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세포 한꼬막 두꼬막
십일월이 가던 어제는 이른 아침부터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단풍으로 물들었던 나무들은 나목이 되어 겨울을 날 채비를 마쳤다. 겨울 들머리 내리는 비는 강수량이 제법 되어 대기 중 떠도는 먼지를 재우고 남을 정도였다. 오후가 되니 비가 그치고 바람이 불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는 즈음 내리는 비에 내복을 한 겹 더 입어야 한다는 얘기를 실감한다.
십일월이 가면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은 십이월로 넘어간다. 한 해가 저물어 감이 허전하게 느껴져 퇴근길 와실로 바로 들지 않고 산책을 나섰다, 고현을 출발해 구조라로 가는 23번 시내버스를 탔다. 연말이면 삼 년 동안 머문 와실에서 철수해 창원으로 복귀를 앞두었다. 지난주부터 주중에 한 차례 퇴근길 갯가로 바람을 쐬러 나가 현지에서 저녁 끼니를 때우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지난주 구조라로 나가 어판장 횟집에서 물회를 시켜 맑은 술을 반주로 들었다. 미식가나 식도락가 축에 끼지 못해 맛집 순례는 아닐지라도 거제 생활 마지막이 아쉬워서였다. 이번에는 구조라보다 가까운 지세포를 찾아갔다. 지세포는 일운면 면소재지로 포구는 연근해로 출항하는 크고 작은 어선들의 모항이었다. 산기슭에는 근래 대규모 택지가 조성되어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장승포 마전에서 옥림고개로 오르니 지세포 포구가 드러났다. 대명리조트를 지난 농협 앞에서 내려 포구로 나가니 비가 그친 저물녘 바람이 세게 일어 볼이 차가웠다. 조업을 나가지 않은 어선들은 물결이 일렁이는 포구에 닻을 내려 있었다. 포구 맞은편 방파제와 선창마을 횟집촌에는 저녘 불빛이 비쳤다. 해가 짧아진 때라 방파제까지는 동선이 멀어 가질 못하고 포구에서 서성였다.
유람선 매표소는 문이 닫혀 불이 꺼졌고 유람선도 닻을 내려 있었다. 동호인이 운영하는 요트 학교 요트들도 계류장에 묶여 파도에 일렁거렸다. 대명리조트와 가까운 해안선의 산책 데크는 야간 조명 불빛이 들어와 반짝거렸다. 거제대학이 위치한 기미산 아래는 옥화마을로 해안선을 돌아가는 긴 산책로 데크에도 야간 조명이 아롱거렸다. 지세포는 거제섬에서 규모가 가장 큰 포구였다.
해가 저문 초저녁 바다를 바라보다 시장기가 느껴져 식당을 한 곳 찾아들었다. 인터넷으로 지세포 맛집을 검색했더니 ‘한꼬막 두꼬막’이 나왔다. 누군가 블르그에 올려둔 식당을 다녀온 후기는 공중파 TV 방송에 나온 식당이라고 했다. 순천 벌교에서 실어 온 꼬막과 고성 통영 바다서 나오는 가리비가 상차림에 나오는 식당이었다. 2인 이상이라 주문을 받는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식당 안으로 드니 실내가 꽤 넓어도 손님들로 가득 차는 듯했다. 주말이나 점심때면 대기표 받아 별관에서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는데 평일 저녁이라 손님이 적어 한산했다. 혼자는 상차림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인 1인과 소인 1인으로 2인분을 시킬 요량이었는데 그렇게 하질 않아도 받아주었다. 종업원에게 가리비 정식을 시켰더니 여러 밑반찬과 함께 가리비찜과 탕이 나왔다.
가리비는 가을부터 추운 겨울에 맛보는 어패류로 거제 인근 고성 자란만이 대규모 양식장으로 알려졌다. 밥공기 뚜껑을 열기 전에 맑은 술을 한 병 시켜 자작으로 잔을 채워 비웠다. 가리비찜과 탕이 내게는 밥반찬보다 술안주로 알맞았다. 함께 나온 꼬막전과 가자미구이도 손색이 없는 안주가 되어 맑은 술을 한 병 더 시켜 잔을 비우면서 밥공기 뚜껑을 열어 저녁 끼니를 잘 때웠다.
꼬막 식당을 나서니 어둠이 짙어져 캄캄하고 바람이 불어 체감 온도는 낮을 듯했다. 포구로 다시 나가 밤바다를 구경해보려다 마음을 바꾸어 고현으로 나가는 버스를 탔다. 구조라에서 온 버스엔 승객이 아무도 없었다. 연사 와실로 가는 도중 몇몇 지기들에게 지세포 포구와 가리비 식당 상차림 사진을 날려 보냈다. 내일이면 올해 남은 달력이 달랑 한 장이라면서 안부를 전했다. 21.12.01
첫댓글 맛집이군요
이슬이가 부담스럽지 않은
ㅎ ㅎ 옥 시인님이 누추한 글방을 다녀갔군요.
남기신 발자국 반갑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