 국제포럼에 참여하기 전까지
저는 우리나라 황새복원이 별탈없이순풍에 돗단듯 순조롭게만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국민들도 저와 비슷하게 잘되고 있는 것으로만 알고 있을듯 싶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예상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인 예산문예회관의 활기찬 모습은
시간이 지날 수록 영화처럼 아름다운 핑크빛 희망이 보이는 로맨스 만은 아니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멸종으로 치닫는 황새들의 참혹한 종말을 막기 위해서
얼마나 오랜시간을 인내하며 노력했는지 황새고향공원이 있는 도요오카시의 현역 시장님의 애정어린 발표를 들으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휠씬 희망차고 즐거운 황새복원을 해낼 수 있을 꺼라는 희망에 부풀기도 했지만, 오전발표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끝날 때 쯤 먹구름이 몰려시작하자, 구름처럼 많던 예산 군민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렸고 회의장엔 겨우 40여명의 청중만이 남았습니다.
게다가 전문패널들이나 청중들 중 그 어디에도 정부관계자나 관련기관핵심실무자들이 없었습니다.
회의장을 가득 채우고 있던 군민들이 널어놓은 고추가 비 맞으면 안 된다고 다들 걷으러 가셨다는데~ 뭔가 거품이 빠지고 거대한 현실의 벽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 같았습니다.
이때부터 얼마 남지 않은 관객들을 바라보며 발표자들은 분명 자주 격는 일 임에도 불구하고 당황스러움과 실망감을 감추기 어려웠고 이제 당장 내일 이면 처음으로 황새를 야생에 놓아주는데, 겹겹히 자리 잡고 있는 재원부족문제, 인력문제 소극적인 정부와 환경부 농약문제 등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 했습니다.
순식간에 썰렁해진 회의장을 둘러보며 첨예한 문제들에 대한 패널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예견이 쏟아지는 속에서 저는 자료집을 펼쳐들고 오늘 그곳에서 제가 발견한 가장 크고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 질문시간에 의견을 말하기 위해 메모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발견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야생텃새 황새수컷이 일반인에게 별다른 이유없이 사살되면서, 사실상 멸종한지 44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는 황새복원의 절실함에 대해서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연일 대형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사회전반에 생명경시적인 분위기가 너무나 보편적인데
왜 사람살기도 어려운 시대에 거금을 들여서 우리는 황새를 되살려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가장 정직한 대답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이제까지 황새복원에 대해서 느낀 소감을 말하면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어서 모든 토론이 끝나고 질문을 하실 분이 있냐고 했을 때 다음과 같은 의견을 말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 처음 러시아 황새를 들여온 1996년에 경희대학교 생물학과에 입학해서
당시 경희대학교 자연사박물관에 전시 되어 있는 우리나라 마지막 수컷 황새의 표본을 방문객들에게 설명하는 일을 했었습니다.
사실 이제까지의 황새복원을 위한 모든 일들은 지난 1971년 4월 4일에 있었던 우리나라 마지막 황새부부에게 일어나 비극적인 가장의 죽음으로 인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그때 총 맞아 죽은 수컷 황새의 표본을 경희대학교 자연사박물관에서 보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누구라도 어떤 생명이라도 비참하게 죽게된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곧 잊어버리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그 비극적인 사건은 아직도 제대로 수습이 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통계적으로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인공증식 된 황새가 가장 오래 짝은 이룬 것은 9년 이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한 쌍의 황새 수컷이 밀렵꾼의 총을 맞지 않았다면 어쩌면 평생을 함께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황새는 시력이 무척 좋은데, 수컷은 어쩌면 밀렵꾼이 겨눈 총구를 발견하고, 암컷을 밀쳐내고 그 앞에 막아서다 최후를 맞은 것은 아닐까? 그런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마치 세상에서 사랑하는 유일한 단 한 사람을 잃은 그 누군가의 이야기를 떠올리듯이 말입니다.
또, 암컷은 남편을 잃어버린 후에 혼자 둥지를 지키며,
홀로 깨어나지 않는 알을 품으며 살다가 농약중독으로 쓰러졌고,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서
1994년에 서울대공원에서 외롭고 쓸쓸한 생을 마감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혼자 남은 아내는 수컷이 총에 맞았을 때, 얼마나 남편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비통했을까?
수컷황새의 박제를 보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황새는 다른 어떤 새들보다 더 고통이 심했을 것 같습니다.
황새는 사람처럼 슬플 때 눈물을 흘리거나, 목 놓아 울 수 있는 새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다른 새들과 달리 소리를 낼 수 있는 명관이 퇴화되어 비명을 지를 수도 없습니다.
그 슬픔은 아마도 고스란히 홀로 남은 암컷 황새의 몸속에 그대로 응어리져 있었을 겁니다.
