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72번 친절 기사님!!
예기치 않게 기사님한테 친절한 배려를 직접 몸으로 느끼어 몇자 올립니다.
서울대 병원에 친지가 벌써 몇 달째 병명조차 모르는 고약한 병으로 일인실에 입원하고 있어 내자와 자주 문병을 가곤 합니다.평소엔 버스로 출발하여 동서울터미널에서 지하철로 두어 번 부리나케 갈아타고 혜화동에 내려 숨가쁘게 병원을 찾아 오르곤 했는데, 요즘은 혜성같이 빠른 고속전철 덕분에 전철을 주로 이용하지요. 상봉역에 도착하여 거기서 버스를 타면 바로 창경궁 앞 서울대 병원 정문 앞이라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어제 아침도 춘천서 6시 55분 전철을 타고 상봉역에 나와 8시 25분인가 30분 무렵 버스를 탔습니다. 272번-.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이때 저를 태운 버스 기사님이 제 평생 처음 만난 친절한 기사님이었음을 말씀드립니다. 기쁜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리게 됨을 저 자신도 큰 영광입니다. 그 기사님의 향이 지금까지 남아 영혼을 촉촉이 적시어 주고 있습니다.
기사님 존함은 김0 0으로 밖에 기억이 떠오르지 않네요.
아내와 함께 차에 오르는데 어서 오세요하고 미소를 띄우시며 친절히 맞아주셨어요. 차가 떠나면서 마이크로 모두에게 손잡이를 잘 잡아주세요. 내리시는 분 안녕히 가세요. 복된 하루 되세요. 하면서 일일이 인사를 하시는 게 아닌가요!
그 때까지만 해도 일상적인 멘트리라 크게 가슴에 와 닿지 않았는데 출근시간이 되어 승객이 점점 불어나니 기사님 안내방송은 더욱 분주히 챙겨 평범치 않았습니다.
-커브를 돌겠습니다. 꼬옥 잡으세요.
-도로공사로 길이 험합니다. 손잡이를 꼭 잡아주세요.
-안녕히 가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앞에 많이 타셨으니 뒤로 타시면 어떨까요.
-천천히 내리세요. 문 닫겠습니다.
나는 기사님의 속삭임같은 배려에 그야말로 온 신경이 거기에 매료되었지요.
황새처럼 목을 길게 빼 어느 분이신가 바라보니 미소를 가득히 머금으시며 둥글둥글하신
호남형의 기사님-. 오로지 승객의 안전을 위해 모든 신경을 다 쓰시는 것이었지요.
지방 춘천에 살면서 한 번도 느끼지 못한 기사님의 친절한 배려가 고마워 흐뭇하게 계속 지켜보았습니다.
- 손잡이를 꼭 잡고 계세요. 이제 두어 정거장만 가면 좀 편하실 것입니다.
- 공사로 도로사정이 안 좋아요. 어르신 여러분! 조심하세요.
- 어휴! 저런, 정류장 가까이 차를 세우면 어떻게 한담! 천천히 내리세요.
- 앉으세요. 미리 일어나지 마세요.문 닫겠습니다.
이순이 넘은 내가 진정 어디서 이렇게 친절한 기사님을 접한단 말인가!
처음이다. 행복하다. 이렇게 훌륭한 기사님, 아무리 운수회사에서 친절교육을 지도하신다해도 개인차에 의해 다르지요. 서두르지 않고, 짜증 한번 없이, 차분히 웃으시면서 잘못 말한 거스름까지 계산해 주시는 기사님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마침내 차는 서울대 병원 정문 앞에 당도해 얼른 내려 앞문으로 달려가 나는 큰소리로 애들처럼 소리치며 손을 흔들었지요.
-기사님 고맙습니다! 친절에-.
너무 상쾌한 아침이었어요.
내릴 때 사진을 보니 김 00라고 하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요.
평생 처음 느낀 친절한 기사님! 그 기쁨이 전이되어 어제는 계속 좋은 일이 불꽃놀이처럼
터지곤 했어요.
찬란한 계절에 찬란한 안내를 받아 좋은 하루였습니다.
그 훈훈한 기사님 배려, 목소리가 아직 귀에 쟁쟁 남아있는
즐거운 봄날이었습니다. (끝)
# 추신-조금 고쳐서 서울 북부 운수주식회사 대표이사님께 엽서에 동봉했음,
친절기사님을 찾아 격려해 주시라고요.ㅎ
<글: 德田 이응철>
첫댓글 기분좋은 칭찬입니다..
칭찬에 인색한 사람 하나 있지요. 누구냐고요.아주 조그만 소리로 내자 ㅋㅋㅋ 푸하핫 별걸 다 아끼지요.
덕전님도 훌륭한 일을 하겼습니다. 던전님께도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일은 자꾸 널리 알려야겠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