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설 연휴를 코앞에 두고 식구들의 주고받는 카톡을 들여다 보며 웃었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어린이집을 다녀온 외손자들 사진이 화제의 중심이었네요.
제 힘이 닿는 데까지 아이들의 영혼에 맑고 깨끗한 우리 넋을 담아주고 싶습니다.
영어도 중요하고 중국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하고 소중한 게 우리말이라는 것을 알려주시고 싶습니다.
다행히 큰 외손녀는 책읽기도 즐겨하고 영어공부에도 열심입니다.
첫돌이 될 때까지 지켜보는 기족의 마음을 담은 축하시조집도 만들어 주었더니
우리말 낱말도 많이 알고 잘 쓰고 있나 봅니다.^*^.
영상통화를 하면서 제가 창밖으로 뭔가를 보고 있었더니,
외손녀가 "하부지, 뭘 그렇게 물끄러미 쳐다보세요?"라고 하면서
'물끄러미'라는 낱말을 쓰더군요.
길고양이가 담장 위를 걷는다고 했더니
저녁에 돌솥밥을 먹고 집에 왔는데 "그걸 먹으니 몸이 좀 풀리더라 '면서
풀리다'는 낱말을 적절하게 쓰더군요.
그때 아내의 머리가 푸석하다고 외손자들은 거미집 같다고 놀라는 걸 보고는
'할머니가 시장을 둘러보고 와서 노곤하다"고 말했고,
애들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서 "나른하고 피로하여 기운이 없다"는 뜻이다고 설명했어요.
애들은 노곤하다와 나른하다라는 새로운 낱말을 배웠을 겁니다.^*^
어린애들일수록 우리말을 잘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진달래꽃에 나오는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의 뜻을 음미할 줄 알고,
노랗다와 누렇다, 누리끼리하다의 다른 말 맛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저 yellow와 white yellow만 안다면 너무 재미 없잖아요.
저는 제 식구들이 되도록 많은 낱말을 알고 적절하게 쓰길 바랍니다.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나타낼 때 되도록 많은 낱말을 써서 나타낼 수 있기를 빕니다.
그래야 다양한 삶의 형태를 조금이나마 표현할 수 있잖아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
보태기)
진달래꽃이라는 시를 아실겁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입니다.
이 시를 지역 사투리로 바꾸면 아래와 같다고 합니다.
(따온 곳 :http://cafe.daum.net/gzmtc/Y7KY/336?docid=1G2R1|Y7KY|336|20100214204807&q= &srchid=CCB1G2R1|Y7KY|336|20100214204807)
경상도 버전
내 꼬라지가 비기 실타고
갈라카모
내사마 더러버서 암 말 안코
보내 주꾸마
영변에 약산
참꽃
항거석 따다 니 가는 길빠다게
뿌리 주꾸마
니 갈라카는 데 마다
나뚠 그 꼬츨
사부 자기 삐대발꼬 가뿌래이
내 꼬라지가 비기 시러
갈라 카몬
내사마 때리 직이 삔다 케도
안 울 끼다
충청도 버전
이제는 지가 역겨운 감유
가신다면유 어서 가세유
임자한테 드릴건 없구유
앞산의 벌건 진달래
뭉테기로 따다가 가시는 길에
깔아 드리지유
가시는 걸음 옮길 때마다
저는 잊으세유 미워하지는 마시구유
가슴 아프다가 말것지유 어쩌것시유
그렇게도 지가 보기가 사납던가유
섭섭혀도 어쩌것이유
지는 괜찮어유 울지 않겄시유
참말로 잘가유
지 가슴 무너지겼지만
어떡허것시유 잘 먹고
잘 살아바유
전라도 버전
나 싫다고야
다들 가부더랑께
워메~나가 속상하겨. 주딩 딱
다물고 있을랑께
거시기 약산에 참꽃
허벌라게 따다가 마리시롱
가는 질가상에 뿌려줄라니께
가불라고 흘때마다
꼼치는 그 꽃을 살살 발고
가시랑께요
나가 골빼기 시러서
간다 혼담서
주딩이 꽉 물고 밥 못 쳐묵을
때까지 안 올랑께
강원도 버전
나보기가 기 매해서
들구버질 저는
입두 쩍 않구 고대루
보내드릴 기래요
영변에 약산 빈달배기 참꽃
한 보뎅이 따더 내재는
질라루 훌훌 뿌레 줄기레요
내 걸리는 발자구발자구
내꼰진 참꽃을
지져밟고 정이 살페 가시우야
나 보는 기 재수바리웁서
내 툴저는
뒈짐 뒈졌지 찔찔
짜잖을 기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