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에베레스트원정대의 박무택 대장이 실종된 뒤 동료였던 백준호는 그를 살리겠다고 올라갔다가 결국 함께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런 그가 이번에 정부로 부터 의사자로 선정이 되어 1억원이 넘는 보상금과 자녀 교육비 지원 등 여러 혜택을 받는다. 졸지에 가장을 잃은 유족이 살아가는 데는 적잖은 보탬이 될 것이다. 의사자란 '타인의 생명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은자'로 우리 사회엔 그렇게 남을 위해 목숨을 잃고 의사자에 선정된 사람들이 많으며 산악인 중에서도 선정된 예가 더러 있다.
고산 등반에서는 '각자 살기'란 말이 있다. 고소에서는 제 몸 하나 추스르기도 어려운 만큼 서로 묶었던 로프를 풀고 각자 오르내리는 것이 실은 생존율을 높이는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이다. 고산에서 남을 돕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이 '각자 살기'란 말이 그대로 전해주는 것이다. "등정을 마치고 내려오는 동료들과 셀파가 보였다. 나는 와락 살려달라며 정신없이 그들에게 매달렸다, 그러나 그들은 들리지 않는 소리로 몇 마디 중얼거린 후 내 곁을 지나쳐 그냥 내려갔다." 조난당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어느 히말라야 원정대원의 말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정하다고 원망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그것이 8,000m고소에서의 상황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빠오는 해발 8,000m 위의 극고소, 거기에서 백준호는 박무택을 살려보겠다고 캠프를 나섰던 것이다. 캠프를 나설 때 이미 백준호는 죽을 각오를 했을 것이다. 당시 제5캠프에 같이 있었던 오은선은 백준호도 거의 살아 돌아오기 어려울 것임을 알았지만 두 사람의 오래고 진한 우정을 알고 있었기에 차마 말릴 수 없었다고 한다. "저대로 박무택이 숨져가게 하고서야 내가 어떻게 남은 생을 편히 숨쉬고 살 수 있겠느냐"면서 백준호는 8,300m캠프를 떠나 무한대의 높이로 올라갔다.
등반이 상업주의화되고 영예욕의 화신이 되어버린 요즈음에 백준호씨의 자기 희생은 '왜 우리는 산을 오르는가?' 하는 근원적 의문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의 의사자 선정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등반의 근원적 가치가 산악인들의 의식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행위는 영웅적 행위임에 틀림이 없다.
실종된 3사람의 시신을 찾기위해서 떠난 2005 히말라야 휴먼원정대(손칠규, 엄홍길 등)는 빙벽에 붙어있는 박무택의 시신을 찾아 떼어냈지만 나머지 두사람의 시신은 찾지 못하고 말았다.
첫댓글 나도 저런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 입니다...
맞다, 그렇제..동주야 !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게...아무 말도 못하겠다 !!
제가 있습니다... 어디던지 달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