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거울을 보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새치를 뽑고 있을 때, ‘어,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의외로 젊은 사람 중에 흰머리로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 흰머리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그 외의 경우는 왜일까?
스트레스 때문이라고도 하고, 유전 때문이라고도 하고, 흰머리를 뽑으면 안 된다고도 하고, 뽑아야 한다고도 하고…. 도대체 알 수 없는 흰머리의 비밀을 파헤쳐 본다.
지금은 연기 활동을 접었지만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홍콩의 영화배우 임청하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10년도 훨씬 전에 제작된 중국 정통 판타지 멜로, <백발마녀전>에 나오는 임청하의 모습은 지금 봐도 멋있기 그지없다. 특히 그녀의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장면은 영화의 압권이었다. 자기를 언제까지나 믿어 주겠다던 탁일항(장국영)의 오해로 연예상(임청하)은 뜻하지 않게 의심을 사게 되는데, 순간 배신감을 느낀 그녀의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 버린 것이다.
보통 노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백발, 그러나 영화 속 임청하의 백발은 심한 분노에서 비롯됐다. 정말 스트레스가 흰머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그렇다면 치료법은 무엇일까. 흰머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본다.
노화에 따른 ‘연륜의 흔적', 흰머리
흰머리에 관한 유명한 일화로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뜨와 관련된 것이 있다. 혁명주의자들에게 잡힌 마리 앙투아네뜨가 교수형 전날 밤 머리카락이 하얗게 셌다는 것이다. 영화 <백발마녀전>의 연예상과 같이 마리 앙투아네뜨도 피할 수 없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카락의 색깔을 모두 잃어버린 것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흰머리의 원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백인에게는 30대 초반에 처음 흰머리가 나타나서 50대의 절반은 두피의 50%가 백모로 변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흰머리가 처음 나는 시기는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이 가장 많으며 남녀 비율은 비슷한 편이다.
흰머리는 정상적인 노화 현상으로 머리카락의 멜라닌 세포 수와 기능이 감소함에 따라 나타나며 그 자세한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흰머리는 서서히 진행되며 모발 하나하나를 관찰해 보면 흑색과 백색 사이의 여러 가지 중간 색조의 모발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눈에는 어느 시점에서 급격히 흰색으로 바뀐 것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연예상이나 마리 앙투아네뜨의 경우를 굳이 의학적으로 설명한다면, 극심한 스트레스보다는 급성 탈모증으로 볼 수 있다. 즉, 모발이 일시에 빠지면서 흰 모발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되어 갑자기 머리가 센 것처럼 보였을 확률이 크다.
스트레스는 흰머리 발생에 전신적 혹은 국소적인 염증 반응을 유도하여 프리 라디칼(Free Radical: 활성산소)을 형성하고 이에 따라 모발의 멜라닌 형성에 서서히 영향을 준다.
흰머리는 옆·앞·뒷머리 순으로 생긴다. 옆머리 부분의 혈액 순환이 가장 둔하고 뒤쪽으로 갈수록 왕성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질병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설명한대로 모낭의 멜라닌 세포는 피부 표피의 멜라닌 세포와 마찬가지로 노화에 따라 그 수가 조금씩 감소한다. 흰머리는 멜라닌 세포 수가 감소되어 있을 뿐 아니라 멜라닌 소체를 만드는 활성도가 떨어져 모기질(Matrix)과 모피질(Cortex)에서 멜라닌이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멜라닌 세포 특히 머리카락 바깥막(외측모근초)의 멜라닌 세포가 완전히 없어져 버린 것이 아니라 시들어 있는 상태로 추측되며, 노화성 흰머리가 다시 흑색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다.
멜라닌 세포의 기능 저하는 후천적 영향이 있기는 하나 각 개체의 유전 인자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노화성 흰머리는 보통 주위 환경 변화에 따라 쉽게 변하지 않는 비가역적인 현상이나 두피에 모낭염 같은 염증성 변화로 인해 일시적으로 하얗게 변할 수도 있다. 이런 생리적 백모 이외에 백반증, 원형탈모증 회복기 모발,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Vogt-Koyanagi-Harada) 증후군, 부분백피증 같은 다양한 유전성 질환에서도 흰머리가 나타난다. 또한 클로로킨(Chloroquin), 하이드록시클로로킨(Hydroxychloroquin) 같은 약물에 의한 이차적인 모발의 저색소증, 대상 포진 등 염증성 피부 질환에 의해 모발이 흰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부모님의 하얀 머리…, 혹시 나도?
최근에는 20~30대에도 흰머리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반인에 비해 백모(Gray Hair)가 일찍 나타나는 경우를 조발백모라 부르는데 보통 백인은 20대 이전, 흑인은 30대 이전에 흰머리가 나타나는 것을 말하며 아시아인은 44세를 기준으로 열 살 정도까지 빠르거나 늦다. 이러한 현상은 흔히 유전적 요인(상염색체 우성)으로 인해 생긴다.
흰머리는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적 경향이 있다. 따라서 부모님이 흰머리가 일찍 생기면 자녀도 일찍 새치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또 유전적 변이로 인한 새치는 치료를 한다고 해서 다시 검은 머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스트레스도 새치와 관련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액순환이 나빠져 머리카락 뿌리 부분에 영양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따라서 멜라닌 세포의 수가 감소하고, 멜라닌을 합성하는 기능도 저하된다. 그 외 갑상선 기능항진증, 갑상선 기능저하증, 악성 빈혈, 당뇨병 등 자가면역질환에 동반되어 나타나며 드물지만 조로증(Progeria), 워너 증후군(Werner Syndrome), 로스먼드-톰슨 증후군(Rothmund-Thomson Syndrome) 등의 질병에서는 아주 어린 나이에도 새치가 나타날 수 있다.
새치, 뽑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렇다면 새치는 뽑아야 할까, 뽑지 말아야 할까? 항간에는 새치를 함부로 뽑으면 나중엔 염색할 머리마저 남아있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새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정답은 새치를 꼭 뽑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손상된 상태이므로 뽑는다고 해서 다시 건강한 머리카락이 나오지는 않는다.
또한 새치는 그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데, 지금까지의 노화성 백모에 대한 치료는 부작용이 적고 효과적인 염색약을 개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향후 가능성이 있는 치료로는 머리카락의 바깥쪽(외측모근초) 멜라닌 세포 활성화와 연관된 것인데 이를 활성화된 멜라닌 세포로 변화시키고 증식을 유도하는 물질 연구가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두피 마사지'만 잘해도 예방 가능하다
새치의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한 두피를 유지해야 한다. 실생활에서 도움이 될 만한 방법으로는 모발의 적당한 자외선 노출, 비타민C·E 등의 항산화제 복용, 두피 혈관 순환 개선을 위한 두피 마사지(손이나 빗 등 이용) 등이 있다.
특히 두피를 마사지할 때는 손톱이 아닌 손가락 끝이 두피에 닿도록 해야 한다. 날카로운 손톱이 두피에 상처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금연, 신선한 과일과 야채의 섭취, 충분한 휴식,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생활 습관의 개선, 피부과 전문의와의 상담과 규칙적인 두피 관리 등이 필요하다.
- 최형욱 / 모델로피부과 청담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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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바로 명바가가 원인이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