지금도 대한민국에서는 비극적인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납니다.
44년 전에 비해서 과학은 더 발전하고 기술도 더 정밀하게 발달 했는데~
세상은 더 각박해지고, 가슴 아픈 일들은 더 많아 진 것 같습니다.
세월호 사건도 그렇고, 쉽게 해결되지 않고 개인이 감당 할 수 없는 일들을 우리 국민들은 겪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절망적인 상황 앞에 좌절하지 말고, 우리가 각자 할 수 있는 지극히 작은 일들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선 마지막 황새부부의 비극적인 삶과 죽음에 관해서 가장 인간적인 반성의 시작으로
반드시 꼭 해야 할 일을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이제라도 우리나라 마지막 황새부부의 표본을 예산군 황새공원으로 기증받아 함께 전시하면
좋겠습니다.
죽은 수컷황새는 표본으로 만들어져 경희대학교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고 있고, 암컷은 서울대공원에서 표본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새들이 사람처럼 영혼이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죽은 후에라도 사랑했던 부부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보는 이들의 정서적인 감동은 물론 우리나라 황새멸종의 역사적인 교훈도 충분히 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일은 국민들에게 우리사회전반의 생명경시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는 하나의 작은 울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황새수컷이 사살된지 45년만에 서로 사랑했던 황새부부가 함께 예산 황새공원에 전시될 수 있다면
그동안 여러가지 아픔들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에게 조그만 위안과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을꺼라 생각합니다.
서로 사랑했던 이들이 죽음 이후에라도 결국 함께 하게
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대한민국의 나라새를 국가에서 황새로 정하고 국가차원에서 복원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되는 것은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나라새인 흰머리수리가 클린턴대통령 시절에 농약과 내분비계장애물질(환경호르몬)문제로 인해서 알껍질이 얇아져서 멸종에 처하게 되자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과학자들과 국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서 나라새를 멸종에서 구해 냈습니다.
이것은 단지 새를 구하기 위한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흰머리수리가 살 수 없는 미국의 자연환경에서 국민들과 미래세대를 구해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마지막 황새 수컷이 사살 된지 44년이 지난 2015년에 9월 3일에서야 겨우 인공사육한 황새8마리를 풀어 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여전히 야생황새의 둥지가 없는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앞으로도 더욱 오랫동안 야생황새들이 둥지를 만들고 알을 품고 새끼들을 키워갈 수 없는 땅에서 몇 십년 혹은 몇 백년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생태계가 회복되지 못한 재래식유기농벼를 재배하는 논이 없는 곳만을 의미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오늘도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30명 이상이 자살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낙태하고, 심지어 생명이 잉태되지 못하도록 피임을 하고, 결혼도 포기하고, 사랑도 버리고, 희망도 외면하며 살아갑니다.
저는 황새의 멸종과 복원의 지난 역사를 보면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나라가 일재식민지에서는 겨우 벗어났지만, 이제는 물질만능주의의 식민지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황새가 살 수 없는 논에서 자란 쌀을 먹고, 황새가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이런 불행한 사건들은 과학적으로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분명 어쩌다가 일어나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에는 반듯이 원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미묘한 변화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닐까요?
저는 나라가 아직 없을 때도 태극기가 있어서 독립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듯이
우리는 비록 야생황새의 둥지가 없는 땅에 살고
있지만,
나라 상징새를 황새로 정함으로 인해서, 국민들이 모두 함께 꿈을 키워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비단 황새가 둥지를 만들 수 있고, 참개구리가 뛰어 다니고, 벼메뚜기를 잡을 수 있는 회복된 생태계뿐만 아니라 제비에게 처마를 내어주고, 모기에게 우리 스스로에게도 해로운 독약을 뿌리지 않을 수 있는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도 함께 키워가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작은 생명이라도 저마다의 역할이 있고, 사명이 있고,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모기도 사람들에게 귀찮고 때로는
몹시 짜증나고 괴롭기도 하지만 적당히 물리면 면역력을 북돋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저는 황새가 국민들에게 먼저 나라새로 마음에 자리매김한 대한민국이 훨씬 더 아름답고 살기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확신 합니다.
이글을 읽게 되실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고 여러분이 함께 동참 하실수 있는 일을 찾아서 도와주신다면, 우리가 황새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는 세상을 더 빨리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첫댓글 1994년에 서울대공원에서 죽은 암컷 황새는 현재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소장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황새공원에서 이들 부부의 표본을 전시할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고 준비가 되면, 경희대학교와 협조해서 비극적인 생을 살았던 음성황새 부부가 함께 전시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황새가 나라새로 지정되어서 정부차원의 복원이 이루어 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의견 있으신 분들은 댓글 남겨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