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과 바른손
자가운전 시대여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작년에 교통카드를 들고 지하철 타는 곳으로 입장할 때의 일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왼손으로 카드를 들고 태그했는데 문이 안 열 리는 겁니다. 분명히 띡 소리가 났는데도 말이지요.
당황스러운 저는 옆 칸의 문이 열렸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창피하게도 안내원을 부른 이후에 문이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았습니다. 카드를 들고 문을 통과할 때는 반드시 오른손으로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지요.
세계적으로 왼손잡이는 10%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모든 것이 오른손잡이 위주로 설계되었습니다. 마우스의 버튼이 그러하고, 날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가위가 그러하고 깡통 열개의 손잡이가 그러하고 오른손으로 잡고 당기도록 설계되어 있는 문이 그러합니다.
필기도 그렇습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써야 하는 한글은 오른손잡이가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왼손으로 글 쓰는 것이 힘들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심지어 왼손의 반대말을 바른손이라고 우기기도 했지요.
옛날 중국에는 왼손잡이가 불길하다고 믿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왼손잡이 아이들은 억지로 오른손으로 쓰도록 강요받았고, 학교에서도 왼손잡이를 차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유명한 왼손잡이로는 알렉산더 대왕, 레오나르도 다빈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빌 게이츠, 베이브 루스, 모니카 셀레스, 리오넬 메시 등이 있습니다.
왼손이나 오른손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 과학자가 왼손잡이가 창의적이고 문제 해결력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왼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왼손잡이를 차별하는 것이 편견으로 여겨지고 있지요.
그런데 한자문화권에서는 음양의 원리에서 왼쪽을 양으로 오른쪽을 음으로 칩니다. 조선시대 삼정승도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순으로 서열이 정해진 이유이기도 하고 좌우, 좌우지간, 좌지우지 등등의 표현도 좌가 먼저 나오지, 우가 우선하지 않습니다.
바른손이라는 표현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바른손의 반대말은 그릇된 손이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내가 잘 쓰는 손이 중요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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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이슬람문화권에서는 아직도 왼손은 천하게 여긴다죠.
왼손잡이 하면, 2년 후배 한 사람이 떠오릅니다. 영어선생인데, 당구를 500정도 치는, 노래도 잘 부르고, 손재주도 많고.
이 양반이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는 우리 나라에는 왼손잡이 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골프만은 오른손으로 치죠. 그러니 그 과정이 좀 험난했을까요.
혼자 독학하다시피 시작했고, 게다가 당시에는 골프 인구도 많지 않을 때라 같이 골프 칠 동반자도 구하기 힘들 때였습니다. 차로 3, 40분 걸리는 곳에 9홀짜리 파3 골프장이 있는데, 동반자가 없어 스타트 하는 곳에 7번 아이언, 어프로치 채, 퍼터, 3개를 들고 기다리다 2인조가 있으면 빌다시피 해서 겨우 한 게임하고 오곤 했다죠. 이젠 준싱글을 칠 정도로 재주많은 사람입니다.
이 사람도 이젠 골프가 시들하다고 안치는데, 힘도 부치고, 비거리도 줄고, 나이도 먹은 나도 골프를 접어야 할까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